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판결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7. 12. 8. 선고 2017가합72822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 A에게 43,266,797원, 원고 B, C에게 각 22,177,864원 및 위 각 돈에 대 하여 2017. 3. 12.부터 2017. 12. 8.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는 석유류 판매업을 영업으로 하는 주식회사로서, 피고 소유인 파주시 E주유소부지 1,125㎡와 위 토지 지상 ① 세멘벽돌조 스라브지붕 단층주유소 90㎡ 및 ②같은 지상 철근콘크리트조 슬래브지붕 단층주유소(주택) 68.25㎡(이하 위 건물들을 합하여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에서 'F주유소(이하 '이 사건 주유소'라 한다)'라는 상호로 주유소영업을 운영하고 있다.

2)

원고 A은 피고의 직원이다. G(망인)는 원고 A의 아내로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하여 사망한 사람이다. 원고 B, C은 원고 A과 망인 사이의 자녀들이다.

나.

원고들 가족이 이 사건 건물에 거주하게 된 경위, 망인의 피고 직원들에 대한 식사 제공 등

1)

피고는 2016. 3. 18.경부터 원고 A을 이 사건 주유소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 고용하면서, 원고의 가족들이 이 사건 건물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하였다.

2)

아래에서 보는 화재 발생 당시 이 사건 건물에는 원고 A, B 및 망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3)

한편, 피고가 원고 A을 직원으로 고용한 즈음부터 사고 직전까지, 망인은 피고주유소 직원들(총 7명)의 점심 및 저녁식사를 직접 요리하여 제공하여 왔다. 피고는 망인에게 매주 10만 원, 매월 쌀 40kg 및 40만 원을 지급하였다.

다.

이 사건 화재의 발생 및 화재 발생 당시 건물 구조 등

1)

2017. 3. 11. 01:06경 이 사건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같은 날 01:25경 완진되었다.

2)

아래 그림은 이 사건 건물의 전체 구조이다. 관할 소방서의 화재현장조사결과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건물 중 안방 출입문 좌측 부근(점선 표시 지점)에서 최초 발화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망인은 안방에 그림으로 표시된 부분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 그 사인이 화재로 인한 사망으로 밝혀졌다.

3)

화재 감식 결과 이 사건 건물 중 안방은 전소되었고, 작은 방은 그을린 정도였으며, 주방은 안방과 가까운 부분 천장만이 소훼된 것으로 파악되어, 이 사건 화재는 안방에서 시작되어 주방 및 작은방 방향으로 확산된 것으로 판단되었고, 또한 안방 내부에서는 이 사건 화재가 방문 부위에서 시작되어 안쪽 장롱 방향으로 확산된 것으로 판단되었다. 한편 이 사건 건물 중 사무실 및 창고 방향으로 이 사건 화재가 확산되지는 않았다.

4)

원고 A, B 및 망인은 이 사건 건물 중 안방, 주방 및 거실, 작은방에서 기거하고 있었다. 위 원고들 및 망인이 주방 및 거실에서 외부로 출입하기 위해서는 사무실을 거쳐서 나가거나 신발장 및 보일러가 설치되어 있는 공간(세면장으로 사용되었다)을 거쳐서 나가야 하는 구조였다.

한편, 위 그림에 표시된 창문에는 방범창이 설치되어 있었다.

5)

이 사건 건물 중 안방에는, 위 그림 중 '에어컨'이라고 표시된 부분 부근, 안방문 좌측 하단에 3구의 콘센트만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외에는 원고들이 기거하는 공간에 배전반으로부터 직접 전선이 연결되는 이른바 '원선'에 의한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이 사건 화재 당시 위 원고들 및 망인은 위 콘센트에 2개의 멀티탭을 연결하여, 하나는 그 전선을 침대 아래쪽과 장롱쪽을 거쳐 돌려 멀티탭을 안방 우측에 놓고 그 곳에 있는 TV, 컴퓨터 등을 연결하여 사용하였고, 나머지 하나는 침대 옆 창문 창틀에 설치하여 전기 기구를 연결하여 사용하였다.

