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0. 6. 18. 선고 2019가단107231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21,571,633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2. 11.부터 2020. 6. 18.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50은 원고가, 나머지 49/50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1994. 9. 8. 설립되어 방송업을 운영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2012. 2. 1.부터 2018. 1. 26.까지 피고의 아나운서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12. 2. 1.부터 피고 소속 아나운서로 일하면서 별도의 근로계약서나 용역계약서 등을 체결하지 않은 채 일정한 기본급 및 원고가 출연한 프로그램에 대한 회당 출연료를 보수로 지급받아 오다가 2014. 1. 24. 피고와 사이에 ‘전속 아나운서 출연계약서’(이하 ‘이 사건 출연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다.

원고가 2018. 1. 26. 사직한 이후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원고는 2018. 2. 28.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원고가 2017. 10. 24. 및 같은 달 25일 외조모상으로 인한 경조사휴가를 썼음에도 이를 무단결근 처리하여 2일치 임금을 미지급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의 당시 대표이사였던 C를 피진정인으로 한 진정서를 제출하였는데,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은 2018. 8. 3. 원고가 회사의 지휘ㆍ감독을 받아서 사용ㆍ종속관계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볼 만한 여지가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위 진정사건에 대하여 내사종결(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라.

이후 원고는 2018. 10. 2.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피고의 퇴직금 미지급 등을 사유로 피고의 당시 대표이사 D을 피진정인으로 하여 재진정을 하였는데,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은 2018. 11.경 원고를 근로기준법상 사용종속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의 재진정에 대하여도 내사종결(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원고는 2012. 2. 1.부터 2018. 1. 26.까지 피고 소속 아나운서로 근무하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이다. 피고는 원고에게, 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법정 퇴직금 20,731,633원, ② 원고가 2017. 10. 24. 및 같은 달 25일, 외조모상으로 인하여 경조사휴가를 사용하였음에도 이를 결근으로 처리하여 지급하지 않은 2일간의 임금 24만 원, ③ 2017. 8. 21.부터 같은 달 25일까지 유급휴가를 사용하였음에도 그 기간 동안 지급하지 않은 임금 60만 원, ④ 2018. 1. 22. 및 같은 달 23일, 병가를 사용하였음에도 그 기간 동안 지급하지 않은 임금 24만 원 합계 21,811,63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원고는 자유직으로 출연 프로그램에 따라 대가를 받는 형태의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사용자로서 지휘ㆍ감독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 원고는 독립된 개인사업자일 뿐 피고에게 종속적으로 고용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퇴직금, 미지급 임금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ㆍ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의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의 경제적ㆍ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6다277538 판결 참조).

나.

인정사실

1)

원고가 수행한 업무의 내용

가)

이 사건 출연계약서는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작성되었다.

나)

원고는 피고에 입사한 후 2012. 4.부터 2015. 8.까지 주중에 방송되는 E 프로그램에 출연하였고, 2013. 2.부터 2015. 10.까지는 F 프로그램에 주당 3, 4회 가량 출연하였으며, 2015. 10.경부터 2018. 1.경까지는 주중에 방송되는 G 프로그램에 출연하였고, 그 밖에도 피고가 제작하는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하였다.

다)

피고는 ‘아나운서 주간 일정’이라는 문서를 작성하여 원고를 비롯한 아나운서들의 프로그램 출연 일정을 지정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제작하는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과정에서 피고의 직원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 문자메시지 또는 카카오톡 메시지로 프로그램 제작 방향, 출연할 프로그램 일정 등에 관한 업무연락을 받아 왔다.

라)

원고를 비롯하여 피고와 전속 아나운서 출연계약을 한 아나운서(이하 ‘프리랜서 아나운서’라 한다)들은 위와 같이 피고가 제작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외에, 신입 아나운서가 입사하는 경우 신입 아나운서의 교육을 담당하였다. 피고는 원고를 비롯한 아나운서들에게 신입 아나운서 교육 일정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고, 제출된 교육 일정표의 수정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피고는 신입 아나운서에 대한 교육 일정표에서 교육 장소를 피고가 지정하는 장소로 지정하는 한편, 원고를 비롯한 아나운서들에게 당일 교육 상황을 보고 후에 퇴근하도록 지시하였다.

