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판결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6. 6. 11. 선고 2024가단41563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한국도로공사법에 따라 도로의 설치 · 관리 및 그 밖에 이와 관련된 사업을 함으로써 도로의 정비를 촉진하고 도로교통의 발달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원고들은 1989년경부터 2002년경 사이에 피고에 입사하여 교통상황실에서 근무하다 2024. 6. 30. 정년퇴직한 근로자들이다.

나.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고령자고용법')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고령자고용법이 2013. 5. 22. 개정되면서 같은 법 제19조는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제1항).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제2항).'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도 2016. 1. 1.부터 당초 만 59세이던 소속 직원의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게 되었다.

다.

피고 대표자 사장은 2015. 8. 28.경 피고 근로자의 과반수로 구성된 피고 노동조합 대표자인 위원장과 2016년부터 전 직원에 대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적용기간과 적용률을 합의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 합의서' 및 '임금피크제 세부합의서'에 각 서명하였다(위 각 합의서를 통틀어 '이 사건 합의', 그에 포함된 임금피크제를 '이 사건 임금피크제'). 피고 대표자 사장과 위 노동조합 위원장은 같은 날 임금피크제 시행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단체협약('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라.

피고는 2015. 9. 23. 취업규칙 중 '직원 보수 및 복리후생규정', '직원 보수 및 복리후생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하여 아래와 같이 임금피크제 시행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및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위반하고 평등권을 침해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지 않았더라면 수령할 수 있었던 임금 등 총액과 실제로 원고들이 지급받은 임금액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위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것이나,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은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동일 가치의 노동'이라 함은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하고, 동일 가치의 노동인지 여부는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 · 경력 · 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정년퇴직일로부터 3년 또는 2년 이전의 시점에 달한 일정한 연령의 근로자들은 개별적인 업무성과 등에 관계없이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임금 삭감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에 위반되는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거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위반하였거나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으므로, 원고들의 임금 등 지급청구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없이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1)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고령자고용법은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면서, 근로자의 정년을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되(제19조),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하였다(제19조의2).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2015. 5. 7.자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통해 공공기관의 인건비 부담 증가를 해소하고, 근로자의 정년연장 또는 보장을 통한 고용안정을 도모하며, 임금피크제 절감 재원으로 신규채용을 증가시키기 위해 피고에게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으로 근로자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됨에 따른 사용자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그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2)

정년연장으로 받는 이익과 임금 삭감으로 입는 불이익의 정도

원고들을 비롯한 4급 이하 근로자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실시 전에는 정년전 1년 동안 100%를 지급받았으나, 실시 후에는 기존 정년 기준으로 정년 전 1년 동안 80%, 정년 후 1년 동안 75%를 지급받게 되었다. 원고들이 기존 정년 전 1년 동안 20%의 임금이 삭감되는 불이익을 입게 되었으나, 삭감 후 지급받은 임금 액수가 원고들이 제공하는 근로의 대가로서 현저히 부족하다거나 원고들의 생계 혹은 부양을 어렵게 하고 기존 삶의 질의 현저한 하락을 감수하게 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원고들은 정년이 연장된 기간 동안 안정된 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임금을 수령할 수 있는 이익을 얻게 되었음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주장 및 증거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대상 근로자들이 얻은 이익보다 입게 된 불이익이 절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2015. 5. 7.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발표하여 임금피크제 도입여부 및 도입성과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적극 반영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2016년 이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인건비 인상률이 반액으로 삭감되고, 피고 직원들에게 지급될 경영평가 성과급의 액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었고, 이러한 사정을 피고 노동조합의 조합원들도 인식하고 있었다. 위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인 불이익을 강요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3) 대상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피고는 2019. 2. 1.부터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조치로서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대하여 근로시간을 1주에 8시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도록 하였고, 교통상황실 근무자에 대하여는 희망 직원에 한하여 일반 통상근무로 전환 배치 후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3교대 근무를 하여 온 교통상황실 근무자들의 경우 통상근무로 전환 배치하는 피고의 대상조치가 적정성을 결여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①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므로,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에게 반드시 별도직군을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나 시간을 경감하여 줄 법적인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② 교통상황실 근무자의 경우 상시근무체제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업무 자체의 특성이 있는데, 피고는 그와 같은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여 교대근로자를 통상 근로자로 전환 배치 후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조치를 마련한 점, ③ 원고들이 통상근무로 전환한 뒤 근로시간 단축 조치를 적용받는 경우 업무강도 및 업무시간 경감이라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고, 실제로 그와 같이 근무한 근로자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로서는 원고들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입게 되는 불이익을 줄이기 위한 대상조치를 마련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그 조치의 적절성 또한 인정된다.

4)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여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 목적이 근로자의 정년 연장에 따른 사용자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피고는 실제로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별도정원 증가분과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에 따른 청년미취업자 의무고용인원을 고려하여 신규채용인원을 정한 뒤, 그를 상회하는 규모의 신규채용을 실시하여 왔는바,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절감된 예산을 신규채용에 활용하여 청년들에게 고용기회를 부여하는데 사용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절감된 예산(삭감된 임금 상당액)을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에 따른 15세 이상 34세 이하의 청년들의 고용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서 정하는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로서 같은 법 제4조의4에 따른 연령차별로 보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5)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반 여부

가)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나 원고들이 주장하는 평등권은 모두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대우를 금지하는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된다. 원고들과 같은 시기에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지 않는 근로자들도 향후 적용 연령에 도달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이들보다 먼저 해당 연령에 도달한 근로자가 더 불이익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나)

원고들의 주장을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의 원고들 자신을 그 비교대상으로 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내지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으로 보더라도,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라 함은 근로자의 학력 · 경력 · 근속연수 등 근로자 개인의 개별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근로 제공의 시점과 상황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그 가치가 같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대하여는 같은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지, 근로 제공의 시기나 주변 여건의 변화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제공되는 근로의 내용이나 제공하는 근로자가 동일하다면 기존의 임금이 계속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에 제공된 원고들의 근로와 시행 후에 제공되는 원고들의 근로는 그 근로 제공의 시기가 다를 뿐만 아니라, '60세 정년 법정 의무화'라는 근로환경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비교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나,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고들과 같은 경우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 및 안정을 위한 정년 연장에 있어서 필요한 조치인 점, ② 그 도입 경위에 있어서도 근로자에게 유리한 '60세 정년 법정 의무화'와 함께 이루어졌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만을 두고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점, ③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 단축근무 등 대상조치가 시행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에 원고들이 이전과 동일한 보직에서 동일한 강도의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기존보다 적은 임금을 받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거나 원고들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4.

결 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오승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