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판결

창원지방법원 2015. 8. 11. 선고 2015나49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피고가 당심에서 한 주장에 대하여 아래 제2항과 같은 판단을 추가하는 외에는 제1심 판결의 이유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추가 판단 부분

가.

피고의 항변 요지

원고들의 임금 지급 청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신의칙에 반한다.

1)

피고는 개정된 최저임금법에 부합하는 새로운 임금협정을 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원고들의 일방적인 교섭 중단으로 인하여 임금협정의 체결이 지연되었으므로 임금협정의 체결이 지연된 데에는 피고에게 귀책사유가 없다. 그럼에도 피고에게 위 지연된 기간 동안의 최저임금 미달분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2)

피고는 근로자들과 사이에 피고와 근로자들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여 근로시간을 낮추고, 사납금을 인상하지 아니하는 내용의 2011. 10. 28.자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 2010. 6. 15.부터 발생한 임금채권에도 그 효력을 소급하여 적용하기로 합의하였다. 따라서 위와 같은 합의에 대한 피고의 신의는 보호되어야 한다.

3)

이 사건 청구가 인용된다면, 원고들은 기존의 고정급과 성과급 외에 추가로 개정 최저임금법이 정한 최저임금 미달분까지 지급받게 되어 이중의 이익을 얻게 되는 반면, 피고는 사납금을 인상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되고, 이로 인하여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염려가 있다.

나.

관계 법령

1)

내용

2)

최저임금법 개정의 취지

가)

택시운전 근로자들의 임금체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일정한 금액의 사납금을 회사에 입금하고 이를 초과하는 초과운송수입금은 근로자 자신의 수입으로 하는 사납금 제도이다. 이와 같은 사납금 제도는 운송수입금이 많을수록 근로자들의 수입이 늘어나게 되므로 근로자들의 성실한 근로를 유도할 수 있으나, 운송수입금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임금액 변동이 심하고, 고정급이 크지 않아 운송수입금이 적을 경우 근로자가 기본적 생활을 영위할 정도의 임금조차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나)

이에 개정 최저임금법은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함으로써 택시운전근로자들이 받는 임금 중 고정급의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이 적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여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개정되었다. 즉,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은 직접 택시운전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을 유도하는 효과보다는 고정급의 비율을 인상시키는 효과를 갖는 것으로, 본래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지급하여 온 고정급과 초과운송수입금을 합한 금액은 최저임금액 이상이지만, 고정급은 최저임금액 미만이었던 일반택시운송사업자의 경우 임금 총액을 인상하지 않더라도 고정급의 비율을 높여 그 금액이 최저임금액 이상이 되게끔 조절함으로써 개정된 최저임금법을 준수하도록 한 것이었다(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마477 결정 참조).

다.

관련 법리

1)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 행사를 부정하기 위하여는 ①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②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③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802 판결, 대법원 1993. 2. 9. 선고 92다9364 판결 등 참조).

2)

한편 강행법규를 위반한 피고 스스로가 그 약정의 무효를 주장함이 신의칙에 위반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그 주장을 배척한다면, 이는 오히려 강행법규에 의하여 배제하려는 결과를 실현시키는 셈이 되어 입법취지를 완전히 몰각하게 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9. 3. 23. 선고 99다4405 판결 등 참조).

라.

판단

1)

신의의 공여 내지 신의의 정당성 요건의 충족 여부에 대하여

가)

먼저, 피고가 개정 최저임금법의 시행 전에 임금협정의 체결을 위하여 노력하였음에도 원고들의 귀책사유로 임금협정의 체결이 지체되었다는 주장에 대하여 본다.

(1)

을 제29호증(노사협의 회의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 회의록의 기재만으로는 원고들이 일방적으로 교섭을 중단하거나 무단으로 교섭장소에 불참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첫째로, 위 회의록은 피고 측에서 임의로 작성한 것일 뿐만 아니라 회의 내용 전체가 녹취된 것도 아니고 회의 내용을 요약한 것에 불과하므로 신빙성에 의심이 있다. 둘째로, 설령 신빙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노측이 먼저 교섭안을 제시하였으나 사측이 이를 늦게 제시하면서 회의가 늦추어지게 되었다는 내용(2010. 6. 5.자 회의록, 2010. 6. 12.자 회의록), 사측이 임의로 교섭일정을 변경하여 노측이 불참하게 되었다는 내용(2010. 6. 28.자 회의록)도 보일 뿐만 아니라, 임금협정안에 대한 노사간 의견 대립으로 교섭이 속행되거나 결렬된 것 자체만으로 원고들에게 교섭이 지연된 데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셋째로, 2010. 7. 26.자 회의 후 2011. 2. 18.자 회의 사이에 아무런 회의자료가 없는바, 이는 노측이나 사측 모두 임금협정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을 반증할 뿐이다. 넷째로, 피고는 2010. 5. 4.부터 새로운 임금협정 체결을 위한 교섭을 시작하였다고 자인하고 있는바(2015. 6. 30.자 준비서면 참조), 피고가 개정 최저임금법의 시행 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임금협정의 체결을 위하여 노력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2)

설령 피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새로운 임금협정 체결을 위하여 최대한 노력하였음에도 원고들이 무작정 교섭에 불응하거나 교섭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아니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은 원고들이 피고에게 장차 최저임금의 지급을 구하지 아니한다는 '신의'를 공여하였는지 여부와는 무관하다.

