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5. 4. 17. 선고 2024노1732 판결

주문

피고인 A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

1)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가)

피해자는 당시 자기 임무가 아님에도 트럭 위로 올라가 철제 목공판을 밟고 버팀목을 놓으려고 하였는바 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행동으로서 피해자의 이러한 과실이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나)

F은 토목공사 금액 150억 원 미만인 업체로 안전관리자 선임의무가 없고, 도급인인 주식회사 E이 관계수급인인 F에게 적정한 안전관리비용을 제공하지 않았는바, 이 사건 사고의 책임을 F의 현장소장인 피고인 A에게 물을 수 없다.

다)

굴착기는 차량계 건설기계로서 차량계 하역운반기계인 지게차와 달리 작업지휘자 지정의무가 없다. 또한 피해자 또한 차량계 하역운반기계인 화물트럭을 운전하는 자로서 근로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당시 유도자가 없었더라도 이 사건 현장에 출입하는 것이 허용된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금고 6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양형부당: 피고인들에 대하여)

원심의 피고인들에 대한 형(각 금고 6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 A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과 관련 법리까지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사의 하수급인인 F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로서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이고 피고인 A은 F의 현장소장으로서 사고 당시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를 배치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피고인 B이 지게발이 연결된 굴착기를 운전하며 단위화물의 무게가 약 700kg인 하역 업무(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 한다)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이 사건 작업의 위험 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위와 같은 피고인 A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여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 A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4호)를 뜻하는 것으로서, F은 이 사건 근로자인 B을 고용하고 B 소유인 굴착기를 임차하여 토공 사업 등을 하고 있고, 당시에도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로자 B으로 하여금 부대토목 공사의 일부로서 지게발이 연결된 굴착기(이하 '이 사건 굴착기'라고 한다)를 이용하여 철제 목공판을 하역하게 하였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업주에 해당하고,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2항<1>에 따른 안전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②

도급사업의 경우에 있어서 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 등을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2>의 규정은 수급인에 대하여 위 제38조 제2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이 아니므로, F에 이 사건 부대토목 공사를 도급한 주식회사 E이 위 제63조에 따른 안전조치 의무 등을 부담하는지 여부는 F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로서 위 제38조 제2항에 따른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따라서 주식회사 E에게 이 사건 사고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유로 피고인 A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감소 또는 부정된다는 취지의 피고인 A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③

피고인 B은 피해자가 화물차량으로 싣고 온 철제 목공판을 하역하기 위하여 차량계 하역운반기계인 지게차가 아닌 차량계 건설기계인 굴착기에 지게발을 연결하여 작업하였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규칙'이라고만 한다)에 의하면 차량계하역운반기계와 건설기계의 정의와 안전기준 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④

이와 같이 차량계 하역운반기계의 주된 용도는 화물을 싣고 내리거나 운반하는 작업으로서 작업 장소에 다른 근로자가 접근할 수 있는 경우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를 지정하여 배치하여야 한다(규칙 제38조, 제39조, 제172조, 제175조). 반면, 차량계 건설기계의 주된 용도는 땅을 파고 고르거나 토사를 적재 및 운반하는 작업으로서 작업 장소에 다른 근로자가 접근할 수 있는 경우 유도자를 배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지만, 굴착면의 높이가 2m 이상이 되는 지반의 굴착작업 등을 제외하면 작업지휘자를 지정할 의무는 부여하지 않고 있다(규칙 제38조, 제39조). 즉, 굴착기의 경우 사용되는 작업의 성격과 위험도에 따라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 지정의무 유무가 달라지는 것이다.

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등 참조).

⑥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하고자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과 이 사건 작업의 성격 및 예상되는 안전 위험의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사건 작업은 '중량물의 취급 작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바, 규칙 제39조 제1항 및 제38조 제1항 제11호에 의하여 사업주인 F은 작업지휘자를 지정하여 작업계획서에 따라 위 작업을 지휘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 사건 작업에 대한 작업계획서에도 '중량물 취급 작업 안전성 검토', '화물의 종류 및 형상'에 관하여 기재되어 있다. 더구나 굴착기를 이용하여 인양작업을 하는 경우 사람을 지정하여 인양작업을 신호하게 하여야 하는데(규칙 제221조의5 제2항 제2호), 위 작업계획서의 '작업내용'란에는 '간이흙막이, 파형강관 인양작업'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이 사건 작업을 위해 현장에 작업지휘자나 유도자를 배치하는 일은 실질적이고 필수적인 안전조치로 보인다.

