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산업안전관리 대행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2012. 11. 28. 피고로부터 안전관리 전문기관으로 지정되었다.
피고는 2018. 1. 24. 안전관리전문기관에 대한 지도점검을 실시한 결과 원고의 관련법령 위반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2018. 4. 6. 아래와 같은 내용의 안전관리대행기관 지정취소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2018. 4. 12.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심판을 제기하였으나, 2018. 12. 4. 기각재결을 받았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7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처분 근거법령의 위헌성
이 사건 처분의 근거법령인 산업안전보건법 제15조의2 제1항 제5호는 안전관리전문기관의 지정취소 내지 업무정지 사유를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한바, 제재적처분의 구성부분에 해당하는 기본요건에 관하여 구체적인 기준이나 범위를 정함 없이 그 내용을 모두 하위법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여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별표 20] 제2호 가목 8) 마)항은 서류의 종류나 서류에 기재되는 사항에 따라 위반행위의 경중이 다름에도 일괄적으로 지정취소처분만을 예정하고 있어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
처분사유의 부존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143조의2 및 [별표 20]은 ‘관련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를 제재처분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취지는 안전관리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하여금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단순히 서류가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모든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 G이 대상회사들의 안전관리상태보고서에 미리 서명을 하였음에도 원고가 F으로 하여금 G을 대신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사실은 있으나, F은 G과 동일한 산업안전기사 1급 자격을 보유한 사람으로서 안전관리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므로, 원고의 위반 사항이 ‘관련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고 이는 단순한 업무착오에 불과하다.
재량권의 일탈․남용
원고는 안전관리상태 보고서의 확인란에 ‘G’이라는 이름을 부동문자로 인쇄해 놓고 G의 서명까지 미리 해놓았는데, G이 혈액투석으로 인하여 대상회사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원고는 G 대신 대상회사에 방문하게 된 F에게 안전관리자 확인란 명의의 변경을 지시하였으나 F이 이에 불응하여 서명 명의를 바꾸지 않았다. 이러한 사건 경위,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한 원고의 이익 침해가 과중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
관련 법령
별지의 기재와 같다.
판단
이 사건 처분 근거법령의 위헌성 주장에 관하여
헌법 제75조, 제95조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법률에는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 사항이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 그 자체로부터 대통령령 등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고도로 복잡다양하고 급속히 변화하는 행정환경 하에 있는 현대국가로서는 필연적으로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행정수요에 적절히 대처할 필요성이 요구되는 점에 비추어 규율대상이 지극히 다양하거나 수시로 변화하는 성질의 것일 때에는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의 요건이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 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은 아니고 관련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 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 2003. 12. 18. 선고 2001헌마543 결정, 헌법재판소 2004. 7. 15. 선고 2003헌가2 결정 참조).
이 사건 처분의 근거 조항의 입법 목적 및 내용 등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산업안전보건법 제15조의2 제1항 제5호가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거나,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별표 20] 제2호 가목 8) 마)항이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안전관리전문기관의 지정취소 또는 업무정지에 관한 규정은 안전관리전문기관으로 하여금 투명하고 적정하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하기 위한 것인데, 산업사회의 발전에 따라 안전관리전문기관의 업무수행에 관한 기준도 달라질 수 있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지만 국회의 기술적·전문적 능력이나 시간적 적응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 이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모두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므로, 제재처분의 사유를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5조의2 제1항은 제1 내지 4호에서 제재처분의 대상이 되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제5호에서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바, 제5호는 위 제1 내지 4호에 준하는 사항이 될 것이고, 안전관리전문기관을 둔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위 제5호는 ‘안전관리전문기관이 더 이상 당해 지정 목적을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거나 또는 그 지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 등을 하였을 때’임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더욱이 위 조항의 수범자가 법의 목적이나 안전관리전문기관 관련 규정들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적인 능력이 있는 기관이므로, 그 예측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안전관리전문기관 업무와 관련된 서류 및 그 기재사항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위 별표의 처분기준에서 ‘업무 관련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의 행위 태양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전관리전문기관의 투명한 업무수행을 지향하고자 하는 법령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업무 관련 서류의 종류나 기재사항에 따라 그 중요성에 차등을 두기는 어렵다.
