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판결

전주지방법원 2020. 6. 18. 선고 2019구합3176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1. 8. 11. 설립된 회사로서 현재 약 200명이 넘는 근로자를 상시 고용하고 있다.

나.

원고의 사업장 소속 근로자들은 2019. 8. 1. B노동조합 D지부 E지회(이하 'E지회'라 한다)를 설립하였다. B노조는 2019. 8. 19. 원고에게 E지회의 설립을 알리며,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에 의하면, 사용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단체교섭 요구를 받은 때에는 그 요구를 받은 날부터 7일 간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명칭 등을 사업장의 게시판 등에 공고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에도, 원고는 B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이 경과할 때까지 그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 그 사이 원고의 사업장 소속 다른 근로자들은 2019. 8. 22. 주식회사 F 노동조합(이하 'F 노조'라 한다)을 설립하였는데, 그 상급단체는 G단체이다.

라.

B노조는 2019. 8. 30. 피고에게 '원고가 B노조의 2019. 8. 19.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시정명령을 내려줄 것을 신청하였고, 피고는 2019. 9. 9. 그 신청을 받아들여 원고에게 B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전체 사업장에 공고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마.

원고는 그 시정명령에 따라 2019. 9. 30. B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였다. 그러자 F 노조는 2019. 10. 3. 원고에게 단체교섭 참여를 신청하였고, 원고는 2019. 10. 8. B노조와 F 노조를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하는 내용의 공고를 하였다.

바.

원고는 위 확정 공고에서 B노조의 조합원 수를 115명, F 노조의 조합원 수를 113명으로 공고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위 확정 공고 당시 B노조의 조합원 수를 착오로 잘못 기재하였다는 이유로, 2019. 10. 14. F 노조의 조합원 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B 노조의 조합원 수를 104명으로 수정하여 재차 교섭요구 노동조합에 관한 확정 공고를 하였다.

사.

이후 원고는 2019. 11. 8. F 노조가 원고 사업장의 과반수 노동조합으로서 교섭 대표노동조합임을 확정하고,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7 제2항에 기하여 이에 관한 공고(이하 '이 사건 공고'라 한다)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 B노조는 2019. 11. 11. 피고에게 이 사건 공고를 취소하고 B노조를 원고 사업장의 과반수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결정하여 달라는 내용으로 이의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2019. 11. 21. B노조의 이의신청을 인정하여 B노동조합을 원고 사업장의 과반수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결정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 3, 4, 6, 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1)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2 내지 제14조의10 규정은 2010년도에 노동조합법을 개정할 때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도입하면서 이를 구체화할 목적으로 입법되었는데, 이는 노동조합법 제29조의2의 하위 규정에 해당한다. 그리고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에서 정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제도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시작절차로서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2에 따른 교섭요구를 전제로 하는데,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2 제1항은 단체협약이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이다. 또한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에 따라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은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당시 2개 이상의 복수노조가 존재함을 전제로 하고,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에 따라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은 교섭요구 당시 단체협약이 체결된 단수노조가 설립되어 있으나 단체협약 만료일 전 3개월부터 만료 시까지 사이에 새로운 노조가 설립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를 상정하여 복수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고 복수노조도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교섭요구 공고 절차가 적용되지 않는데, 원고의 경우에도 B노조가 2019. 8. 19. 원고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한 때에는 단체협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았고 복수노조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고에게 위와 같은 교섭요구 공고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원고는 그 당시 B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관하여 적용할 법령이 없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노동조합법령을 참고하여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결정 절차를 진행한 것뿐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피고는 원고의 사업장에도 위와 같은 법령이 적용되고 원고에게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에 따라 교섭요구 공고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B노조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는데, 이는 법령의 근거 없이 내려진 것이어서 위법하다.

2)

피고가 노동조합법 제14조의7 제5항에 따른 과반수 노동조합을 결정하는 조합원 수의 산정 기준일을 '법령에 따라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를 했어야 하는 날'로 보아야 한다는 전제하에, B노조가 원고에게 교섭을 요구한 날로부터 7일이 지난 2019. 8. 27.을 과반수 노동조합을 확정하는 조합원 수 산정 기준일로 보고 그 날짜를 기준으로 B노조를 원고 사업장의 과반수 노동조합으로 결정하였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하다.

①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원고 사업장의 경우에도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2, 제14조의3의 규정이 적용됨을 기초로 한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사업장에 관하여는 그 법령이 적용될 수 없으므로 피고의 처분은 잘못되었다.

