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판결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5. 10. 24. 선고 2024가합2456 판결

주문

1.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각 35,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1. 7. 2.부터 2025. 10. 24.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4/5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들은 망 E(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자녀들이다.

2)

피고 한국농어촌공사(이하 '피고 공사'라 한다)는 농업기반시설 종합관리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피고 C은 피고 공사의 F지사장으로 근무한 사람이며, 피고 D은 피고 공사의 F지사 G관리부 G관리파트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H호 취수탑 가동 업무를 담당한 사람이다.

나.

이 사건 사고의 발생

1)

피고 공사는 2021. 2. 26. 경주시 I에 있는 H호에서 실시된 'J 수리시설개보수사업 토목공사(2021년도)'를 주식회사 K(이하 'K건설'이라 한다)에 도급 주었고, K건설은 2021. 3. 15.경 위 토목공사 중 'H호 취수탑 수문 교체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주식회사 L(이하 'L'이라 한다)에 하도급 주었다.

2)

L의 이사로서 이 사건 공사의 현장대리인인 M은 L에 고용된 잠수사인 망인과N으로 하여금 2021. 6. 28.부터 2021. 7. 2.까지 H호 취수탑 3번 수문 교체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였다.

3)

피고 D은 2021. 7. 2. 05:30경 H호 취수탑 2번 수문을 개방하였는데, 그 사실을M이나 피고 공사의 F지사 G관리부 개보수파트의 장으로서 이 사건 공사의 공사감독원인 O 등 이 사건 공사 관련자에게 알리지 아니하였다.

4)

망인은 2021. 7. 2. 10:10경 H호 취수탑 2번 수문이 개방되어 취수탑의 가동이 정지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잠수하여 3번 수문 교체 작업을 하던 중 수압 및 유속으로 인하여 2번 수문에 빨려 들어가 끼이게 됨으로써 그 자리에서 익사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1)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피고 C과 M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및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공소사실로, 피고 D과 O는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공소사실로, 피고 공사와 L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공소사실로 각 기소되었다. 제1심 법원은 ① O는 이 사건 공사의 공사감독원으로서 수급업체 소속 근로자들인 망인 등 잠수사들이 수문교체 작업을 진행함에 있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H호 취수탑의 가동 정지 등 조치를 계획하여 피고 C에게 보고하는 한편 그와 같은 조치 없이 잠수사들이 투입되지 않도록 현장을 관리 및 감독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고, ② 피고 C은 안전관리계획의 검토및 승인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수시로 수문 개방 필요성이 존재함을 인식한 상황에서 망인 등 수급업체 소속 잠수사들이 산업재해를 입지 않도록 안전관리계획에 H호 취수탑의 가동 정지 등 조치가 포함되도록 할 업무상 주의의무 및 안전조치의무가 있었으며, ③ 피고 D은 수문교체작업이 진행 예정임을 인식한 상황에서 망인 등 잠수사들이 실제 잠수하여 작업 중인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여 실제 잠수사들이 잠수하여 작업중이라면 H호 취수탑의 가동을 정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고, ④ M은 망인 등 소속 근로자인 잠수사들이 산업재해를 입지 않도록 수문이 폐쇄되어 취수탑의 가동이 정지된 상태인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여 그 가동이 정지되지 아니한 이상 작업을 진행하지 않도록 할 안전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과실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여, 2023. 3. 16. 피고 C에게 벌금 1,200만 원, 피고 D에게 벌금 1,500만 원, 피고 공사, L, O에게 각 벌금 1,000만 원, M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을 각 선고하였다(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2고단303).

2)

피고들과 O는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는데, 항소심 법원은 2024. 11. 29. 피고 C, 피고 공사 및 O의 항소는 기각하고, 제1심 판결 중 피고 D에 대한 부분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파기하고 피고 D에게 벌금 800만 원의 형을 선고하였다(대구지방법원 2023노1081).

