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159,796,000원 및 이에 대한 2016. 10. 12.부터 2017. 10. 17.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의 배우자이던 망 C(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74. 2. 1.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피고 소속 굴진선산원으로 근무하였다.
망인은 피고 소속 굴진선산원으로 근무하던 1980. 3. 3. 진폐증으로 판명되었고, 1980. 9.경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장해등급 11급(진폐 2형)으로 판정되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장해급여를 지급받았으며, 그 후 진폐증이 악화되어 1990. 9. 3.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장해등급 5급(진폐 4형)로 판정되어 장해급여를 지급받았다.
망인은 피고 회사와 D노동조합 B탄광지부 사이에 1980. 8. 28. 체결된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 제42조 제5호에서 정한 '재해로 인하여 장해보상을 받은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1980. 12. 11. 피고 회사에서 해고되었고, 퇴직 이후 진폐증 및 그로 인한 폐결핵 등 합병증으로 치료를 받아왔으나 2011. 9. 29. 위 질병으로 사망하였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68조에 의하면 '탄광은 조합원이 업무상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경우에는 그 유족에 대하여 평균임금의 2,090일 분(산재보상 1,000일 분, 자체보상 1,000일 분, 산재장례비 90일 분)을 유족보상금으로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68조에 기한 유족보상금 산정기준이 되는 망인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평균임금은 1일 159,796원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내지 7호증, 을 제4,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원고
망인은 피고 소속 굴진선산원으로 근무하면서 업무상 재해인 진폐증에 걸려 진폐증 및 그 합병증으로 사망하였는바, 피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인 원고에게 이 사건 단체협약 제68조에 기한 유족보상금 중 자체보상 1,000일 분인 159,796,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유족보상금을 지급하는 '업무상 재해'는 피고의 업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하고, 또한 질병이 아닌 사고를 의미하는 것인바, 진폐증으로 사망한 경우 이 사건 단체협약 제68조에 기한 유족보상금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가사 망인의 유족에 대한 이 사건 단체협약상 유족보상금 지급의무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단체협약상 유족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유족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이 아닌 민법상 상속인으로 해석하여야 하므로, 망인을 단독상속하는 것이 아닌 원고의 청구 전부가 이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판단
망인이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규정한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였는지 여부
망인이 피고 소속 굴진선산원으로 근무하던 중 얻은 진폐증 및 그 합병증으로 인하여 사망한 사실은 앞서 살핀 바와 같다.
또한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1호증의 2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보면, 망인이 피고 소속 굴진선산원으로 근무하던 중 얻은 진폐증으로 사망한 것은 이 사건 단체협약 제68조에서 정한 '조합원이 업무상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의 취업규칙 제60조에서는 '업무상 재해의 보상'이라는 제목 하에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린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정하는 바에 따라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위 취업규칙 제61조에서는 '기타보상'이라는 제목 하에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장해 또는 순직하였을 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단체협약의 정하는 바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취업규칙의 문리적 해석에 따르면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라 보상되는 '업무상 재해'에는 업무상 발생한 사고 이외에 업무수행 중 발생한 질병도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위 취업규칙 제62조에서 '다른 손해배상과의 관계'를 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상 보상과 민법상 손해배상을 서로 다른 개념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업무상 재해'의 발생에 피고의 귀책사유가 요구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6장 재해보상편은 이 사건 단체협약이 체결될 당시인 1980. 8. 28. 시행되던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새로운 근로기준법이 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근로기준법'이라 한다) 제8장 재해보상편과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81. 4. 8. 법률 제34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라 한다) 제3장 보험급여편의 내용이 편입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단체협약 제94조에서는 '본 협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것이나 미비된 것은 관계법규 및 통상관례에 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1항에서는 '업무상 재해'를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라고 규정하고 있어 재해 발생에 피고의 귀책사유 존부를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
