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A를 징역 8월에, 피고인 주식회사 B를 벌금 3,000,000원에 각 처한다.
다만, 피고인 A에 대하여는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주식회사 B에 대하여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A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
이 사건 분쇄기의 개구부에 사람의 발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큰 울을 설치할 경우 지게차를 이용하여 분쇄기에 원료인 피트머스를 투입하고 근로자가 울을 덮은 후 삽을 이용하여 피트머스를 작은 덩어리로 부순 다음 울의 구멍을 통해 분쇄기에 투입하는 작업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분쇄기의 개구부에 덮개 또는 울 등을 설치하는 것이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71조 제1항의 당해 작업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이 사건 분쇄기에 덮개 또는 울 등을 설치하는 것이 당해 작업의 성질상 곤란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A는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71조 제1항의 필요한 위험방지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A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을 무죄로 판단하고, 피고인 주식회사 B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주식회사 B는 자재, 복합비료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피고인 A는 충북 음성군 C에 있는 위 회사의 음성공장의 공장장으로서 그곳 현장 안전보건관리 총책임자이다.
피고인 A
피고인 A는 2010. 1. 9. 13:00경 위 공장 내 비료 생산라인에서 그곳 근로자인 피해자 D에게 분쇄기 안으로 피트머스(유기 퇴적물)를 밀어 넣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였다.
피고인 A는 그곳 현장 안전보건관리 총책임자이므로 분쇄기의 개구부로 근로자가 떨어지는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때에는 해당 부위에 덮개 또는 울을 설치하여야 하며, 근로자가 분쇄기 투입구에서 작업을 실시할 때에는 가동 중인 기계의 운전을 중단하고 기 설치된 추락방지 안전바를 내린 상태에서 작업을 하는지 여부 등을 관리 감독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 A는 위 분쇄기에 덮개나 울을 설치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은 근로자의 추락방지를 위한 관리 감독의무를 게을리 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분쇄기 투입구에서 분쇄기를 가동한 상태에서 추락방지 안전바를 올린 채 원료를 투입하는 작업을 하게 하여, 피해자가 같은 날 13:30경 위 분쇄기 앞에서 몸의 중심을 잃고 실족하게 하여 분쇄기 내 호퍼로 떨어져 회전하는 스크류에 협착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A는 피해자를 그 자리에서 몸통 압착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주식회사 B
피고인 주식회사 B는 그 사용인인 A가 업무에 관하여 전항과 같은 위반행위를 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분쇄기에 덮개나 울이 설치되지 않았음은 분명하나, 원심증인 E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 재해조사 의견서, 재해조사복명서, 부분작업중지명령서, 중대재해조사결과 보고만으로는 울을 설치하는 것이 작업의 성질상 곤란하지 않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증 제3호증 및 피고인 A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 F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에 의하면, 원료인 피트머스를 지게차를 이용하여 분쇄기에 투입하더라도 덩어리가 많이 남아 있어 추가적으로 사람이 삽으로 잔존 덩어리들을 분쇄기에 투입하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는 점, 피트머스 잔존 덩어리는 크기가 작지 않아 이 사건 이후 설치된 울의 구멍을 통해 분쇄기에 투입되기는 어려워 결국 울을 올리고 작업을 하여야 하는 점, 특히 겨울에는 습기를 먹은 피트머스가 얼어붙어 잔존 덩어리의 크기가 더 커지게 되는 점이 인정되므로 울의 설치는 당해 작업의 성질상 곤란하다고 판단되며, 또 피고인들은 위 분쇄기 앞에 안전바를 설치하여 작업을 하는 근로자의 추락을 방지하는 조치를 취하였으므로,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71조 제1항에 정해진 위험방지조치를 취하였다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피고인 주식회사 B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 A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1항 제1호는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사업주가 하여야 할 안전상의 조치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71조 제1항은 ‘사업주는 분쇄기 등의 개구부로 근로자가 떨어지는 등의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때에는 해당 부위에 덮개 또는 울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덮개 또는 울 등을 설치하는 것이 당해 작업의 성질상 곤란하여 안전대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필요한 위험방지조치를 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1항에 의하면, 위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은 “사업주”임이 명백하나,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6조의2, 제67조, 제67조의2 또는 제68조부터 제70조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하도록 하는 양벌규정을 두고 있고, 이 규정의 취지는 각 본조의 위반행위를 사업주인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행위자와 사업주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양벌규정에 의하여 사업주가 아닌 행위자도 사업주에 대한 각 본조의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이 되는바(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4809 판결,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A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분쇄기가 설치된 음성공장의 공장장으로서 현장 소속 근로자들의 안전, 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안전보건관리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A는 행위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 A가 규칙 제71조 제1항에서 정한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는지에 대하여 본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A가 이 사건 분쇄기에 덮개 또는 울 등을 설치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규칙 제71조 제1항 본문), 이 사건에서는 ① 이 사건 분쇄기에 덮개 또는 울 등을 설치하는 것이 당해 작업의 성질상 곤란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와 ② 피고인 A가 피해자로 하여금 안전대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필요한 위험방지조치를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규칙 제71조 제1항 단서)가 쟁점이라고 할 것이다.