3)

피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 피고 C은 2025. 1. 13., 피고 공사는 2025. 1. 22. 각 상고를 취하하여 피고 C, 공사에 대한 제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한편, 피고 D에 대하여는 2025. 8. 19. 상고기각결정이 내려져 2025. 8. 25. 위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24도20675).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9, 1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가 제1호증, 을나 제1,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관련 법리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다31453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각 증거, 을가 제2, 4, 5, 8, 10, 16호증, 을나 제5, 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피고 공사, 피고 C의 과실과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피고 C, 피고 D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공동불법행위자인 피고들은 공동하여 망인의 자녀로서 망인을 상속한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상속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망인이 입은 손해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①

사업주는 공작기계 · 수송기계 · 건설기계 등의 정비 · 청소 · 급유 · 검사 · 수리 · 교체 또는 조정 작업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해당 기계의 운전을 정지하여야 하고[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1항 제1호,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24. 6. 28. 고용노동부령 제4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 제1항 본문],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H호 취수탑의 수문이 개방된 상태에서 L의 잠수사들이 잠수작업을 할 경우 원수가 수문을 통해 취수탑 내부로 유입되어 수압 및 유속에 의한 흡입력에 의해 잠수사들이 수문으로 빨려 들어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므로, 이 사건 공사의 도급인인 피고 공사는 수문을 폐쇄하거나 취수탑의 가동을 정지하는 등 안전조치가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이를 요청하거나 직접 이행하는 방법으로 안전조치를 이행할 의무가 있었고, 피고 공사의 안전관리자인 피고 C은 관계수급인의 잠수사들이 산업재해를 입지 않도록 안전관리계획에 H호 취수탑의 가동 정지 등 조치가 포함되도록 할 업무상 주의의무 및 안전조치의무가 있었다.

②

그럼에도 피고 C은 M이 작성하고 O가 검토 · 보고한 이 사건 공사의 시공계획서및 변경계획서에 H호 취수탑의 가동 정지 등 잠수작업 시 수문 개폐와 관련된 안전계획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음에도 이를 그대로 승인하였다. 또한, 피고 C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일 잠수작업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보고받아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H호 취수탑 가동을 정지하거나 적어도 수문이 폐쇄되었는지 내지 안전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문의하거나 수급인 측에 위와 같은 산업재해 발생 위험을 방지하는 안전조치를 마련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위험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③

피고 D은 H호 취수탑 가동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H호 취수탑 수문 개폐에 관한 전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L이 2021. 3.경부터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여 잠수작업이 예정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수문 개방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구체적인 잠수작업 일정을 확인하여 잠수작업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H호 취수탑의 가동을 정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D은 2021. 7. 2. 05:30경잠수작업 일정을 확인하지 아니한 채 2번 수문을 개방하였고, 그 사실을 O, M 등 이 사건 공사 관련자들에게 알리지도 아니하였다.

④

관련 형사사건에서 피고 공사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피고 C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및 업무상과실치사죄로, 피고 D은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각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확정되었다.

⑤

이에 대하여 피고 공사, 피고 C은, K건설이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 · 관리하였음을 전제로, 피고 공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0호에서 정한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할 뿐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7호에서 정한 '도급인'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사망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와 관련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하는지는, 도급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 · 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 ·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도급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에 대하여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도급 사업주의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 H호 취수탑은 농수 공급에 이용되는 필수 농업기반시설로서 그 유지 및 관리 권한, 취수탑의 수문 개폐에 관한 독점적인 권한이 피고 공사에게 있는 점, ㉡ 피고 공사의 F지사는 조직 편제상 'G관리부' 산하에 수리시설개보수사업 관련 업무를 주된 업무로 하는 '개보수파트'를 두고 있고, 개보수파트의 장인 O가 이 사건 공사의 공사감독 업무를 담당한 점, ㉢ 피고 C은 피고 공사의 F지사장으로서 이 사건 공사를 비롯한 토목공사 현장 안전관리 지도점검 계획 및 실시와 안전관리계획의 검토 및 승인 권한을 가지고 피고 공사와 K건설 사이의 도급계약, K건설과 L 사이의 하도급계약, 이 사건 공사에 대한 시공계획서 및 변경계획서를 승인한 점, ㉣ 위 시공계획서 및 변경계획서는 L의 공사책임자인 M이 작성한 후 O가 검토하여 피고 C에게 보고한 것인데, 그 내용상 취수탑 수문 교체 작업 시 잠수작업이 계획되어 있었던 점, ㉤ 피고 C은 O를 통하여 이 사건 공사 관련 안전교육 실시 여부 및 공사진행사항을 보고받았고, O는 수시로 M과 공사진행 사항을 논의하였으며, M은 2021. 6. 28.부터 H호 취수탑 3번 수문 교체 작업을 진행한다는 사실을 O에게 보고하였고, 피고 공사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하여 M으로부터 매일 TBM 현황, 안전교육 현황, 작업순서 등을 보고받은 점, ㉥ 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는 피고 공사 소속 피고 C(F지사장), O(개보수파트장)를 비롯하여 P(개보수파트), Q(개보수파트) 등이 대화상대로 포함되어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공사는 이 사건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 · 위험 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 ·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이 사건 공사의 도급 사업주로서 수급인인 L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 공사는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 · 관리하는 자로서 단순한 건설공사발주자를 넘어 수급 사업주와 동일한 안전 · 보건조치의무를 중첩적으로 부담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 공사, 피고 C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⑥

