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0. 8. 14. 선고 2019노3852 판결

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피해 근로자 E 사망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관하여

가)

피해 근로자가 2018. 1. 13. 08:00경 김포시 D에 있는 피고인 주식회사 C(이하 '피고인 회사'라고 한다)의 건설폐기물 처리 공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 10번 컨베이어 계단(이하 '이 사건 계단'이라고 한다)을 올라가던 중 계단 좌측의 난간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부분에서 추락하여 사망에 이른 이 사건 사고에서, 피고인 A은 형식적인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 불과하고 공장장인 피고인 B이 이 사건 사업장의 안전 및 보건을 실질적으로 총괄 관리해온 자이므로 피고인 A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이 사건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행위자'로 볼 수 없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A은 이 사건 계단의 좌측 난간이 절단된 사실 및 난간 설치의무에 대해 알지 못하였으므로 피해 근로자 사망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에 관한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계단은 위험성이 크지 않은 시설이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0조에 따르더라도 높이 1m 미만의 계단에까지 난간을 설치할 의무는 없는데, 피해 근로자가 이 사건 계단의 1m 미만 지점에서 추락한 이 사건 사고에서 피고인들은 계단 높이 1m 이상 지점에 대한 난간 설치 의무는 이행하였고, 한편 피고인 A은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공장장인 피고인 B을 안전관리감독자로 지정하여 충실히 감독하였고, 피고인 B은 이 사건 사업장의 총괄관리자로서 사고발생 방지를 위해 평소 주기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안전모를 지급하였으며 안전모 착용을 강조해 온바, 위 피고인들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다)

피해 근로자의 추락 원인과 추락 지점이 명확하지 않아 피고인 A, B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주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 근로자의 사망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위 피고인들로서는 피해 근로자가 안전모를 착용하고 계단을 오르던 중 1m 정도의 낮은 높이에서 추락하여 사망하는 것을 예견할 수 없었다.

라)

피고인 회사는 대표이사인 피고인 A의 각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감독을 하였으므로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5588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산업안전보건법 '이라고 한다) 제71조 단서에 따라 피고인 회사를 처벌할 수 없다.

2)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감독 결과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에 관하여

가)

피고인 A을 산업안전보건법상 행위자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안전조치 미흡의 점에 대한 피고인 A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사업장에서 해당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 작업이 진행되었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나)

이와 같이 피고인 A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는 이상 피고인 회사를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의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

3)

소결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원심의 이유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및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피고인 A :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피고인 B :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 피고인 회사 : 벌금 1,0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하여 인정되는 원심 설시와 같은 사정들 및 다음과 같은 이유에 의하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는바, 거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피고인 A이 산업안전보건법상 행위자인지 여부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1항의 적용 대상은 사업주이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6조의2, 제67조, 제67조의2 또는 제68조부터 제70조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각 본조의 벌칙규정을 적용하도록 양벌규정을 두고 있고, 이 규정의 취지는 각 본조의 위반행위를 사업주인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그 행위자나 사업주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양벌규정에 의하여 사업주가 아닌 행위자도 사업주에 대한 각 본조의 벌칙규정의 적용 대상이 된다(대법원 1995. 5. 26. 선고 95도230 판결,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도37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위반행위에 대하여는 사업주뿐만 아니라 그 행위자도 처벌된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3호의 '사업주'란 어떤 사업에서의 경영주체로서 경영상의 손익계산이 귀속하는 자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공사를 도급받은 수급인인 회사 소속 직원들이 공사현장에서 작업에 종사하였다면 그 회사는 법 소정의 사업주라고 볼 수 있지만, 그 회사의 대표이사를 법 소정의 사업주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대법원 1994. 5. 24. 선고 94도660 판결 참조),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A은 산업안전보건법 소정의 사업주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피고인 A이 산업안전보건법상 행위자인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고인 A은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이 사건 사업장의 운영, 회계 및 관리 등 총괄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회사에서 2009년경부터 근무하다가 이 사건 사고 발생 1년 전 무렵인 2017. 1. 2. 대표이사로 취임한 점, ② 피고인 회사는 이 사건 사업장 외에 별도의 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고, 피고인 A의 사무실은 이 사건 사업장 내에 위치하고 있는 점, ③ 피고인 A은 이 사건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지정되어 관리책임자 신규교육을 이수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사업장 내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행할 책임이 있는 점, ④ 피고인 A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무실에 상주하면서 일주일에 1 ~ 2회 정도 이 사건 사업장을 포함하여 생산 공장을 둘러 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작업 중 추락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 및 이 사건 공소사실 제2항의 각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산업안전보건법상 행위자라고 볼 수 있다.