마)

피고는 외부에서 방송국 견학을 오는 견학생이 있는 경우 피고의 행정지원 직원을 통하여 안내 업무를 담당하게 하다가 위 안내 업무를 원고를 비롯한 아나운서들에게 담당하게 하였고, 이에 대하여 1회당 5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였는데, 피고는 피고 소속 아나운서로 근무하다가 2016. 4. 30.경 퇴직한 Q 아나운서가 2017.경 자신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의 대표자 C를 진정하는 한편, 퇴직금 지급을 구하는 소(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7가소4598)를 제기할 무렵부터는 위 견학 안내 업무를 아나운서들에게 지시하지 않았다.

2)

업무 대체

원고를 비롯한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이 휴가 등 개인사정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는 경우 다른 아나운서가 대신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데, 아나운서들은 자신의 업무를 피고 소속 다른 아나운서가 아닌 제3자를 고용하여 대행하도록 할 수는 없다.

3)

근무시간 및 근무 여건

이 사건 출연계약서 제5조는 원고의 업무시간은 특정하지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고, 원고는 출연이 예정된 방송시간 약 2시간 전에 출근하여 회의, 대본검토, 메이크업 등 준비작업을 하였고, 리허설 등을 거친 후 예정된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퇴근하였다. 한편 원고를 비롯한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은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 스튜디오 또는 DJ룸에서 근무하였고, 그 외에는 아나운서실에서 근무하였는데, 피고는 위 Q 아나운서가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시점 전후로 분장실이나 보도국에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이 사용할 사무실을 마련하였다.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은 사무실에 마련된 책상 및 컴퓨터를 공동으로 사용하였고, 피고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채용된 직원들과 달리 회사 내 내선 전화번호나 피고 내부의 개별 메신저 아이디를 부여받지 못하였다.

4)

전속계약금 및 출연료의 지급 등

피고는 원고와 같이 프리랜서 계약을 한 아나운서들에 대하여 정해진 전속계약금(근무 연차에 따라 일정액이 증가함)에 출연한 프로그램 횟수에 따라 별도로 정한 출연료를 지급하여 왔고, 이와 같은 전속계약금과 출연료를 통상적으로 주당 1회 지급하였다.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고, 원고는 피고를 사업자로 한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5)

휴가

원고를 비롯한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은 피고의 보수규정, 인사규정,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피고는 2014.경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의 여름휴가에 대하여 아나운서별 휴가 일정과 대근 아나운서가 지정된 업무배정표를 작성한 바 있고, 2017.경에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에게 여름휴가로 2주간의 무급 휴가 또는 1주간의 유급 휴가를 선택하라는 의견조회를 하기도 하였다. 한편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은 아프거나 집안의 경ㆍ조사로 인하여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는 경우 이를 피고에게 보고하였고, 그 경우 대신 프로그램에 출연할 아나운서는 피고가 지정하거나 아나운서들의 협의로 결정되었다.

6)

외부 행사 출연

이 사건 출연계약서 제3조 제2항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의 동의 없이 대전ㆍ충남지역 내에서 다른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한편 이 사건 출연계약서에는 원고가 대전ㆍ충남 권역을 벗어난 지역의 방송 출연 또는 방송 출연이 아닌 외부 행사의 금지 여부에 관하여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원고는 피고 소속 아나운서로 근무하였던 2012.경부터 2018.경까지 사이에 다른 방송국에 출연하여 소득을 올린 적은 없었고, 그 기간 중 외부 행사를 23회 진행하여 행사 소득으로 합계 1,404만 원을 받았다.

