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 B를 금고 6월, 피고인 주식회사 E를 벌금 500만 원에 각 처한다.
다만, 피고인 B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주식회사 E에 대하여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 D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B(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이 사건 사고는 페이로더 기사 A이 중량물인 PHC 파일을 침목 위에 가지런히 내려놓지 않고 낙하시켜 굴러가게 하였고, 피해자도 PHC 파일을 밟고 올라서는 돌발 행동을 하였기 때문에 발생하였다. 따라서 피고인 B가 피해자 외에 별도로 신호수를 배치하였더라도 이 사건 사고를 방지하거나 피해자의 사망을 막을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 B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및 예견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피고인 B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및 예견가능성이 있다고 잘못 판단하였다.
설령 그렇지 아니하더라도 원심의 형(금고 6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피고인 D(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피고인 D은, 피고인 주식회사 E(이하 '피고인 E'라고만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중량물 취급 작업에 관한 작업지휘자를 지정하고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여 그 작업계획에 의해 작업을 진행하였으므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 제38조 제1항 제3호, 제11호 및 제39조 제1항을 위반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이 사건 사고 현장은 약 0.47의 경사가 형성되어 있는 곳으로 사실상 경사면으로 볼 수 없으므로, 안전보건규칙 제386조 제1호를 위반하였다고도 볼 수 없다.
더욱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공사의 공사금액은 20억 원 미만으로,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산업안전보건법 '이라 한다) 제13조는 공사금액이 20억 원 이상인 경우에만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를 두도록 하고 있으므로, 피고인 D을 산업안전보건법 제13조에서 정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 E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서로 다른 6개의 장소에서 파일항타공사를 진행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 D은 이 사건 사고 현장에 상주하면서 구체적인 현장작업지시나 안전교육을 직접 실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피고인 D에게 이 사건 사고를 방지해야 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 E(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앞서 살핀 피고인 D의 항소이유 1)부분과 같이 피고인 E가 안전보건규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E는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하였다.
굵게[2. 판단
공소장 변경으로 인한 직권판단]
검사는 이 법원에 이르러 피고인 E, 피고인 D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공소사실 제1항) 및 피고인 B의 업무상과실치사의 점(공소사실 제3항)에 관한 공소사실을 아래 변경된 공소사실과 같이 교환적으로 고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피고인들의 항소이유 중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피고인들의 항소이유 중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차례로 판단한다.
[변경된 공소사실]
피고인 B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B의 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그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및 예견가능성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 B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안전보건규칙 제37조 제3호에 따른 차량계 건설기계 작업계획서, 같은 조 제11호에 따른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에 따르면, PHC 파일 운반작업의 작업지휘자는 M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B는 M에게 알리지 아니하고 A과 피해자에게 PHC 파일 운반작업을 지시하였고, 위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에 따르면 PHC 파일의 운반수량은 1회당 2개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A과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 당시 1회당 3개의 PHC 파일을 운반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피고인 B는 이 사건 사고 현장의 현장소장임에도 불구하고, A에게 1회 당 2개의 PHC 파일만 운반하여야 한다는 교육을 실시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사고 당일에는 위와 같이 PHC 파일 운반작업을 지시하면서도 별도의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아니하였으며, 신호수인 피해자에게는 신호업무만을 하도록 하고, 별도의 작업자로 하여금 쐐기 설치 등의 업무를 하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아니하였다. 더욱이 이 사건 사고 당일 아침에는 비가 내렸기 때문에 PHC 파일을 내려놓을 때 PHC 파일이 미끄러져 굴러갈 위험이 큰 상황이었다.
피고인 B의 위와 같은 과실이 없었더라면, A과 피해자는 작업지휘자인 M의 작업지휘 아래 PHC 파일을 1회당 2개씩 운반함은 물론이고, 별도의 작업자가 쐐기 설치 등의 업무를 맡게 되었을 것이므로, A이 PHC 파일을 내려놓을 때 PHC 파일이 굴러가게 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고, 피해자는 신호수의 업무만을 맡고 있어 이 사건 사고와 같이 피해자가 파일에 협착 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PHC 파일 운반 작업의 위험성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B도 위와 같은 과실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 D
먼저 피고인 D이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2항에 따라 중량물 취급 등의 작업을 할 때 불량한 작업방법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사업주 내지 그러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가진 행위자인지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할 사업주 내지 그러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가진 행위자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심은 피고인 D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유죄를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2항의 사업주나 행위자와 관련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 E는 이 사건 사고 현장의 공사를 하도급 받아 시행하는 자이고, 피고인 D은 피고인 E의 대표이사에 불과하여, 피고인 D을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2항에서 정하는 사업주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4도660 판결 등 참조).
