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판결

전주지방법원 2023. 5. 18. 선고 2022노1420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공소사실 중 근로자 C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 및 근로자 D에 대한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공소를 각 기각하고, 근로자 D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근로자 B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각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만이 유죄 부분 및 무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하지 않은 공소기각 부분은 분리․확정되어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

근로자 B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함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3.

판 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건설업체 주식회사 E(이하 'E'이라 한다) 및 E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업체인 주식회사 F(이하 ‘F’이라고 한다)을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피고인은 2014. 10. 1.부터 2019. 7. 15.까지 위 E 및 F 소속으로 서울 동대문구 G 연립단지 주택재건축사업 공사현장 등에서 현장관리 업무를 담당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B의 퇴직금 20,378,232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도4737 판결 등 참조).

한편,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기타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제1항 위반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 참조).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근로자 B은 퇴직 무렵 E 소속 H에게 퇴직금을 받는 대신에 E에서 계약한 근로자 숙소 임대차보증금을 자신이 수령했으면 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H은 피고인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렸으며, 피고인의 허락을 받아 근로자 B에게 전달한 점, ② E은 당시 임대인 I 등에 대하여 합계 3,500만 원 상당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가지고 있었던 점, ③ 근로자 B은 그 무렵 E의 협조를 받아 위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한 점, ④ 근로자 B은 위 임대차보증금은 2015년 발생한 산재사고와 관련하여 E에서 지급하지 않았던 근로자 재해보험금 상당의 합의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것일 뿐 퇴직금으로 지급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은 퇴직금 지급에 갈음하여 근로자 B이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하도록 하였을 뿐 근로자 재해보험금 상당의 합의금을 지급한다는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근로자 B 또한 본인 스스로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하여 위 근로자 재해보험금 상당의 합의금을 수령하였다고 여겼을 뿐 피고인이나 E에 명시적으로 퇴직금이 아닌 합의금을 수령한 것이라고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E의 임대차보증금을 근로자 B이 대신 수령하는 방식으로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이 퇴직금 지급으로서 효력이 없거나, 수령한 임대차보증금이 퇴직금에 미치지 못하여 미지급한 퇴직금이 남아있어 사후적으로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근로자 B에 대한 퇴직금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한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4)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든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근로자 B은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회사를 퇴직할 무렵, 피고인이 ’직원들 숙소 보증금을 너에게 퇴직금으로 줄 테니 G 현장에 남아서 일을 마무리해달라‘고 말하였다. 피고인으로부터 위 보증금을 근로자 재해보험 상당의 합의금으로 받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 입장차이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② 이와 같은 근로자 B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근로자 B은 피고인이 근로자 B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E의 임대차보증금을 대신 수령하도록 한 것일 뿐, 근로자 재해보험금 상당의 합의금 명목으로 위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하도록 하려는 의사가 없었던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점, ③ 근로자 B은 E을 대신하여 수령한 임대차보증금이 퇴직금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2021. 3. 23. E을 상대로 민사소송(전주지방법원 2021가소14911호)을 제기하였고, 현재까지 위 소송이 계속 중인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은 근로자 B에 대한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그 범위에 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1)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 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과 불리한 정상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두루 참작하여 형을 정하였다. 검사가 이 법원에서 양형 요소로 주장하는 사정들은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충분히 고려한 사정들로 보이고, 이 법원에 이르러 원심의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도 찾아볼 수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도형(재판장) 한지숙 남윤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