⑦

피고인 A은 피고인 B이 조작한 굴착기는 규칙상 차량계 건설기계로 분류되므로 규칙 제38조, 제39조, 제196조, 제200조에 의해 작업지휘자를 지정하거나 (근로자의 출입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유도자를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차량계 건설기계의 종류를 나열한 규칙 [별표 6]에 의하면 지게발을 연결한 굴착기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제17호에 의하면 차량계 건설기계의 정의로서 '제1호부터 제16호까지와 유사한 구조 또는 기능을 갖는 건설기계로서 건설작업에 사용하는 것'이라 규정되어 있는바, 건설작업과 다른 하역운반 작업에 사용된 이 사건 굴착기를 차량계 건설기계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피고인 B이 굴착기를 이용하여 수행한 작업은 화물차량에 실려 운반된 철제 목공판을 내리는 일이었는바 이는 굴착기의 차량계 건설기계로서의 주된 용도를 변경한 것이었다. 즉, 굴착기를 지게차와 같이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로서 사용한 것인데, 이러한 용도변경은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없다는 조건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규칙 제204조). 그렇다면 굴착기에 지게발을 연결하여 하역운반 작업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차량계 건설기계와는 달리 차량계 하역 운반기계 수준의 안전기준이 요구된다고 봄이 타당하다.<3> 한편 피해자 또한 화물트럭 운전자이기는 하나, 사건 당시 화물차량을 운행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피고인 B이 지게발을 조작하여 철제 목공판을 벌리는 동안 그 틈에 버팀목을 설치하고 있었으므로 화물차 운전석이 아닌 트럭 위로 올라가 있는 피해자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피고인 A은 규칙 제38조, 제39조, 제172조에 의하여 사건 당시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를 배치하여야 하고<4> 그렇지 않은 경우 최소한 근로자의 출입을 제한하여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가 인정되므로, 피고인 A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⑧

피고인 A은 공사 현장에 작업지휘자나 유도자를 배치하지 않고 근로자의 출입을 제한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작업을 지시하였는바 피고인 A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 이 사건 사고는 굴착기를 하역운반 업무에 사용할 경우 요구되는 더 높은 안전기준을 인지하고 사전에 현장에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를 배치하여 작업지휘자에게 작업순서 및 그 순서마다의 작업방법을 정하고 작업을 지휘하게 하였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 A은 현장소장으로서 작업계획서 대로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를 배치하지 않고 단위화물이 100kg 이상임에도 피고인 B이 작업하도록 허락하였는바, 이러한 피고인 A의 업무상 과실이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⑨

피고인은, 버팀목을 설치하는 일은 원래 L의 업무이고 L이 작업할 때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당시 피해자가 자기 임무가 아님에도 버팀목 설치작업을 시도한 행위가 이 사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므로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인의 전적인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과실도 경합하여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피고인 A의 위와 같은 과실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⑩

또한 피고인 A은 건설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피해자의 돌발행동을 예견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 A의 과실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무거운 화물을 하역하는 위험한 작업에서 이와 같은 돌발행동에 예방하기 위해서 작업지휘자나 유도자를 배치하는 것이고 실제 이 사건 작업서 등에 의하면 작업지휘자 및 유도자 이름과 접촉방지 대책이 기재되어 있음에도 피고인 A이 작업지휘자나 유도자를 배치하는 등의 최소한의 안전조치의무도 이행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하역작업을 지시한 이상 피고인 A에 대하여 신뢰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

3.

피고인 A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항소심은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의 양형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들에게 유리․불리한 여러 정상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원심판결 후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도 발견할 수 없다.

피고인 A은 당심에 이르러서도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그 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전과 관계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A이나 검사가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들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 A에 대한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A과 검사의 항소는 각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우영(재판장) 장민석 이정민

각주1)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안전 조치)

②

사업주는 굴착, 채석, 하역, 벌목, 운송, 조작, 운반, 해체, 중량물 취급, 그 밖의 작업을 할 때 불량한 작업방법 등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각주2)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각주3)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

각주4) 차량계 건설기계의 한 종류인 항타기나 항발기 또한 일반적인 건설작업과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경우 건설기계의 경우와 달리 작업지휘자를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규칙 제39조 제2항), 굴착기를 일반적인 건설작업과 구별되는 인양작업에 사용하는 경우에도 건설기계의 경우와 달리 인양작업에 신호를 줄 사람을 지정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규칙 제221조의 5 제2항 제2호).

각주5) 이 사건 굴착기를 차량계 건설기계로 분류한다고 하더라도, 그 용도를 변경하여 통상적인 건설작업이 아닌 하역작업에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없도록(규칙 제204조) 일반적인 차량계 건설기계 사용에서 요구되는 안전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는 굴착기를 이용하여 굴착면의 높이가 2m 이상 되는 지반의 굴착작업을 하는 경우 작업지휘자 지정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규칙 제38조 제1항 제6호, 제39조 제1항)에 비추어 더욱 그러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