라.

이 사건 화재 발생원인 등에 관한 조사 경과

1)

이 사건 화재 발생원인에 관한 소방당국의 화재현장 조사 결과(을 제1호증 참조)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그런데, 소방당국과 함께 2017. 3. 13. 이 사건 화재 현장에서 감식을 시행하였던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화재감식팀은 소방당국의 화재현장 조사 결과와 달리 이 사건 화재가 전기적 요인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였다(갑 제10호증의5 참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3)

경기파주경찰서는 이 사건 화재에 관한 내사사건에 대하여, 위 2)항 기재 화재감식 결과를 참조하여, 안방 침대 밑을 지나는 배선의 합선에 의해 발화되었다는 감식결과로 발화원인이 확인되고 다른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이유로 내사종결하였다.

마.

이 사건 건물의 소방시설 배치 현황 등

1)

이 사건 건물을 포함한 이 사건 주유소에는 20kg 용량 소화기 1대, 4.5kg 소화기 6대, 3.3kg 소화기 9대, 2.0kg 소화기 2대 총 18대의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었다.

2)

이 사건 화재 발생 당시, 원고 A은 위 그림에 표시된 창문 앞에 비치된 소화기를 이용하여 불길에 뿌렸고, 불길이 잡히지 않자 사무실 문을 통하여 사무실 안에 비치된 소화기를 들고 사무실과 주거 공간을 연결하는 문을 열고 소화기를 뿌렸다. 그 시점에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하여 진화를 시작하였다.

3)

위 소화기들 이외에 이 사건 건물 및 이 사건 주유소에는 다른 소방시설은 설치 · 배치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바.

이 사건 건물 일부의 불법증축 사실

위 그림에서 붉은 빗금으로 표시한 부분(즉, 원고 A, B 및 망인이 기거하던 공간중 '주방 및 거실', '작은방', '세면장'에 해당한다, 이하 '이 사건 건물 중 불법증축 부분'이라 한다)은 건축법규에 위반하여 증축된 경량철골조 불법건축물이었고, 그 불법증축 사실은 이 사건 화재 발생 이후 관할 행정관청에 의해 발견되었다. 피고는 위 불법건축물을 철거하고 2017. 4. 21. 증축허가를 받아 그 자리에 새로이 휴게실을 건축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7호증, 갑 제10 내지 13호증, 갑 제14호증(단, 갑 제14호증 의1 내지 13은 제외), 갑 제15 내지 17호증, 을 제1, 2, 5, 7, 8,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1)

주위적 청구에 관한 주장

가)

망인이 피고로부터 재료값을 받아 주유소 직원들의 식사준비를 하고 그 대가로 월 40만 원씩의 일정액의 급여를 수령한 점, 또한 피고는 이 사건 건물에서 원고들과 망인을 무상으로 거주하게 함으로써 망인에 대한 급여의 일부를 지급한 점,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피고가 관리 · 감독하는 점, 이 사건 주유소가 밤 10시에 폐점하여 아침 6시에 개점할 때까지 망인과 원고 A이 이 사건 주유소 관리를 해온 점, 이 사건 화재를 조사한 경찰도 각종 보고서에 망인의 직업을 회사원으로 기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피고와 고용계약관계에 있었다.

나)

이 사건 건물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기숙사임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100조(설비와 안전 위생)를 위반하여, 불법건축물에 망인 및 원고들을 기거하게 하면서도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시설기준 및 화재예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점, 망인을 대상으로 화재예방 교육을 실시하거나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정기적인 시설안전점검을 실시하지 않은 점, 이 사건 건물 바닥과 내벽이 내화구조이었어야 하나 그런 사실이 없어 화재발생시 불이 급하게 번진 점, 안방 창살에 철망이 설치되어 있어 망인이 탈출하기 어려웠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고용계약관계에서 사용자가 법규상 또는 신의칙상 부담하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망인에 대하여 고용계약상의 의무위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진다.