②

B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노동조합법령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규정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그 규정은 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모두 갖춘 적법한 단체교섭 요구가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B노조의 2019. 8. 19.자 단체교섭 요구는 B노조 전부지부장 H이 정당한 위임이 없고 직인이나 날인도 없는 공문을 통하여 한 것으로서 적법한 권한에 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H은 단체교섭 요구 당시 B노조의 조합원 수를 산정하면서 조합원 자격이 없는 주식회사 I(원고의 사내 하수급업체) 소속 직원 등을 포함함으로써 조합원 수를 허위로 적시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따라서 B노조의 위 단체교섭 요구는 위법하므로, 이를 기준으로 법령상 과반수 노동조합 조합원 수 산정 기준일이나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일을 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3)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는 위와 같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존재하므로 무효이다.

나.

판단

1)

교섭요구 사실 공고의무의 존재 유무 등에 관한 판단

가)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B노조가 2019. 8. 19. 원고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당시 원고의 사업장에는 단체협약이 체결된 적이 없고 노동조합은 E지회만 설립되어 있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나)

그러나 다음과 같은 관련 규정의 문언 해석 등을 종합하여 보면,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에서 정하는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절차는 단체협약이 없는 단수노조사업장인 원고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1)

노동조합법 제29조는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법 제29조의2에 따라 결정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조합법 제29조의2는 하나의 사업장에 복수 노동조합이 존재할 때에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등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의하면, 단체교섭권은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단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인정되고, 복수노조가 있는 경우에는 단체협약이 있는 경우에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되는 것이 아니라, 단체협약이 없는 경우에도 노동조합법이 정한 예외사유가 없는 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해야 한다.

(2)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2에서는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 시기와 방법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특히 교섭 요구 시기와 관련하여 단체협약이 있는 경우에는 그 유효기간 만료일 이전 3개월이 되는 날부터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규정은 단체협약이 존재하는 경우에 노동조합이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 요구를 할 수 있는 시기를 정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단체협약이 존재하지 않은 경우에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시기의 제한 없이 단체협약 체결 등을 위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조항이 단체협약이 있는 경우의 교섭 요구 시기에 관하여 규정하였다고 해서, 단체협약이 없는 사업장에 대하여 노동조합법령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3)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으로부터 제14조의2에 따라 교섭 요구를 받은 때에는 그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 간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명칭 등을 공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래와 같은 점을 참작하여 볼 때, 이 규정은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하나의 노동조합만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①

우선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2, 제14조의3 규정이 복수노조의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도입하면서 신설된 제29조의2 규정의 하위 규정에 해당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교섭요구 공고 절차와 관련하여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2에서는 노동조합의 교섭요구 시기와 방법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지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로 이를 제한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는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확정하고 사업장 내의 다른 노동조합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하나의 교섭단위에 이미 명백하게 복수노조가 설립되어 존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노동조합이 하나인지 복수인지 여부는 공고 절차를 통해 교섭요구를 한 노동조합이 확정된 후에야 비로소 알 수 있으므로,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하였다면 일단 사용자로서는 이를 공고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②

현행 노동조합법령에 따르면, 근로자는 언제든지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고 산업별 노동조합 등 상급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도 있어서, 사용자가 노동조합으로부터 단체교섭을 요구받을 당시 사용자나 근로자가 해당 사업장에 복수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지 알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만일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제도가 복수의 노동조합이 존재할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한다면, 복수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용자의 주관적인 인식 여하에 따라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절차가 좌우될 수 있게 되는데, 이러한 해석은 단체적인 노동관계의 법적 안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용자가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③

그리고 교섭요구 사실 공고에 관한 규정이 복수노조가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2019. 8. 22. F 노조가 설립됨으로써 원고의 사업장은 복수노조 사업장이 되었으므로, B노조의 교섭요구는 늦어도 그 무렵부터는 적법하다고 할 것인데, 원고가 그러한 사실을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교섭요구 공고의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만일 원고의 주관적 인식 여하에 따라 공고의무가 좌우된다면, 원고 사업장에서 교섭요구 공고 절차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예정된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과 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 등에 관한 절차의 안정성과 객관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될 수 있으므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원고 사업장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B노조의 2019. 8. 19.자 교섭 요구 이후로 F 노조가 새로 설립되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각 노조의 조합원 수에 변동이 발생하여 원고가 이에 관한 수정 공고를 하게 되었으며,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대표교섭노동조합이 변동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는데,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교섭요구 공고의무가 교섭요구 당시에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인정된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

