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판결

전주지방법원 2026. 4. 9. 선고 2024노1612 판결

주문

피고인들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1)

사실오인 (근로자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대하여)

피해자 D의 사망(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과 피고인 A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당인과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①

이 사건 사고는 화물자동차의 본래 용도인 작업기능이 아닌 교통기능만을 수행하여 후진 운행하던 중에 발생한 교통사고이다(이하 '제1주장'이라 한다).

②

이 사건 사고는 화물자동차 운전자 I가 후진을 하면서 후방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으로 인한 것으로, 피고인 A의 지시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다. I는 피고인 유한회사 B(이하 '피고인 회사'라고 한다)의 근로자가 아니기에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가 부담하는 안전상의 조치의무 내지 재해방지의무의 보호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피고인 A에게 차량 이동에 관한 안전조치 방지의무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이하 '제2주장'이라 한다).

③

피해자의 근로 범위는 수로관 체인 탈착 업무에 한정된다. 피고인 A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 수로관 하역 및 운반 작업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이하 '제3주장'이라 한다).

2)

양형부당 (각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대하여)

원심의 형(피고인 A: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등, 피고인 회사: 벌금 8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피고인 A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등 취지 참조).

2)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직접적 원인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이로부터 발생된 다른 간접적 원인이 결합되어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 그 행위와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2. 12. 28. 선고 82도2525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증거들을 근거로 화물자동차 작업 중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운행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하였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논거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A이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1)

화물자동차를 이용한 작업의 범위에 관한 판단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사고는 화물자동차를 이용한 '작업'의 범위 내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4항에 의하여 사업주가 같은 조 제1항 내지 제3항에 따라 하여야 하는 안전조치에 관한 사항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고 한다)으로 정하고 있다. 안전보건규칙 제172조 제1항은 "사업주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을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에 하역 또는 운반 중인 화물이나 그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에 접촉되어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근로자를 출입시켜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39조에 따른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를 배치하고 그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을 유도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②

화물자동차는 안전보건규칙 제20조 제7호<1>에서 정한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에

해당한다. 안전보건규칙 제175조<2>에 따르면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의 주된 용도는 '적재·하역 등'으로 보이고, 제172조<3>에 따르면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을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화물을 하역하거나 운반 중인 경우가 포함되어 있다.

③

안전보건규칙 제11조 제3, 4호는 주된 목적이 하역운반기계용인 출입구에는 인접하여 보행자용 출입구를 따로 설치하고, 하역운반기계의 통로와 인접하여 있는 출입구에서 접촉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비상등·비상벨등 경보장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④

안전보건규칙 제98조 제1항에서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을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 적합한 제한속도를 정하고 운전자로 하여금 준수하도록 정하고, 제99조에서는 운전자가 운전위치를 이탈하는 경우의 준수사항을 정하고 있는바, 운반이 작업에 불가결적으로 수반됨을 예정하여 규정하고 있다.

⑤

안전보건규칙 별표 4에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을 사용하는 작업의 경우 작성해야 할 작업계획서 내용으로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의 운행경로 및 작업방법'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⑥

결국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과 위에서 본 관련 규정을 종합할 때,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의 '작업'의 범위에는 작업장

내에서의 '적재'와 '하역'뿐 아니라 '운반'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2)

제1주장에 관한 판단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는 화물자동차가 단순히 교통기능만을 수행하여 후진으로 운행하던 중에 발생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이 사건 공사현장의 작업장에서 작업 도중 발생한 '산업재해'임이 명백하다.

①

피고인 회사는 고창군으로부터 전북 고창군 E 일원 'F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도급받아 피해자인 근로자와의 관계에 있어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5호의 '사업주'에 해당한다. 화물자동차 운전자 I는 주식회사 N(이하 '주식회사'의 기재는 생략한다)가 피고인 회사에 판매한 수로관을 화물자동차에 실어 운반하고 N로부터 운송비를 받기로 하고 이 사건 공사현장에 온 사람이다.

②

중대재해조사 의견서(증거순번 제33번)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현장은 총 길이 65m로 33개의 수로관을 설치하여 배수로를 조성하는 현장이다. I는 화물자동차(4.5톤 트럭)를 이용하여 1차 적재장소에서 수로관을 하역한 뒤, 약 60m 떨어진 2차 적재장소로 수로관을 하역하기 위하여 화물자동차를 후진하면서 20m를 이동하던 중 피해자와 충돌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는 공사현장에서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을 사용하는 작업(운반 및 하역) 중에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③

피고인들은 이 사건 공사현장은 첫 번째 하역장소와 두 번째 하역장소 사이에60미터 이상의 거리가 있는 곳으로, 이 사건 사고 발생장소와는 공간적 단절이 있어 하나의 작업장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나, 위 적재 장소들은 수로관을 하역하는 곳에 불과하고, 이 사건 공사는 두 적재장소 사이의 농로 전 구간에 배수로를 조성하는 공사이다.

