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판결

광주지방법원 2024. 5. 21. 선고 2023가단507669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 지위

1)

피고는 대한석탄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준시장형 공기업에 해당한다. 피고는 현재 태백시에 있는 AH광업소, 삼척시에 있는 AI광업소, 전남 화순군에 있는 AJ광업소 등 3개 광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2)

원고들은 피고에 입사하여 AJ광업소에서 근무하다가 2018. 6. 30. 각각 퇴직하였다.

나.

피고의 임금피크제 도입 및 시행

1)

피고는 2015. 9. 30. 원고들이 속한 AK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과 사이에 다음과 같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노사합의(이하 ‘이 사건 노사합의’라 한다)를 체결하였다.

1.

정년은 종전 만 59세에서 만 60세로 1년 연장한다.

2.

임금조정은 정년 예정일 3년 전부터 적용하며, 임금지급률은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총액임금(총액임금의 범위 : 기본급, 정액수당, 급여성 복리후생비)의 92.5%를 적용한다.

3.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자의 기존 보직과 직급을 유지한다.

4.

시행일 : 2016.01.01.

5.

본건은 이사회 의결을 득하여 시행한다.

2)

피고는 위 노사합의에 따라 단체협약, 취업규칙, 직원임금규정에 다음과 같은 임금피크제 관련 규정을 추가·반영하였고, 2016. 1. 1.부터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시행하였다.

임금피크제 대상 조합원의 임금은 임금 관련 규정에 정한 바에 따라 해당 직무에 따른 총액임금(피크임금)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감액하여 지급한다.

제54조(적용기간 및 시기)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은 3년으로 하며, 정년 예정일 3년 전부터 적용한다.

제55조(직 무)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직무는 기존 보직과 직급을 유지한다.

제56조(임금조정)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임금은 임금 관련 규정에 정한 바에 따라 해당 직무에 따른 총액임금(피크임금)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감액하여 지급한다.

제30조(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임금 산정 특례)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임금은 제3조에 의한 보수항목 중 기본급(본급, 장려가급, 근속가급)과 정액 제수당(특수지근무ㆍ특수직무수당)을 본 규정에서 정한 금액의 92.5% 승한 금액으로 지급한다.

3)

이에 따라 1959년생으로서 2017. 1. 1.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 대상이 된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2017. 1. 1.부터 퇴직일(2018. 6. 30.)까지 위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기준임금의 92.5%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았고, 위 퇴직일 무렵 위 수령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된 퇴직금을 받았다.

4)

한편 피고는 2016. 12.경 이 사건 조합 조합원들로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라 생기게 된 잉여 재원 중 일부를 이 사건 조합 발전기금(특별회계)으로 기부한다’라는 동의서를 받은 후 이 사건 조합에 ‘노동조합 발전기금’을 지급하였다.

다.

원고들의 조기퇴직 경위 등

1)

기획재정부는 2016. 6.경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14조(공공기관에 대한 기능조정 등)에 근거하여 ‘공공기관 기능조정방안’을 발표하였는데, 그 내용 중에는 ‘자본잠식, 적자운영 중인 피고에 대하여 연차별 감산 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정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며 신규채용을 중단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2)

이에 따라 피고는 생산량을 전년 대비 28%가량 줄이고 근무 인원을 350명 이상 감원하는 구조조정 시행계획을 수립한 다음, 2018. 3. 26. 이에 대한 노사협의회 의결을 거쳐 2018. 3. 27.경부터 2018. 6. 30. 자로 퇴직하기를 희망하는 근로자들로부터 퇴직원서를 제출받기로 하였다.

3)

원고들은 2018. 3. 말경 피고 측에 ‘2018년 인력감축 계획에 따라 2018. 6. 30.자로 조기퇴직을 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퇴직원서를 제출하였고, 관련 법규에 따라 시행되던 ‘석탄광산의 생산 규모 감축에 대한 지원사업’에 따라 한국광해관리공단으로부터 작게는 1억 4,700만 원가량, 많게는 2억 7,200만 원가량에 이르는 감축지원금을 수령하였다.

[인정 근거] 당사자의 자백, 갑 제1 내지 8호증, 을 제1 내지 13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 주장의 요지

가.

임금 및 퇴직금 청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삭감된 임금과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이하 ‘제1주장’이라 한다).

1)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 삭감에 대하여 근로자인 원고들로부터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는 그 도입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

2)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근로자를 차별하여 강행규정인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고 한다)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였다.

나.

손해배상청구

1)

피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등의 내부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을 알면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여 원고들의 임금 등을 삭감하였는바, 이를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삭감된 임금과 퇴직금 상당의 재산상 손해액 및 위자료 30만 원씩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이하 ‘제2주장’이라 한다).

