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24. 5. 17. 선고 2023노44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A 주식회사, 피고인 C를 각 벌금 7,000,000원, 피고인 B를 벌금 3,000,000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 B, 피고인 C가 위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 A, 피고인 B, 피고인 C에 대하여 위 각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 범위

원심 공동피고인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 E, 주식회사 F(이하 ‘F’이라 한다), G는 원심판결에 항소하지 않았고, 검사도 이에 대하여 항소하지 아니함에 따라 위 원심 공동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은 확정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중 위 원심 공동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은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 주식회사, B

피고인 A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A’라 한다)의 사업은 데이터센터 운영 사업으로 이 사건 사고 당시 적용되던 구 산업안전보건법(2018. 4. 17. 법률 제155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 상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 A는 D에 UPS 유지·보수 작업을 발주하였을 뿐 이 사건 공사를 총괄, 관리한 사실이 없으므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의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으며, 개정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개정되어 2020. 1. 16. 시행된 것, 이하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에서 정하는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한다. 피고인 B는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있지 않았고, 그 위험성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할 것을 예견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피고인 C

피고인에게는 업무상과실치상죄에 해당하는 업무가 존재하지 않았고, 피고인은 안전배려나 안전관리 사무에 계속적으로 종사하거나 그러한 계속적 사무를 담당하는 지위에 있지 않았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3.

직권판단

검사는 당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아래 [피고인들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의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기재와 같이 두 군데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 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은 그대로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하에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4.

피고인들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는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피고인 A는 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도급사업주에 해당하고, 피고인 B, C는 피고인 A의 I데이터센터 설비관리업무를 총괄하거나 담당하였으므로, 피고인들은 같은 장소에서 작업하는 수급인의 근로자들에 대하여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취하지 않거나 취하지 않은 과실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게 되었으며, 피고인 A는 피고인 B의 사용자에 해당함을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업무’란 사람의 사회생활면에서 하나의 지위로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를 말하고, 여기에는 수행하는 직무 자체가 위험성을 갖기 때문에 안전배려를 의무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사람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을 의무내용으로 하는 업무도 포함되고, 이런 의무에는 법령상 의무뿐만 아니라 조리상 의무도 포함된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도3493 판결 등 참조). 도급계약의 경우 원칙적으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으나,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0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다가 도급인에 대한 안전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내용 등을 종합하면, 도급인에게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인정되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서의 업무상 주의의무 역시 동일하게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나)

한편 사업주에 대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 제23조 제2항, 제3항 및 제68조 제3호, 제29조 제3항 각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안전보건규칙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되,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각 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1906 판결,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9도12515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A는 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도급사업주에 해당함은 물론,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한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1> 피고인 A와 피고인 A의 I데이터센터 설비관리업무를 총괄하거나 담당한 피고인 B, 피고인 C에게는 위와 같은 안전조치의무가 있거나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미필적인 고의로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해태한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①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의 의미를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말한다(제2조 제6호).”고 정의하여 도급 또는 도급인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였다. 그리고 위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하는 자는 도급인의 사업장(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를 포함한다)에서 작업을 하는 자신의 근로자뿐만 아니라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서도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한다(제63조). 한편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범위에서 건설공사발주자는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제2조 제7호 단서), 여기서 말하는 건설공사발주자는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한다. 다만,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시 도급하는 자는 제외한다(제2조 제10호).”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건설공사가 도급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그 도급인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인지, 아니면 이러한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건설공사발주자인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②

구 산업안전보건법은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각 호(1.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2.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 각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전부를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에 해당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에 대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의무를 부과하였다(제29조). 이에 따라, 도급사업주가 건설공사를 도급하였는데 해당 건설공사가 도급사업주의 사업의 일부이거나, 도급사업주의 사업을 구성하는 전문분야의 공사에 해당하는 경우에 그 도급사업주는 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였고,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은 사업의 일부를 도급한 발주자 또는 사업의 전부를 도급받아 그중 일부를 하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수급인 등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할 능력이나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게 그가 관리하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규정한 조항’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8621 판결 등 참조).