처분사유 부존재 주장에 관하여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9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의 직원인 F이 2017. 12. 19., 2017. 12. 20., 2017. 12. 21.에 각 대상회사에서 안전관리업무를 수행한 사실, 위 각 일자에 G이 실제 방문한 사실이 없음에도 안전관리상태보고서에는 G의 서명이 되어 있는 사실, G과 F은 모두 산업안전기사 1급인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 제1조는 위 법의 목적을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고용노동부예규인 ‘안전․보건관리전문기관 및 재해예방 전문지도기관 관리규정’ 제4조 제2항은 “전문기관은 안전․보건관리상태 보고서에 위탁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상태, 업무수행 내용 및 구체적인 개선의견 등을 포함하여야 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보고서에 실명으로 서명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관련 규정의 제정 목적, 내용과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안전관리상태보고서에 업무수행자의 실명으로 서명을 하도록 하는 취지는 단순히 업무수행자의 자격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안전관리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자에게 안전관리 업무의 성실 수행을 담보하고 향후 해당 사업장의 안전점검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어서, 안전관리상태보고서의 기재내용 중 ‘실제 업무를 수행한 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부분은 안전관리업무 관련서류의 기재내용 중 중요한 사항에 해당된다.
따라서, 비록 대상회사들에 대한 안전관리업무를 실제 수행한 F이 G과 동일한 산업안전기사 1급을 소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안전관리상태보고서에 안전관리업무를 실제 수행하지 아니한 G의 서명을 한 것은 ‘안전관리업무 관련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에 해당하고, 이를 단순한 업무착오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관하여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8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위 G이 2017. 12. 19. 및 2017. 12. 21.에 혈액 투석을 위하여 병원진료를 받은 사실, 원고가 대상회사에 방문하기 전에 미리 ‘G’의 명의가 기재된 안전관리상태보고서 양식을 출력해두었음에도 원고의 직원인 F을 대신 보내어 안전관리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사실, F에게 ‘G의 이름과 서명을 F의 것으로 변경하라’고 지시하였음에도 F이 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발생 경위를 고려하더라도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G이 2016. 1.경부터 정기적으로 주 3회 혈액투석을 받아온 점에 비추어, G이 2017. 12. 19. 및 2017. 12. 21.경 혈액투석을 받은 것은 미리 예정되어 있던 진료일정으로 보일 뿐, 이를 안전관리상태보고서상의 업무수행자 명의 기재를 미리 변경할 수 없을 정도의 갑작스러운 사정변경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G은 2017. 12. 20.에는 혈액투석을 받지 않았음에도 F이 대신 대상회사에 방문하여 업무를 수행하였고, 안전관리상태보고서상의 명의도 변경하지 않았다.
원고는 “대상회사에 방문하기 전에 미리 ‘G’의 명의가 기재된 양식을 출력한 후 서명까지 해 두었는데 F이 이를 변경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안전관리 상태보고서의 업무수행자 서명은 안전관리업무가 종료된 후 업무수행자가 이를 확인하는 의미로 하는 것이어서,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위와 같이 업무수행자의 서명을 해 두는 것은 그 자체로 정상적인 절차로 보기 어렵다.
원고가 F에게 업무수행자란의 명의를 변경 기재하도록 지시하였음에도 F이 이를 이행하지 않은 사정은 있으나, 실제 업무수행자 특정의 중요성에 비추어 원고가 미리 변경된 업무수행자 명의가 기재된 양식을 재출력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F에게 수기로 이를 변경하도록 지시한 것은 원고측의 관리가 현저히 소홀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의 영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안전관리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자로 하여금 안전관리업무의 성실 수행을 담보하고 향후 해당 사업장의 안전점검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함으로써 산업현장의 재해를 예방하고자 하는 것으로,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원고의 사익이 위와 같은 공익에 비하여 크다고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영화(재판장) 최리지 양해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