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3. 9. 20. 선고 2022나320684 판결

주문

1.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택시 여객자동차 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들은 피고에게 택시 운전근로자로 고용되어 원고 A은 2014. 8. 1.부터 근무하다가 2020. 9. 16. 퇴직하였고, 원고 B은 2016. 4. 2.부터 근무 중이다.

나.

피고는 원고들의 운송수입금이 월책임운송수입금에 미달함을 이유로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원고들의 월 임금에서 월책임운송수입금 미달금액을 공제하였다.

다.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은 2020. 1. 31. 2020년도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4호증의 기재, 갑 제1호증의 일부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에게 위와 같이 공제하여 지급하지 않은 각 임금 합계액(원고 A 2,694,807원, 원고 B 6,615,901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주장의 요지

피고는, 원고들이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정한 월책임운송수입금보다 적은 운송수입금을 피고에게 납부하였고, 이 사건 단체협약 제32조 제5항에 따라 피고는 월책임운송 수입금에 미달하는 금액을 원고들에게 지급할 월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단체협약 제32조 제5항이 월책임운송수입금 미달금액을 월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게 하는 근거 규정이 될 수 없고, 설령 근거 규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강행법규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1조 제1항 제2호 및 제26조 제2항 제2호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이 사건 단체협약 제32조 제5항이 월책임운송수입금 미달금액 공제 근거 규정이 되는지 여부

살피건대, 을 제4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단체협약 제32조 제5항은 월책임운송수입금 미달금액을 월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게 하는 근거 규정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

이 사건 단체협약 제32조 제2항, 제3항에서는 1일 2교대제 근무와 1인 1차제 근무의 각 월책임운송수입금 기준금액을 정하면서 월책임운송수입금 초과금액이 발생하는 경우 초과금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여 월정산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같은 조 제5항에서는 월책임운송수입금 미달금액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월 임금에서 정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월 임금에서 미달금액을 공제하는 것 이외에 미달금액을 월 임금에서 정산하는 다른 방법을 상정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월책임운송수입금 미달금액을 월 임금에서 정산’한다는 것은 ‘월책임운송수입금 미달금액을 월 임금에서 공제하여 정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

이 사건 단체협약 제29조에서 ‘다음 각 호에 정한 것은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월책임운송수입금 미달금액이 위 각 호에 정한 것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제29조가 같은 조 각 호에서 정하지 않은 것은 임금에서 공제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2)

이 사건 단체협약 제32조 제5항의 효력 여부

(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개정 연혁

1990년대 이후 택시운수종사자들의 대표적인 임금체계는 일정한 금액의 사납금을 회사에 입금하고 이를 초과하는 초과운송수입금은 근로자 자신의 수입으로 하는 이른바 ‘사납금제’였다. 이 임금체계는 운송수입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운수종사자의 수입이 늘어나게 되므로 운수종사자의 성실한 근로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한편 운송수입금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운수종사자의 임금액의 변동이 심하고 고정급이 크지 않기 때문에 운송수입금이 적은 때에는 운수종사자가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 위한 정도의 임금조차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다(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마477 결정 등 참조). 또한 사납금제 하에서 운송사업자는 사납금액 만큼의 고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운송수입금 감소의 위험은 운수종사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택시 운송사업자들이 적극적인 경영합리화보다는 택시요금 인상에 따라 사납금을 인상하거나, 지입제 또는 도급제를 이용하거나, 운휴나 사고 시에도 운수종사자에게 사납금이나 사고 처리 비용을 전가시키는 경영 방식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꾀하고, 그 결과 택시 운수종사자들이 생계유지를 위하여 과속 및 난폭운전을 하게 됨으로써 교통사고의 발생, 불친절한 서비스 등 사납금제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헌법재판소 2009. 9. 24. 선고 2008헌마745 결정).

이에 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2019. 8. 27. 법률 제165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정 전후를 불문하고 ‘여객자동차법’이라 한다)은 1997. 12. 13. 법률 제5448호로 전부 개정된 이래 줄곧 제22조 및 제28조 또는 제21조 및 제26조에서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에 관하여 정하면서 ‘운송사업자는 운수종사자로부터 운송수입금 전액을 받아야 하고, 운수종사자는 운송사업자에게 운송수입금 전액을 내야 한다.’고 규정하여 이른바 ‘전액관리제’를 시행하였다.