2)

피고인 A에게 이 사건 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사업주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3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규칙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지, 단지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을2007. 3. 29. 선고 2006도8874 판결, 대법원 2008. 8. 11. 선고 2007도7987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죄는 성립한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1906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A은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이 사건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지정된 자로서 이 사건 사업장 내 사무실에 상주하며 주 1 ~ 2회 사업장을 돌아보기도 했었고, 2009년부터 피고인 회사에서 근무해 왔으므로 이 사건 사업장의 상황 및 작업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사업장에서는 인부들이 계단을 통해 컨베이어 통로와 연결된 철 계단을 오르는 작업이 빈번하게 포함되어 있으므로, 설사 피고인 A이 이 사건 계단에 가보지 않았더라도 피고인 회사 직원들이 위와 같이 수행하는 작업에 추락의 위험성이 수반된다는 것을 충분히 알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공소사실 제1항 기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행과 관련하여, 안전난간의 설치는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조치이므로 추락 위험이 크고 적음과 관계없이 설치되어야 하고, 피고인 회사는 외부안전진단 업체인 산업안전연구원 주식회사(이하 '산업안전연구원'이라 한다)로부터 안전난간이 미설치된 계단에 추락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 받았으므로(증거기록 제1권 제154, 178쪽), 피고인 A은 이를 통해 좌측 안전난간이 높이 1.3m 이상 부분에만 설치된 이 사건 계단의 추락위험에 대해 돌아볼 기회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달리 피고인 A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재해발생 예방조치를 취하였다거나 피고인 B의 안전관리업무를 관리, 감독하였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점, ④ 이 사건 공소사실 제2항 기재 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행과 관련하여, 피고인 회사는 산업안전연구원으로부터 골재 분쇄장소에 불시에 자재 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할 것(증거기록 제1권 제151쪽), 작업장 내 조작자 이동통로 확보 후 작업할 것(증거기록 제1권 제147쪽), 굴삭기, 로더 작업장소와 안전보행로 구분할 것(증거기록 제1권 제152쪽), 일부 계단에 난간이 미설치되어 있어 근로자 이동시 추락사고 위험이 있음(증거기록 제1권 제154쪽), 고소 작업장소에는 안전난간대 설치하여 이동시부주의로 인한 추락사고 예방할 것(증거기록 제1권 제151, 163쪽), 컨베이어 연결계단 이동시 추락사고 위험있음(증거기록 제1권 제178쪽), 고속회전 파쇄기 동력전달부의 벨트가 노출되어 있어 협착, 말림위험이 있으니 보호카바 부착하여 사고예방할 것(증거기록 제1권 제150쪽), 벨트카바 노출된 부분은 반드시 보호카바 부착하여 신체 말림으로 인한 사고 없도록 관리할 것(증거기록 제1권 제162, 173쪽) 등의 사항을 지적 받았고, 피고인 A은 이를 통해 이 사건 공소사실 2항 기재 각 안전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A이 이 사건 사업장에 이 사건 공소사실 제1, 2항 기재 각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안전보건 관리책임자로서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요소들을 살펴 조치하지 않았고, 피고인 B의 안전조치 이행 여부에 대해서도 별다른 관리, 감독을 하지 아니한 채 이를 그대로 방치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 A은 이 사건 공소사실 제1, 2항 기재 각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행위자로서 그 죄책을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해 근로자 사망과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주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 근로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및 예견가능성 인정 여부

가)

먼저 주의의무 위반에 관하여 보건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0조에 따라 사업주는 높이 1m 이상인 계단의 개방된 측면에 안전난간을 설치하여야 하는데, 위 조문에서 높이 1m 이상 계단 중 1m 미만 부분에 대해서 별도로 안전난간 설치의무를 제외하지 않은 이상, 사업주는 높이 1m 이상 계단의 개방된 측면에는 1m 이하 부분을 포함한 전체에 대하여 안전난간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계단의 좌측 안전 난간은 당초에는 전체부분에 설치되었다가 2017. 1.경 높이 1.3m 미만 부분이 절단되어(증거기록 제3권, 332쪽) 이 사건 사고 발생시까지 보수되지 않고 있었던 점, ② 공장장인 피고인 B은 2017. 1.경 위와 같은 절단사실을 알고도 각종 폐기물 청소 등의 편리성 때문에 난간을 재설치 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요구되는 안전난간 설치의무 및 피고인 B의 안전관리업무를 확인 및 관리, 감독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피고인 B 역시 이 사건 계단의 좌측 난간이 일부 미설치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함으로써 근로자 추락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나)

