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5. 5. 28. 선고 2024나58961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4,236,4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9. 7. 15.부터 2025. 5. 28.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건강보험사업,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장기요양사업 등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이고, 원고는 1989. 5. 1.경 피고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19. 6. 30. 퇴직한 사람이다.

나.

피고는 2001. 5. 8. 피고 소속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인 B노동조합과 “노조는 현재 누진율에 의하여 지급되는 퇴직금 제도를 폐지하고 2001. 1. 1.부터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제도로 변경한다.”라는 내용의 퇴직금 제도개선 합의를 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기존에 시행되던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보수규정을 개정하면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2000. 12. 31.을 기준으로 하여 기존 퇴직금 누진제에 따라 산출된 퇴직금을 퇴직금 중간정산의 방식으로 지급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01. 7. 7.경 퇴직금 중간정산금 명목으로 원고에게 39,511,320원을 지급하였다(이하 ‘1차 퇴직금 중간정산’이라 한다).

다.

이후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이 3차례에 걸쳐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를 하였고, 마지막으로 퇴직하면서 최종 퇴직금을 수령하였는데, 그 지급내역은 아래와 같다.

라.

원고가 퇴직할 당시의 피고 보수규정[2019. 2. 1. 제113-42호로 일부 개정된 보수규정] 제16조 제1항은 퇴직금을 근속기간 1년에 30일분의 평균임금으로 산정하도록 정하고, 제17조 제2항은 근속기간 중 1년 미만에 대한 계산 시 근속기간의 잔여기간이 6월 이상인 경우에는 1년으로 하며 6월 미만인 경우에는 6월로 계산하도록 정하였다.

마.

원고 퇴직 당시 원고의 1일 평균임금은 177,077원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7, 13, 14, 16호증, 을 제1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

1차 퇴직금 중간정산은 피고가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실시한 강제 정산으로서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시 보수규정에 따라 1차 퇴직금 중간정산의 대상이 된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원고가 퇴직한 시점의 평균임금을 기초로 산정한 퇴직금 64,633,105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 39,511,320원만 지급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차액 25,121,785원(= 64,633,105원-39,511,320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피고

원고는 1차 퇴직금 중간정산 당시 피고의 원고에 대한 대여금채권과의 상계를 면할 목적으로 피고가 요구한 보증보험증권을 기한 내에 제출함으로써 1차 퇴직금 중간정산에 동의하였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후 3회에 걸쳐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하여 지급받는 과정이나 최종 퇴직금 수령 과정에서 1차 중간정산에 대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퇴직하였으므로 위 1차 퇴직금 중간정산을 추인하였다.

3.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1차 퇴직금 중간정산의 효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1차 퇴직금 중간정산 당시에 시행되던 구 근로기준법(2001. 8. 14. 법률 제65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3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정산하여 지급한 후의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 근로년수는 정산시점부터 새로이 기산한다.”라고 정하고 있는바,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로자가 먼저 중간정산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는 없으나, 위 합의가 개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다48891 판결,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다41045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위 기초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6, 1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1차 퇴직금 중간정산 당시에 원고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피고와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를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1차 퇴직금 중간 정산은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①

피고는 주택구입자금 등 생활안정자금 명목으로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금원을 대여하고 있었는데, 원고도 1998. 2. 26. 피고로부터 주택전세자금 명목의 돈을 차용한 사실이 있고, 그 대여원리금은 매월 지급되는 원고의 임금에서 원천 공제하는 방식으로 분할하여 상환하고 있었다.

②

피고는 2001. 5. 8. B노동조합과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제도개선합의를 할 당시 위와 같은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대여금 잔액은 근로자 본인희망에 따라 상계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으로 합의를 하였고, 2001. 5. 22. 위 대여금과의 상계를 원하지 않을 시에는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여야 하는 것으로 보충합의를 하였다(갑 제2호증, 을 제6호증).

③

피고는 2001. 6.경 1차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면서 근로자들로부터 중간정산 지급신청서를 제출받은 후 퇴직금 중간정산금을 지급할 계획을 수립하였으나, 원고를 비롯한 일부 근로자들이 퇴직금 중간정산 지급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자 2001. 7. 2.경 퇴직금 중간정산 지급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근로자들에게도 퇴직금 중간정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방침을 변경하였다.

④

피고가 2001. 7. 2.경 퇴직금 중간정산 미신청자에 대하여도 2001. 7. 7.까지 퇴직금 중간정산금을 일괄 지급할 것임을 통보하면서 위 미신청자들 중 생활안정자금 등 대여금 잔액이 있는 직원으로서 대여금 상계를 원하지 않는 직원에 대하여 2001. 7. 3.까지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할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

⑤

원고는 1차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하지 않았으나 2001. 7. 3.경 피고가 요구하는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였고, 2001. 7. 4. 피고에 대하여 ‘’피고와 노조 사이에 체결된 퇴직금 누진제 폐지 합의는 무효이고, 무효인 선행행위를 바탕으로 한 후행 퇴직금중간정산 또한 무효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으며... (중략)... 원고는 오로지 중간정산금과 대여금의 상계로 인한 불이익만을 면할 목적으로 피고가 요구한 보증보험증권을 시한 내에 제출하였습니다’는 내용의 이의서(이하 ‘이 사건 이의서’라 한다)를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하였고, 이 사건 이의서는 그 무렵 피고에 송달되었다.

