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16. 5. 12. 선고 2015노4695 판결

2015

주문

제1 원심판결 및 제2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 2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4. 3. 3.자 강제집행면탈의 점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 부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제1 원심판결에 대한 사실오인 주장

피고인이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주식회사 C 소유의 토지 및 건물을 피고인의 형수인 F 등에게 이전한 것이 아니므로, 강제집행면탈의 목적이나 고의가 없다.

나.

제2 원심판결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1)

판시 사기죄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은 제2 원심판결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이 없고, 편취의 범의도 없었다.

2)

판시 강제집행면탈죄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은 사실혼 배우자인 AL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변경한 것은 그 당시 피고인이 신용이 불량하여 이를 변경한 것이어서 강제집행면탈의 목적이 없었고,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사업자등록 명의를 변경한 것으로 인하여 기존 공장의 재산관계에 대한 소유관계가 변경된 것이 아니므로 강제집행면탈의 '은닉'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다.

양형부당

원심판결들이 선고한 각 형(제1, 2 원심판결 각 징역 1년)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제1, 2 원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이 각각 항소를 제기하였고, 이 법원은 위 두 항소 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기로 결정하였는바, 제1, 2 원심판결의 판시 각 범죄사실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이를 동시에 판결하여 단일한 선고형으로 처단하여야 한다. 이 점에서 제1 원심판결과 제2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은 더는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는 이에 관하여 본다.

3.

판단

가.

제1 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강제집행면탈죄에 있어 허위양도는 실제로 양도의 진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표면상 양도의 형식을 취하여 재산의 소유명의를 변경시키는 것이고(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1도4759 판결 등 참조), 채권자가 현실적으로 실제로 손해를 입을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가 손해를 입을 위험성만 있으면 족하다(대법원 2003. 10. 9. 선고 2003도3387 판결 등 참조). 한편 강제집행면탈죄는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허위양도 등의 행위를 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목적범이기는 하나 그 목적은 그 행위에 대한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까지는 필요 없고 미필적 인식으로 충분하다.

2)

이 사건의 판단

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주식회사 남일레미콘(이하 '남일레미콘'이라 한다)과 BC은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C(변경 후 상호: 주식회사 H, 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를 상대로 양수금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법원은 2011. 2. 10. 이 사건 회사가 남일레미콘에 140,110,245원, BC에게 57,976,653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10가합120호)을 선고하였다.

②

주식회사 송림엔지니어링(이하 '송림엔지니어링'이라 한다)은 2012. 11. 21. 이 사건 회사를 상대로 'E'에 관한 계약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법원은 2013. 8. 29. 이 사건 회사가 송림엔지니어링에 185,259,39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대전지방법원 2012가합36344호)을 선고하였다.

③

피고인이 송림엔지니어링과 'E'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부채를 합쳐 약 20억 원 정도의 채무가 있었고 회사를 가동하지 않아 월 수입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농협으로부터 담보권실행경매가 진행될 수 있다는 통지서를 송달받았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이전할 경우 송림엔지니어링 등의 채권을 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④

당심에 증인으로 출석한 BD의 증언에 의하면, 채권자인 남일레미콘과 BC은 피고인이 2013. 5. 31.자금을 융통할 목적으로 이 사건 회사 소유의 상주시 B 공장용지 14,552㎡와 지상 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피고인의 형수인 F 명의로 가등기를 설정하는 점에 동의하였을 뿐, 이 사건 부동산의 명의를 F 명의로 이전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⑤

피고인이 2013. 6. 28.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F와 피고인의 조카인 G에게 양도하였는데, F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에 의하면, F 등은 피고인으로부터 형식적으로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명의를 받은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피고인과 거래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진술하였고(2014고단132호 수사기록 413쪽 이하), 피고인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나)

위 사실로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 즉, 피고인이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F 등에게 양도할 당시의 채권자인 송림엔지니어링 등과의 소송 결과, 이로 인하여 이 사건 부동산이 강제집행 될 수 있었던 상황, 당시 피고인과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부채 상황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을 F 등에게 양도할 경우 채권자인 송림엔지니어링이나 남일레미콘, BC 등이 손해를 입을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음에도 이를 허위로 양도하였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강제집행면탈의 고의와 그 목적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제2 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판시 사기죄 부분에 대한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범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며, 특히 물품거래관계에서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물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물품대금을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물품 등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41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이 김치 공장 신축공사 진행을 위하여는 피해자 주식회사 상산레미콘(이하 '상산레미콘'이라 한다)으로부터 레미콘 공급이 필요하였는데 그 대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상산레미콘의 직원인 AN에게 "현재 공사가 중단되어 있으나 레미콘을 공급해주면, 공사를 완료한 후 준공허가를 받아 보조금과 은행, 중소기업진흥청 등의 대출을 받아 레미콘 대금을 지급해 주는 것은 물론 부도난 시공사로부터 미처 받지 못한 레미콘 대금까지 지급해 주겠다"고 말하였다.

②

이에 상산레미콘은 2010. 2. 6.경부터 2010. 6. 18.경까지 피고인에게 48,756,560원 상당의 레미콘을 공급하였으나, 레미콘 대금을 받지 못하였다.

