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사건정보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판결
사건
2017고합16
판결선고
2017. 8. 10.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제1형사부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전남 신안군 C에 있는 D 일대에 전, 답, 임야, 염전, 잡종지 등 60개 지목의 부동산 약 198,925m² 상당을 소유하며 상시근로자 1명을 사용하여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고, 피해자 E(1965년생)는 지적장애 2급으로, IQ 41, SQ 32의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어 일반인에 비해 사리판단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노동력착취유인
피고인은 1993. 7. 초순경 전남 신안군 C에 있는 D 이하 불상지에서, 마을 이장인 F으로부터 선착장에서 배회 중인 지적장애인인 피해자(당시 28세)를 소개받고, 피해자가 오갈 곳 없는 무일푼이고 사고 및 판단능력이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을 알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의 논이나 밭에서 일을 하도록 하고 임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같이 일을 하자"고 하면서 피해자를 G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간 뒤, 그때부터 2016. 9. 24.경까지 피고인의 집 옆에 있는 낡은 행랑채에 거주하게 하면서 자신의 농사일을 하게 하는 등 피해자를 실력적 지배하에 두고 노동력을 착취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노동력 착취 목적으로 피해자를 유인하였다.
준사기
피고인은 1993. 7. 초순경 제1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주거지로 피해자를 데리고 온 후 피해자가 지적능력과 사리분별능력이 부족하여 일을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임금청구를 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논농사, 밭농사 등을 하게 하고, 1993. 7. 임금에 해당하는 245,220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하지 아니하여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6. 9. 30.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피해자로 하여금 총 105,480,520원 상당의 임금(고용노동부 장관 고시 최저임금 기준)을 받지 아니하고 근로하게 하여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심신장애를 이용하여 위 금액 상당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
폭행
피고인은 2015년 여름 일자불상 저녁경 자신의 주거지에서, 술을 마신 상태에서 행랑채 안에 있던 피해자를 밖으로 불러내어 "땅바닥에 대가리 박아"라고 말하고, 겁을 먹은 피해자로 하여금 일명 '원산폭격' 자세로 바닥에 머리를 박게 하였다.
계속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옷을 벗으라고 말하여 피해자가 옷을 다 벗자 집안에 보관 중이던 밧줄로 피해자의 팔과 몸을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피해자를 전남 신안군 H에 있는 물웅덩이(일명 '둠벙')로 끌고 갔다.
그곳에서 피고인은 위와 같이 밧줄에 묶인 피해자를 두 손으로 밀어 물웅덩이에 빠뜨린 뒤, 밧줄을 잡아당겨 다시 물 밖으로 꺼내주고, 다음날 저녁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를 밧줄에 묶인 상태로 물웅덩이에 빠뜨린 뒤, 밧줄을 잡아당겨 다시 물 밖으로 꺼내줌으로써 피해자를 폭행하였다.
피고인은 2015. 12. 하순 13:00경 전남 신안군 I에 있는 농업용 창고 앞길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손으로 피해자의 뺨을 때리고, 발로 피해자를 걷어차 넘어뜨린 뒤, 계속해서 발로 온몸을 수회 걷어참으로써 피해자를 폭행하였다.
