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사안의 배경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민사소송법 제150조에 따라 다툼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천안시 일원에서 택시여객 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합자회사로 최저임금법 적용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에게 고용되어 택시 운전 근로자로 근무하거나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들이다.
임금협정 체결 경과
피고는 2008년부터 B노동조합 C분회(이하 ‘이 사건 노조’라 한다)와 사이에 임금협정을 체결하여 왔다. 2008년부터 2024년까지 체결된 각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은 아래 표와 같다. 2020년 임금협정의 월 근로시간은 일 근로시간에 협약 제6조에서 정한 만근일(13일)을 적용하였다.
한편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제6조 제5항으로 “일반택시 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으로 한다.”라는 조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신설되었다.
원고들의 근로형태 및 임금지급 방법
원고들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의 기준 운송수입금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을 자신의 수입으로 하며, 이에 더하여 피고로부터 매월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이 중 2009 내지 2015년, 2019년의 경우 그 해의 임금협정에서 기준 운송수입금에 미달하는 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하도록 각 규정하였다(갑10-2·3·4·8, 각 임금협정 제40 또는 41조).
피고는 2020. 1. 1.부터 전액관리제를 시행하였다(을1, 갑2, 11, 22). 이에 따라 피고 소속 택시 운전 근로자들은 당일 발생한 운송수입금 전액을 피고에 납입하고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계산된 고정급 및 월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운송수입금을 납입한 경우 그 초과금액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성과급으로 지급받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받게 되었다(갑2, 11, 22). 납입한 운송수입금이 월 기준금액에 미달하는 경우 고정급에서 추가로 공제되는 금액은 없다.
선행사건의 경과
이 사건 일부 원고들을 포함한 피고 소속 택시 운전 근로자들 중 일부는 피고를 상대로 이 법원에 2010년 내지 2019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이 이 사건 특례조항에 위반하여 무효이므로 위 각 연도에 지급된 임금과 2008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위 각 연도의 최저임금에 따라 계산한 임금의 차액을 지급할 것을 구하는 소(이하 ‘선행사건’이라 한다)를 제기하였다. 위 사건의 제1심 법원은 2021. 3. 19. 2010년 2차로 체결된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유효하다는 취지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선고하였고(갑3), 제2심 법원은 2022. 9. 8. 2008년 이후 체결된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모두 무효이며 2008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의 범위에서 유효하다는 취지로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갑4), 이에 피고가 상고하였으나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갑
5).
2020년 이후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효력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
선행사건에서 무효로 판단된 2010년 내지 2019년 임금협정은 물론 2020년 내지 2024년 임금협정도 모두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2008년 임금협정 및 근로기준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을 전제로 계산한 임금 또는 퇴직금과 실제 지급한 임금 또는 퇴직금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피고와 이 사건 노조 사이에 2020년 이후 체결된 임금협정은 실질적인 근무환경변화를 반영하여 사용자가 근로자가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의한 것이므로 유효하다.
기준
근로기준법에서 ‘소정근로시간’은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이라고 규정하여(제2조 제1항 제8호) 노사 간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정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합의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을 뿐으로, 노사 간의 합의에 의해 정해진 소정근로시간의 효력을 그와 같은 사유로 부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유의 예외적인 성격에 비추어 최저임금제도의 실질적 잠탈 여부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3다292955 판결 참조).
2020년 임금협정 체결 경위
2020년 임금협정은 이에 앞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체결된 각 임금협정에 정한 소정근로시간이 이 사건 특례조항 위반인지 여부가 다툼이 된 선행사건의 소제기 이후에 체결되었다. 이처럼 피고와 이 사건 노조가 이미 소정근로시간의 이 사건 특례조항 위반 여부가 문제되고 있음을 인지한 상태에서 2020년 임금협정을 위한 협상을 수행하였고, 그 결과 직전년도보다 1일 소정근로시간을 2시간(6시간에서 8시간) 연장하게 되었다.