다음으로 인과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에 앞서 피해 근로자의 추락 지점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고인 회사의 I 부장은 수사기관에서, 피해 근로자에게 컨베이어 쓰레기 분리대를 확인하도록 지시하여 피해 근로자가 이 사건 계단의 4번째 계단(높이 약 90cm)에서 5번째 계단으로 올라갈 때 옆으로 추락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인 회사의 장비과장으로 근무하는 H이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사건 계단의 바닥에 흙 내지 먼지가 도드라지면서 바닥하고 구별이 안 갈 정도였고, 작업자가 몇 걸음을 옮겼는지를 기준으로 계산하여 피해 근로자가 4번째 걸음에서 5번째 걸음으로 옮겨갈 때 쓰러졌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 근로자는 바닥에 붙은 첫 번째 계단은 건너뛰고 2번째 계단부터 밟고 올라가기 시작하여 실제로는 이 사건 계단의 5번째 계단(높이 약 110cm로 추정됨)에서 6번째 계단(높이 약 130cm)으로 올라갈 때 떨어진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자의 추락 높이는 위 두 계단의 사이인 약 120cm 지점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그렇다면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계단 중 높이 1m 이상 부분에 대해서만 안전난간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 근로자의 추락지점인 계단 높이 1.2m 부분 좌측에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이 사건에서 피고인 A은 여전히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① 피해 근로자는 옆으로 고꾸라 지듯이 넘어졌으므로 안전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다면 피해 근로자가 추락하지 않았거나 그 충격이 상당부분 완화되어 사망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진눈깨비가 내렸으므로(공판기록 제67쪽) 이 사건 계단이 상당히 미끄러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해 근로자 부검 결과 피해 근로자의 사망원인은 두부손상이고 갑작스러운 의식소실을 유발할만한 내적 질환은 확인되지 않은 점, ④ 과실범에 있어서 행위자의 과실과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나 행위자의 과실이 결과 발생의 유일한 원인일 필요는 없고, 행위자의 과실이 결과 발생에 대하여 멀리 떨어져 있는 단순한 조건이거나 우연히 결과를 유발한 조건인 경우를 넘어서 행위자의 과실과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라면 과실범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 B의 각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 근로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한편 예견가능성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① 피고인 회사는 위 2의 가. 2) 나) ③, ④항에서 본 바와 같이 산업안전연구원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받으면서, 난간이 미설치된 일부 계단에 추락사고 위험이 있으니 난간을 설치하라는 지적을 받은 사실이 있는 점, ② 이러한 지적사항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작업장의 작업과정에서 근로자의 계단 추락사고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예상할 수 있는 사고인 점, ③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일 진눈깨비까지 내리고 있었던 점, ④ 피해 근로자가 추락한 지면에 파쇄된 콘크리트 덩어리가 흩어져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근로자가 1m 이상의 계단에서 안전난간이 없는 부분을 통해 추락하게 되면 사망할 수도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피고인 회사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단서 적용 여부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는 법인의 대표자, 대리인, 사용인, 종업원 등이 같은 법 제23조 제1항의 위험예방에 필요한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에게도 벌금형을 과하되, 다만 법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법인에 대하여 위 양벌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데, 여기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규정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1. 9. 선고 2015도18127 판결).

살피건대,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계단의 높이 약 1.2m 지점에서 피해 근로자가 좌측으로 추락하여 사망한 것으로서 결과가 중한 사고인 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 높이 1m 이상의 계단에는 안전난간이 설치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점, 피고인 회사는 이 사건 사업장 외에 별도의 사업장을 갖고 있지 않던 점, 피고인 회사는 산업안전연구원으로부터 안전난간이 설치되지 않은 계단에 추락위험이 있음을 지적받았음에도 2017. 1.경 좌측난간이 훼손된 이 사건 계단을 계속 방치하였던 점, 산업안전연구원으로부터 그 외 위 2의 가. 2) 나) ④항과 같은 사항을 지적 받았던 점 등 위와 같은 위반행위의 경위, 그로 인하여 야기된 피해의 정도, 위반행위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할 수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회사의 직원이 70명 이상이고 2017년 매출액이 348억 상당으로 규모가 꽤 큰 회사라고 하더라도 피고인 회사는 피고인 A을 감독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 회사는 피고인 A의 이 사건 공소사실 제1, 2항 기재 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의 양벌규정에 의한 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 회사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살피건대, 원심판결 이후 양형에 고려할 만한 별다른 사정변경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업장에서 이전에도 여러 차례 산업재해가 발생하였던 점(2014. 1. 29. 근로자 Y의 사망사고, 2016. 4. 19. 근로자 Z, 2016. 7. 14. 근로자 AA, 2017. 2. 1. 근로자 AB의 각 골절 상해사고), 이 사건 계단의 좌측 안전난간 철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었던 점, 피해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한 결과가 발생한 점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들을 고려하더라도 원심의 피고인들에 대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세창(재판장) 권혁재 심웅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