근로기준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통화로 임금을 직접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2. 3. 1.경부터 2016. 9. 23.경까지 농사일을 한 피해자의 2012년 3월 임금 1,117,520원을 정기지급일인 2012. 3. 31.경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6. 9. 30.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총 39회에 걸쳐 임금 합계 49,426,400원을 일정한 날짜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법정진술(일부)
증인 E, F, J, K, L, M의 각 법정진술(일부)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일부)
F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일부)
피고인에 대한 진술조서(피내사자), 진술조서(참고인, 피혐의자),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일부)
E, N, J, L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일부)
F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일부, 제3회 진술조서는 탄원서 작성 경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한하여)
임상심리검사보고서(임상심리학자 O)
내사보고(사건접수 및 경찰서 동행건), 내사보고(복지센터 신병인계 건), 내사보고(참고인 F의 가족관계 증빙서류 발급건), 내사보고(A 소유의 부동산 조회 회신의 건),내사보고(연도별 최저임금액 확인 건), 내사보고(피해자 임상심리검사보고서 회신건), 수사보고(D 출장소 폐지 확인 건), 내사보고(E의 그림 첨부 건), 내사보고(범행 일시 특정 경위 건), 내사보고(대출금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 내사보고(피내사자 A의 영리유인 및 준사기 범행시점 건), 내사보고(A의 P농협 농작물 수매내역 확인 건), 내사보고(현재 D 상황 건), 내사보고(영리유인 및 준사기 범행시점 정정 건), 수사보고(A의 수매내역 조회 건), 수사보고(범행 장소 변경 건), 수사보고(준사기 피해액 산정 건), 수사보고(장애등급결정 건), 수사보고(D 임장 건), 수사보고(통신자료제공 요청 사유에 대하여), 현지출장에 따른 수사보고
112신고 접수 내역서, 국민신문고 민원내용서
장애등급결정서(지적장애 2급)
A 소유의 부동산 현황, 개인별 수매내역 조회(벼), 매입내역 조회(밭작물) 등, A의수매내역(2006. 11. 3.부터 2015. 12. 1.), 피의자가 조합장 재직 당시 농협에 수매한 수매내역표 1부, 미지급 임금내역 및 수매내역 조회 등
가족관계증명서 및 주민등록초본(수사기록 1권 99쪽), 피의자 가족관계증명서 및 제적등본(수사기록 1권 377쪽)
사건 현장 사진(수사기록 1권 428쪽 이하), 사진(피의자의 자택과 구 출장소와의 거리)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88조 제2항(노동력착취유인의 점)
형법 제348조 제1항(준사기의 점, 포괄하여, 징역형 선택)
각 형법 제260조 제1항(폭행의 점, 징역형 선택)
각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3조(임금체불의 점, 징역형 선택)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가장 무거운 노동력착취유인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주장
노동력착취유인죄에 대하여
피고인은 일을 시킬 목적으로 피해자를 데리고 온 것이 아니고, 실제로 피해자에게 일을 시킨 사실도 없으며, 피해자가 언제든지 피고인의 집을 떠날 수 있었으므로 피해자를 실력적 지배하에 둔 사실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노동력착취유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준사기죄, 근로기준법위반죄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와 근로관계를 맺고 피해자에게 일을 시킨 사실이 없으므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피해자에 대한 임금지급의무를 전제로 하는 준사기죄,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각 폭행죄에 대하여
피고인은 판시 제3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
판단
노동력착취유인죄에 대하여
피고인이 일을 시킬 목적으로 피해자를 데려왔는지 여부
피고인이 사는 마을의 이장인 F은 이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처음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건네줄 때 피고인에게 '소 키우는 일을 시키면서 밥이나 먹여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고 진술하였고[F의 법정진술(녹취서 21쪽, 22쪽), 수사기록 1권 84쪽, 214쪽, 215쪽],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그 당시 F으로부터 '소 키우는 일을 시키면 어떻겠냐'라는 말을 듣고 F으로부터 피해자를 인계받았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권 155쪽).
피고인이 사는 마을의 주민인 L는 이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 2016. 3.경 피해자가 마을 할머니의 돈을 훔친 일로 마을회관에서 피고인과 F이 서로 다툰 일이 있었는데, 당시 F이 피고인에게 '형님이 E를 데리고 있으니 E가 훔친 돈을 물어주라'고 말을 하자, 피고인이 이를 거절하면서 F에게 '내가 너에게 돈을 주고 E를 데려왔지 않느냐'라는 취지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L의 법정진술(녹취서 4쪽, 5쪽, 7쪽, 8쪽, 17쪽), 수사기록 1권 305쪽, 306쪽]. 이처럼 피고인이 처음 피해자를 인계받을 때 F에게 일정한 돈을 지급하였다는 것은 피해자를 육체노동에 종사시킬 목적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와 같은 피고인과 마을주민들의 각 진술내용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해자가 지능이 매우 낮아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하여 누구든지 손쉽게 지배하에 두고 육체노동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 피고인이 처음 피해자를 데리고 온 때부터 피해자가 경찰에 의해 복지관에 인계될 때까지 피해자를 실력적인 지배하에 두고 피고인의 경작지에서 농사일을 시킨 점[아래 2)항에서 상세히 살펴본다]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은 1993. 7. 초 순경 피해자로 하여금 육체노동에 종사하게 할 목적으로 F으로부터 피해자를 인계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이 피해자로 하여금 농사일을 하게 하였는지 여부
피해자는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처음 피고인의 집에서 살게 된 때부터 피고인이 시켜서 피고인의 경작지에서 벼농사, 깨농사, 고추농사, 마늘농사 등을 하였고, 농사철에는 피고인이 교회를 가는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쉬는 날 없이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였으며, 피고인이 시키는 것을 거부할 수 없어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피해자의 법정진술(녹취서 5쪽, 6쪽, 31쪽)].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도 처음 피고인을 따라간 후부터 경찰에 의해 복지관에 인계되기 직전까지 피고인의 집에서 농사일을 하였으며, 농사일을 할 때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피고인이 기계를 운전해서 하고, 모판을 들어 나르거나 상차하는 일과 같이 기계가 할 수 없어 사람의 손이 필요한 일은 자신이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권 31쪽).