근로복지공단은 질병인 망인의 진폐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을 전제로 망인에게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장해급여를 지급하였고, 피고는 망인이 위와 같은 장해급여를 지급받았음을 전제로 망인을 해고하였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68조는 '업무상으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유족보상금이 발생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그 문언상 이 사건 단체협약 제6장 재해보상편의 기타 재해보상청구권 발생요건으로 정한 '업무상 부상 및 질병'을 당연히 포괄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망인은 이 사건 단체협약에 규정된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단체협약에 규정된 '유족'의 범위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단체협약에 '유족'에 관한 정의규정이 없는 점, ② 이 사건 단체협약 제94조에서는 '본 협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것이나 미비된 것은 관계법규 및 통상관례에 의한다'라고 정하고 있는 점, ③ 이 사건 단체협약 제68조 유족보상금 중 자체보상금 부분은 구 근로기준법 제82조<1>의 내용이 편입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구 근로기준법 제82조, 동법 시행령(1981. 1. 29. 대통령령 제101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1조에 의하면, 근로자가 사망할 때 그가 부양하고 있던 배우자(사실혼 관계에 있던 자를 포함한다), 자녀, 부모, 손 및 조부모를 1순위 유족으로 하되, 1순위 유족 사이에서는 그 기재된 순서에 따라 그 중 가장 먼저 기재된 배우자를 최우선 유족으로 규정한 사실, ⑤ 민법에는 유족에 관한 별도의 정의규정이 없을뿐더러 '유족'의 의미를 '상속인'의 의미와 동일하게 볼 근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단체협약상 망인의 유족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최선순위 유족은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라고 봄이 상당하다.
소결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단체협약에 기한 유족보상금 중 자체보상금 159,796,000원(= 1일 평균임금 159,796원 × 1,000일)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6. 10. 12.부터 이 판결선고일인 2017. 10. 17.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항변에 관한 판단
소멸시효완성 항변
피고는, 원고가 청구하는 자체보상금은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청구권의 성격을 가지므로 근로기준법 제92조에 따라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그 권리가 시효로 소멸하는데, 원고는 망인이 사망한 2011. 9. 29.로부터 3년이 경과한 이후인 2016. 9. 29.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권리는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원고가 주장하는 권리는 근로기준법 제82조의 유족보상청구권이 아니라 이 사건 단체협약 제68조에 기한 자체보상청구권이고, 피고가 D노동조합 B탄광지부와 체결한 이 사건 단체협약은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그에 기한 자체보상청구권에는 5년의 상사시효가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다1381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주장하는 자체보상청구권이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유족보상금청구권과 그 내용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청구권의 근거가 서로 다르고, 이 사건 단체협약에 근로기준법상 시효기간을 준용하도록 정하지 않은 이상, 이 사건 단체협약에 기한 자체보상청구권에 근로기준법 제92조 3년의 시효기간이 적용될 여지는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항변은 이유 없다.
신의칙위반 항변
피고는, 망인이 진폐증에 걸린 이후 사망시까지 30년이 넘는 시간이 경과한 점, 망인이 1996. 10. 21.부터 2011. 9. 29. 사망시까지 매월 휴업급여를 받아온 점 등에 비추어볼 때, 30여 년 전 단체협약인 이 사건 단체협약에 기한 원고의 자체보상청구권 행사는 신의칙에 반한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유족보상청구권이라는 권리는 그 특성상 업무상 재해가 발생한 이후 상당기간 경과 후에 발생할 것을 어느 정도 예정하고 있는 점, ② 망인이 진폐증으로 판정되고 사망할 당시까지 30년 넘게 겪은 고통과 피고가 업무상 재해 발생 30년 후 예상하지 못한 자체보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여 받는 불이익을 비교형량할 때 망인이 생전에 받은 고통이 피고가 받게 될 불이익보다 적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고 장시간이 경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유족보상청구권의 행사를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보는 경우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들을 사망의 시점이라는 불합리한 이유를 근거로 차별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점, ④ 망인이 진폐증을 고의로 악화시켜 사망하였다거나 원고가 피고를 괴롭힐 목적으로 자체보상청구권을 행사한다는 등의 사정이 전혀 없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의 자체 보상청구권 행사가 신의칙에 반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항변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정곤(재판장) 조민혁 윤영수
각주1) 제82조(유족보상)
각주2) 근로자가 업무상 사망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유족에 대하여 평균임금의 천일분의 유족보상을 행하여야 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