⑥

원고가 피고에게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기는 하였으나, 피고가 퇴직금 중 간정산 미신청자에 대하여도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퇴직금을 중간 정산하여 지급할 것을 전제로 대여금채권과의 상계 여부에 관하여만 선택권을 준 점, 이처럼 원고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퇴직금 중간정산이 결정된 상태에서 대여금과의 상계를 면하기 위하여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한 것이고, 피고는 원고의 보증보험증권 제출 여부와 상관없이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예정이었던 점, 원고는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한 것이 중간정산에 동의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는 내용의 이 사건 이의서를 제출한 점, 1차 퇴직금 정산 당시 피고의 원고에 대한 대여금채권이 변제기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피고에 의한 일방적인 상계를 막고자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였다고 하여 이를 중간정산에 동의하였다고 보는 것은 부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한 것이 1차 퇴직금 중간정산에 동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⑦

원고가 2차 퇴직금 중간정산 당시 퇴직금 기산일이 1차 퇴직금 중간정산의 퇴직금 기산일 다음날인 2001. 1. 1.로 기재된 퇴직금지급확인서에 서명한 사실, 그 이후 근로기간에 대하여도 2차례 퇴직금 중간 정산을 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그러한 사실만으로 원고가 1차 퇴직금 중간정산 당시 퇴직금 중간정산에 동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원고가 자신의 명시적인 이의의 의사표시를 철회한 사실이 없는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사후에 1차 퇴직금 중간정산에 동의하였다거나 추인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⑧

피고는,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지 않아 대여금이 상계되는 불이익을 입었고, 그 이후로도 2차 퇴직금 중간 정산시 1차 중간 정산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며 입사일부터 재정산을 요청한 다른 근로자들에 비하여 원고는 1차 중간정산 당시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고 이후로도 이의 없이 후속 중간정산합의를 하고 퇴직을 하였다는 점에서 원고의 1차 중간정산 무효 주장은 형평에 반한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1차 퇴직금 중간정산에 동의하지 않은 이상 그 이의의 표현방식의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만으로 원고가 1차 퇴직금 중간정산에 동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2>.

나.

미지급 퇴직금의 산정

구체적인 퇴직금청구권은 계속근로가 끝나는 퇴직이라는 사실을 요건으로 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의 산정기초임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퇴직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계속근무기간의 중간에 적용될 퇴직금규정이 유효하게 변경된 이상 퇴직금을 산출함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체의 근무기간에 대하여 퇴직 당시에 유효한 퇴직금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 것이지, 퇴직금규정 변경 전후의 기간을 나누어서 변경 전 근무기간에 대하여 변경 전의 퇴직금규정을 적용할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대법원 1996. 5. 14. 선고 95다19256 판결, 1999. 12. 28. 선고 97다40605, 40612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1차 퇴직금 중간정산의 합의는 무효이고, 중간정산 합의가 없어 무효인 1차 퇴직금 중간정산의 근속기간(1989. 5. 1.~2000. 12. 31.)에 대한 퇴직금은 원고의 퇴직 당시 유효한 보수규정에 따라 근속기간 1년에 30일분의 평균임금으로 계산한 63,747,720원(=177,077원×30일×12년<3>)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 중 원고가 지급받았음을 자인하는 39,511,320원을 공제한 나머지 24,236,400원(=63,747,720원-39,511,32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9. 7. 1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5. 28.까지는 근로기준법 제37조,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7조가 정한 범위 내에서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공제주장에 대한 판단

만약 1차 퇴직금 중간정산이 무효라면, 피고가 2001. 7. 7.경 원고에게 지급한 중간정산 퇴직금은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고 원고는 악의의 수익자로서 피고에게 법정이자를 가산하여 이를 반환하여야 하는바 그 법정이자를 공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중간퇴직처리를 하면서 퇴직금을 지급하였으나 그 퇴직처리가 무효로 된 경우 이는 착오로 인하여 변제기에 있지 아니한 채무를 변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미 지급한 퇴직금에 대한 지급일 다음날부터 최종퇴직시까지의 연 5푼의 비율에 의한 법정이자 상당액은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으므로(대법원 2001. 4. 24. 선고 99다9370 판결 참조),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의 신의칙 내지 실효의 원칙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 측과 상대방 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한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다30118 판결 참조).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 내지 실효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 즉 ① 원고가 1차 퇴직금 중간정산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것은 결국 피고를 상대로 하여 퇴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통해 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가 피고 근로자로 재직하고 있는 동안에는 구체적인 퇴직금청구권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원고로서는 퇴직한 이후에야 비로소 피고를 상대로 하여 무효인 1차 퇴직금 중간정산의 근속기간 동안의 퇴직금을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점, ③ 원고는 퇴직 후 3년이 채 경과하기 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퇴직금청구권을 장기간 행사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한 금원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기로 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서희경(재판장) 윤정인 유성혜

각주1) 원고의 항소취지에 비추어 청구취지도 이와 같이 변경한 것으로 본다.

각주2) 원고에 비하여 1차 퇴직금 중간정산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이의를 표시한 근로자들에 대하여도 피고는 그 의사와 관계없이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한 이상 그 이의의 표현방식의 정도에 따라 달리 볼 수 없다.

각주3) 11년 8개월이나, 근속기간의 잔여기간이 6월 이상인 경우에는 1년으로 하는 보수규정에 따라 12년으로 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