2)

예비적 청구에 관한 주장

피고에게는 이 사건 건물의 외벽을 내화구조로 하거나 스프링클러와 같은 자동소 화장치를 설치하는 등 화재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등, 위 나) 항에서 보는 바와 같은 피고의 위법행위및 공작물의 하자가 있는 점, 피고는 불법건축물인 이 사건 건물을 주거 용도로서 원고들 및 망인에게 사용하게 하였는데, 이 사건 건물에는 전기콘센트가 1개만 설치되어있었는바, 원고들 및 망인이 모든 가전제품을 그 콘센트를 이용하여 하나의 전원선을 가지고 사용하다가 전기적 발화가 발생하여 이 사건 화재가 난 것이므로 이 또한 공작물인 이 사건 건물의 보존상의 하자로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망인에 대하여 민법 제758조에 의한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로서의 공작물 책임 또는 민법 제750조에 의한 일반불법행위 책임을 진다.

나.

피고의 주장

1)

주위적 청구에 관한 주장

피고는 매일 직원들 7인의 식사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대가로 망인에게 돈을 지급한 것일 뿐이고 망인에게 근로자로서의 급여를 지급한 것이 아닌 점, 이 사건 건물은 피고의 관사나 기숙사가 아니고 피고는 거처가 없는 원고들 및 망인에게 무상으로 이 사건 건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망인을 고용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는 고용관계를 전제로 하는 고용계약상의 안전배려의무를 망인에 대하여 부담하지 아니한다.

2)

예비적 청구에 관한 주장

이 사건 화재의 발생원인을 알 수 없어 이 사건 화재가 공작물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인지 조차 알기 어려운 점, 원고 A과 망인의 다툼이 있고 원고 A이 담배를 피우려고 밖으로 나온지 5분만에 이 사건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였는바 이 사건 화재가전기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피고는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이 사건 건물 및 주유소에 갖추어야 할 소방시설을 모두 갖추는 등 법규상 의무위반 사실이 없는 점, 원고 A에게 위험물운송자 강습교육을 받게 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건물에 설치 ·보존상의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고, 피고가 어떠한 위법한 행위로 이 사건 화재를 발생시키거나 그 피해 확산에 기여한 사실도 없다.

이 사건 건물 중 일부 부분이 불법건축물인 것은 사실이나, 이 사건 화재의 주된 피해가 발생한 안방 부분은 불법건축물이 아니고, 휴게실이 불법으로 증축된 점과 이 사건 화재의 발생 및 그로 인한 손해 사이에는 어떠한 인과관계도 없다.

3.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망인과 피고 사이에 고용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여부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즉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로서 민법상 고용계약의 당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6도777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앞에서 본 사실관계, 앞에서 본 증거들 및 을 제3호증의 기재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은 원고의 실질적인 지휘 · 감독 아래 원고의 다른 직원들에게 식사를 만들어 제공하고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월 40만 원 및 이 사건 건물에서의 거주권을 제공받는 피용인으로서, 망인과 원고 사이에는 묵시적인 고용계약이 체결되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가 망인에게 매주 10만 원, 매월 쌀 40kg과 4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피고가 원고에게 매월 80만 원을 월마다 지급한 것이 아니라 굳이 매월 지급하는 40만 원과 별도로 매주 10만 원씩을 지급한 이유는 매주 망인이 식재료를 구입하기 위하여 지출한 실비를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망인이 실제로 '식사를 준비하여 준 노무에 대한 대가'로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현금은 월 40만 원이라고 할 것이다.