F은 이 법정에서 자신이 마을 이장으로 있는 동안 피해자가 피고인과 함께 논농사, 고추농사, 깨농사 등을 하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였고[F의 법정진술(녹취서 12쪽)], 수사기관에서는 2016. 7.경 피해자가 피고인의 밭에서 고추를 따서 자루에 담고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였으며, 피고인으로부터 'E가 농사일을 배워서 고추도 제법 잘 딴다. 예전에는 고추를 따라고 시키면 고추가지까지 꺾어 버렸는데, 올해에는 E가 제법 일도 잘하고 일손도 많이 부족해서 E한테 일을 시켰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권 218쪽). 또한 F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피고인과 함께 농사일을 한 것이고, 피해자가 단지 잔심부름 정도만 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며, 자신이 마을사람들에게 'A는 E 아니면 농사일 못해. E가 일 다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권 247쪽).
이 사건을 국가기관에 제보한 외지사람인 J은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2016. 7. 말경 D에 휴가를 갔을 때 피고인의 지시로 고추를 따고 있는 피해자의 모습을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J의 법정진술(녹취서 3쪽, 4쪽, 10쪽)]. J은 수사기관에서 피해 자가 둑방에서 낫으로 풀을 베는 모습을 보았고, 피고인의 사촌형이라는 사람이 뒷짐을 지고 피해자의 뒤에 서 있으면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면서 일을 시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권 234쪽).
L는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일꾼이었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니까 간단한 일 정도는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며, 2016년 여름에 피해자가 피고인의 고추밭에서 고추를 가득 담은 자루를 경운기에 싣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권 307쪽). 또한 L는 수사기관에서 '솔직히 E가 너무 불쌍합니다. 수십 년 동안 A와 함께 살면서 그 사람과 같이 일을 했구요. E가 농사일을 잘 했건 못했건 수십 년 동안 A와 일을 했으니까 E를 맨손으로 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A가 E에게 어느 정도 보상은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권 311쪽).
피고인이 사는 마을의 주민인 K는 이 법정에서 2016. 7. 하순경 J 등이 자신의 집에 휴가를 왔을 때 피해자가 혼자서 고추를 따고 있는 것을 보고 불쌍해서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서 밥을 먹인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다[K의 법정진술(녹취서 11쪽)].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에게 고추농사, 깨농사, 양파농사, 마늘농사 등을 돕게 하였다는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고[피고인에 대한 진술조서(수사기록 2권 150쪽)], 피해자가 자신에게 고용되어 근로하였음을 전제로 피해자에게 2012. 3.부터 2016. 9.까지의 최저임금 49,426,4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하였다[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수사기록 2권 312쪽)].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1996년경부터 2016. 9.경까지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와 함께 피고인의 농사일을 거들었고, 피고인이 농협조합장을 하였던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피해자와 피고인의 처가 피고인의 농사일을 전담하였으며, 피해자에게 농사일을 시키고 그에 대한 노임을 주지 않은 것을 인정한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2권 914쪽 ~ 917쪽, 922쪽).
또한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구체적으로 피해자가 담당한 농사일의 내용에 관하여, 피해자가 깨대를 베고, 마늘이나 양파를 수확하고, 익은 고추를 따는 등 농작물을 수확하여 운반하는 일을 하였으며, 피해자가 밭이랑 만들기, 밭두렁에 비닐포장 씌우기, 종자 및 종묘 식재, 비료살포 등과 같이 농작물의 재배 및 수확을 위한 전반적인 작업을 피고인과 함께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2권 918쪽, 919쪽, 923쪽).
