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0. 12. 17. 선고 2020노2778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0월에 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30번 내지 47번 기재 근로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29번 내지 47번 기재 근로자 19명은 피고인에게 하도급을 준 주식회사 G(이하 'G'이라 한다)이 일방적으로 공사현장에 투입하고 업무를 지시한 근로자일 뿐 피고인이 고용한 근로자가 아니다. 따라서 위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년 4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다107071, 107088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로서 근로기준법 제2조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도15915 판결, 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도8364 판결 등 참조).

나.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29번 기재 근로자(AE)에 관한 부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AP'라는 상호로 도장 설비업, 산업기계 설비업 등을 하던 피고인이 G으로부터 부산 B공장 E공사 등(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을 하도급받아 2019. 6. 19.경부터 2019. 8. 11.경까지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한 점, ② AE는 AQ를 통해 X을 소개받아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2019. 7. 24.경부터 2019. 7. 31.경까지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데(증거기록 50쪽), 이 사건 근로현장에서 근로한 J, K, M이 노동청에서 'X이 팀장이기는 하였으나 X도 피고인에게 고용되어 일당을 받는 근로자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증거기록 12, 17, 51쪽), ③ 피고인이 노동청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제출한 미지급 임금내역에 AE가 포함되어 있고(증거기록 제120쪽),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출결내역표에도 AE가 포함되어 있는 점(증거기록 제240쪽), ④ AE의 근로기간, 이 사건 공사현장의 특성 등에 비추어 볼 때 AE는 임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단순히 자신을 소개한 AQ를 피진정인으로 기재하여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AE에게 임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30번 내지 47번 기재 근로자(AA, W 등)에 관한 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부산 B 공장의 C, D, E, F 개조공사를 주식회사 G으로부터 480,000,000원에 도급받아 35여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2019. 6. 19.부터 2019. 8. 14.까지 시공한 건설업자로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9. 7. 30.부터 2019. 7. 31.까지 근로한 AA의 2019. 7. 임금 910,000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30번 내지 47번 기재와 같이 근로자 18명의 임금 합계 25,480,00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의 원심 법정진술 등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30번 내지 47번 기재 근로자 18명(이하 'AA, W 등'이라 한다)에 대한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함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①

AA, W 등은 2019. 9. 4.경 노동청에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피진정인'란의 사업체명과 대표자를 AP, 피고인이 아닌 'G', 'AR'으로 기재하여 진정서를 제출하였다(증거기록 30, 33쪽). AR은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G의 현장 프로젝트 관리자(RM)로 일하던 사람이다.

②

W는 2019. 9. 20.경 다른 근로자들의 위임을 받아 노동청에 출석하여 'G의 AR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본인이 팀을 꾸려 일을 하게 되었다. AR 밑에 있는 기사로부터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았다. 그 사람이 없을 때는 AR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피고인은 이름만 들었고 현장에서 몇 번 본적은 있다. 현장 반장인 줄만 알았다. 일을 시키는 사람이 AR이었으므로 AR에게 임금 지급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55족). 이러한 진술은 R, S, T, U, V 등 다른 근로자들이 노동청에서 '오래 알고 지내던 피고인의 요청을 받고 근로하였다.', '피고인과 근로조건을 결정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③

피고인은 2019. 8. 14.경 G으로부터 공사가 지연되고 업무대응이 미비하여 피고인과의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받고, 2019. 8. 29. G에 메일을 보냈는데, 위 메일에 'G의 작업 제지가 너무 심해 인건비가 많이 나온 상황에서 7월 철거 설치를 AP의 계획적인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었으나 G에서 AP의 방법으론 일을 제대로 끝낼 수 없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AP의 영역을 침범하여 마구잡이로 인부들을 투입하였고, 우왕좌왕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었고 가져간 공구들은 이미 상당한 부분들이 파손되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29, 152쪽). AA, W 등의 근로기간은 2일에서 11일 정도로 다른 대부분의 근로자들과 다르게 단기간인바, 피고인의 변소와 같이 AA, W 등이 피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G 측의 요청으로 단기간 근로를 제공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④

피고인이나 피고인에게 고용된 X 등이 AA, W 등의 근로조건을 결정하거나 업무상 명령이나 지휘를 하였다고 볼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⑤

AR은 노동청에 출석하여 'AA, W 등은 본인이 직접 채용한 것은 아니고 AP에서 인력을 요청하여 소개해준 것이다.'고 진술하였으나(증거기록 70쪽), AR은 객관적인 위치에 있지 않아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고, AR이 피고인의 요청으로 AA, W 등을 소개해주었다고 볼 정황이 없다.

⑥

피고인이 노동청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진정인 63명은 현장에서 본인이 일을 시켰던 근로자들이다.', '63명에게 임금 합계 292,200,000원을 미지급한 것이 맞다.'고 진술하고(증거기록 286, 288쪽),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진술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변호인 없이 조사 및 재판을 받으면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의미에 대하여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잠시라도 근로를 제공한 사실 자체는 있는 모든 근로자들에 대하여 책임을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위와 같이 진술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또한 앞서 본 AA, W 등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로를 시작하게 된 경위, AA, W 등의 근로기간, 업무지시 관계, 당시 공사 지연을 둘러싼 피고인과 G 사이 분쟁의 존재 등을 고려해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를 종료한 이후인 2019. 8. 29.경 G 측에 G이 일방적으로 인부를 투입했던 것 등을 항의하며 남은 공사대금으로 직접 근로자들의 인건비를 지급해줄 것을 요청하는 메일(증거기록 152, 153쪽)을 보낼 당시 AA, W 등의 임금까지 그 내역에 포함시켰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AA, W 등에게 임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30번 내지 47번 기재 근로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한 항소는 이유 있고, 위와 같이 무죄로 되는 부분과 나머지 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리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