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경남 창원시 의창구 B 소재의 C 대표로 상시 2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육계 가공업을 행하는 사용주로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며,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04. 11. 1.부터 2018. 5. 1.까지 육계 가공 업무를 하다 퇴직한 D의 퇴직금 3,162,453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관련 법리
회사와의 근로관계를 장차 일정한 시점에서 종료시키기로 하고 그 퇴직을 전제로 하여 퇴직금 또는 퇴직위로금 등을 수령하면서 향후 퇴직 또는 퇴직금과 관련하여 회사에 대하여 어떠한 청구나 이의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제소 합의를 하는 것은 퇴직금의 사전포기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5다36762 판결 등 참조).
근로자가 퇴직하여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 시 발생한 퇴직금청구권을 나중에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고, 이러한 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다21821, 25502 판결 등 참조).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기타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D의 퇴직금 3,162,453원에 대한 지급의무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미지급 퇴직금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
❶ D는 C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근로계약 당시 정한대로 피고인으로부터 퇴직금 중간정산 명목의 돈을 매월 급여에 포함하여 지급받았고, 이에 대해 근로기간 및 퇴직 후에도 약 2년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D의 배우자는 D가 사망한 후인 2020. 10.경에야 피고인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였다.
❷ D는 2018. 4. 9.경 암 진단을 받고 이를 이유로 2018. 4. 10. C에서 퇴직하였는데, 2018. 4. 18. 피고인을 만나 “4월분 급여(4. 7.~5. 6.)는 퇴직일자와 상관없이 정상 급여가 아닌 퇴직 위로금조로 5. 7. 퇴직자 본인 계좌로 자동이체 한다. 퇴직금 관련 부분은 매번 근로계약서와 특약사항 작성 시 합의하여 명기한대로 급여일에 퇴직자 본인 계좌에 별도 명의 혹은 합산하여 중간 정산 처리 방식으로 지급되었음을 확인하고 향후 급여(퇴직금 포함) 관련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약합니다. 지병 완쾌 시까지 실업급여를 정상적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회계사무소와 협의하여 회사가 최대한 협조한다.-권고사직 처리”라는 내용이 기재된 사직원(이하 ‘이 사건 사직원’이라 한다)을 작성하였다(이에 대해 D의 배우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사직원을 거짓으로 꾸며낸 것이다.’라고 진술하였으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직원 기재대로 D에 대한 권고사직 처리가 이루어지고, 피고인이 D에게 4월분 급여 상당액을 입금한 점, 사직원에 날인된 D의 인장과 기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에 날인된 인장의 인영이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직원은 D에 의해 진정하게 작성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❸ 그 후 D는 이 사건 사직원 기재와 같이 권고사직 처리되어 실업급여를 수령하였고, 퇴직금 이야기를 꺼내는 배우자에게 ‘다른 근로자도 고용보험(실업급여)을 받게해주는 대신 퇴직금을 못 받게 하였으니 자신도 당연히 퇴직금을 받지 못할 것이다. 고용보험만 받으면 되니 퇴직금 때문에 회사와 실랑이하기 싫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 사건 사직원 작성 무렵 D로서는 건강문제로 다급히 퇴직하게 되어 피고인과의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할 의사나 가능성도 상당히 낮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D가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사직원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D는 자신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피고인이 권고사직 처리에 협조해 주는 것을 조건으로 향후 급여 및 퇴직금에 대해 이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명확히 인식하고 이 사건 사직원을 작성한 것으로 판단된다.
❹ 피고인은 이 사건 사직원 작성 당시 4월분 급여 상당액을 ‘퇴직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그에 따라 D에게 위 급여 상당액(실제 근무기간에 따른 급여 초과한다)을 이체하였는바, 이는 피고인이 위 사직원 작성 및 퇴직 위로금 지급으로써 D에 대한 급여 및 퇴직금 지급의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한다.
판사 박지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