나아가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자신은 피해자가 없었다면 농사를 지을 형편이 아니었고, 비록 피해자가 도벽이 있는 등 좋지 않은 습벽이 있었지만 필요에 따라 데리고 있었으며, 피고인이 농사일의 상당 부분을 피해자에게 의존하였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2권 934쪽, 936쪽).
위와 같은 피고인과 피해자 및 마을주민 등의 진술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처음 피해자를 F으로부터 인계받은 1993. 7. 초순경부터 피해자가 경찰에 의해 복지관에 인계된 2016. 9. 24.경까지 피해자를 데리고 있으면서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의 경작지에서 농작물을 재배·수확하고 운반하는 등의 농사일을 하도록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실력적 지배하에 두었는지 여부
피해자는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농사일을 쉬는 날에도 D 밖으로 나간 적이 없고, 그 이유가 피고인이 보내 주지 않아서이며, 피고인으로부터 '섬 밖으로 나가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피해자의 법정진술(녹취서 6쪽, 7쪽)]. 또한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섬 밖으로 나가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피고인으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해 돈이 없었고, 피고인으로부터 섬 밖으로 나가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어 겁이 나서 섬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권 32쪽).
한편 F, K, L, 그리고 D와 Q항을 오가는 도선의 선장인 R은 이 법정에서 피해자가 혼자서 빈병이나 빈 가스통 등을 들고 D항에서 배를 타고 바다건너 2~3분 거리인 Q항에 있는 가게에 가서 빈병이나 빈 가스통 등을 운반해주고 D로 돌아오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다[F의 법정진술(녹취서 18쪽), K의 법정진술(녹취서 17쪽, 18쪽), L의 법정진술(녹취서 15쪽, 16쪽), R의 법정진술(녹취서 3쪽, 4쪽)], 피고인은 위와 같은 진술들을 토대로 피해자가 스스로의 의사로 얼마든지 D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진술들에 의하더라도 피해자가 D를 나와서 다녀온 곳은 D항에서 불과 2~3분 거리인 Q항에 있는 가게에 국한되고, 피해자가 그곳을 벗어나 더 먼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여기에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지적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수중에 돈이 전혀 없고 피고인으로부터 D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면 죽는다는 말을 들어겁을 먹고 있었던 점 등의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해자가 혼자 Q항까지 간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피고인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에 있었고, 그보다 먼 곳으로 달아나 피고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겠다는 시도를 하기는 대단히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사정들을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처음 F으로부터 피해자를 인계받은 1993. 7. 초순경부터 피해자가 경찰에 의해 복지관에 인계된 2016. 9. 24.경까지 사실상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집과 D 및 그 인근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여 피해자를 실력적인 지배하에 두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소결론
지금까지 살펴본 바를 종합하면, 피고인은 1993. 7. 초순경 농사일 등을 시킬 목적으로 F으로부터 피해자를 인계받았고, 그때부터 피해자가 경찰에 의해 복지관에 인계된 2016. 9. 24.경까지 피해자를 실력적인 지배하에 두고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의 경작지에서 농사일을 하도록 한 사실이 인정된다.
준사기죄, 근로기준법위반죄에 대하여
앞서 살펴본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가 심신장애로 사리를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1993. 7. 초순경부터 2016. 9. 23.경까지 농사철에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경작지에서 농사일을 하도록 하여 피해자로부터 근로를 제공받았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이에 따라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그에 대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준사기죄 및 임금체불에 의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판시 제3의 가항의 폭행죄에 대하여
피해자는 이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 2015년 여름경 야간에 피고인이 술에 취해 집 마당에서 피해자에게 땅바닥에 머리를 박도록 하여 벌을 세웠고, 이어서 피해자에게 옷을 모두 벗으라고 한 다음 로프로 피해자의 몸을 묶어 마을에 있는 둠벙에까지 데리고 가 피해자를 밀어 둠벙에 빠뜨렸으며, 그 후 로프를 잡아당겨 피해자를 둠벙에서 꺼낸 다음 피해자에게 '앞으로 잘 하자'라고 말하였고, 그 다음날 저녁에도 피고인이 위와 같이 피해자를 로프에 묶어 둠벙에 빠뜨렸다가 꺼내주었다고 진술하였다[피해자의 법정진술(녹취서 9쪽 ~ 14쪽, 23쪽 ~ 32쪽), 수사기록 1권 33쪽 ~ 35쪽].