피고 C은, 수문 개폐는 피고 D의 전결사항이므로 피고 C에게는 수문 개폐에 관한 구체적 ·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없고, 피고 C은 주간회의 자리에서 작업 시 안전에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하거나 이 사건 공사 관련자들에게 안전을 당부하는 문자를 보내는 등 일반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 피고 C은 앞서 본 것과 같이 이 사건 공사의 도급인인 피고 공사의 안전관리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여 안전조치를 강구 ·확보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점, ㉡ 수문 개폐가 피고 D의 전결사항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C에게 수문 폐쇄 조치 결정권이 없다고 보기 어려운 점, ㉢ 피고 C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일 오전에도 TBM 현황 등을 보고받아 잠수작업 진행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취수탑 수문이 폐쇄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위험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 C은 이 사건 공사를 감독함에 있어 사고 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 C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⑦

피고 D은, 피고 공사 F지사의 개보수파트 소속이 아닌 G관리파트 소속으로서 농업용수를 적시에 공급하는 업무를 담당하였을 뿐 이 사건 공사 관련 업무는 담당하지 않았고, O, M 등 이 사건 공사 관련자들로부터 잠수작업 일정을 통지받지 못하여 이를 알 수 없었으므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 피고 D은 H호 취수탑 수문 개폐에 관한 전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었던 점, ㉡ 피고 D은 L이 2021. 3.경부터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여 잠수작업이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 피고 D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인 2021.5.경(8일, 26일, 28일) L의 요청에 의하여 취수탑 수문 보수에 따른 점검을 위해 수문을 폐쇄하기도 하였는바, 수문 교체 공사와 관련한 수문 폐쇄의 필요성 등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 피고 D을 포함한 피고 공사의 F지사 직원들에게 송부된 2021. 6. 28.자 주간회의 자료에는 H호 취수탑 2번 수문 교체 작업 일정(2021. 6. 28. ~ 2021. 7. 2.)이 기재되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설령 피고 D이 이 사건 사고 당일 잠수작업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수문 개방을 결정하기 전 잠수작업 일정을 확인하는 등 수문 개방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할 업무상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 D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⑧

피고들은, 설령 피고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또는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강한 유속으로 인하여 잠수작업이 위험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잠수작업을 중단하지 않고 강행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들의 업무상 주의 의무 또는 안전조치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가해자의 불법행위만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행위 기타 귀책사유 등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가해자의 불법행위가 손해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면 가해자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바(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다47129 판결 등 참조), 피고들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내지 안전조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고, 이러한 피고들의 과실이 이 사건 사고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음은 앞서 본 것과 같으므로, 피고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을 피고들의 책임을 제한하는데 고려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피고들이 손해배상책임을 면한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책임의 제한