결국, B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할 당시 원고의 사업장에 단체협약이 존재하지 않았다거나 노동조합이 하나뿐이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노동조합법령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달리 이 사건이 그러한 법령이 적용될 수 없는 사안에 해당한다거나, 이를 전제로 교섭요구 사실에 관한 원고의 공고의무를 부정하고 B노조의 이의신청권 등을 부정하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과반수 노동조합을 결정하는 기준일에 관한 판단

가)

먼저, B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대하여도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에서 정하는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절차가 적용됨은 앞서 살펴 본 바와 같다. 따라서 그러한 규정이 적용될 수 없으므로 과반수 노동조합을 결정하는 기준일에 관한 피고의 판단이 잘못이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음으로,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하여 과반수 노동조합 조합원 수 산정 기준일에 관하여 살펴보면,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7 제5항에서는 과반수 노동조합을 결정하기 위한 조합원 수의 확인 기준일을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5 제1항에 따라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명칭 등을 공고한 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복수의 노동조합이 허용되는 현행 노동조합법령 체계하에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합리적으로 조정·제한하기 위한 것으로서 앞서 본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그 성격상 원칙적으로 강행규정으로 해석하여야 하므로, 과반수 노동조합을 결정하는 기준일인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일이라 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제 사용자가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를 한 날이 아니라, 법령에 따라 사용자가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를 하였어야 하는 날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B노조가 2019. 8. 19. 원고를 상대로 교섭요구를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원고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에 따라 2019. 8. 19.부터 같은 달 26.까지 7일 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후,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5 제1항에 따라 그 공고기간이 끝난 다음날인 2019. 8. 27. 교섭요구 노동조합에 관한 확정 공고를 하였어야 하므로, 2019. 8. 27.이 과반수 노동조합을 결정하는 기준일이 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가 과반수 노동조합을 결정하는 기준일을 2019. 8. 27.로 보고 이를 전제로 B노조를 과반수 노동조합으로 결정한 이 사건 처분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에 관한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B노조의 단체교섭 요구가 무효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

(1)

권한이 없는 사람에 의한 교섭 요구라는 주장에 관하여 살펴보건대,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B노조의 D지부장 H이 2019. 8. 19. 원고에게 공문을 통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그 구체적인 그 내용은, 제목 2019년 임금 및 단체교섭 요구, 노동조합의 명칭 B노동조합, 대표자 성명 위원장 J, 조합원 수 K 외 127명 등이었고, 날인란에는 [직인생략]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나타나는 교섭요구의 내용, 노동조합 명칭과 대표자, 교섭요구 공문의 발신 명의자 등을 종합해 보면, 위 단체교섭 요구는 B노조의 D지부장 H이 B노조의 대표자를 대행하여 발신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단체교섭 요구가 B노조의 대표자 명의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거나, 원고가 B노조로부터 교섭요구 권한의 위임에 관하여 통보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그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원고가 그 교섭 요구 당시 H의 권한을 다투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고, B노조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 사건에서도 원고는 B노조의 조합원 수가 명확하지 않고 원고의 업무를 방해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원고에게는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여야 할 의무가 없다고 다투었을 뿐이다.

그리고 갑 제1호증, 을 제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보면, 원고의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에 대하여 시정명령 신청 사건과 원고의 과반수 노동조합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 등에서 B노조는 H 명의로 이루어진 2019. 8. 19. 단체교섭 요구가 정당한 것임을 전제로 절차를 진행하여 온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H 명의로 이루어진 2019. 8. 19. 단체교섭 요구는 정당한 권한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하자가 있더라도 그 하자는 치유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다음으로 조합원 수를 허위로 산정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는 주장에 관하여 살펴보건대,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B노조가 2019. 8. 19.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조합원 수를 128명으로 기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 중에는 주식회사 I 소속 근로자들도 일부 포함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B노조가 주장한 조합원 수에 일부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반수 노동조합을 결정할 때 그 숫자를 제외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러한 사정만으로 B노조의 단체교섭 요구가 무효라거나 이것 때문에 원고의 단체교섭 요구 공고의무를 부정할 수는 없다.

(3)

따라서 B노조의 단체교섭 요구가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곤(재판장) 박재민 구나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