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을 각 벌금 5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들이 위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각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들에 대하여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들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일탈한 것인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들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는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위한 행위로서 취업시간 외인 일요일에 사업장 밖에서 이루어진 조합활동으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이므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4조는 '형법 제20조의 규정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적용된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은 근로자가 가지는 결사의 자유 내지 노동3권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노동조합법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는 민 형사상 면책이 된다(노동조합법 제4조, 형법 제20조). 노동조합의 활동이 정당하다고 하려면, 첫째 주체의 측면에서 행위의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묵시적인 수권 혹은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둘째 목적의 측면에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근로자들의 단결 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이어야 하며, 셋째 시기의 측면에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관행이나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원칙적으로 근무시간 외에 행하여져야 하고, 넷째 수단·방법의 측면에서 사업장 내 조합활동에서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하며 폭력과 파괴행위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20. 7. 29. 선고 2017도2478 판결 등 참조).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6761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는 근로조건 향상 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라고 할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법상 또는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들이 현수막 등을 설치한 목적은 피해자를 상대로 H 본사에서 나오는 지원금 등의 분배, 당직근무자 식대 지급 등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고, 이는 근로조건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에 근로조건의 개선 등을 위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는 보인다.
그러나 H 본사는 대리점 대표에게 지원금 등을 지급할 뿐 판매원들에게는 이를 지급하지 않는 점, 위 지원금의 배분 여부 및 그 비율 등을 결정할 권한도 대표에게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요구하는 지원금, 식대 등에 관하여 피해자에게 계약상 또는 법령상 지급의무가 인정된다거나, 피고인들에게 귀속되어야 할 몫을 피해자가 부당하게 지급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지원금 등의 분배를 요구하는 통상적이고 상식적인 표현을 넘어 'N', 'O', 'P' 등의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이 사용된 현수막 등을 설치하였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이 기재된 현수막, 피켓 등을 주말예배시간에 맞추어 피해자가 장로로 있는 교회 앞 도로 등에 설치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피해자는 주말에 자유로운 종교활동을 하면서 평온한 휴식을 취할 권리를 침해받았고, 그 침해 정도가 가볍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나머지 교인들의 종교생활도 방해받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통상적인 표현을 넘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을 사용한 점, 현수막 등을 예배시간에 맞추어 피해자가 장로로 있는 교회 앞에 설치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는 그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보충성 등의 요건도 충족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근로자의 쟁의행위는 조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는데(노동조합법 제45조), 피고인들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는 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
형법 제310조에 따른 위법성의 조각 여부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가 형법 제31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지원금 배분 등은 회사 관계자만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항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인들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형법 제31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 설령 피고인들과 동종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유사한 내용의 이해관계를 갖거나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그것만으로 공공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러한 요구를 관철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피고인들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