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15. 2. 12. 선고 2014노823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3,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이 사건 화재는 K, L가 도포한 WD-40에서 배출된 가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 H에서 관리하고 있던 단조기에 하자가 발생하여 그 단조기 틈에서 새어나온 폐가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과실이 없고,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과실과 이 사건 사고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어 피고인에게 과실의 책임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벌금 6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검사가 원심에서 증거로 제출한 '한국소방기술사회 R의 사고원인에 대한 기술자문보고서 첨부'의 기재 내용과 관련하여, 당심 증인 R는 위 서류 내용 중 "닥트내 혼합가스에 의한 화재발생 가능성 검토" 부분을 작성하면서, 가연성가스(H 주식회사가 배출하고 있는 폐가스)의 농도 측정 데이터와 관련하여 직접 폭발현장에서 폐가스를 수집하여 데이터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 H 주식회사 측으로부터 넘겨받은 폐가스에 대한 시험성적서의 데이터를 근거로 계산을 통해 결과를 도출한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그렇다면 위 서류 기재 내용만으로는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을 당시 단조기 틈에서 새어나온 폐가스가 화재의 원인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단조기 틈에서 새어나온 폐가스가 화재의 주된 원인이 아니고 K, L가 작업 중 뿌린 WD-40에서 배출된 인화성 가스가 이 사건 화재의 주된 원인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피고인의 아래 ②에서 기재한 과실로 인해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①

WD-40은 극인화성 에어로졸로 분류되어 있고, 구성성분은 히드로처리된 경 증류액, 용제-탈왁스 중 파라핀 증류액, 이소부탄, 노르말부탄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소부탄과 노르말부탄은 NFPA 지수가 4이어서 화재 위험이 높고, 그 증기는 중급 수준의 화재 위험이 있으며, 공기보다 무겁다고 물질안전보건자료(증거기록 제2권 127쪽)에 기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밀폐된 공간에서 WD-40이 분사되는 경우 그 증기가 공기보다 무거우므로 공기 중에 쉽게 희석되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②

피고인은 K, L에게 전면 및 후면 플렉시블을 모두 제거하라거나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아니한 환경에서 WD-40과 그라인더를 함께 사용하지 말라는 등의 지시를 하지 않았고, 실제로 K, L는 전면 플렉시블만을 제거하고 후면 플렉시블을 그대로 장착한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하였으며, WD-40을 도포하고 그라인더를 볼트에 갖다 댄 즉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다.

③

K은 원심 법정에서 "WD-40을 몇 초 뿌려서 망치로 때렸습니다. 그런데 안 풀려서 다시 WD-40을 몇 초간 뿌리고 또 망치로 때렸는데 나사 끝이 조금 망가져서 그라 인더를 사용하다가 바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 검찰에서 "WD-40을 볼트가 충분히 젖을 정도로 뿌렸고, 약 3분의 1 통은 뿌린 것 같다"고 진술하여 피해자들이 그라인더를 사용하기 전에 상당량의 WD-40을 도포한 것으로 보인다.

④

피해자들이 WD-40을 도포하면서 작업한 B팬(증거기록 제2권 262쪽 도면의 B팬 부분) 부분에 폭발로 인하여 심한 화재가 발생하였고, 당시 H 측에서 배출하고 있던 폐가스의 통로인 A팬 부분이나 그 내부 배관에서는 화재가 연쇄적으로 발생하지 않았으며, B팬 후면 부분에 설치된 플렉시블이 화재로 인해 전소한 반면에 A팬 부분에 설치된 플렉시블들은 손상되지 않거나(증거기록 제2권 262쪽 도면 ③번), 일부만 손상되었다(같은 도면 ④번). 만약 폐가스가 화재의 발생 원인이었다면 폐가스가 흐르고 있는 다른 배관에서도 연쇄적으로 화재가 발생하고 ④번 플렉시블이 일부만 손상될 것이 아니라 전부 손상되고 이로 인해 폐가스가 흐르고 있던 배관에 연쇄적으로 화재가 발생하였어야 함에도 그러하지 않았다(④번 플렉시블의 손상 이유에 대해 R는 화재가 발생하면서 불덩이가 튀어 ④번 플렉시블에 옮겨 붙으면서 일부만 손상되고, 당시 흐르던 가스의 압력 때문에 바깥 방향으로 플렉시블이 손상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와 같은 판단 내용은 화재 발생의 전후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방기술사회 R의 사고원인에 대한 기술자문보고서 첨부의 기재 내용 중 증거기록 90쪽 참조).

⑤

당심 증인 AB은 B팬 부분에서 심한 화재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뎀퍼가 닫혀있는 상태이지만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아 미세하게 공기가 흐르고 있었는데, K 등이 WD-40을 도포하면서 그에 포함된 가스 성분이 그 공기의 흐름 때문에 케이스 안을 빙빙 돌면서 잔류하고 있는 상태였던 걸로 판단했고 그것이 화재의 주된 원인인 것으로 판단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는데, 위 증언 내용은 앞서 살펴 본 WD-40의 가스 성분, 화재의 발생 경위 및 범위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설득력이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화재 발생 당시의 상황을 재연한다는 취지로 그와 유사한 수리대상을 제작하여 수리 대상에 WD-40을 뿌리고 그라인더를 사용한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 CD(공판기록 118쪽)를 제출하면서, WD-40에서 배출된 가스로 인하여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사고 당시를 그대로 재연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고, 결국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의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중상을 입은 점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는 점,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함에 있어서 피고인 못지않게 원심 공동피고인이었던 B의 과실도 크다고 보아야 하는데 B이 원심에서 선고받은 벌금형의 액수와 비교하여 형평을 고려해야 하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이러한 정상과 피고인의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으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