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은 무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근로기준법위반 및 각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무죄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 『2024고단4761』 )
피고인은 광주 북구 B에 있는 '주식회사 C(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컴퓨터 및 주변기기 도·소매업을 영위하였고, 피해자 주식회사 D(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는 컴퓨터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피고인은 2024. 1. 19.경 피해자 회사에게 "윈도우11 홈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1,000카피를 공급해 달라. 물품대금은 거래처에 팔아 그 대금이 들어오는 대로 지급해 주겠다."라고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주식회사 C은 경영상 어려움으로 채무가 누적되어 2024. 1. 초경약 45억 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등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 피해자로부터 물품을 공급받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같은 날 143,000,000원 상당의 물품을 공급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24. 5. 23.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총 22회에 걸쳐 합계 770,816,000원 상당의 물품을 공급받고 416,616,000원 상당의 물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1>.
관련 법리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도2630 판결, 2004.12. 10. 선고 2004도3515 판결 등 참조), 물품거래 관계에 있어서 편취에 의한 사기죄
의 성립 여부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물품 등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납품 후 경제사정 등의 변화로 납품대금을 변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여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5. 11. 24. 선고 2005도7481 판결).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이루어진 거래에 있어서 그 채무불이행이 예측된 결과라고 하여 그 기업경영자에 대한 사기죄의 성부가 문제된 경우, 그 거래시점에 그 사업체가 경영부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따라 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설사 기업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을 때에는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1도202 판결, 대법원 2016. 6. 9. 선고 2015도18555 판결 등 참조).
판단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은 후 경제사정 등의 변화로 물품대금을 변제할 수 없게 되었을 뿐,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물품을 공급받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공소사실이 전제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인 회사가 2024. 1. 초경 약 45억 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피고인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무렵 피고인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웠는지에 관하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로는 그러한 사정을 인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피고인 회사의 법인계좌 거래내역<2>과 거래장부내역<3>에 의하면 2024. 1.경에는 피고인 회사의 법인계좌 잔고가 8억 5,000여 만 원까지 유지된 바 있고 하루에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 결제대금의 입출금이 2024. 5.경까지 꾸준하게 이루어졌으며, ㈜E으로부터 수금한 외상대금이 19억여 원에 달하는 등 기업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따라서 피고인 회사가 공소사실에 특정된 거래시점인 2024. 1. 19.경 변제능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한다.
피해자 회사의 직원인 증인 F의 이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회사와 피해자 회사의 거래 관계는 2014년경의 소규모 거래부터 시작하여 2023년경 16억 원 정도의 거래까지 규모가 증가하였는데, 피고인 회사는 피해자 회사에 대한 2023년 이전까지의 물품대금 30억 원 이상을 모두 결제하였다. 또한 이 사건에서 문제된 2024년의 물품 거래에 있어서도 피고인 회사는 2024. 3. 31. 1,000만 원, 같은 해 4. 3. 6,000만 원, 같은 해 5. 9. 2억 5,400만 원의 물품대금을 피해자 회사에 지급하는 등 약 3억 5,000여만 원의 물품대금을 변제한 바 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공소사실에 특정된 거래시점인 2024. 1. 19.경 물품대금을 변제할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사정들 역시 있다.
F은 피고인이 피고인 회사를 운영할 의지와 계획 없이 자신의 개인 채무만을 변제하기 위하여 계획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피고인이 일반적인 외상거래와 마찬가지로 "물품을 거래처에 팔아 그 대금이 들어오는 대로 물품대금을 지급해 주겠다."라고 피해자 회사에 이야기한 것 이외에 허위의 사실을 고
지하여 적극적으로 피해자 회사를 기망한 바는 없다. 피고인이 2024. 1.경 이후 거래업체들로부터 회수한 물품대금이나 외상대금을 다른 채무 변제에 먼저 사용하긴 하였으나, 즉시 결제가 필요한 채무 변제에 채권 회수금을 먼저 사용하는 것은 유동성 부족을 겪는 회사에서 흔히 있는 일이고, 피고인이 회사 자금을 개인의 채무 변제에 유용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자금 운용을 근거로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물품을 편취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공소기각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 『2024고단4899(병합)』 )
피고인은 광주 북구 B에 있는 ㈜C의 대표이사로서 상시 4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도소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근로기준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4. 10. 1.부터 2024. 6. 20.까지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G의 2024. 5월 임금 4,924,190원, 6월 임금 4,924,190원 등 합계 9,848,380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근로자 4명의 임금 합계28,978,38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4. 10. 1.부터 2024. 6. 20.까지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G의 퇴직금 32,685,574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근로자 4명의 퇴직금 합계 61,007,925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위 각 공소사실은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본문, 제9조 제1항에 해당하는 죄로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1호 단서에 의하여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이다. 그런데 이 사건 공소제기 후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 의사가 담긴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 근로자들 명의의 처벌불원서가 제출되었다. 이에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에 따라 각 공소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김연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