2)

피고는 원고들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여 원고들이 조기퇴직을 신청하도록 종용 또는 강요하였는바,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자료 100만 원씩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이하 ‘제3주장’이라 한다).

3)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임금 삭감 등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었는데도, 이 사건 노동조합 대표자는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조합원 총회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행위를 저질러 원고들의 재산권, 단결권 및 조합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권리 등을 침해하였고, 피고도 이러한 불법행위에 가담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30만 원씩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이하 ‘제4주장’이라 한다).

다.

부당이득 반환청구

피고는 무효인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삭감된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을 면하는 이익을 얻고 원고들은 동액 상당의 손해를 보았는바, 피고는 원고들에게 부당이득금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삭감된 임금과 퇴직금 상당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이하 ‘제5주장’이라 한다).

3.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한 판단(제1, 5주장에 관한 판단)

가.

절차적 하자 존재 여부에 관하여

1)

관련 법리

협약 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피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이 사건 노사합의를 체결한 이상, 그 합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근로자들의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 여부와 관계없이 유효하다. 아울러 뒤의 나.항에서 살피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내용의 합리성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노사합의가 현저히 합리성을 잃어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에 근로자들의 개별적 동의가 필요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편 원고들은 이 사건 노동조합이 근로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든 증거들과 증인 AL의 증언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근로자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관한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절차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실체적 하자 존재 여부에 관하여

1)

관련 법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사업주는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 등의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강행규정에 해당하므로, 취업규칙이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 등과 관련하여 근로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경우 이는 무효이다.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의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또는 판단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연령상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실체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도입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1)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의 정년 연령을 59세에서 60세(정확히는 60세가 된 연도의 12월 31일)로 연장함에 따라 고령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사용자인 피고는 풍부한 경험과 숙련도를 갖춘 인력을 경제적인 인건비로 고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보이는바, 그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2)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이하 ‘개정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19조 제2항이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였고 위 법이 2016. 1. 1. 시행을 앞두고 있었는바,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정년연장은 위 법 개정에 따른 조치인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개정 고령자고용법은 제19조의2 제1항에서 정년연장 조치와 아울러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에게 그 사업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였다. 위 제19조의2 제1항에서 말하는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는 정년이 연장된 고령자에 대해 적절한 급여체계를 도입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데, 고령자에 대한 임금피크제 역시 위와 같은 조치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비록 위 고령자고용법 시행 이전에 도입된 것이기는 하지만, 고령자고용법이 예정한 정년연장의 취지에 위반하는 내용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없다.

(3)

원고들은, 피고의 직원 임금규정이 직원의 임금을 그 능력과 근무성적을 평정하여 소속장이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어 개인의 생산성 수준이 이미 피고 근로자들의 임금에 반영되어 있는데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통해 임금을 또다시 감액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피고 사업장에서 개인의 생산성 수준에 따른 엄격한 임금 차등 지급이 이루어졌다고 볼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 목적 등을 고려할 때 원고들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의 정당성이 부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들의 불이익과 대상 조치를 함께 고려하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 취급의 방법·정도가 적정하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

(1)

피고의 취업규칙에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직무는 기존 보직과 직급을 유지한다고만 규정되어 있을 뿐(제55조),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의 업무 내용이나 업무량을 급여감소에 따라 가볍게 조정해주었다고 볼 자료는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이를 적용받는 근로자에게 적지 않은 불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임금액의 감액 기간과 비율이 3년간 매년 7.5%에 그쳐 그 자체로 적정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사정에다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과 함께 정년이 연장되었는데, 정년연장을 통해 근로자에게 추가적인 근로소득의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상 조치에 해당하는 점,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에 대해 임금 외 복리후생은 다른 근로자와 차별하지 않은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한 근로자의 실질적인 불이익이 적정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2)

원고들은 개정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2016. 1. 1.부터 정년이 당연히 60세로 연장될 예정이었으므로, 피고의 정년연장은 대상 조치에 해당할 수 없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개정 고령자고용법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면서도 이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노사 쌍방의 의무로 규정하였다는 점에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소결론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청구(제1, 5주장)는 모두 이유 없다.

4.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제2, 3, 4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및 시행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제2, 4주장 관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효력 및 그 적정성이 인정되므로,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 및 시행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의 위법행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고, 앞서 인정한 사실이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노동조합 대표자가 이 사건 노사합의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피고 측이 이에 가담하였음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원고들의 퇴직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제3주장 관련)

을 제7호증의 기재, 증인 AM, AL의 각 증언만으로는 피고 측이 원고들이 조기퇴직을 신청하도록 종용 또는 강요하여 원고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소결론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도 모두 이유 없다.

5.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하종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