③

피고인은 2010. 5. 12. 비롯하여 이후 4차례에 걸쳐 상산레미콘에 '레미콘 대금을 건축주인 피고인이 준공 후 즉시 변제하기로 한다'는 취지의 지불각서를 작성하여 주었다(2015고단184호 수사기록 15~21쪽). 이후 2013. 7.경 김치 공장에 관하여 준공허가가 나자, 피고인은 2013. 7. 18.경 상산레미콘에 '위 레미콘 대금을 2013. 12. 30.까지 변제하여 주겠다'는 취지로 지불각서를 작성하여 주었으나 실제로 레미콘 대금을 갚지는 않았다(위 수사기록 112쪽).

④

피고인은 당시 자력으로는 상산레미콘에 레미콘 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고, 다만 나중에 김치 공장이 준공되면 대출이나 시설자금, 보조금 등을 받아 레미콘 대금을 지급하려고 하였으나, 각종 대출, 보조금 등을 받지 못하였다(위 수사기록 136, 174~175, 235, 420쪽 등 참조).

다)

앞서 본 법리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이 상산레미콘에 레미콘 대금을 마련할 방법과 변제 시기 등에 관하여 피해자 회사를 기망한 내용, 피고인이 상산레미콘으로부터 레미콘을 공급받을 당시의 변제 능력이나 그 이후의 채무 이행 정도와 노력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상산레미콘의 직원 AN을 기망하여 상산레미콘으로부터 공급받은 레미콘을 편취할 의사가 있었고, 상산레미콘은 피고인의 기망 때문에 피고인이 운영하는 이 사건 회사에 레미콘을 공급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레미콘 대금을 편취할 범의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판시 강제집행면탈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해자 주식회사 AK(이하 'AK'라고 한다)는 2013. 1. 30.경 피고인과 이 사건 회사의 공장에 대하여 공사 기간 2013. 2. 8.부터 2013. 3. 22.까지, 계약금액 434,100,000원의 김치 제조설비 제작설치에 관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공사를 완료하였음에도 피고인으로부터 공사대금 중 249,464,000원을 받지 못하자 위 공장의 명의상 대표인 F 및 G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 공사대금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2014. 1. 10. 같은 법원으로부터 지급명령을 받게 되었다. 이에 피고인과 피고인의 사실혼 배우자인 AL는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위 공장의 사업자 명의를 AL로 허위 변경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과 AL는 2014. 3. 2.경 이 사건 회사의 공장 사무실에서 허위의 '공장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고, 2014. 3. 3. AL의 명의로 신규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F, G에 대한 사업자등록을 폐업 신고하였으나, 사실은 신규 사업자등록 이후에도 종전과 동일하게 위 공장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피고인이었다.

이로써 피고인과 AL는 공모하여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위 공장의 사업자 명의를 변경하여 허위양도 또는 은닉함으로써 채권자인 피해자를 해하였다(검사는 제2 원심 제7회 공판기일에서 위 공소사실에 '허위양도'를 '은닉'으로 택일적으로 추가하였다).

나)

판단

(1)

은닉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형법 제327조에 규정된 강제집행면탈죄에서 재산의 '은닉'이란 강제집행을 하는 자에 대하여 재산의 발견을 불능 또는 곤란케 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재산의 소재를 불명케 하는 경우는 물론 그 소유관계를 불명하게 하는 경우도 포함하나, 채무자가 제3자 명의로 되어 있던 사업자등록을 또 다른 제3자 명의로 변경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변경이 채권자의 입장에서 볼 때 사업장 내 유체동산에 관한 소유관계를 종전보다 더 불명하게 하여 채권자에게 손해를 입게 할 위험성을 야기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도2732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의 판단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은 'H'라는 상호로 이 사건 회사의 김치 공장을 운영했는데, 2013. 6. 17.경 피고인의 형수인 F 등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이 된 사실, ② 피해자 AK는 2013. 2. 8. 이 사건 회사와 공사계약을 체결하였는데, AK의 대표이사인 AS는 계약 당시부터 이 사건 회사의 실질적인 운영자가 피고인임을 알고 있었던 사실, ③ 이 사건 회사가 AK에 공사대금 등을 지급하지 못하자 피고인은 2013. 12. 19.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AK에 채권최고액 2억 6,000만 원으로 하는 2순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준 사실(국민은행 앞으로 채권최고액 18억 원의 1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음), ④ AK는 F 등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3차5354호로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2014. 1. 10. F 등은 AK에 204,946,4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지급명령을 받았고 2014. 1. 30. 확정된 사실, ⑤ 피고인은 2014. 3. 3. AL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이후 F 등의 사업자등록을 폐업신고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피고인이 H 사업자등록 명의를 F 등에서 AL로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제3자의 지위에 있는 이상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실질적인 운영자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AK로서는 이 사건 부동산의 담보권을 실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음은 달라진 것이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업자 명의의 변경이 AK 입장에서 볼 때 이 사건 회사의 소유관계를 종전보다 더 불분명하게 하는 등의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AL가 F 등과 무상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채무승계에 관한 약정을 하지 않았다거나 명의 변경 이후 AL가 이 사건 부동산에 소액임차인 우선 배당요구를 한 사정만으로 이와 달리 볼 것도 아니다.

(2)

허위양도에 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사업자등록 명의를 AL에게 허위양도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소결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들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