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설립이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C 주식회사(이하 ‘C’라 한다)는 골판지 및 골판지상자 제조업, 포장용지함 제조업, 인쇄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상시근로자 약 170명을 고용하여 전남 장성군 D에 장성공장을, 충북 청주시 흥덕구 E에 청주공장을 각 운영하고 있다.
원고는 금속 및 금속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등을 조직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서 그 상급단체는 F단체이고, 산하에 C 근로자들이 가입된 대전충북지부 G 지회(이하 ‘원고 지회’라 한다)를 두고 있다.
피고는 C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H를 위원장으로 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다.
원고 지회 설립
C 청주공장 소속 근로자들은 2020. 3. 25.부터 같은 달 26.까지 원고 지회 설립총회를 열고 원고 지회 규칙 제정, 임원 선출 등을 결의하였고, 원고는 2020. 3. 30. 원고 지회의 설치를 승인하였다.
피고 등 설립
C 청주공장 소속 근로자들 중 원고 지회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들 일부는 2020. 3. 24. I 노동조합(이하 ‘I 노조’라 한다)을 설립하고 그 설립신고를 마쳤으며, C 청주공장 또는 장성공장 소속 근로자들 중 원고 지회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들 일부는 2020. 3. 31. 피고를 설립하고 그 신고를 마쳤다.
장성군수는 2020. 4. 1. 피고에 대하여 노동조합설립신고증을 발급하여 주었다.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
원고는 2020. 3. 26. C에게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고, C는 2020. 3. 27. 다른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을 2020. 3. 27.부터 2020. 4. 2.로 표시하여 원고의 단체교섭 요구사실을 공고하였다.
이에 I 노조 및 피고는 2020. 4. 2. C에 단체교섭을 각각 요구하였고, C는 2020. 4. 3.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원고, 피고, I 노조를 단체교섭 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하고 공고내용에 대한 이의는 공고기간인 2020. 4. 3.부터 2020. 4. 8. 내에 할 것을 공고하였다.
C는 2020. 4. 23. 피고가 확정된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수 140명 중 76명이 가입된 과반수 노동조합임을 공고하면서 위 공고에 이의가 있는 노동조합은 2020. 4. 23.부터 2020. 4. 28.까지 노동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같은 기간 내에 이의신청하는 노동조합이 없으면 피고가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확정됨을 공고하였다. 그 후 피고는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확정되었다.
피고 설립신고 수리처분 직권취소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2021. 1. 25. 피고에게 ’피고의 설립신고시 총회 미개최 사실 등 설립신고사항의 하자가 확인되어 노동조합 설립신고서 수리처분을 직권취소할 예정임‘을 사전통지하고, 2021. 3. 4. 피고에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10조(설립의 신고) 제1항 및 제16조(총회의 의결사항) 제1항 위반을 이유로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직권취소함‘을 통지하였다.
C 경영진 등에 대한 형사 판결
C 사업본부장, C 장성공장 관리팀장 등은 피고 설립을 위한 설립신고서, 조합규약, 허위 총회 회의록 등을 작성하여 준 행위 및 근로자들에게 피고 가입을 종용한 행위에 대하여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의 범죄사실로 광주지방법원 2021고단1921호로 기소되었고, 위 법원은 2021. 9. 14. 위 범죄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여 C 사업본부장에게 징역 1년 6월, C 장성공장 관리팀장에게 징역 10월 등의 형을 선고하였다(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위 사건에서 피고인들과 검사 모두 광주지방법원 2021노2756호로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계속 중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16, 17, 19, 25 내지 28, 30 내지 34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원고의 주장
피고는 사용자인 C의 적극적인 관여 내지 개입 하에, 설립총회 자체를 개최한 사실이 없음에도 허위로 총회 공고문, 총회 규약, 총회 회의록 등을 작성하여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마쳤으므로,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조직한 단체‘로 볼 수 없다. 결국 피고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에서 정하는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그 설립은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교섭 대표 노동조합의 자격으로 C와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등 노동조합으로서 활동하고 있으므로 피고 설립의 무효 확인을 구한다.