위와 같이 피고와 이 사건 노조가 2020년의 소정근로시간을 종전보다 연장하는 새로운 사정이 발생하였으므로,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임금협정을 무효로 본 선행사건의 판단이 2020년 이후의 임금협정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2020년 임금협정 역시 최저임금제도의 잠탈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 대하여 새롭게 원고들이 주장, 증명할 필요가 있다. 앞서 본 체결 경위에 비추어 일단 2020년 임금협정은 이 사건 특례조항 위반 시비를 불식시키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고, 호출 서비스의 보편화 등 근래 택시 근무 환경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무효 판결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개정 최저임금법이 정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만 중점을 둔 2010년 임금협정 당시와 차이가 있다.
실제 근로시간 범위의 추정
기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합의를 체결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 여부와 아울러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은 택시에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는 영업시간(실차시간)뿐만 아니라 택시의 입․출고 및 정리 등에 소요되는 준비시간, 승객을 찾거나 기다리는 데 소요되는 대기시간(공차시간, 다만 식사․휴게 시간은 제외)과 같이 택시운전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무환경과 근무형태를 고려하여 추산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다279402 판결 등 참조).
2020년 이후의 임금협정은 배차시간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고, ‘소정근로시간 외시간은 배차준비시간, 식사시간, 휴게시간, 대기시간으로 하고 근로자가 자유롭게 활용한다’는 취지로 정하고 있어(갑2, 11, 22)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이 근로자들의 자유 처분에 맡겨져 있다. 실제 운행시간과 대기시간, 휴게시간, 승객을 찾기 위한 배회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려낼 수 있는 기준은 없는데, 차량 내 대기시간도 경우에 따라서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실제 근로시간보다는 휴게시간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결국 실차시간과 배차시간(택시 출고에서 입고까지의 시간)은 계량적인 측정이 가능하지만, 준비시간, 대기시간, 휴게시간은 현실적으로 측정이 쉽지 않으므로, 택시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의 범위는 실차시간보다는 크고 배차시간보다는 적은 범위에 속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배차시간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1일 8시간인데 반해, 원고 D의 2023. 12.부터 2024. 2.까지의 근로일(갑13, 19) 및 피고 소속 택시운전 근로자인 E, F, G, H의 2024. 4. 및 2024. 5. 중 일부 근로일(갑24)의 거래내역 ‘집계기간’의 시점과 ‘거래일시’ 사이의 기간이 평균적으로 약 19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아직 정산이 되지 않은 거래가 존재하는 시간의 범위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기간의 시기와 종기 이외의 정보는 포함하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26시간, 24시간 등 비현실적인 기간까지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를 그대로 실제 근로시간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 위 기간은 배차시간(택시 출고에서 입고까지의 시간)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일부 근로자들의 비교적 단기간의 거래내역 집계시간을 바탕으로 산정한 것이라 이를 피고 소속 택시 운전 근로자들의 일반적인 근로양태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상정 가능한 최대치로는 평가할 수 있다.
위와 같이 소정근로시간을 현저하게 초과하는 배차시간이 강제된다면 근로자의 출퇴근을 제한하여 사실상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2020년 임금협정에는 2008년 임금협정에 있었던 배차시간(출고시간 : 6시 이후, 입고시간 0시부터 4시까지)에 관한 규정이 삭제되었고, 달리 종전과 동일한 배차시간이 현재 강제되고 있다는 취지의 원고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가 부족하다.