을가 제6 내지 8, 11, 12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들, 즉 ① 망인이 2021. 6. 28. L과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 서명한 안전수칙 서약서에 따르면, 망인은 현장의 작업여건을 직접 점검하고 이상이 있을 시 관리자 및 관계감독자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는 등 사고를 방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점, ② 망인과 함께 잠수작업을 했던 잠수사 N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의 근로감독관이 실시한 인터뷰에서 '(처음 입수하여 잠수작업을 할 당시 2번 수문까지) 내려가 가지고 이제 이거 볼라 하니까 확 빨려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일단 올라오라 했지, 형님도 올라오고. 이거 설치 안 된다고.'라고 진술한 점, ③ 이 사건 사고 당시 바지선 위에 있었던 R은 'N이 수중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유속이 좀 있다. 오리발도 빨려 들어가서 잃어버렸다"고 말하였고, 이를 들은 망인이 N에게 "조심 좀 하지 큰일 날 뻔했다"라고 말한 후 혼자 물속으로 들어갔다'라고 진술한 점, ④ 이 사건 사고 당시 근처 육지에 있었던 M도 관련 형사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망인과 N이 처음 잠수작업을 하고 바지선 위로 올라왔을 당시 유속이 강해서 잠수작업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술한 점, ⑤ 실제로 이 사건 사고 당시 현장을 촬영한 CCTV 영상에 의하면 망인과 N이 처음 입수하여 잠수작업을 하다가 N이 오리발을 한 짝 잃어버린 상태로 먼저 바지선 위로 올라오고 뒤이어 망인이 바지선 위로 올라오는 모습, N이 바지선 위에서 망인, R, S 등과 회의를 하면서 팔로 X자 표시를 하거나 한쪽 다리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등 유속으로 인하여 잠수작업이 어렵다고 말하는 듯한 몸짓을 취한 사실이 확인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은 강한 유속으로 인하여 잠수작업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였음에도 이를 상부에 보고하는 등 사고를 방지하여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고 잠수작업을 강행한 과실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와 같은 망인의 과실도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취지 및 앞서 본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80%로 제한한다.

4.

손해배상의 범위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피고들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하여 망인은 일실수입 222,179,459원(= 이 사건 사고일인 2021. 7. 2.부터 망인이 65세가 되는 날인 2025. 11. 11.까지 잠수부로서 노동에 종사하여 얻을 수 있는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와 100,000,000원 상당의 정신적 손해를 입었고, 망인의 자녀인 원고들은 망인의 장례비로 6,297,000원을 지출하고 각 20,000,000원 상당의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망인의 재산상, 정신적 손해액과 장례비를 원고들의 상속지분별로 나눈 금액과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액 합계 각 184,238,230원[= {(222,179,459원 + 6,297,000원+ 100,000,000원) × 1/2} + 2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배상하여야 한다.

나.

판단

아래에서 별도로 설시하는 것 이외에는 별지 손해배상액 계산표의 각 해당 항목과 같고, 계산의 편의상 기간은 월 단위로 계산함을 원칙으로 하되, 마지막 월 미만 및 원 미만은 버린다. 손해액의 사고 당시 현가 계산은 월 5/12푼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호프만식 계산법)에 따른다. 당사자의 주장 중 별도로 설시하지 아니하는 것은 배척한다.

1)

망인의 재산상 손해(일실수입)

가)

기초사항

(1)

성별: 남자

(2)

연령: T생으로 이 사건 사고 당시 60세 7개월 20일

(3)

기대여명: 23.48년

(4)

가동연한: 만 65세가 되는 날인 2025. 11. 11.까지

나)

소득

갑 제5, 6호증, 을가 제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망인이 잠수기능사 국가기술자격증을 보유하고 상당한 잠수경력을 갖춘 잠수사로 일하면서 보통 일당 50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 망인이 2021. 6. 28. L과 사이에 일당 60만 원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앞서 든 각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들, 즉 ① 망인이 잠수사로서 근무한 날은 불규칙적이었던 점, ② 잠수사 업무의 특성상 일정 기간 고정적인 업무나 수입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원고들도 망인의 소득을 정확히 산정하는 것은 어려움을 인정하면서 U협회의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 보고서상 잠수부의 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을 망인의 일실수입으로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 발생일부터 망인의 잠수사로서의 가동연한까지는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 보고서상 잠수부의 노임단가를 기준으로, 그 이후부터 만 65세가 되는 날까지는 같은 보고서상 보통인부의 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