그러나 택시운송사업자와 택시운수종사자가 명목상으로는 ‘전액관리제’를 실시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여전히 기존의 ‘사납금제’를 시행하면서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고 실제 운송수입금이 운송수입금 기준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부족한 금액, 즉 운송수입금 부족액을 월 고정급에서 공제하는 경우가 있었고, 이것이 ‘단체협약’으로 시행된 경우 그 유효성을 인정받았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도8221 판결,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17다242928 판결 등 참조). 한편 운수종사자가 운송수입금에서 ‘사납금’을 운송사업자에게 납입하고 남은 초과운송수입금만을 가져가기로 하는 이른바 ‘도급제’ 방식의 근로계약이 체결되는 경우도 여전히 있었다(대법원 2018. 7. 11. 선고 2016다9261, 9278 판결 등 참조). 즉 위와 같은 구 여객자동차법의 조항에도 불구하고 ‘전액관리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되어 고정급 비율이 높게 인상되거나 월급제가 정착되지 않고, 여전히 기존 ‘사납금제’가 다소의 변형을 거쳐 시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2019. 8. 27. 법률 제16563호로 구 여객자동차법이 개정되어, ‘운송사업자는 일정 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납하지 말고 운수종사자는 이를 납부하지 말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제21조 제1항 제2호 및 제26조 제2항 제2호(이하 ‘이 사건 신설조항’이라 한다)가 신설되어 2020. 1. 1.부터 시행되었다.

(나)

이 사건 신설조항의 강행법규성

위와 같은 여객자동차법 개정연혁에 다음과 같은 사정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신설조항은 강행법규로 봄이 타당하다.

○

이 사건 신설조항의 도입 전부터도 구 여객자동차법은 이른바 전액관리제를 규정하였으나 현실에서 이를 우회하여 사실상 사납금제를 여전히 실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신설조항은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수하는 행위가 금지됨을 명확히 규정하였다. 이는 사납금제의 오랜 병폐를 시정하겠다는 입법자의 분명한 의사가 반영된 것이다. 이 사건 신설조항을 도입한 2019. 8. 27. 법률 제16563호의 개정이유 역시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에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에 관한 구체적 근거를 명시함으로써 택시업계의 고질적 관행인 사납금 제도를 근절하기 위함’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

한편 위 법률 제16563호의 개정이유에서는 ‘국민에 대한 양질의 택시서비스 제공에 이바지함’ 역시 이 사건 신설조항의 도입 이유로 들고 있다. 즉, 사납금제하에서는 기준 운송수입금을 맞추기 위한 단거리 운행 승차 거부, 미터기에 의하지 아니하는 부당한 요금 징수 등의 불법행위부터 과속‧난폭운전,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 증가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사납금제를 근절하여 공중의 이익에 이바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 사건 신설조항은 단순히 택시운수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넘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에 관한 질서를 확립하고 공공복리를 증진한다는 공익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

○

이 사건 신설조항은 운송사업자가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운수종사자로부터 이를 수납하는 것을 금지할 뿐 아니라(제21조 제1항 제2호) 운수종사자가 자발적으로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운송사업자에게 이를 납부하는 행위 역시 금지하고 있다(제26조 제2항 제2호). 이 사건 신설조항은 노사 간의 의사합치가 있는 경우에도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수하는 행위는 예외 없이 금지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

구 여객자동차법이 전액관리제를 규정한 뒤에도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 간단체협약 등을 통해 변칙적인 형태의 사납금제가 계속하여 유지되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전액관리제에 반하여 체결되는 근로계약과 근로계약에 영향을 미치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의 효력을 부정하지 않고서는 이 사건 신설조항의 입법 목적이 달성될 수 없다.

(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32조 제5항의 효력

이 사건 단체협약 제32조 제5항이 월책임운송수입금 미달금액을 월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게 하는 근거 규정인 점, 그런데 2019. 8. 27. 법률 제16563호로 구 여객자동차법이 개정되어 ‘운송사업자는 일정 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납하지 말고 운수종사자는 이를 납부하지 말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이 사건 신설조항이 2020. 1. 1.부터 시행되고 있고, 이 사건 신설조항이 강행법규임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노사 간에 절차상 하자 없이 체결된 단체협약이라고 하더라도 단체협약의 내용이 강행법규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범위 내에서는 효력이 없으므로(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두20406 판결 참조), 월책임운송수입금 미달금액을 월 임금에서 공제한다는 취지의 이 사건 단체협약 제32조 제5항은 강행법규인 이 사건 신설조항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피고는 택시운전기사에게 지급할 월 임금에서 운송수입금 부족분을 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단체협약의 내용이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규정한 구 여객자동차법 제22조 제1항의 취지에 일부 어긋난다 하더라도 그 사법상의 효력까지 부정되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대구지방법원 2005. 10. 13. 선고 2005노1961 판결을 근거로 이 사건 단체협약 제32조 제5항의 사법상 효력이 인정된다는 주장을 하나, 위 판결은 이 사건 신설조항이 신설되기 전의 사안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이 사건에 적용하기에 적절치 않다).

3)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 제32조 제5항에 기해 원고들의 미지급 임금에서 월책임 운송수입금 미달금액이 공제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 A에게 미지급 임금 합계 2,694,807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 A이 퇴직한 날로부터 14일이 경과한 2020. 10. 1.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원고 B에게 미지금 임금 합계 6,615,901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21. 4. 3.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있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세진(재판장) 윤남현 정세영

각주1) 이 사건 단체협약서에 해당 항이 제4항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제5항의 오기인 것으로 보인다.

각주2) 피고는, 이 사건의 경우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존부를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원고 A의 미지급 임금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제1심에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가 모두 인용되고,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는 이 사건에 있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존부를 법원에서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