먼저, 이 사건 분쇄기에 덮개 또는 울 등을 설치하는 것이 당해 작업의 성질상 곤란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분쇄기에 덮개 또는 울 등을 설치하는 것은 당해 작업의 성질상 곤란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분쇄기는 피고인들이 직접 설계하여 제작하거나 독자적인 주문에 의하여 제작된 것이 아니고, 피고인 주식회사 B를 비롯하여 모판흙(상토)을 생산하는 다른 회사에서도 동일한 분쇄기를 사용하고 있다.
모판흙의 원료로 사용되는 피트머스(peat moss, 습지, 늪에서 수생식물류 등이 오랜 기간 혐기상태로 퇴적되어 탄화된 유기물)는 캐나다나 동유럽 등에서 가로 1,000㎜, 세로 1,100㎜, 높이 2,050㎜, 무게 1t 상당의 직육면체 형태로 생산되어 비닐로 포장된 상태로 피고인 주식회사 B에 공급된다.
이 사건 분쇄기의 개구부에는 피트머스를 분쇄하는 3개의 스크류가 설치되어 있고, 개구부는 가로 1,480㎜, 세로 1,520㎜, 높이 1,730㎜로서 피트머스와 가로, 세로 길이가 비슷하고 높이는 오히려 더 낮다. 개구부 앞에는 위․아래로 이동할 수 있는 발판이 설치되어 있고, 발판을 내린 상태에서만 피트머스를 분쇄기에 올려놓을 수 있다.
작업자는 이 사건 분쇄기의 발판을 아래로 내린 상태에서 지게차를 이용하여 피트머스를 발판에 올려 놓고 지게차의 지게 부분을 피트머스의 가운데 부분에 밀어넣은 후 지게를 들어올리는 방법으로 피트머스를 개구부 쪽으로 밀어 넘어뜨려 스크류에 의해 1차 분쇄되도록 한다. 그 후 이 사건 분쇄기의 발판을 올려 개구부와 높이를 맞춘 다음 다시 같은 방법으로 피트머스의 남은 부분을 개구부 쪽으로 밀어 넘어뜨려 스크류에 의해 2차 분쇄되도록 한다. 다만, 위 지게차를 이용한 작업을 거친 후에도 발판 등에 남아 있는 피트머스의 잔존물이 상당하여 추가적으로 삽 등을 이용하여 개구부에 투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 개구부에 접이식으로 설치된 울을 내리고 작업을 하면 피트머스 잔존물의 크기가 작지 않아 피트머스가 스크류에 닿을 수 없어 분쇄작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특히 겨울에는 습기를 먹은 피트머스가 얼어붙어 잔존물의 크기가 더 커지게 되어 울을 내린 상태에서는 분쇄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보인다.
다음, 피고인 A가 피해자로 하여금 안전대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필요한 위험방지조치를 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71조 제1항 단서의 ‘필요한 위험방지조치를 한 때’의 의미는 그 취지상 같은 항 본문에서 정한 ‘분쇄기의 개구부에 덮개 또는 울 등을 설치하는 것’과 동일한 정도로 근로자의 추락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위험방지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바,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분쇄기의 개구부 앞에 안전바를 1개 설치한 것만으로는 분쇄기의 개구부에 덮개 또는 울 등을 설치하는 것과 동일한 정도로 근로자의 추락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위험방지조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분쇄기의 개구부 앞에는 쇠파이프로 된 사각형 모양의 안전바가 1개가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그 높이가 사람의 허리 정도밖에 되지 않고 바닥과 안전바 사이의 간격이 넓어 작업자가 안전바를 내리고 작업을 하더라도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경우 개구부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 사건 분쇄기의 가동과 동시에 안전바가 자동으로 내려가도록 하는 연동장치가 되어 있지 않아 작업자가 직접 개구부의 측면에 있는 에어실린더를 작동시켜 안전바를 내려야 한다.
위 안전바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4조,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28조 제1항 제3호 자목,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28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보호구인 별지 기재 ‘안전대’와는 그 형태 및 기능 등에서 명확히 구별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개구부에 설치된 안전바는 그 높이가 사람의 허리 정도밖에 되지 않고 바닥과 안전바 사이의 간격이 넓어 작업자가 안전바를 내리고 작업을 하더라도 미끄러지거나 넘어져 개구부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안전대를 설치한 것과 동일한 정도로 작업자의 추락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작업자의 허리 높이에 설치된 안전바 외에도 그 위․아래에 작업자가 안전바를 넘어 추락하거나 그 밑으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안전바를 추가로 설치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 분쇄기의 발판 앞부분에 안전바가 추가로 설치된 점에 비추어 개구부에도 안전바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 A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과 피고인 주식회사 B에 대한 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있음에도 원심은 이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거나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주식회사 B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고, 피고인 A에 대하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에 대한 검사의 항소가 이유 있으며, 이 부분 죄는 업무상 과실치사죄와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으므로 피고인 A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