민법상 고용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노무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하는데(민법 제655조), 여기의 '보수'가 반드시 금전일 필요는 없고, 그 밖의 물건의 사용, 노무의 공급 등이어도 무방하다. 앞에서 본 사실관계에 의할 때 피고는 원고들 및 망인에게 이 사건 건물을 거주목적으로 제공하면서 어떠한 대가도 지급받지 않았는바 그러한 무상계약관계는 이례적인 것인 점, 피고는 원고들 및 망인 가족의 거실 및 식당을 마치 직원식당으로 사용한 것과 같은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는 망인에게 이 사건 건물의 거주권 또한 망인의 노무의 대가, 즉 보수로서 지급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가 망인에게 지급한 돈 및 거주권은 망인이 피고에게 제공한 노무에 대한 보수로 보기에 과소하지 아니하고,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위 80만 원을 단순히 실비보전의 목적 또는 음식 자체에 대한 대가로서 망인에게 지급한 것이라고 보기 곤란하다. 그렇다면 피고는 망인에게 매월 일정액의 보수를 지급하여 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제출된 모든 증거를 모아보아도, 망인이 피고 직원 이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식사를 제공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바, 망인은 오직 피고 직원들만을 위하여 전속적으로 식사를 준비하고 제공하여 왔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가 망인에게 거주공간 및 급여 월 4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더라면 망인이 가족 이외에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식사를 준비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더라도 위 40만 원은 피고가 망인의 노무에 대하여 지급한 보수라고 판단되며, 망인은 피고와의 관계에서 전속적으로 노무를 제공하여 왔다고 보인다.

③

망인이 식사를 제공하던 장소인 이 사건 건물의 '주방 및 거실' 공간은 망인의 주거공간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피고 소유의 건물이고, 여기에 피고 직원들은 마치 직원식당처럼 위 공간을 이용해왔던 점, 위 공간은 피고의 사무실에서 문만 열고 들어가면 바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피고의 영업공간과 장소적으로 근접해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특히 피고의 영업시간 중에는 이를 원고들 및 망인만이 배타적으로 점유 · 지배하는 공간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피고의 영업시설 중 일부를 이룬다고 할 것이다. 그와 같은 공간에서 피고 직원들을 위하여 식사를 준비한 망인으로서는 피고의 영업시설 내에서 피고의 지휘 · 감독하에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④ 피고 직원들의 점심시간 및 저녁시간은 하루 일과 중 정해져 있는 일정한 시간이고, 망인으로서는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서 위 정해져 있는 시간까지 식사준비를 마쳐야만 한다. 즉, 설령 피고가 망인에게 명시적으로 출퇴근 시간 및 업무시간을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망인은 피고 직원들의 일과시간에 맞추어 자신의 일과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망인의 근무시간은 피고에 의하여 묵시적으로 결정되어 왔다고 봄이 타당하다.

⑤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경찰은 이 사건 화재에 관한 내사를 종결하면서 작성한 내사보고서(갑 제10호증의2)에서 망인의 직업을 '이 사건 주유소 회사원'으로 기재한 사실, 이 사건 주유소의 소장으로 근무하는 H은 망인을 이 사건 주유소의 직원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수사기관의 수사결과는 망인과 피고의 관계가 사회통념상 고용주와 직원의 관계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하나의 근거가 된다.

⑥

이 사건에서 피고가 망인에게 지급한 돈이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한 이후의 금액이었다는 사실, 각종 사회보험에 망인이 피고의 근로자로서 등록되어 있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할 자료는 없으나, 위와 같이 망인이 실제로 피고와의 관계에서 종속적으로 노무를 제공하여 왔다고 볼 수 있는 여러 사정들이 있는 이상 위와 같은 사실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망인과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가 민법상 고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나.

피고의 망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위반 및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그렇다면, 원고는 고용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망인이 노동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망인이 손해를 입은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 등 참조).

