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법리오해
D대학교가 정부 재정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었고, 등록 학생 수가 급감하여 재정적자가 발생한 점, 교직원 등 생활상태를 파악한 후 임금 미지급 자체로 인하여 생활안정을 위협받을 수 있는 저임금 교직원 등에게 임금을 우선 지급하고,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이 사건 피해 근로자들에게 양해를 구하였으며 7~13일 내에 임금을 지급한 점, 외부 인사를 찾아다니며 학교 발전기금을 모집하고 약 2년 10개월간 급여를 받지 않는 방법으로 학교에 기부한 점, 원심판결 선고 이전에 추가로 2억 원을 기부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임금 지급을 위해 필요한 노력을 다하였으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아야 함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 각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 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을 행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점[근로자 E은 조사당시 "피고인으로부터 임금 관련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고(증거기록 제12, 53면), 피고인 측이 근로자들에게 급여 지급일을 변경하여 지급할 것이라는 내용의 메일을 발송한 사실(증 제9호)만으로 근로자 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② 피고인은 2024. 1. 26. 임금체불로 진정을 제기당한 후 2024. 2. 7. 2024. 1.분 임금을 지급하긴 하였으나(증거기록 제23면), 2024. 2.분 임금 미지급을 이후로 재차 진정을 제기 당한 점(2024. 2.분은 2024. 3. 4. 지급하였다, 증거기록 제78면), ③ 피고인은 2005년경부터 2017년경까지 학교법인 C학원의 이사장, 2017년경부터 현재까지 D대학교 총장의 지위에 있는바(증거기록 제74면), 피고인이 상당한 기간 자발적인 판단에 따라 학교법인의 운영을 지속해온 이상, 비록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등 외부적인 요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D대학교의 경영상 어려움에 대하여 피고인의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범행 당시 사용자인 피고인이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체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43조에서 정하는 임금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는 사용자가 그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인정되는 경우에만 면책되는 것이고, 단순히 사용자가 경영부진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아 이를 지급할 수 없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임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행하여졌는지 여부도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9230 판결 등 참조).
인정 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은 2017. 8.경 D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하였다.
D대학교는 2019년 이래로 재정이 적자상태였는데, 2019년부터 연도별 등록금회계 수입 및 지출현황은 다음과 같다.
미래전략기획실장 N은 2023. 12. 22. D대학교 교직원들의 내부통신망을 통해 교직원들에게 '대학은 어제까지 2023회계연도 운영수익을 0 이상으로 만들기 위해 자발적 기부금을 모집하고, 총장이 외부 발전기금도 받아왔으며, 대학의 교육용 기본재산을 처분하더라도 2023 회계연도 결산기준 운영수익이 0 이상이 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그런데 2023. 12. 22. 현재 73.2% 구성원의 뜻만 대학에 전달되었다. 이에 대학은 현재 현금 잔액을 기준으로 12월 급여를 2023. 12.26.에 지급하고, 2024년 1월~2월 급여는 2023회계연도에 지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향후 2024회계연도 재정 상황을 자세히 살피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고, 이후 2024. 2. 26.에는 '2024년 1월~2월 급여는 2023회계연도 현금과 2024회계연도예산의 집행 개시일 기준 현금을 파악한 결과 2024년 2월 급여 지급일을 2024. 2. 26. (월)이 아닌 2024. 3. 4.(월)로 변경하여 지급됨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2024년 1월 급여는 2024년 3월 14일 ~ 3월 25일 사이에 지급할 예정이오니 양해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피고인은 2019. 6.경부터 2023. 3.경까지 약 2년 10개월간 급여를 수령하지 않는 방법으로 그 상당액인 126,329,800원을 학교에 기부하였고, 이 사건 이후인 2024. 7. 23.에는 D대학교 발전기금으로 2억 원을 추가로 기부하였다.