그 후 소위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사회적 요구가 대두됨에 따라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도급인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면서도 도급인의 범위가 무한정 확대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하여 “도급인”에서 “건설공사발주자”를 제외하였고, 도급인의 책임에서 제외되는 “건설공사발주자”를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로 한정하면서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시 도급하는 자’도 제외시켰다. 또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가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지배‧관리하는 장소를 포함한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로 도급인의 책임 범위를 확대하였다.

위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 취지 및 개정 내용은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부담하는 “도급인”의 범위를 최대한 넓히고, “도급인”에서 제외되는 “건설공사발주자”는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할 능력과 의무가 없는 발주자로 그 범위를 최대한 좁히는 것으로 이해된다.

③

살피건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구별기준인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의 의미는, 법률해석의 일반 원칙에 따라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한다’라는 문언의 객관적 의미에 충실하되,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목적 및 개정 전·후의 법률 조항의 내용과 그 해석론, 개정 취지와 개정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해석하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적어도 ⓐ 사업의 주목적을 수행함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공사이거나, 예산, 인력, 기술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상당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예산 절감 또는 위험의 회피 등을 이유로 도급하는 경우(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함으로써 사업의 전체적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할 능력이나 의무가 있는 경우, ⓒ 작업상 유해·위험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 권한이 있고 관계수급인이 임의로 유해·위험 요소를 쉽게 제거할 수 없는 경우 등의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면,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여 도급사업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는 건설공사 도급인으로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당사자 사이의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 계약 조항의 형식적 문구에 얽매이거나, 사실상 의미에서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였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실질에 따라 계약의 진정한 목적 및 당사자의 의사, 계약의 전체적인 내용 및 실제 수행방법, 실행형태 등을 면밀히 고찰하여 도급하는 사업주가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지를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하에서는 이 사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④

피고인 A는 전자 전기 통신 관련 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K 그룹 산하 34개 계열사들의 전산 시스템과 M 등 BG 계열사의 금융시스템을 관리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다. 피고인 A가 관리하는 컴퓨터 정보시스템 등의 전력사용 처에 정전 등으로 전기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는 경우, 관련 회사들이 운영하는 전산 서버가 다운되고, M 등의 금융 결제 시스템이 마비되어 입출금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위 전력사용처에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하는 것은 피고인 A의 사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피고인 A는 정전 등에 대비하여 P 직원들로 하여금 1년 365일, 24시간 데이터 센터를 순찰,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⑤

피고인 A의 전력사용처에 정전 등으로 전기가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배터리에 저장된 예비 전력이 UPS를 통해 전력사용처에 공급된다. 이 사건 공사는 UPS 기기 1대의 배터리가 소손되자, 소손된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대신 UPS와 소손된 배터리 사이에 연결된 케이블을 분리한 다음, 이를 정상 작동하는 인접 배터리에 다시 연결하는 내용의 공사이다. 이 사건 공사는 정전 등에 대비하여 전력사용처에 안정적으로 전기가 공급될 수 있도록 사전에 조치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피고인 A가 시행하는 사업의 주목적을 수행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사업시설의 유지, 개·보수 공사에 해당한다.

⑥

피고인 A는 2011년경부터 UPS 판매 및 설치, 유지·보수 전문업체인 D과 UPS 및 배터리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하여 D으로 하여금 UPS와 배터리를 일괄하여 관리하도록 하였는데, 2016년경 비용 절감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D만이 수행할 수 있는 UPS 절체 작업, 로드뱅크 테스트 등 UPS의 유지·보수 업무는 D이 수행하도록 하되, 배터리의 유지·보수 업무는 D의 업무 범위에서 제외하였다. 피고인 A는 D이 종전에 수행하였던 배터리의 유지·보수 업무를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피고인 A에 상주하는 P에 위탁하여 사실상 자체적으로 배터리의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였고, 이로써 배터리 교체 공사는 D의 업무에서 제외되었다.

