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벌금 2,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의정부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8고정1568
판결선고
2020. 4. 23.
의정부지방법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남양주시 B 2층에 있는 ㈜C 대표이사로서 상시 근로자 35명을 사용하여 식자재도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2. 2. 6.부터 2018. 3. 19.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퇴사한 근로자 D의 퇴직금 15,738,000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증거의 요지
제1, 2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일부 진술기재
제4회 공판조서 중 증인 D의 진술기재
각 퇴직금 계산내역
근로계약서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벌금형 선택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 D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퇴직금을 얼마나 지급해야 하는지 불분명하여 이를 지급하지 않았던 것이므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범의가 없었고, D의 퇴직 직후 비위사실을 알게 되어 형사고소 및 손해배상청구를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목돈인 퇴직금을 지급하기는 어려웠는바 적법행위에의 기대가능성도 없었다.
관련 법리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경제적·사회적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바,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도 임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역시 마찬가지이다(대법원 1990. 5. 8. 선고 88다카26413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서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 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각 법리에 비추어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D에 대한 퇴직금 15,738,000원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범행을 두고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었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D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 등 어떠한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D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나아가 피고인의 고소에 따라 D의 업무상배임 혐의에 대해 수사가 진행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D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해 위와 같은 상계에 대한 동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피고인으로서는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에 따라 우선 D 의 퇴직금 전액을 지급한 뒤, 수사 및 재판을 거쳐 D의 범죄사실이 인정된다면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별도로 청구하였어야 한다. D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집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이 사건 퇴직금 채권이 아닌 다른 D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신청을 하는 등의 보전 방법을 강구함이 타당하다.
D은 2018. 3. 19. 피고인 운영의 회사에서 퇴직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2018. 9. 7. 조사를 받을 당시 "D의 범죄사실에 관한 정황을 정리하고 증거를 채집하여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제19쪽), 위 퇴직일로부터 약 6개월이 경과하도록 D에 대한 고소장조차 제출하지 못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D에 대한 공소는 위 퇴직일로부터 약 19개월이 경과한 2019. 10. 30.에 이르러 비로소 제기되었다.
이처럼 D에 대한 피고인의 고소 및 검찰의 공소제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던 점에 비추어 보면 그 범죄혐의 여부가 곧바로 판명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범행의 성립일인 D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D의 범죄사실은 더더욱 막연한 가능성 정도에 불과하였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정도의 의심만으로 1,500만 원이 넘는 퇴직금 전액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피고인은 당초 D으로 인한 피해금액이 '억 단위'에 이르기 때문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다(증거기록 제29쪽). 그런데 D에 대한 공소사실을 살펴보면, D이 E과 공모하여 2017. 6. 13.부터 2018. 7.경까지 피고인의 거래처로 하여금 피고인의 경쟁회사로부터 식자재를 납품받도록 하여 피고인에게 14,815,000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취지인바, 이는 피고인 주장의 '억 단위' 피해금액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결론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의 업무상배임 사실에 대해 의심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고, 위 업무상배임 사실에 대해 실제 기소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는바,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이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 피고인이 지급하지 아니한 퇴직금이 1,500만 원이 넘는 상당한 금액인 점, 피고인은 이종 범죄로 인하여 징역형의 집행유예 2회, 벌금형 3회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의 불리한 정상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한 약식명령의 형이 과중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직업,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경위 및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설동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