학교법인 C학원은 2024. 6. 10.경 광주 B 학교용지를 포함한 2필지의 부동산에 대하여 교육용 기본재산 처분허가 승인 신청을 하였고, 2024. 7. 25. 매각허가를 받았다. 위 법인은 2024. 8. 13. 학교용지 일부와 지장물을 매도하고 수령한 매매대금을 교비회계에 전입시켜 재정적자 문제를 해소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2023. 9. 6. 광주지방법원에 '㉠ 근로자 13명의 2022년 1월분및 2월분 임금 중 일정 금액(합계 28,592,880원)을 기부금 명목으로 공제하고 지급하지 아니하여 단체협약의 내용 중 임금에 관한 사항을 위반하고, 임금 전액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으며, ㉡ 2020. 8. 25.경부터 2021. 12. 25.까지 근로자 총 5명의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합계 6,406,720원을 정기지급일에 지급하지 아니하여 단체협약의 내용 중 임금에 관한 사항을 위반하고, ㉢ 근로자 12명의 2023년 4월분 임금 중 일정 금액(37,330,410원)을 기부금 명목으로 공제하여 임금 정기지급일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등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광주지방법원 2023고단3966). 위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은 '위 ㉠ 공소사실의 경우 적법한 단체협약에 따라 기부금을 공제하였으므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죄나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 ㉢ 공소사실의 경우 피고인은 수당 및 임금을 지급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으나 재정난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지급하지 못한 것이므로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어 책임조각사유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는데, 위 법원은 2024.1. 24. 피고인의 위와 같은 주장을 배척하고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선고를 유예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항소하였고, 현재 항소심 재판 계속 중이다(광주지방법원 2024노422).
구체적인 판단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D대학교는 피고인이 총장으로 취임한 2017년 전부터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등으로 인하여 신입생 등록 학생 수 및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여 왔고, 2019년부터는 적자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2020년도 제외). 나아가 피고인은 이미 2020년 8월경부터 재정난을 이유로 근로자들로부터 임금 중 일부를 기부받으려 시도하기도 하였고, 일부 근로자들에게 임금 정기지급일에 수당을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되기까지 하였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이전부터 등록금 수입에만 의존하여서는 적자상태를 벗어나기 어렵고, 근로자들의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임금 기부, 근로자들에 대한 명예퇴직 권고 또는 기부를 요청하여 임금 지급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을 뿐, 그 자금을 확보하여 임금을 지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정기지급일에 임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특별히 노력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근로자들에게 내부통신망을 통해 임금을 지급기일 이후에 지급할 것을 통보하면서 그 지급예정일을 제시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위와 같이 통보하기 이전에 근로자들과 성실한 협의를 하였다고 볼만한 사정 또한 발견되지 않는다.
피고인은 2023년도 정부재정지원금 선정 대상에서 탈락한 점을 지급기일 내에 임금을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 중 하나로 들고 있으나, D대학교는 이미 2022년부터 정부재정지원금 선정 대상에서 탈락하여 위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특별히 2023년도에 정부재정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으므로, D대학교가 위 정부재정지원금을 받지 못하였다는 사정을 임금을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⑤ 또한, 피고인은 관련 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교육용 기본재산을 처분할 수 없었던 점 또한 임금을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주장하는 기본재산 처분과 관련된 사립학교법 시행령이 개정된 시기는 2023. 6. 13.경이었던 점, 그런데 피고인은 위 시행령이 시행된 지 한참 후인 2024. 6. 10.경에서야 교육용 기본재산 처분허가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그 이전에 위 기본재산 처분을 위해 노력하였다고 볼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사정 역시 임금을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이 이 사건 이후 D대학교에 일정한 금액을 발전기금으로 지급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러한 사정은 범죄성립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범죄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정기지급일에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그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수법, 근로자의 생활에 있어 임금이 가지는 중요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죄질이 좋지 않은 점, 피해 근로자 수나 정기지급일에 지급되지 않은 미지급 액수가 적지 않았던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이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고 있는 점, 학령인구 및 등록 학생의 감소등으로 학교에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하여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임금 지급을 지체한 기간이 길지는 않은 점, 당심에 이르러 피해 근로자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점, 이 사건 이후 교육용 기본재산 처분, 발전기금 기부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 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