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피고인들에 대한 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피고인 A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의 '사업주'라 볼 수 없고, 같은 법 제71조의 '행위자'로서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 설사 피고인 A에게 의무위반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위반된 주의의무와 이 사건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법률상 유의미한 인과관계는 없다. 피고인 A가 위와 같이 행위자로서 같은 법 제23조 제3항의 위반행위를 하지 않은 이상 주식회사 B(이하 'B'이라 한다)도 처벌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가사 이 사건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각 형(각 벌금 300만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원심이 모두 유죄로 판단하여 피고인들을 각 벌금형에 처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 기초사실 ]
피고인 B은 서울 서초구 I, 202호에서 미장.방수 및 조적 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 합자회사 D(이하'D'이라 한다)로부터 충북 음성군 G 오피스텔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 중 조적 및 미장공사를 하도급받아 시공 중이다. 피고인 A는 피고인 B의 실제 운영자로서, 소속 근로자의 안전관리, 감독업무를 총괄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며, 피해자 J(55세)은 피고인 B 직원으로 위 공사 현장에서 미장 업무를 담당하였던 사람이다.
[ 피고인 A]
사업주는 작업으로 인하여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경우 낙하물 방지망, 수직보호망 또는 방호선반의 설치, 출입금지구역의 설정, 보호구의 착용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 A는 2015. 6. 5. 15:30경 충북 음성군 G에 있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바닥 콘크리트 타설시 데크 플레이트가 붕괴될 경우 콘크리트 등의 낙하물이 떨어질 위험이 있었으나 타설 장소에 출입금지구역 설정 등의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이와 같이 안전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3층 타설 지점에서 미장작업을 하는 사이 유한회사 K(이하 'K'이라 한다) 소속 작업자 O, PO 4층에서 타설작업을 위해 호퍼 밸브를 개방하였으나 콘크리트가 잘 나오지 않자 망치로 호퍼안에 담겨있는 콘크리트를 두드리다가 일시에 다량의 콘크리트가 데크 플레이트 특정 지점에 쏟아지면서 하중을 이기지 못한 데크 플레이트가 휘면서 미처 굳지 않은 콘크리트와 함께 3층 바닥으로 떨어졌고, 마침 같은 지점 3층에서 미장 작업을 하던 피해자가 이에 깔린 뒤 그 충격으로 완전히 굳지 않은 3층 타설 부분까지 무너지면서 재차 2층으로 추락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 피고인 B ]
피고인 B은 위 일시.장소에서 피고인 B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피고인 A가 피고인 B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위반행위를 하였다.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들이 이 사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사망에 관하여 위 작업장에서의 안전조치는 K 및 D에 그 책임이 있었고, 피고인들이 할 수 있는 안전조치를 다하였으며, 위 사망은 K이 공정상 예정되어 있지 않았던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한 것에 따른 것으로 피고인 A가 피해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각 사정, 즉 ①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 A는 공정이 늦어짐에 따라 이 사건 사고 현장의 위층인 4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지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나아가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 A는 피해자가 이 사건 작업에 투입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인 미장작업에서의 안전조치 외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던 점, ③ 이 사건 사고 직전에 K에게 한 콘크리트 타설 작업에 관하여 설치한 데크 등이 부실하게 설치되어 아래층으로 콘크리트 등이 떨어지는 상황이었고, 위 4층에 설치된 데크 플레이트 역시 마찬가지로 부실하게 설치되어 있었으며, 이러한 사실은 피고인 B이 투입한 노무자들도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A는 적어도 위 사건 현장에서 콘크리트 등의 낙하물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피해자에 대한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률의 해석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3항에 의하면, 사업주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토사·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 그 밖에 작업 시 천재지변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사업주가 위와 같은 위험방지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이를 처벌하고 있다.
한편, 같은 법 제71조는 법인의 대표자 또는 법인이나 개인의 대리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6조의2 등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해당조문의 벌칙규정을 적용하도록 양벌규정을 두고 있고, 이 규정의 취지는 같은 법 제66조의2 등의 위반행위를 사업자인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행위자와 사업자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위 양벌규정에 의하여 사업자가 아닌 행위자도 사업자에 대한 같은 법 제66조의2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이 된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및 대법원 1995 .5. 26. 선고 95도230 판결 참조).
결국 같은 법 제71조, 제66조의2, 제23조 제3항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① 사업주에게 위험방지의무가 있어야 하고, ② 근로자가 사망하여야 하며, ③ 사업주나 행위자의 위험방지의무위반행위와 근로자의 사망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 사건 사업주의 위험방지의무 존재 여부
이 사건 '사업주'에 관한 판단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3호의 '사업주'란 어떤 사업에서의 경영주체로서 경영상의 손익계산이 귀속하는 자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공사를 도급받은 수급인인 회사 소속 직원들이 공사현장에서 작업에 종사하였다면 그 회사는 법 소정의 사업주라고 볼 수 있지만, 그 회사의 대표이사를 법 소정의 사업주라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 1994. 5. 24. 선고 94도660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인 A를 위 법 소정의 사업주라 볼 수 없고, 피고인 B을 사업주라 보아야 한다.
