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판결

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4다206081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E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E의 상고를 기각한다.

원고 E의 상고로 생긴 상고비용은 위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원고 E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상고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 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제32조 제1항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고 한다)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K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합의가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구체적인 사정은 그 합의가 무효임을 주장하는 쪽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다279402, 280563 판결 등 참조).

2)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합의를 체결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와 아울러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구체적인 경위와 시기, 단축 전후의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할 경우 산정되는 시간급 비교대상 임금과 법정 최저임금의 객관적 차이 및 변동 추이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은 택시에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는 영업시간(실차시간)뿐만 아니라 택시의 입 · 출고 및 정리 등에 소요되는 준비시간, 승객을 찾거나 기다리는 데 소요되는 대기시간(공차시간, 다만 식사 ·휴게 시간은 제외)과 같이 택시운전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무환경과 근무형태를 고려하여 추산하여야 한다.그리고 이러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그와 같이 감소된 실제 근로시간과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비율, 빈도, 급격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위 대법원 2023다279402, 280563 판결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1)

사용자인 피고가 원고들의 근로 여부나 행태를 실질적으로 지휘 · 감독하거나 실제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택시운수업의 특성상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고,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2)

2010년 임금협정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직후 체결되었으나, 2014년과 2018년각 임금협정은 위 특례조항 시행일로부터 상당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체결되었고, 그 사이 위 각 임금협정이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들이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3)

2007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인 6시간 40분은 당시 근로기준법이 정한 법정근로시간인 1일 8시간의 범위 내에서 형식적으로 정해진 것으로 보일 뿐 실제 운행시간을 반영하여 정해진 것이라고 볼 수 없고, 2010년 이후 입사한 원고들에게 2007년 임금협정이 적용된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며, 원고들이 입사한 이후 소정근로시간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근로 형태의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 대한 증명도 부족하다.

4)

2007년 이후 입사한 모든 근로자들에게 2007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을 소급 적용하게 되면 소송의 남용이 예상된다.

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2007년 임금협정은 1일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소정근로시간이 단지 형식적으로 마련된 것에 불과하다거나 노사의 합의 없이 피고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라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2)

피고는 2010년 임금협정을 통해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으로 단축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전 소정근로시간에서 25% 감축된 수준이다. 이후에도 피고는 2014년 및 2017년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다시 3시간40분으로 단축하였다가, 2018년 임금협정에서 3시간 20분으로 다시 단축하였는데, 이는 당초 소정근로시간 6시간 40분의 50%에 불과한 것으로, 통상 근로자의 1일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려운 시간이다.

3)

피고의 배차시간, 사납금 및 고정급의 수준, 근무방식과 운행시간의 변화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피고에게 전일제로 근로를 제공한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실제 근로시간과 현저한 괴리가 있다고 추단된다. 설령 위 기간 동안 택시요금이 인상되고 택시호출앱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등으로 이 사건 각 임금협정 체결 무렵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근로시간이나 근무형태의 변경이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에 부합할 만한 것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4)

임금협정에서 그 무렵의 택시요금 인상률을 하회하는 정도로만 사납금을 증액하는 경우, 사납금 소요시간이 다소 감소하여 전체 근로시간 중 초과운송수입금을 벌기 위한 운행시간의 비중이 증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사납금 소요시간의 변동이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무형태 변경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도 이 사건 특례조항 신설 전에는 사납금 소요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실제 근로시간을 반영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납금 소요시간이 피고와 그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특별히 유의미하다는 전제하에서 사납금 소요시간이 줄어 들었을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유효하다고 볼 것도 아니다.

5)

택시운전근로자들이 사납금 인상을 반대하였고 노동조합이 자발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를 하였다고 해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은 최저임금법 적용의 회피 목적과 아울러 실제 근로시간과 합의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고, 위와 같은 사정 때문에 소정근로시간단축 합의가 유효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라.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 그런데도 원심이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를 유효하다고 판단한 데는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원고 E의 상고에 관한 판단

원고 E은 2024. 1. 25. 이 법원의 상고기록접수통지서를 송달받고서도 그로부터 20일 이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상고장에도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9조, 제427조에 의하여 상고를 기각하기로 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E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되, 원고 E의 상고를 기각하고, 그 상고로 생긴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엄상필(재판장) 권영준 박영재 오경미(주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