가동연한

사실심 법원이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가 되는 가동연한을 인정할 때에는, 국민의 평균여명, 경제수준, 고용조건 등의 사회적 · 경제적 여건 외에 연령별 근로자 인구수, 취업률 또는 근로참가율 및 직종별 근로조건과 정년 제한 등 제반 사정을 조사하여 이로부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하거나 피해자의 연령, 직업, 경력, 건강상태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가동연한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9. 2.21. 선고 2018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고들은 망인의 잠수사로서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피고들은 망인의 잠수사로서의 가동연한을 만 50세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갑 제5,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들, 즉 ① 망인은 만 56세이던 2017. 6. 12. 잠수기능사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한 점, ②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만 60세였고 잠수사로서 근무하고 있었던 점, ③ 망인은 잠수병 등 업무와 관련된 병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사고 당시 건강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경험칙상 잠수작업 시 각종 장비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가혹한 환경에서 육체적 작업을 하여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이 적어도만 62세가 될 때까지는 잠수사로서 활동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별지손해배상액 계산표의 '월소득'란 기재와 같이 이 사건 사고 발생일부터 망인의 잠수부로서의 가동연한으로 인정되는 만 62세가 되는 날까지는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 보고서상 잠수부의 노임단가를, 그 이후부터 만 65세가 되는 날까지는 같은 보고서상 보통인부의 노임단가를 적용하여 망인의 일실수입을 산정한다.

라)

월 가동일수: 20일

원고들은 월 가동일수 22일이 적용되어야 된다고 주장하나, 연간 공휴일이 증가하는 등 사회적 · 경제적 구조에 지속적인 변화가 있는 점,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는 등 근로여건과 생활여건의 많은 부분도 과거와 달라진 점, 고용노동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통계법에 의해 지정통계로 지정된 법정통계조사인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의 고용형태별 · 직종별 · 산업별 최근 10년간 월 평균 근로일수 등에 의하면 과거 대법원이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 정도로 보는 근거가 되었던 각종 통계자료 등의 내용이 많이 바뀌어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게 된 점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0일을 초과하여 인정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24. 4. 25. 선고 2020다271650 판결 참조).

마)

생계비 공제: 수입액의 1/3

바)

계산: 135,894,883원(구체적인 계산내역은 별지 손해배상액 계산표의 '기간일실수입'란 기재와 같다)

2)

원고들의 재산상 손해(장례비)

갑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들이 망인의 장례비로 6,297,000원을 지출한 사실이 인정된다.

3)

책임의 제한

가)

피고들의 책임비율: 80%

나)

망인의 재산상 손해액: 108,715,906원(= 일실수입 135,894,883원 × 80%)

다)

원고들의 재산상 손해액: 5,037,600원(= 장례비 6,297,000원 × 80%)

4)

공제

불법행위의 가해자에 대한 수사과정이나 형사재판과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합의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받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를 한 경우에, 그 합의 당시 지급받은 금원을 특히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받는 것임을 명시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금원은 재산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지급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14018 판결 참조),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있어서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의 변제는 변제된 금액의 한도 내에서 다른 공동불법행위자를 위하여 공동면책의 효력이 있다(대법원 1982. 4.27. 선고 80다2555 판결 참조).

을가 제14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들이 2022. 9. 1. 공동불법행위자인 M, O, L으로부터 형사합의금으로 153,000,000원을 지급받은 사실, 원고들과 M, O, L 사이에 작성된 각 형사합의서에 원고들이 위 형사합의금을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받는 것임을 명시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형사합의금 153,000,000원은 재산상 손해배상금으로 지급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위 153,000,000원의 한도 내에서 피고들도 공동면책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위 형사합의금은 망인과 원고들의 재산상 손해에서 공제되어야 한다. 망인의 재산상 손해액인 108,715,906원과 원고들의 재산상 손해액인 5,037,600원의 합계 113,753,506원(= 망인의 일실수입 108,715,906원 + 장례비 5,037,600원)에서 위 형사합의금 153,000,000원을 공제하면 -39,246,494원이 되므로,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배상하여야 할 재산상 손해는 남지 않게 된다.

5)

위자료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 및 결과, 망인의 나이, 망인과 원고들의 관계, 원고들이 재산상 손해를 초과하는 형사합의금을 지급받은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망인의 위자료를 50,000,000원, 망인의 자녀인 원고들의 위자료를 각 10,000,000원으로 정한다.

6)

상속관계

망인의 자녀인 원고들은 망인의 위자료 손해배상채권 50,000,000원의 1/2에 해당하는 25,000,000원을 각 상속한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각 35,000,000원(= 망인의 위자료 상속분각 25,000,000원 + 원고들 고유의 위자료 각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21. 7. 2.부터 피고들이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10. 2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경훈(재판장) 김재경 이은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