또한 ① 피고인 E는 비계구조물 시공능력 전국 3,092개 사업자 중 52위인 연매출 82억 원 규모의 회사인 점, ② 이 사건 사고 당시 전국에 걸쳐 적어도 5개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각 현장마다 책임자로 현장소장을 배치한 것으로 보이는 점(피고인은 6개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는데, 위 6개의 공사 중 하나의 공사는 계약서상 준공일이 2017. 12. 31.로 기재되어 있어 이 사건 사고일인 2018. 1. 8.까지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지 알기 어렵다), ③ 이 사건 사고 현장에는 피고인 B가 현장소장으로 파견되어 이 사건 하도급 공사를 지휘한 점, ④ 반면 피고인 D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무렵 이 사건 사고 현장에 한번 방문하였을 뿐이고, 공사를 시작한 이후로는 이 사건 사고 현장에 관련된 사항은 피고인 B를 통하여 보고만 받은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 현장에서 직접 공사를 지휘하지 아니한 피고인 D이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2항에서 정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가진 행위자라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인 E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인 D이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2항을 위반한 사업주나 행위자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 D이 사업주나 행위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피고인 E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의 양벌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런데 검사는 이 법원에 이르러 피고인 E의 현장소장 B가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2항을 위반한 행위자라는 취지로 공소장을 변경하였으므로, 현장소장 B가 행위자로서 위 규정을 위반하였는지 다음과 같이 살펴본다. 검사가 주장하는 구체적인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2항 위반내용은 ① 작업계획서에서 지정한 작업지휘자가 작업을 지휘하지 않아 안전보건규칙 제39조 제1항을 위반하여 작업한 점, ② 작업계획서와 달리 파일을 내려놓는 종점부에서 2명이 아닌 피해자 1명만이 작업을 하고 PHC 파일을 1회당 2개가 아닌 3개씩 운반하여,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 제3호, 제11호를 위반하여 작업한 점, ③ 경사면에서 쐐기를 제대로 설치하지 아니하여 안전보건규칙 제386조 제1호를 위반하여 작업한 점이므로, 위 각 위반사항에 관하여 차례대로 판단하기로 한다.
안전보건규칙 제39조 제1항 위반과 관련하여 살피건대, 앞서 피고인 B에 대한 판단에서 본 것과 같이, 현장소장 B는 PHC 파일 운반작업의 작업지휘자가 M임에도 불구하고, M에게 알리지 아니하고 A과 피해자에게 PHC 파일 운반작업을 지시함으로써 M에 의한 작업지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현장소장 B는 안전보건규칙 제39조 제1항을 위반하여 안전상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 제3호, 제11호 위반과 관련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는 PHC 파일 운반작업의 종점부 작업인원을 2명으로, PHC 파일의 운반수량은 1회당 2개로 정하고 있는 점, ② 그럼에도 현장소장 B는 페이로더 운전기사인 A을 제외하면 피해자 1명에게만 PHC 파일 운반작업을 지시하여 종점부에서 피해자 1명만이 작업하도록 한 점, ③ A에게 PHC 파일을 1회당 2개씩 운반하여야 한다는 교육을 하지 아니한 점을 종합하면, 현장소장 B는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 제3호, 제11호를 위반하여 안전상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안전보건규칙 제386조 제1호 위반과 관련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야적장에 A이 운전한 페이로더 진행방향으로 0.47°의 경사가 형성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안전보건규칙 제386조의 규정취지를 고려하면, 0.47º의 경사면은 그 경사 정도에 비추어 위 조항에서 말하는 경사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현장소장 B가 안전보건규칙 제386조 제1호를 위반하여 안전상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검사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시공계획서와 다르게 쐐기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시공계획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2항에서 정한 안전상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아니하였는지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그렇다면 피고인 E의 현장소장 B가 안전보건규칙 제39조 제1항 및 제38조 제1항 제3호, 제11호를 위반하여 안전상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고, 현장소장 B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과 관련한 피고인 E의 업무를 총괄하던 자임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안전상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E는 위와 같은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였다고 보이므로, 피고인 E는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의 양벌규정에 의하여 처벌된다.
결론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