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등법원판결

대전고등법원 2020. 4. 9. 선고 2019노8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A을 벌금 300만 원에, 피고인 B을 징역 6월에 각 처한다.

피고인 A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 A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다만 피고인 B에 대하여는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A에게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

1)

사실오인(피고인 A에 대하여)

피고인 A은 주식회사 D(이하 'D'이라고만 한다)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 피고인 B, 직전 대표이사인 L 등으로부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각 근로자들(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에게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들었으므로, 피고인 A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및 수당 지급의무가 있음을 알면서 이를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A에게 임금체불의 고의가 없다고 보아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피고인 B에 대하여)

원심이 피고인 B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B

1)

사실오인

D은 대표이사 L, 생산담당사장 K이 실질적으로 운영하였고, 특히 이 사건 당시에는 M이 피고인 B과 체결한 위탁경영계약에 따라 D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었다. 피고인 B은 D 대표이사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거나 이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 B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A은 D의 대표이사로서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함에도, 피고인 B과 공모하여 2016. 2. 15.부터 2016. 5. 25.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로하다 퇴직한 이 사건 근로자들의 임금 및 수당 합계 40,409,825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에 대하여, ① 피고인 A은 이 사건 근로자들의 채용 및 근무 당시에는 D에 근무하지 않다가 이 사건 근로자들이 퇴직하기 전날인 2016. 5. 24. 피고인 B의 부탁을 받고 D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점, ② 피고인 A은 이 사건 근로자들의 채용경위, 근무태양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고 단지 피고인 B으로부터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수당 등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전해듣거나 B으로부터 전달받은 일부 서류(M과의 경영위탁계약서 등)에 근거하여 B의 주장을 그대로 주장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A에게 임금체불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임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는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나)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피고인 A은 D의 대표이사로서 이 사건 금품청산의 사유발생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할 당시에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알면서도 상당한 이유 없이 이를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다.

즉, ① 상법 제389조 제3항, 제209조에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회사를 대표하고,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인 A은 D의 대표이사로 선임됨으로써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다. 비록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 B이 실질적 사주로서 D을 경영함으로써 피고인 A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 지급업무를 현실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사업주인 D으로부터 부여받은 임금 등 지급에 관한 '사용자'로서의 권한이나 책임이 소멸되지는 않는다.

②

피고인 A은 수사기관에서 '대표이사로 등재되기 전 직전 대표이사였던 L로부터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전해들어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증거기록<1> 67면), 피고인 B도 '피고인 A에게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사실을 알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70면). 따라서 피고인 A이 취임 당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알지 못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또한 임금 등 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위반죄는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하는데, 피고인 A이 이 사건 근로자들의 마지막 근무일인 2016. 5. 24.에야 D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더라도 그 후 위 금품청산 유예기간인 14일 동안 이 사건 근로자들의 채용 경위, 근로 기간 및 근로 내용,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미지급된 임금·수당의 액수 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인 A이 위와 같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 체불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근로기준법상 임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고의가 없었다고 보기 위해서는 위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에 관하여 피고인 A은 피고인 B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근로자들을 채용할 당시에는 M이 피고인 B과 체결한 경영위탁계약에 따라 D을 실제 운영하고 있었으므로 위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 지급의무도 M이 부담해야 하고 따라서 피고인 A으로서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믿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심이 적절히 판시한 바와 같이, N를 포함하여 피고인 B을 제외한 모든 관계자들이 일치하여 M이 D을 운영한 바는 없다고 진술하고 있음에 비추어 M은 단지 피고인 B과 사이에 경영위탁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실제로 D을 운영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 뿐만 아니라 피고인 B과 전 대표이사 L, 전 생산담당사장 K, 경영위탁계약자 M 등 D 운영에 관련된 사람들 사이에서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 지급 책임의 소재를 둘러싸고 법률적 분쟁이 있었다는 사정을, 위 근로자들의 퇴직 당시의 D 대표이사로서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의 '사업경영 담당자'에 해당함이 명백한 피고인 A이 위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그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 밖에는 달리 위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⑤

아울러 피고인 A은 피고인 B과 의사 연락 하에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 지급의무가 M에게 있음을 이유로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이로써 피고인 B과의 공모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나.

피고인 B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피고인 B은 원심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① 피고인 B이 우월한 주식보유를 통해 D에 대한 확실한 지배권을 확보하고 있었던 점, ②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채용절차는 L, K 등이 진행하였으나 피고인 B도 채용 관련 논의에 계속 참여하고 있었고 N나 L을 통해 보고받았던 점, ③ 피고인 B은 위 사업장에 상주하면서 이 사건 근로자들의 근무상황을 직접 목격하였음에도 이들의 근무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점, ④ 나아가 이 사건 근로자들로부터 임금 지급 요구를 받고 임금 지급의사를 밝히기도 한 점, ⑤ N를 포함하여 피고인 B을 제외한 모든 관계자들이 일치하여 M이 D을 운영한 바 없다고 진술하고 있어 M은 단지 피고인 B과 사이에 경영위탁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실제로 D을 운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 B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이 든 여러 사정들을 모두 인정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같은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까지 보태어보면, 피고인 B은 D의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으로 D을 사실상 경영하여 온 사람으로서 임금 지급에 관한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1도3889 판결 등 참조), 변호인이 당심에 이르기까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판단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 B에 대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금품청산의무불이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피고인 B이 주장하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즉, ① 피고인 B은 평소에도 D의 법인 인감을 직접 소지하고 있었다(증거기록 119면).

②

M이 2015. 10. 15.경 피고인 B과 경영위탁계약을 체결한 후 2015. 10. 29. 주식회사 증서와 공장사용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그 보증금 중 일부를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 계약서를 작성하는 자리에 피고인 B이 함께 있었고 위 계약 체결 당시에는 D 법인통장이 없어 보증금 중 일부가 M의 주식회사 Z 통장으로 입금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원심 증인 L의 진술에 비추어보면, 위 인정 사실은 이 부분 범죄사실의 인정에 별다른 방해가 되지 않는다.

③

피고인 B은 위 경영위탁계약상 위탁경영기간 중인 2016. 4.경 피고인 A에게 회사를 정상화시켜달라는 제의를 하여 D의 대표이사로 취임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M은 D의 위탁경영인으로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나)

다만 원심은 피고인 B의 이 부분 범행을 피고인 B의 단독범행으로 인정하였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심에서 피고인 A의 근로기준법위반죄를 유죄로 판단하고 피고인들 사이의 공모관계의 성립을 인정하는 이상 원심판결 중 피고인 B에 대한 부분도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고 원심판결 중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은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 B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