피고인은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둠벙에 빠진 때가 여름이었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1권 33쪽) 법정에서도 처음에 여름이라고 진술하였다가[피해자의 법정진술(녹취서 9쪽)] 나중에 겨울이라고 진술을 바꾼 점[피해자의 법정진술(녹취서 13쪽, 25쪽)], 피해자가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의 집으로 찾아간 경찰관에게 자신을 묶은 로프가 당시 창고에 있던 얇은 종류의 로프였다고 지목하였고(수사기록 1권 432쪽), 이 법정에서도 처음에 피고인이 위와 같이 가늘고 긴 밧줄로 자신을 묶었다고 진술하였다가[피해자의 법정진술(녹취서 12쪽)], 나중에는 자신을 묶은 로프가 트랙터가 빠졌을 때 건지는 용도로 사용하는 두꺼운 줄이라고 진술을 바꾼 점[피해자의 법정진술(녹취서 25쪽)] 등을 들어 피해자의 위 진술을 신빙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지적 능력이 일반인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피고인이 자신을 둠벙에 빠뜨린 때가 어느 계절이었는지, 그 당시 피고인이 자신을 묶은 로프의 굵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등을 명확하게 기억할 수 없어 위와 같이 질문에 따라 혼동하여 진술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인다. 또한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일관되게 둠벙에 빠졌을 때 상당히 추웠다고 진술하였고, 증인신문 말미에 둠벙에 빠진 정확한 계절은 기억나지 아니하고 단지 춥다는 기억밖에 없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권 35쪽, 피해자의 법정진술(녹취서 12쪽 ~ 14쪽, 25쪽, 30쪽)]. 일반적으로 계절이 여름이라도 야간에 옷을 모두 벗은 채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추위를 느낄 수 있고, 피해자가 수년 전의 일에 관하여 계절까지 명확하게 구분하여 기억할 만큼 지적 수준이 높지는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그 당시 둠벙에 빠졌을 때 추웠던 느낌만을 기억하여 단순히 그때가 겨울이었다고 혼동하여 진술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이 자신을 둠벙에 빠뜨리는 등의 폭행을 가한 사실에 관하여는 비교적 명확하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이상, 단지 피해자가 둠벙에 빠진 계절이나 자신을 묶은 로프의 굵기를 혼동하여 진술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의 위 1)항과 같은 내용의 진술이 전체적으로 신빙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과 그 밖에 앞서 든 여러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이 판시 제3의 가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 피해자를 로프에 묶어 둠벙에 빠뜨리는 등의 폭행을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
판시 제3의 나항의 폭행죄에 대하여
피해자는 이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 일관되게 2015. 12. 하순경 피고인이 술에 취해 마을에 있는 새우 양식장 근처 농업용 창고 앞에서 피해자를 나무 몽둥이로 때리고 뺨을 때리고 발로 걷어차는 등의 폭행을 가하다가 새우 양식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근처로 오니까 때리는 것을 멈추었다고 진술하였다[피해자의 법정진술(녹취서 15쪽, 16쪽), 수사기록 2권 673쪽 ~ 675쪽].