한편, 이 사건 공사에는 D만이 수행할 수 있는 로드뱅크 테스트(케이블 이설 후 UPS 정상 작동 여부 점검)도 포함되어 있었으나, 이 사건 사고는 그 공정에 이르기도 전인 케이블 이설 작업 과정에서 잔류 전력으로 인하여 발생하였고, 이 사건 사고 이후 피고인 A가 D 측에 공사 완료를 요청한 데 대해 D 측이 난색을 표하자 다른 전기공사 업체인 BB이 케이블 이설 공사를 완료한 것으로 보아(다만, 그럼에도 로드뱅크 테스트는 D이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위 케이블 이설 공사는 D만이 수행할 수 있는 공사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피고인 A는 2016년경 D의 업무 범위를 축소하고도 제외된 업무를 자체적으로 수행할 조직과 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탓에 이 사건 공사를 도급하게 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⑦

피고인 A로부터 ‘UPS 및 배터리 안전점검’과 ‘UPS 유지·보수업체 관리, 감독’ 업무를 위탁받은 P은 피고인 A의 배터리실과 전기실 시설 전반을 상시적으로 관리하였고, 전기기사 자격을 보유한 전기안전관리자를 소속시켰다. 이 사건 공사는 전기안전관리책임자인 P 소속 직원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 진행되었는데, 피고인 A는 P 소속 전기안전관리자인 직원을 출근하도록 하여 이 사건 공사의 감독을 요청하였다. P은 이 사건 사고 당일 D 및 F 근로자들로부터 안전수칙 준수서약을 받았고, 배터리실 및 전기실의 작업자 출입을 위한 출입문 개폐와 UPS 전원차단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D과 F 소속 근로자들은 피고인 A의 배터리실과 전기실을 방문하여 이 사건 공사의 범주 내에서 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보일 뿐이므로(당시 작업에 참가하였던 G는 수사기관에 ‘피고인 C가 회의실에서 D과 F 직원들에게 “전기실은 특수한 장소이므로 본인들의 허락 없이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작업 내용은 전기실에서 얘기하겠다”고 했고, D의 E 부장이 피고인 C의 이야기를 다시 상기시키고 전기실로 같이 내려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원심 법정에서도 그와 유사한 취지로 증언하였으며, P 소속 Z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진술 또한 마찬가지이다), 해당 시설 등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 권한은 피고인 A에 있었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⑧

피고인 C는 전기기사, 전기공사기사, 공조냉동기계기사 및 소방설비기사(전기분야) 자격증 소지자로서 이 사건 공사 진행에 앞서 작업일정표 작성에 직접 관여하였고, 이 사건 사고 당일 피고인 A 회의실에서 D 및 F 근로자들을 상대로 이 사건 공사의 내용, 작업 일정 등에 관하여 설명하였으며, 안전에 유의하여 작업할 것을 당부하였다. 피고인 C는 이 사건 공사 당시 현장에 머무르면서 공사가 작업일정표에 따라 순서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등 전반적인 공사 상황을 관리, 감독하였고, 작업 도중 비상 상황에 관하여 본사와 소통하며(다만, 본사와의 소통 과정에서 피고인 B와 사이에 안전조치 등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눈 정황은 별달리 확인되지 않는다), 문제 발생 시 현장에서 이에 대응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한편, 위와 같은 보유 자격을 바탕으로 피고인 C는 이 사건 공사 당시 분리된 케이블에 잔류 전력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면, 피고인 C는 관련 법령에 의하여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사업자 소속 직원으로 위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⑨

피고인 B로서는 피고인 C로부터 이 사건 공사 당일 안전조치에 관한 별다른 보고가 없어 그와 같은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예정된 일정대로 이 사건 공사가 진행된다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서도 이와 관련하여 일정한 사항을 지시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 등 이를 그대로 방치하였는바, 이 사건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범행에 대한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다시 변론을 거쳐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들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