2)

또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공간은 피고가 그의 직원인 원고 A 및 망인에게 그 거주를 위하여 제공한 주거공간이므로, 근로기준법의 기숙사에 준하여 피고에게는 이 사건 건물에 거주하는 근로자인 망인의 건강 및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법률상 안전배려의무가 있다고 볼 것이다(근로기준법 제100조).

3)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는 망인에 대한 법률상 및 고용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볼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망인 및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채무불이행 책임을 진다. ①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건물 중 원고들 및 망인이 주거로 사용하던 공간에는 안방 문 벽면에 3구의 전기콘센트 1개만이 설치되어 있었고, 원고들 및 망인은 위 콘센트에 멀티탭을 연결하여, 그 전선을 침대 밑과 장롱 뒤까지 연장하여 사용하여 왔으며, 이 사건 화재 당시 위 멀티탭에는 다수의 전기 기구가 연결되어 사용중이었고, 화재 감식 결과 이 사건 화재의 요인은 '침대 매트 밑을 지나는 배선의 합선'으로 판단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일단 이 사건 화재의 원인은, 원고들 및 망인이 전기 기구를 사용하기 위하여 설치한 멀티탭의 전선 중 침대 매트 밑을 지나가는 전선이 합선되어 발생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들 및 망인에게 이 사건 건물을 주거공간으로 제공하면서도 안방 문 벽면에 3구의 전기콘센트 1개만을 설치한 상태로 인도하여 주고 달리 추가적인 전기시설을 설치하여 주지 않았다는 것인데, 일반적인 3인 가정에서의 전기 사용실태를 고려하면 위와 같은 전기콘센트는 그 사용에 매우 부족하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및 망인은 멀티탭을 연결하여 전기콘센트를 무리하게 확장하여 사용할 수 밖에 없었으며 이로 말미암아 합선의 위험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즉, 피고는 망인에게 전기시설이 부족하게 설치된 이 사건 건물을 망인 및 원고들의 거주시설로 제공하면서도 그 이용목적에 합당하게 전기시설을 증설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보다 전기적으로 안전한 거주공간에서 생활하도록 할 조치를 할 법률상 및 신의칙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된다.

②

또한 피고는 대규모 화재 위험성이 상존하는 이 사건 주유소에 위치한 이 사건 건물에 망인을 거주하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망인에 대하여 어떠한 화재예방교육, 화재대피교육 등도 시키지 아니하였다(이러한 점은 피고도 자인하고 있다).

③

이 사건 건물에 화재대피도가 부착되어 있다거나 대피경로가 확보되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어떠한 증거도 없다. 오히려 앞서 본 이 사건 건물의 구조도에 의하면, 이 사건 화재 당시 안방에 있었던 망인으로서는, 사무실 방향으로 탈출하든 세면실 방향으로 탈출하든 공히 3개의 문을 열고 탈출해야 하는데,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건물의 화재대피경로는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즉, 피고는 이 사건 건물의 위치상 상존하는 화재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망인에게 안전한 대피경로를 확보한 숙소를 제공하고 그 경로를 안내해 주어야 할 법률상 및 신의칙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된다.

다.

책임의 제한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화재가 망인이 피고로부터 지시받은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은 아닌 점, 이 사건 화재는 안방에서 발생하였는바 피고가 평상시에 안방에 자유롭게 출입하여 그 전기시설 등을 점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또한 이 사건 화재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합선은 원고들 및 망인이 설치한 멀티탭 배선에서 일어난 것이고 피고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 내 전기시설에서 발생한 것은 아닌 점, 원고들 및 망인으로서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건물이 거주시설로 사용하기에 부족한 정도의 전기시설을 갖추고 있는 경우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이자 자신들의 사용자인 피고에게 그 시설을 갖추어 줄 것을 요구하여 피고의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었을 것이나 그러한 요구를 하였다는 어떠한 자료도 없고 따라서 피고로서는 원고들 및 망인이 위와 같이 합선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상태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등 이 사건 변론 과정에서 나타난 제반 사정과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 범위를 40%로 제한하기로 한다.

