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판결

광주지방법원 2022. 11. 2. 선고 2021노2479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2020고정261』사건(E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유죄판결을,『2021고정85』사건(B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무죄판결을 각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만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피고인은 항소하지 아니하였는바, 위 유죄부분은 항소기간이 지남으로써 그대로 분리·확정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도140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098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무죄부분에 한정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무죄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가.

차용증이 존재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B에게 지급한 10,000,000원은 퇴직금 명목의 금원으로 보기 어렵다.

나.

피고인과 B 사이에 B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E의 횡령금 문제와 피고인의 B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를 서로 정산하기로 하는 내용의 퇴직금 정산 합의(이하 '이 사건 정산합의'라고만 한다)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다.

피고인과 B 사이에 이 사건 정산합의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사용자에 의한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한 일방적인 상계는 금지되므로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라.

피고인은 B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의 존재 및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의 액수(13,354,575원)는 다투지 않고 있는바, 피고인이 B에게 지급한 10,000,000원은 피고인이 B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의 액수(13,354,575원)에 미치지 못하며, 피고인이 위 퇴직금 중 10,000,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B의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인과 B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없었다면 피고인이 B에게 지급한 10,000,000원이 퇴직금의 성격이 있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가 성립한다.

마.

결국 피고인에 대하여 B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가 성립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3.

검사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2021고정85 사건)

피고인은 영암군 C에 있는 (유)D 대표로서 상시 3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공구 유통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4. 4. 1.부터 2018. 10. 31.까지 근로하다 퇴직한 B의 퇴직금 13,354,575원을 당사자 간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피고인이 B에게 지급한 10,000,000원의 성격에 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2018. 10. 26.경 B에게 지급한 10,000,000원은 B의 퇴직을 앞두고 그동안 유한회사 D(이하부터 'D'이라고만 한다)의 실질적 대표인 피고인의 지휘 감독을 받으며 수년간 대표이사로 근무해 온 것에 대한 대가로서 퇴직금의 성격이 포함된 금원일 가능성이 있는 점, 증인 F이 '피고인이 B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10,000,000원을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B에게 지급한 10,000,000원은 퇴직금 명목의 금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2)

당심의 판단

그러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2018. 10. 26.경 B에게 지급한 10,000,000원은 퇴직금 명목의 금원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이와는 달리 피고인이 B에게 지급한 10,000,000원을 퇴직금의 성격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①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다275611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2018. 10. 26.경 B에게 10,000,000원을 변제기를 2019. 1. 30.으로 정하여 대여한다는 취지의 차용증이 존재하는 점(공판기록 28면 등), 피고인이 2018. 10. 26.경 B에게 10,000,000원을 송금한 내역이 존재하는 점(2020고정261 증거기록 59면 등), 위 차용증은 위조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피고인과 B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점(공판기록 31면 이하), 피고인이 2020. 1. 3.경 B을 상대로 위와 같이 B에게 10,000,000원을 대여하였다고 주장하며 대여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20가소27 대여금),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은 피고인의 위 청구원인을 전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한 점(공판기록 39면, 114면 이하)을 종합하면, 위 10,000,000원은 퇴직금 명목의 금원이 아니라 처분문서인 위 차용증에 기재된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같이 대여금이라고 봄이 합리적이다.

②

1심 증인 E은 B이 2018. 10. 31.경 D에서 퇴사하였는데, B이 피고인으로부터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업무를 수행한 점 등에 대한 수고비 혹은 수수료 명목으로 위 10,000,000원을 교부받은 것이라고 진술하였으나(공판기록 77면, 81면), E이 피고인을 차용증 위조 등으로 인한 사문서위조 등으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살펴보면 E은 B이 피고인으로부터 일부 퇴직금 명목으로 위 10,000,000원을 교부받았다고 진술하였는바, 이는 E의 위 1심 법정진술 내용과 배치된다(공판기록 215면 등).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살펴본 사정과 함께 종합하면, 위와 같은 E의 주장들은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③

1심 증인 F도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2018. 10. 26.경 B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10,000,000원을 교부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공판기록 86면), 이 역시 위에서 살펴본 객관적 정황에 배치되므로 1심 증인 F의 진술도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④

피고인은 B에게 퇴직금 13,354,575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는바, 피고인이 B에게 교부한 위 10,000,000원이 퇴직금이라면 피고인이 굳이 B을 상대로 대여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이를 돌려받고자 할 이유가 없다.

다.

피고인과 B 사이에 이 사건 정산합의가 존재하는지에 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과 B 사이에 이 사건 정산합의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2)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현행 제43조 제1항, 이하 같다) 본문에서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 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과 B 사이에 이 사건 정산합의가 유효하게 존재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와는 달리 피고인과 B 사이에 이 사건 정산합의가 유효하게 존재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①

피고인의 B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는 B이 2018. 10. 31.경 D에서 퇴직함으로써 발생하므로 이는 D(피고인)과 B 사이의 법률관계인 반면, E의 횡령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문제는 E과 D 사이에서 발생하는 법률관계이므로 이는 B과 무관하다.

②

결국 B은 D(피고인)에 대하여 퇴직금 채권을 가지게 되고, D(피고인)은 E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을 가지게 되는데, 위 법리에 따라 사용자인 피고인의 근로자 E에 대한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 B의 퇴직금채권을 상계할 수도 없을 뿐더러 위 두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다르므로, 피고인(정확히는 D)이 E에 대해 가지는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B의 퇴직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할 수도 없다(민법 제492조 제1항).

③

피고인은 E을 D에 대한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하였는데(2021고정85 증거기록 30면 이하), E은 횡령 혐의를 다투었던 것으로 보이고, 위 횡령 등 사건은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공판기록 82면 등). 결국 피고인이 주장하는 E의 횡령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여부가 불명확하였다는 것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과 B 사이에 이 사건 정산합의가 이루어질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은 이와 같은 취지의 판단을 한 직후 피고인이 이 사건 정산합의가 유효하다고 믿었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는바, 이는 앞선 판단과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④

피고인과 B 사이에 이 사건 정산합의가 존재한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는 전혀 제출되어 있지 않다.

라.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있는지에 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2)

당심의 판단

그러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주장하는 이 사건 정산합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점, ② 사용자인 피고인의 근로자 E에 대한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 B의 퇴직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점(민법에 따른 상계의 일반 법리에 의하더라도 허용되지 않는다), ③ 피고인은 위와 같이 이 사건 정산합의가 유효하게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B에 대한 퇴직금 지급을 일방적으로 거절한 점, ④ 피고인이 B에게 퇴직금 13,354,575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결국 피고인이 B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는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인정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 참조). 이와는 달리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마.

소결론

결국 피고인이 2018. 10. 26.경 B에게 지급한 10,000,000원은 퇴직금 명목의 금원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과 B 사이에 이 사건 정산합의가 유효하게 존재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에게는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인정된다 할 것이다. 피고인이 B과 퇴직금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B의 퇴직일부터 14일 내에 퇴직금 13,354,575원을 지급하지 아니한 이상 피고인에게는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가 성립하는바, 이와는 달리 피고인에 대하여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