피고인 B의 위험방지의무의 존재 여부
한편,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고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유한회사 F는 D에 이 사건 공사를 공사대금 194억원으로 하여 도급하였다. 피고인 B은 미장, 방수 및 조적 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원청업체인 D로부터 'G 오피스텔 신축공사 중 조적 및 미장공사'를 공사금액 3억 9,083만원으로 하여 하도급 받았다. 그리고 K은 철근콘크리트공사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 D로부터 'G 오피스텔 신축공사 중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공사금액 27억 2,800만원으로 하여 하도급받았다. D은 이 외에도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약 25개의 회사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피고인 B은 미장을 담당하였고, K은 미장을 제외한 나머지 철근 콘크리트 공사 전부를 담당하고 있었다. K은 V에 데크설치작업을 공사금액 1억원으로 하여 재하도급 하였고, V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 데크를 설치하였다. K은 데크가 설치된 후 추가적인 안전조치로 동바리를 설치하였다.
피고인 A는 B의 실질적인 운영자였고, 피해자는 B의 이사이자 이 사건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이었다. 피고인 B은 이 사건 당시 이 사건 공사 외에도 2개의 하도급 공사를 진행하던 중이었고, 각 현장에 책임관리자가 따로 있었다.
이 사건 공사현장을 실질적으로 총괄·관리하는 사람은 D의 현장소장인 H였고, 이 사건 공사현장의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총괄·관리하는 사람은 K의 현장소장인 N이었으며, 이 사건 당시 현장의 안전관리책임자로 산업안전기사 자격이 있는 W이 선임되어 있었다.
피해자는 2013. 11.경 피고인 B에 입사하여 2014. 11.경부터 현장소장으로 근무하였고,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대부분 관리업무를 주로 하면서 소량의 미장작업만 직접 하였다(피해자의 동생인 X은 피해자가 평소 일은 하지 않고 관리를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피고인 B의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위한 조치에 대한 책임은 현장소장인 피해자에게 있었고, 실제로 현장소장인 피해자가 피고인 B 소속 직원들의 작업 환경 및 직원들 개인에 대한 안전조치를 지시하였다.
H는 현장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하도급업체 실무책임자들과 매월 협력업체협의체 회의 및 간담회를 하였는데, 협력업체협의체의 협의내용은 현장 공정별 안전조치사항에 관한 것이었고, 그 회의에 B의 책임자로 피해자가 참석하였다.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2015. 1. 20. 노사합동안전보건점검을 하였는데 당시 피해자는 B의 현장책임자로 참여하였다. D의 H는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무자들을 상대로 매주 1회 안전교육을 하였고, 2015. 6. 1. 타워크레인 철거와 관련하여 안전관련 회의를 하였는데 당시 피해자도 B의 책임자로 참석하였다.
이 사건 공사현장에 대한 안전조치나 안전장비, 출입구역설정과 같은 조치는 원청업체인 D에서 대부분 진행하였다.
피해자와 노무자인 Q은 이 사건 당일 현장에 공사가 없다고 생각하여 창고에서 자재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K 측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있다고 하면서 미장작업을 요청하여 작업현장에 가게 되었다. 당시 피해자는 Q에게 개인보호구 등 안전장비를 지급하였고, 피해자도 안전모 등을 착용하였다.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3층에 설치한 데크판에서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지고, 천장에 붙어 있는 철로 되어 있는 데크판이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고정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임을 확인하고, 원청회사인 D에 연락을 하였다. 피해자의 연락을 받은 D 건축기사가 이 사건 현장으로 와 사진촬영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작업이 일시 중단되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사건 당일 현장에 없었고, 피해자로부터 작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하였으나 구체적인 작업환경이나 상황에 대하여 알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D, K, 피고인 B의 각 공사금액, 공사범위, 공사의 내용, 각 회사 간의 업무분담관계, 이 사건 공사현장의 안전보건총괄자, 이 사건 공사 당시의 상황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사현장 콘크리트 공사와 관련하여 낙하물방지망, 수직보호망, 방호선반의 설치, 출입금지구역의 설정 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는 콘크리트 공사를 진행하던 K이나 원청업체인 D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보호구의 착용의무는 피고인 B에 있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보호구를 착용한 상태였다).
소결
결국, 원심의 판단이유에서 지적한 사정들이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B이 보호구 착용 외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위험방지의무를 부담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 밖에 이를 인정할 만한 별다른 증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사실오인을 지적하는 항소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고, 이는 위 제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창모(재판장) 정선희 김재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