라.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계산의 편의상 월 단위로 계산함을 원칙으로 하되, 월 미만 및 원 미만은 버리고, 손해액의 사고 당시 현가 계산은 월 5/12푼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따른다. 그리고 당사자의 주장 중 별도로 설시하지 아니한 부분은 배척한다.

1)

일실수입

가)

기초사실

○

성별 : 여자

○

생년월일 : I

○

사고발생일 : 2017. 3. 11.

○

사고당시 연령 : 53세 7개월 10일

○

직업 : 회사원

나)

소득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보고서상 보통인부 도시일용노임의 범위 내에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른 금액인 월 1,741,000원

다)

가동연한

경험칙상 망인이 만 60세가 되는 2023. 7. 28.까지를 가동연한으로 본다.

라)

생계비 공제

1/3

마)

계산 : 76,943,272원

2)

기왕 치료비

갑 제9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망인이 사용한 치료비는 118,480원이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치료비는 36,958원이므로 합계 155,438원이 치료비로 사용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제3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그 손해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먼저 산정된 손해액에서 과실상계를 한 다음 거기에서 보험급여를 공제하여야 하고, 그 공제되는 보험급여에 대하여는 다시 과실상계를 할 수 없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다50149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에 대한 피고의 책임 비율은 40%이므로, 총 치료비 155,438원에서 망인의 분담 부분 60%를 공제한 금액인 62,175원이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치료비 관련 손해이고, 여기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보험금여 36,958원을 공제한 25,217원만이 망인의 손해액이라고 볼 것이다(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3)

물건 소훼로 인한 손해

원고는 이 사건 화재로 인해 숙소 내 살림살이가 소훼되어 11,000,000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나, 갑 제8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소훼된 살림살이가 그와 같은 금전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손해액의 범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망인의 재산상 손해액

위 76,493,272원 × 위 40% + 위 25,217원 = 30,622,525원

5)

망인의 위자료

이 사건 화재의 경위, 사고 이후의 정황, 망인의 나이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40,000,000원의 위자료를 인정한다.

6)

상속

가)

상속 대상 금액 : 70,622,525원(= 위 30,622,525원 + 위 40,000,000원)

나)

상속 지분 : 원고 A 3/7, 원고 B, C 각 2/7

다)

상속 금액 : 원고 A 30,266,797원, 원고 B, C 각 20,177,864원

7)

장례비

5,000,000원(원고들은 원고 A이 장례비로 11,000,000원, 봉안비로 2,500,000원이 각 지출하였으므로 위 금액이 손해액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갑 제14호증의 기재만으로는 망인의 장례와 관련하여 지출한 모든 비용이 이 사건 화재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다거나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범위 내의 비용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5,000,000원을 초과한 부분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 A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8)

원고들의 위자료

이 사건 화재의 경위, 사고 이후의 정황, 망인의 나이, 원고들과 망인의 관계 등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 A에게 8,000,000원, 자녀인 원고 B, C에게 각 2,000,000만원씩을 인정한다.

마.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원고 A에게 43,266,797원(= 망인의 손해배상금 상속금 30,266,797원 + 장례비 5,000,000원 + 위자료 8,000,000원), 원고 B, C에게 각 22,177,864원(= 망인의 손해배상금 상속금 20,177,864원 + 위자료 2,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화재 발생일 다음날인 2017. 3. 12.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와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타당한 이 사건 판결선고일인 2017. 12. 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들의 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4.

결론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를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주위적 청구를 일부 인용하므로 예비적 청구에 따로 나아가 살펴보지 아니한다).

판사 박양준(재판장) 손인희 이디모데

각주1) 제100조(설비와 안전 위생)

①

사용자는 부속 기숙사에 대하여 근로자의 건강, 풍기(풍기)와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강구하여야 할 조치의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