한편, 피고인은 피해자가 창고에서 마을 주민인 M, 피고인의 동생인 S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한 점[피해자의 법정진술(녹취서 19쪽, 21쪽, 22쪽)]을 들어 피해자가 실제로는 M, S에게 맞아놓고 피고인에게 맞았다고 허위의 진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위와 같이 M, S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하면서도 그와 별도로 피고인으로부터도 판시 제3의 나항 기재와 같이 폭행을 당했다고 비교적 명확하게 진술하고 있는 점[피해자의 법정진술(녹취서 22쪽, 27쪽)]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창고에서 M, S으로부터 맞았다고 진술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판시 제3의 나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과 그 밖에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이 판시 제3의 나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때려 폭행을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
결론
피고인과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처단형의 범위 : 징역 2년 ~ 22년 6월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노동력착취유인죄
[유형의 결정] 약취·유인·인신매매, 약취·유인·인신매매(은닉·국외이송·모집·운송·전달 포함)만 한 경우, 제3유형(노동력 착취·성매매와 성적 착취·장기적출·국외이송 목적 약취·유인·인신매매 등)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 상태인 경우
[권고영역의 결정] 가중영역
[권고형의 범위] 징역 3년 ~ 6년
준사기죄
[유형의 결정] 사기, 일반사기, 제2유형(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영역의 결정] 기본영역
[권고형의 범위] 징역 1년 ~ 4년
각 폭행죄
[유형의 결정] 폭력, 폭행범죄, 제1유형(일반폭행)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권고영역의 결정] 가중영역
[권고형의 범위] 징역 4월 ~ 1년
각 근로기준법위반죄(근로기준법위반죄의 동종경합범인 경우 체불임금을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유형을 결정한다)
[유형의 결정] 근로기준법위반, 임금 등 미지급, 제1유형(5,000만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권고영역의 결정] 가중영역
[권고형의 범위] 징역 6월 ~ 1년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 징역 3년 ~ 8년 4월
하한 : 기본범죄인 노동력착취유인죄의 권고형의 하한인 3년으로 한다.
상한 : 기본범죄인 노동력착취유인죄의 권고형의 상한에 제1경합범죄인 준사기죄의 권고형의 상한의 1/2과 제2경합범죄인 각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권고형의 상한의1/3을 합산한 8년 4월[= 6년 + (4년 × 1/2) + (1년 × 1/3)]로 한다.
선고형의 결정
피고인은 피해자가 일반인에 비해 지적 능력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을 알고 처음부터 육체노동을 시킬 목적으로 F으로부터 피해자를 인계받았고, 그때부터 무려 24년 동안 피해자를 자신의 실력적인 지배하에 두고 피해자로 하여금 D와 그 인근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면서 피고인의 경작지에서 고된 농사일을 하도록 하였다. 나아가 피고인은 피해자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폭행하였고, 술에 취해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밧줄로 묶어 물에 빠뜨렸다가 건져 올리는 행동까지 하였다. 피해자는 긴 세월 동안 사실상 피고인의 머슴으로 지내면서도 피고인으로부터 힘든 노동의 대가를 전혀 받지 못하였으며, 허름한 행랑채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다가 우연히 실상을 목격한 외지사람의 제보에 의하여 경찰에 구출되었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지적장애를 악용하여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피해자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기본적 인권마저 짓밟은 비열하고 파렴치한 범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반성하지 아니하고 범행 일체를 부인하면서 오히려 피해자를 가족처럼 대해주었다는 뻔뻔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을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
다만 피고인이 처음 피해자를 인계받았을 당시 우리나라에는 지금과 달리 아직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수용하여 보살필 수 있는 시설이나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았고, 피고인이 갈 곳 없는 피해자에게 기본적인 의식주는 제공한 점,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피해자에게 그동안 미지급한 임금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5,000만 원을 지급하여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피해를 일부 회복해준 점, 피고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
위와 같은 사정과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정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양형기준을 벗어나 형을 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장애인복지법위반의 점의 요지
누구든지 장애인의 신체에 폭행을 가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판시 제3의 가항 및 나항 기재와 같이 장애인인 피해자의 신체에 폭행을 가하였다.
판단
검사가 이 부분 공소사실에 적용한 법률규정은 구 장애인복지법(2015. 6. 22. 법률 제13366호로 개정되고 2017. 2. 8. 법률 제145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6조 제3항 제2호, 제59조의7 제2호이다. 그런데 위 법률규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2015. 12. 23.부터 시행되었고, 위 법률규정이 시행되기 전에는 장애인복지법에 장애인의 신체에 폭행을 가하는 행위에 대한 벌칙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하였다.
이 부분 공소사실 중 2015. 여름경의 폭행 부분은 그 범행일자가 위 법률규정이 시행되기 이전임이 역수상 명백하다.
또한 이 부분 공소사실 중 2015. 12. 하순경의 폭행 부분은 그 범행일자가 위 법률규정이 시행되기 전후에 걸쳐 있어 위 법률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가 명백하지 아니하나, 이러한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위 법률규정의 적용범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이 부분 공소사실과 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각 폭행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별도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희중(재판장) 류봉근 김유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