판단
관련 법리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이를 위하여 노동조합법 제1조는 “이 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법에 의하면, 노동조합이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하며(제2조 제4호 본문), 다만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가.목),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는 경우”(나.목), “공제․수양 기타 복리사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다.목),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다만,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목),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마.목)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제2조 제4호 단서). 만일 설립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이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단서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행정관청은 노동조합법 제12조 제3항 제1호에 따라 설립신고서를 반려하여야 하고, 노동조합의 규약이나 결의가 위 각 목에 해당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위법한 경우에도 행정관청은 노동조합법 제21조에 따라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해당 규약이나 결의에 대한 시정을 명할 수 있다.
헌법 제33조 제1항이 근로자에게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뜻은 근로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단체교섭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이러한 노사 간 실질적 자치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동조합의 주체성과 자주성이라는 전제가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즉 노동조합은 근로자들이 스스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국가와 사용자에 대항하여 자주적으로 단결한 조직이므로, 노동조합은 근로자들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야 하고 국가나 사용자 등으로부터 자주성을 확보하여야만 한다(헌법재판소 2015. 5. 28. 선고 2013헌마671 등 결정 참조). 이러한 헌법적 요청을 이어받아 앞서 본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는, 헌법 제33조 제1항에 근거하여 그 집단적 단결권이 보장되는 근로자단체의 본질적 성질을 구체화하면서 노동조합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단체인 노동조합을 정의함으로써 그 실질적 요건을 규정한 것이다. 즉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는 그 본문에서 노동조합이 갖추어야 할 적극적 요건의 하나로서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나아가 그 단서 가.목, 나.목, 라.목을 통하여 근로자단체가 위 주체성, 자주성을 결여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를 들고 있으며, 노동조합법은 이러한 정의규정에서 정한 주체성과 자주성 등의 실질적 요건이 충족될 것을 기본적인 전제로 삼아 앞서 본 입법 목적에 따라 노동조합의 설립신고의 수리와 반려, 규약의 시정명령 등에 관하여 규정하는 체계를 취하고 있다. 관련하여 노동조합의 주체성과 자주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배제․시정함으로써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회복하고 궁극적으로 노동3권의 실질적인 행사를 보장하려는 취지에 따라 노동조합법은 그 제81조 제1항 제4호에서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 등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위와 같은 규정들의 내용 및 그 취지를 종합하면,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에 불과하거나, 노동조합이 설립될 당시부터 사용자가 위와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려는 것에 관하여 노동조합 측과 적극적인 통모․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등과 같이 해당 노동조합이 헌법 제33조 제1항 및 그 헌법적 요청에 바탕을 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가 규정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설령 그 설립신고가 행정관청에 의하여 형식상 수리되었더라도 실질적 요건이 흠결된 하자가 해소되거나 치유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상 그 설립이 무효로서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는 주체인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2020. 3. 초순경 원고 지회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고, I 노조가 노조 규약에 기재된 조합원 모집범위의 한계로 장성공장 근로자의 가입이 어려워 교섭 대표 노동조합의 지위를 가져올 수 없게 되자, 원고 지회활동에 대응하기 위하여 사용자인 C 측의 전적인 계획과 주도 하에 피고가 설립된 점, ② 사용자인 C 측은 2020. 3. 30.경부터 같은 달 31.경까지 C 장성공장에서 근무시간 중 근로자들을 상대로 노조 설명회를 개최하고 개별 면담을 진행하여 ‘회사에서 노조 가입비를 내준다고 했다’, ‘회사에서 F단체에 대응하는 노조를 만들려고 한다’, ‘회사 측 노조에 가입하여 줄을 잘 서라’ 등의 취지로 말하여 근로자들의 피고 가입을 압박한 점, ③ C 측은 2020. 3. 31. 노동조합 설립을 위한 총회를 개최한 사실이 없음에도 마치 총회를 개최한 것처럼 허위 회의록을 만들고, 규약 등 노동조합 설립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여 피고 설립신고를 마쳤고, 이에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2021. 3. 4. 피고의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직권취소한 점, ④ 관련 형사사건의 1심에서 C 사업본부장, C 장성공장 관리팀장 등 사용자 측 인사들이 피고 설립 단계에서 원고 지회의 교섭 대표노동조합의 지휘를 빼앗기 위하여 피고의 조직 또는 운영에 지배·개입하였다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받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그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하여 설립된 것으로서 헌법 제33조 제1항 및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가 규정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그 설립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병렬(재판장) 김환권 전보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