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서초구 D에 있는 E 주식회사의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120여명을 고용하여 건설업을 경영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당사자 간의 지급기일연장에 관한 합의가 없는 한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고인이 공사한 대구 중구 F에 있는 G 신축공사현장에서 현장관리를 하다 2011. 7. 1. 퇴사한 H의 퇴직금 18,837,27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기록상 인정되는 사실
H은 2004. 6. 27. 위 회사에 입사하였다가 2006. 5.경 퇴사하였고, 2006. 9. 27. 재입사하여 2011. 6. 30.까지 근무하였다.
H은 근무기간 동안 위 회사로부터 월 급여 4,000,000원을 지급받았다.
H은 2006. 5. 16. 재직 중 유용한 돈 15,000,000원에 대하여 매월 일정 금원을 상환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였다(수사기록 38쪽).
H은 2009. 3. 13. 위와 같이 약속한 돈을 상환하지 않은 채 당시까지 발생한 퇴직금채권과 위 회사의 H에 대한 채권을 상계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였다(수사기록 39쪽).
H은 2009. 1. 1.부터 같은 해 12. 31.까지의 퇴직금 중간정산금을 수령하였고, 이에 대하여 민, 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퇴직금 중간정산 영수증 및 서약서를 2009. 12. 31. 작성하였다(수사기록 36쪽, 37쪽).
H은 2009. 4. 1.부터 2011. 5. 30.까지 연봉월액에 포함시켜 지급받은 중간정산퇴직금을 이미 수령했음에 이의가 없고, 이미 지급받은 퇴직금에 대하여 민, 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2011. 5. 30. 작성하였다(수사기록 6쪽).
피고인은 2011. 8. 10. H의 계좌로 퇴직금 명목으로 3,926,520원을 송금하였다(수사기록 26쪽).
피고인은 H의 재직기간 동안 위 3,926,520원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퇴직금을 지급하지는 않았고, 다만, 2009년도에 몇 달 정도 월 급여 4,000,000원 중 3,600,000원씩 지급하고 나머지 400,000원씩을 적립하였다가 2009년 말경 위와 같이 적립한 돈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적이 있다.
H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2012. 3. 8. H과 위 회사 사이에 "H은 2011. 6. 30.자로 권고사직에 의해 근로관계를 종료함에 합의하고, 위 회사는 H에게 화해합의금 10,000,000원을 2012. 3. 15.까지 지급한다. 다만, H의 법정퇴직금청구권에 대하여는 별개로 한다."는 내용의 화해조서가 작성되었다(수사기록 32쪽).
상계처리의 적법성
법리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서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 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참조).
판단
위 인정사실 및 H이 퇴직금채권과 위 회사의 H에 대한 채권을 상계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한 2009. 3. 13. 당시까지 발생한 퇴직금은 9,743,790원(= 1일 평균임금131,868.13원 × 30일 × 899일/365일)(소수점 이하는 버림)으로서 위 회사의 채권15,000,000원보다 훨씬 적은 점 등을 고려하면, H이 위와 같은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한 것은 H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할 것이므로, 위 상계처리는 적법하다.
퇴직금 중간정산의 효력
법리
근로기준법 제34조는 사용자에 대하여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퇴직금이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원칙으로 퇴직금 지급의무는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것이므로, 사용자와 근로자들 사이에 매월 지급받는 임금 속에 퇴직금이란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사용자가 이를 지급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근로기준법 제34조에서 정하는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은 없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211 판결 참조).
판단
H이 2009. 12. 31. 및 2011. 5. 30. 기존의 퇴직금 수령에 대하여 이의가 없다고는 하였으나, 실제로는 퇴직금을 지급받지 않았거나 월 급여 중 400,000원씩을 적립한 돈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받았을 뿐이어서, 이에 대하여 퇴직금 지급 내지 퇴직금 중간정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
법리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같은 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참조).
판단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퇴직금 중간정산의 효력이 없는 이상 피고인에게 위 18,837,270원 중 일부 금액에 대한 지급의무가 있기는 하나, H이 위와 같은 상계처리에 동의하였고, 2009. 12. 31. 및 2011. 5. 30. 기존의 퇴직금 수령에 대하여 이의가 없다고 한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H은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까지 전체 근무기간 동안의 퇴직금 지급을 요구해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으로서는 H과의 퇴직금 중간정산이 유효하고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는 것으로 믿었거나 적어도 H이 요구하는 퇴직금 전액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믿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바, 피고인이 H이 요구해온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고, 결국 피고인이 H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전우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