(3)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신의의 공여 여부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일반적인 법원리로서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공평 내지 형평의 원칙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의칙에 있어 신의가 공여되었는지, 당사자 일방의 신의가 정당한지 여부에 대한 검토 없이 단순히 실질적인 공평의 원칙만을 기준으로 신의칙 주장의 당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채권자가 신의를 공여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법적 권리행사를 저지당할 수 있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신의칙의 적용요건에 제한을 두지 아니함으로써 사실상 신의칙을 형해화할 염려도 있기 때문이다.

(4)

나아가 개정 최저임금법은 2007. 12. 27.에 개정되어 공포되었으나 피고가 소재한 창원시의 경우 실제 시행일은 2010. 7. 1.이므로 개정 최저임금법의 공포일로부터 시행일까지 2년 6개월이 넘는 기간이 있었다. 위와 같이 최저임금법의 개정일과 시행일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격을 둔 데에는 당사자 사이에 개정 최저임금법에 부합하는 새로운 임금협정을 체결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여 주기 위한 목적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로서는 위 기간 동안에 근로자들의 고정급의 액수를 최저임금법의 기준에 부합하게 하면서도 사납금의 비율을 높임으로써 장차 발생할 수 있는 경영상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새로운 임금협정을 체결할 충분한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그럼에도 앞서 본 바에 따르면 피고는 최저임금법 개정일에 임박하여서야 비로소 새로운 임금협정을 체결하려 시도한 것이므로 단지 임금협정 체결을 위하여 노력한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 신의칙을 적용할 수는 없다.

나)

다음으로 2011. 10. 28.자 임금협정으로 신의가 공여되었다는 주장에 대하여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2011. 10. 28.자 임금협정은 2010. 6. 8.자 협약의 유효기간 만료일(2012. 6. 14.) 이전인 2011. 7. 25. S노조가 피고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하여 체결된 것으로서, 이는 노동조합의 교섭요구 시기에 관하여 기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만료일 이전 3개월이 되는 날부터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노동조합법령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것이어서 그 효력이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2011. 10. 28.자 임금협정을 근거로 하여 신의의 공여가 있었다거나 신의가 정당화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밖에 원고들이 위 개정된 최저임금법에 따른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하지 아니하리라는 점에 대하여 피고에게 어떠한 신의를 공여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오히려 갑 제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들은 이미 개정 최저임금법에 따른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이 법원 2011가합11306)를 제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2)

최저임금법의 강행규정에 반하는 신의칙 주장의 인정 여부에 대하여

피고는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최저임금법의 강행규정에 반하는 신의칙의 주장도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오랜 기간 동안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의 산정에서 제외되어왔던 관행이 존재하였고, 그에 부합하는 유권해석도 있었으며, 나아가 그와 같은 관행을 양해하면서 실제로 노사 간에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는 점 등의 특별한 사정들을 감안하여, 통상임금에서 정기상여금이 제외된다는 신의가 공여되었고, 그러한 신의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았던 것이므로 위와 같이 정기상여금만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감안하지 아니한 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지 아니하는 다른 임금청구 사건에까지 신의칙을 확장하여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특히 강행규정 위반 사건에서 원칙적으로 신의칙 주장을 배척하여 왔던 판례의 일관된 입장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일반택시운송사업 운전 근로자에 관련한 최저임금법의 개정취지가 임금 중 고정급의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이 적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여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이는 강행규정으로서 쉽사리 포기되거나 후퇴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달리 정기상여금의 경우와 같이 신의가 공여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하므로 강행규정에 반하여 신의칙을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는 사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피고는 기업의 중대한 경영상의 위험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염려가 있다고 하면서 이를 신의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특별한 사정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신의의 공여에 관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상황에서 경영상의 위험의 발생 여부를 중심으로 신의칙 주장의 당부를 판단한다면 자칫하면 근로자의 임금지급청구권의 존부가 아니라 기업의 경영상태나 재무구조, 수익구조의 건전성 여부가 임금청구사건의 승패를 좌우하는 쟁점이 됨으로써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의 본래의 취지가 몰각될 염려도 있으므로 중대한 경영상의 위험의 발생 여부만을 기준으로 신의칙 적용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균철(재판장) 손승범 송진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