3)

제2, 3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가 아닌 I가 발생시킨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들과 무관하다. 화물자동차의 후진은 피고인 A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다. 피해자는 업무 범위를 벗어나 사고를 당한 것이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 따르면, 도급인은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도록 한다. 즉, 사고를 발생시킨 자가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인지와는 무관하게, 피고인 A은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인 피해자의 안전을 위하여 안전조치 및 보건 조치를 하였어야 한다.

②

I가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는 아니지만, N로부터 운송비를 받고 피고인 회사의 이 사건 공사에 필요한 수로관을 하역하기 위하여 온 사람으로, 이 사건 공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이다.

③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인 피해자는 굴삭기를 이용하여 차량계 하역운반기계에서 수로관을 하역할 때 체인을 탈착하는 업무를 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I가 운전하던 화물자동차 뒷편에서 이동하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 체인 탈착 업무와 하역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에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업무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도 없다.

④

사업주인 피고인 A은 자신이 운영하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여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 경우 피고인 A이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참조).

4)

인과관계에 관한 판단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A의 안전조치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①

안전보건규칙 제38조<4>에 따르면, 사업주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을 사용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조사 및 작업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②

만약 피고인 A이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였다면,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의 운행경로 및 작업방법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공사현장은 좁은 농로로 이루어져 근로자가 화물자동차에 접근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화물자동차의 후진 중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기에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를 배치해야 하는 상황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③

I는 사고 지점 농로에서 후진하면서 좌우측 사이드미러를 통해 후행로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어 약 20m 후진하다가 사고를 야기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순번 33번 경찰의 I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사본). I는 당시 차량에 상차되어 있던 수로관의 높이때문에 차량 뒤 한가운데에 서있던 피해자를 인지할 수 없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

는데, 만약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가 있었다면 화물자동차 운전자의 시야를 보완하거나 화물자동차와 근로자들의 이동 동선을 분리하는 등으로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인들이 원용하는 판결(울산지방법원 2024. 2. 15. 선고 2023고단1020 판결)은 건설기계가 본연의 건설작업을 마무리한 후 이동하기 위하여 도로에 진입하여 일정시간 주행한 경우에까지 안전보건규칙 제200조 제1항에서 정한 '건설기계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시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3.

피고인들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재해가 발생한 점, 피해자 유족들에게 J공제를 통해 손해배상금이 지급되었고 피고인들이 이를 분담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하였다. 피고인들과 검사가 양형 요소로 주장하는 사정은 원심이 형을 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충분히 고려된 것으로 보이고, 이 법원에 이르러 원심의 양형을 달리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도 없다.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4.

결론

피고인들과 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정현우(재판장) 신서영 남윤표

각주1) 제20조(출입의 금지 등)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작업 또는 장소에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관계 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여야 한다. 다만, 제2호 및 제7호의 장소에서 수리 또는 점검 등을 위하여 그 암(arm) 등의 움직임에 의한 하중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안전지지대 또는 안전블록 등을 사용하도록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각주2) 7. 지게차· 구내운반차 · 화물자동차 등의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및 고소(고소)작업대(이하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이라 한다)의 포크 · 버킷(bucket) · 암 또는 이들에 의하여 지탱되어 있는 화물의 밑에 있는 장소. 다만, 구조상 갑작스러운 하강을 방지하는 장치가 있는 것은 제외한다.

각주3) 제175조(주용도 외의 사용 제한) 사업주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을 화물의 적재 · 하역 등 주된 용도에만 사용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각주4) 제172조(접촉의 방지) ① 사업주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을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에 하역 또는 운반 중인 화물이나 그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에 접촉되어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근로자를 출입시켜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39조에 따른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를 배치하고 그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을 유도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의 운전자는 제1항 단서의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가 유도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

각주5) 제38조 (사전조사 및 작업계획서의 작성 등) ①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별표 4에 따라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 · 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 · 보존하여야 하며,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별표 4의 구분에 따른 사항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각주6) 2.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을 사용하는 작업(화물자동차를 사용하는 도로상의 주행작업은 제외한다. 이하 같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