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영업양수로 고용승계를 받았으므로 기존 근로자들에게 수당 등의 지급의무가 있고, 피고인에게는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 판시 인정사실 및 그 밖에 제출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D에게 상당한 이유 없이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근로기준법 제36조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고 판단하였다.
피고인이 영업양도를 받을 당시 D은 근로관계의 승계를 거부하지 않았고 근로관계가 C으로 승계되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D의 연차는 최초 업체의 입사일을 기준으로 한 계속근로기간에 따라 산정되어야 하고 양수인인 피고인이 위 계속근로기간에 따라 산정된 연차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피고인과 D 사이에는 연차에 관한 근로조건의 내용에 관하여 특별한 합의 가 존재한다. 즉, 근로관계의 승계에 따라 이전 업체에서의 계속근로일수를 근로기준법 제60조 제4항에서 정한 유급휴가 가산에는 반영하되, 다만 이전 업체에서 발생한 연차에 관한 사항은 이전 업체와 정산을 마치고, 그러한 정산결과 남아 있는 유급휴가가 없게 되는 점을 고려하여 내년도 발생 예정인 연차를 미리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D에 대한 진정인 진술조서의 기재(수사기록 79, 80쪽)만으로는 이러한 합의가 피고인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라거나 D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위 합의는 유효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영업양도가 있는 경우 근로관계는 근로자가 그 승계를 거부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같은 조건으로 양수인에게 승계되는데, 이는 영업양도를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하게 되면 근로자를 사실상 해고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그러나 근로관계가 양수인에게 승계되더라도 그 승계되는 근로조건 중 일부를 양수인과 근로자가 특별히 달리 정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영역에 해당하고, 그러한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영업양도가 있을 때 근로관계를 승계시키는 것이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그러한 조건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 사건에서 제출된 객관적 증거[D의 연차사용내역(수사기록 14~20쪽), 예금거래내역서(수사기록 31쪽)]만으로는 D이 H 또는 E과의 각 고용 관계를 마치면서 그때까지 발생한 입사일을 기준으로 한 연차수량에서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한 연차수량을 비교하여 차감한 연차 개수만큼 연차수당을 정확히 정산받았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즉, D의 연차사용내역에 기재된 연차수당 금액과 D의 I조합 예금거래내역에 기재된 연차수당 입금내역의 금액이 2020년도 618,480원이 2021. 1. 8. 지급된 것 이외에는 일치하지 않는다. 2018년도 연차사용내역에 따르면 11일에 해당하는 662,640원의 연차수당이 지급되어야 하지만, 2019. 2. 15. 위 계좌로 977,760원이 이체되었고(수사기록 19, 31쪽), 이는 계산상 5.23일분이 더 지급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19년도 연차사용내역에 따르면 9일분에 해당하는 601,200원의 연차수당이 지급되어야 하지만, 2020.2. 21. 319,540원이 위 계좌로 이체되었다.
그런데 D은 수사기관에서 H과 E에서 연차수당은 모두 지급받았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25쪽), 2017년도 연차수당은 제출된 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로 지급받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하면서도 객관적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수사기록 64쪽)].
위와 같은 방식으로 근로관계 승계시마다 연차수당을 정산하는 것은, 근로자가 퇴직할 당시의 사용자가 그때까지의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하여 연차수당을 정산하는 방식과 비교할 때 근로자들로 하여금 연차휴가의 개수 및 그 사용 · 지급 여부에 대한 관리를 어렵게 만들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연차유급휴가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게 할 우려가 있어 보이기는 한다(수사기록 91쪽).
그러나 위와 같은 합의는 고용 승계를 전제로 계속근로기간을 인정하여 추후 연차 발생에 반영하고 연차를 당겨쓸 수 있도록 하되 기발생 연차수당은 이전 업체와 정산한다는 정도의 내용으로서 근로자에게 현저히 불리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협력업체 변경 또는 영업양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근로관계 단절이나 경력 인정 여부 등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측면이 존재한다. 또한 이러한 합의가 있는 이상 근로자로서는 이전 업체에 그 합의에서 정한 방식대로 고용 관계가 마쳐질 때까지 발생한 연차에 대한 연차수당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어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앞서 본 사용자의 변경에 따른 연속적인 연차 관리에 관한 다소의 어려움을 이유로 근로관계 승계시 연차수당에 관한 일부 근로조건에 관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개별적 합의의 효력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12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임금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구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12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참조).
앞서 본 것과 같이 D은 수사기관에서 H과 E에서 연차수당을 모두 지급받았다'고 진술하였고, 그가 이에 관한 이의를 제기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수사기록 25, 64쪽).또한 D의 최초 진정 취지는 이 사건 공소사실과는 무관한 '2023. 10. 31.까지 근무하고 퇴사하였기 때문에 2023. 1. 1.자로 발생한 17일분의 83.3%인 14일분의 수당을 지급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수사기록 25쪽).
H 및 E이 D에게 그때까지 발생한 연차에 관한 수당을 모두 지급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객관적 자료를 찾기는 어렵기는 하나, 피고인이 위와 같은 합의 내용 및 그에 따라 이전 업체에서 이미 기발생 연차수당에 대한 정산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음을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였던 점, 위와 같은 D의 진술내용 및 진정 취지, 원청 회사가 위와 같은 내용으로 협력업체 변경 및 근로관계 승계가 이루어지도록 계속적으로 관리해왔던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해 보면, 가사 연차수당에 관한 피고인과 D 간의 합의의 효력이 없다고 보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각 근로자들은 근로관계의 승계에도 불구하고 각 업체와 연차수당 정산에 관하여 별도의 합의를 거쳤다고 보이고, 설령 합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동욱(재판장) 이준영 조상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