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
원고는 2007. 7.경부터 2018. 4.경까지 월 250만 원의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들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피고 B은 피고 회사의 실질적인 대표자이다). 원고는 위 기간 동안 피고들의 지시 아래 대전 서구 O 재건축사업과 서울 용산구 W 재정비촉진구역 정비사업 등의 사업현장에 주민으로 위장해 들어가 해당 지역 주민들과 접촉하여 다른 추진위원회나 정비업체의 근황을 파악해 보고하였고, 피고 회사가 정비용역업체로 선정되도록 주민들을 설득하고 회사를 홍보함으로써 피고 회사 또는 피고 B이 조합장으로 재직 중인 I재건축조합 및 과천 AC 재건축조합의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런데 피고들은 원고에게 2007. 7.부터 2009. 10.까지 월 250만 원의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다가 그 이후부터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피고 B은 2021. 12. 17. 원고에게 밀린 임금을 지불한다는 명목으로 5,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들에게 2009. 11.부터 2018. 4.까지의 미지급 임금 중 위 5,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임금의 일부 청구로서 청구취지 기재 금원의 지급을 구한다.
피고들은 원고에게 정비사업 계약 체결, 계약금 수령, 관련 소송에서의 승소, 승소 금액의 수령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임금 지급을 미루어 왔고, 당시 피고 회사는 약 14억 원의 세금을 체납하는 등 자금난에 빠져 사업자등록증마저 폐지한 상태였는바, 원고는 미지급 임금과 관련하여 피고들에게 어떠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었고, 권리를 행사하였더라도 그 실익이 없었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들에게 미지급 임금에 관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때’는 피고 회사가 관련 소송에서의 승소 금액을 최초로 지급받은 2020. 12. 16. 이후로 보아야 할 것인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그때부터 진행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소 제기 당시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
가사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미지급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피고 B은 2009. 11.경부터 약 10년간 원고에게 밀린 임금의 지급을 해결해 주기로 약속하였는바, 피고 B의 위와 같은 채무승인으로 원고의 임금채권은 소멸시효의 진행이 중단되었다. 뿐만 아니라 피고 B은 2021. 12. 17. 위와 같이 원고에게 임금 지급 명목으로 5,000만 원을 지급함으로써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
피고들
피고 B은 2006년경 친구인 원고가 찾아와 처지를 하소연하며 도와달라고 하여 개인적으로 원고에게 금원을 교부하면서 단순한 일을 맡겼던 것이고, 2013. 1.경부터 I재건축주택조합의 직원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 뿐,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어떠한 근로계약도 체결된 바가 없다.
피고 B은 원고에게 임금채무에 대하여 승인을 한 적이 없고, 피고 B이 2021. 12. 17. 원고에게 지급한 5,000만 원은 임금이 아니라 원고의 협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지급하였을 뿐이다.
원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 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 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2다82091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는데(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54637, 54644 판결 등 참조),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바,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먼저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서면 또는 구두로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더욱이 갑 제31 내지 33호증, 을 제3호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 회사의 대표 D가 원고를 공갈 등의 혐의로 고소하자 수사기관에서 ‘피고 B이 시켰던 일을 하였을 뿐 피고 회사의 정식 직원은 아니었다’고 진술하였고, 제1심 법원에서 ‘피고 회사는 피고 B의 지시에 따라 원고가 근로를 제공한 여러 사업장 중 하나에 불과하고, 원고의 법률상 사용자는 피고 회사가 아니라 피고 B이다’라고 진술하였는바(2023. 12. 19. 자 준비서면 참조), 위와 같은 원고의 진술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고용 관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갑 제34 내지 36호증, 을 제2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지 아니하였고, 구두로라도 구체적인 임금 액수, 근로시간, 근로 장소, 업무 내용 등을 정하였다거나 원고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이 있었다고 볼만한 증거도 없는 점, ② 피고 B이 원고에게 일정 시기마다 월 25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하였다고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 오히려 을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B이 원고에게 2011. 4. 27. 356,260원, 2013. 7. 22. 500,000원, 2013. 10. 1. 695,680원을 송금하는 등,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일정하지 않은 금액의 돈을 약 21회 비정기적으로 지급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고, 위와 같은 돈이 지급된 경위나 그 용도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점, ③ 피고 B이 2021. 12. 17. 원고에게 5,000만 원을 송금할 당시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이루어진 통화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위 5,000만 원이 임금 명목으로 지급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④ 그 밖에 피고 B이 원고에게 업무의 구체적 내용 및 그 방법에 관하여 지시를 하였다거나 원고의 근무시간 및 근무 장소를 통제하고 근태 현황을 관리하는 등, 원고가 피고 B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 B에게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기로 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사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2009. 11.부터 2018. 4.까지의 임금채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임금채권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49조에 따라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바, 위 임금의 각 지급기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이후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임금채권은 모두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할 것이다(게다가 원고가 2020. 12.경까지 임금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어 위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았다거나 시효기간 중 피고 B이 원고에게 임금 지급을 약속하는 등 채무를 승인함으로써 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B이 원고에게 임금으로 5,000만 원을 지급하여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소결론
원고가 피고들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원고가 구하는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경과된 이후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된 이상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하는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봉길(재판장) 장정태 이혜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