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 K 주식회사(이하 'K'이라 한다)는 자동차 관련 기계, 설비 및 그 부품의 설계·제조·조립·정비·판매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피고 L 주식회사(이하 'L'라 한다)는 자동차·디자인·엔지니어링 및 개발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2019년경 피고 K을 분할하여 설립되어 피고 K의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다(이하 분할 전후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피고 L'라 한다).
원고들은 피고 K 소속 근로자이고, 원고 B, G, J은 피고 L가 피고 K으로부터 분할신설되며 피고 L로 전적되었다. 원고들의 소속 및 근무내역은 별지1 표 원고 내역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 주장의 요지
피고 K이 원고들에게 지급하여 온 직조운영비 등 여러 항목의 임금은 성질상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피고 K과 M지회는 2012. 6. 1. 통상소송 분쟁 확대 방지를 위하여 통상임금 소송건과 관련하여 합의된 결과에 대해 동일조건으로 지급할 것을 확약하는 합의를 하였고, 피고 K과 M지회는 2012. 12. 9. 직공장 직조운영비 등을 통상임금에 산입하고, 개인연금보험료, 명절선물비를 평균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하여 정산기간(2007. 4. 1.부터 2010. 12. 31.까지) 동안의 임금 등을 재정산하여 기지급된 임금과의 차액을 지급하고, 정산기간에 퇴직금 중간정산을 한 경우 평균임금을 재산정하며, 지급시 연 6%의 이율을 가산하여 지급하기로 노사간 합의가 이루어졌으며, 이에 따라 2022. 12.말경 N공장 근로자들에게 합의된 기준에 따른 임금이 지급완료되었다. 그러나 피고 K은 지급대상자를 2022. 9. 30. 기준 피고 K N공장 재직 중인 근로자로 한정하였고, 원고들과 같이 피고 L로 전적되거나 O 등 다른 공장으로 전보된 경우, 2022. 9. 30. 전에 퇴직한 경우는 이를 지급하지 않았는데, 이는 2012. 6. 1.자 합의의 적용범위를 임의로 축소한 것으로 부당하다. 따라서 피고 K 또는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2007. 4. 1.부터 현재 또는 퇴직 시까지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법정수당, 퇴직금 등의 임금을 청구한다.
본안에 관한 판단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이유 있는 경우 원고의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이 이유있다고 하더라도 종국에는 위 소멸시효의 항변에 의하여 배척될 운명이므로 원고의 청구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없이 곧바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할 수 있다(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4재다665 판결 참조). 그러므로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미지급 임금 내지 퇴직금 채권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 살피기에 앞서 먼저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하여 본다.
근로자의 임금 채권은 임금 지급기일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되고(근로기준법 제49조 참조), 퇴직금 채권은 퇴직한 다음 날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0조, 대법원 2001. 10. 30. 선고 2001다24051 판결 참조). 원고들은 2007. 4.부터 2014. 2.까지의 미지금 임금 차액을, 퇴직금을 구하는 원고 A, E는각 2018. 1. 1., 피고 C은 2014. 6. 30., 피고 F, I은 각 2020. 1. 1., 각 퇴직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위 원고들은 임금 지급기일 내지 퇴직한 다음 날로부터각 3년이 지나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설령 위 원고들에게 그 주장과 같은 미지급 임금 내지 퇴직금 채권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위 각 채권은 시효로 모두 소멸하였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있다.
이에 대해 위 원고들은 피고들이 선행 소송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소송의 결과에 따라 소송참가자와 동등하게 미지급 시간외근로수당 등을 지급할 것이라고 하여 이를믿고 피고들을 상대로 임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기다렸으므로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다37565 판결 등 참조). 다만, 법률관계에는 불명확한 부분이 필연적으로 내재하는바, 그 법률관계의 주장에 일정한 시간적 한계를 둠으로써그에 관한 당사자들의 다툼을 종식하려는 것이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이고, 소멸시효제도는 이러한 법적 안정성의 요구를 기초로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무차별적·객관적인 시간의 경과가 1차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설계한 것이므로, 소멸시효에 신의칙을 원용할 때는 극도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채권자에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사정을 들어 그 채권에 관한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변함없이 적용하여 왔던 법률상 장애·사실상 장애의 기초적 구분 기준을, 내용이 본래불명확하고 개별 사안의 고유한 요소에 열려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일반적인 법 원칙인 신의칙을 통하여 아예 무너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더더욱 주의를 요한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15865 판결 등 참조).
또한 위와 같이 채권자에게 권리의 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상 장애상태가 있었던 때에도, 일단 그러한 장애가 사라지면 그때부터 상당한 기간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여기에서 '상당한 기간'에 권리를 행사하였는지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 청구권의 발생 원인, 채권자의 권리 행사가 늦어진 사유 및 소를 제기하기까지의 경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위와 같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달성, 입증 곤란의 구제, 권리 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를 그 이념으로 삼는 소멸시효 제도의 대단히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할 것이므로, 위에서 말한 '상당한 기간'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다205341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대하여 보건대, 피고들이 원고들에 대하여 시효완성 이전에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나아가 객관적으로 위 원고들에게 권리행사 장애사유가 있었다거나, 시효완성 후 피고들이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려우므로, 위 원고들에 대한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재항변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김지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