한편 I단체 J연구원이 2020. 4. 28.부터 2020. 5. 19.까지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연구보고서(갑15)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역 택시 운전 근로자의 평균적인 실제 운행시간은 10.2시간, 그 중 2인 1차제 근로자의 일 평균 실제 운행시간은 9.8시간으로 산정되었으나(갑15), 이는 택시 운전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기초한 것으로서(갑15 5쪽 참조) 계량적으로 실제 근로시간 추산의 근거가 될 만한 객관적인 자료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실차시간 + 호출응답시간
피고가 자체적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피고 소속 택시 운전 근로자들의 2020. 1.부터 2022. 12. 1.까지 매월 1일의 미터기 작동시간 및 승객을 태우기 위해 이동한 운행 시간은 1일 평균 7.8시간, 주 평균 23.5시간으로 산정되었다(을12). 승객을 태운 상태뿐만 아니라 호출 후 승객을 태우기 위해 이동한 시간(이하 ‘호출응답시간’이라 한다)까지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이는 순수한 ‘실차시간’(요금이 청구되는 시간)과 함께 대기시간 중 일부도 포함하고 있다.
택시 운전 근로자의 근로시간에는 위 실차시간과 호출응답시간 이외에도 배회시간(대기시간 중 호출이 없는 상태에서 고객을 찾기 위해 도로를 배회하는 시간), 배차준비시간 등이 포함되므로 피고 소속 택시 운전 근로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은 1일 평균 7.8시간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요약
실차시간과 호출응답시간을 더한 시간의 1일 평균은 7.8시간이고 출고에서 입고까지의 배차시간의 1일 평균은 최대 19시간이므로 실제 1일 근로시간의 평균값은 7.8시간에서 19시간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앞서 본 것처럼 대기시간에는 휴게시간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그대로 근로시간에 포함시키는 것이 곤란하고, 순수한 배회시간 및 준비시간에 관한 계량적 측정자료도 없으므로, 추정 근로기간의 범위를 더 좁히는 데 어려움이 있다.
소정근로시간과 추정 근로시간의 비교
피고 소속 택시 운전 근로자들의 실제 운행시간이 소정근로시간과 거의 근접하므로 배회시간 등을 포함한 평균 실제 근로시간이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할 가능성도 상당함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원칙적인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 제50조에서 말하는 근로시간으로서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는 반면(대법원 1992. 10. 9. 선고 91다14406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에 따라 택시회사에 적용되는 소정근로시간은 실제 근로기간 산정 절차 없이 당사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말하는 것으로(같은 법 제2조 제1항 제8호), 실제 근로시간과 개념적으로 구분된다. 소정근로시간이 실제 근로시간 산정의 어려움이 있는 경우의 근로시간 산정을 위한 기준으로 사용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실제 근로시간의 사후적인 평균값이 소정근로시간과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소정근로시간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양자 사이의 괴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실제 근로시간이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할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실제 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의 불일치가 소정근로시간을 무효로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앞서 본 것처럼 소정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을 비교하여 규범적으로 최저임금법 면탈 목적 여부를 살피되, 면탈 목적 인정에 엄격하여야 한다. 휴게시간과 구분하여 배회시간만을 확인할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적어도 근로시간에 명확하게 해당하는 실차시간과 호출응답시간의 합계를 상회하는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이상, 소정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 사이에 단순히 불일치의 가능성이 있는 수준을 넘어, 현저한 불일치의 현존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입법취지의 고려
소정근로시간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합의된 근로시간을 의미하므로(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8호, 제58조 제1항), 그러한 합의 없이 개별 근로자가 임의로 자신의 사정이나 필요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을 근로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초과시간을 제외한 원칙적인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과 비교할 실제 근로시간으로 추정함이 타당하다.
원고들은 2020년 이후 임금협정에 따른 임금체계에 따르면 기본급이 지나치게 소액이라 가정의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부족하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특례조항을 비롯한 최저임금법은 근로시간에 비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는 것에 목적이 있을 뿐 일정 수준의 급여를 보장하고자 하는 취지는 아니므로 최저임금법 잠탈을 목적으로 실제 근무시간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게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증명이 부족한 이상 기본급여가 적다는 사정만으로는 소정근로시간이 무효라고 판단할 근거가 되기 어렵다.
결론
결국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와 이 사건 노조가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8시간과 실제 근로시간의 불일치가 현저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2020년 내지 2024년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의 합의가 무효라 할 수 없다.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아람(재판장) 이영곤 이두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