한편 피고는 원고와 같은 프리랜서 아나운서들로부터 외부 행사가 있는 경우 보고를 받았고, 외부에서 행사 진행을 위한 아나운서를 섭외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원고를 비롯한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에게 외부 행사를 소개해 주기도 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2, 4 내지 6, 8 내지 10, 12, 14 내지 16, 20 내지 22호증, 을 제5 내지 7, 8, 10,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소속 프리랜서 아나운서인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지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업무수행과정의 상당한 지휘ㆍ감독

피고는 원고가 피고 소속 아나운서로 일하는 동안 피고의 업무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그 업무 수행에 관여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출연계약의 내용대로 피고가 지정하는 뉴스나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하였고, 그 업무 수행을 위하여 피고가 지정한 시간에 리허설 등을 하여야 했으며, 피고는 프로그램 제작 일정에 임박하여 원고에게 출연 지시 내지 통보를 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사건 출연계약서에는 원고의 수행업무로 TVㆍ라디오 프로그램 출연 및 진행을 규정하고 있는데(제4조 제1항), 피고는 원고에게 그 외의 업무인 신입 아나운서 교육, 방송국 견학생 안내 업무를 지시하기도 하였다.

한편 원고는 피고 소속 아나운서로 근무하면서 피고로부터 어떠한 징계처분을 받은 적은 없으나, 이 사건 출연계약서 제7조 제1항은 원고가 업무수행을 거부하는 경우나, 원고의 담당업무에 대한 기여도가 현저히 낮은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는 이와 같은 계약 조항을 바탕으로 원고의 업무수행을 통제할 수 있었고, 실제로 원고는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진정에 대한 조사를 받으면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실상 아나운서들이 프로그램 배정을 거부하는 경우는 없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방송 제작자로서 그 출연자인 아나운서들에게 방송 업무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지시를 하거나 프로그램 제작 방향 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에게 방송업무 뿐만 아니라 방송 외적 업무에 대하여도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2)

이 사건 출연계약 관계의 전속성

원고는 피고가 제작하는 방송 프로그램에만 출연하여야 하고 대전ㆍ충남 권역 내 다른 방송에는 출연할 수 없었다. 이 사건 출연계약서에는 원고가 대전ㆍ충남 권역을 벗어난 지역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으나, 원고를 비롯한 아나운서들은 매주 피고가 제작하는 1개 이상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야 했고, 방송 준비 및 프로그램 참여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다른 지역의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가능하였다고 보기 어려운바, 이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상당한 정도로 피고에게 전속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원고는 2012.경부터 2018.경까지 외부 행사를 진행하여 1,404만 원의 소득을 올린 바 있으나, 원고의 위 외부 행사 소득은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출연계약에 기해서 지급한 위 기간 동안의 출연료 등 206,645,000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고, 이와 같은 외부 행사에 대해서도 피고는 원고로부터 보고를 받아 왔으며, 때로는 피고가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에게 외부 행사를 소개해 주기도 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일부 외부 행사 소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출연계약관계의 전속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3)

원고가 지급받은 보수의 근로 대상적 성격

피고는 이 사건 출연계약에서 원고에게 일정한 액수의 전속계약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한편 피고는 위 전속계약금 외에 프로그램별로 회당 출연료를 책정하여 원고에게 지급해 왔는데, 그 프로그램별로 책정된 출연료 액수는 최소 회당 3,000원에서 최대 회당 10만 원 가량으로 그다지 많다고 볼 수 없고(갑 제8호증), 실제 원고가 피고로부터 2013.부터 2017.까지 지급받은 보수의 총액은 대체적으로 3,000만 원 초반대에서 후반대로 그 변동이 크다고 볼 수 없는데다가(을 제7호증), 위 보수 총액 중 프로그램 출연으로 인한 수당에 비하여 전속계약금을 분할하여 지급되는 주급의 비중이 훨씬 큰 것으로 보이고, 피고는 원고를 비롯한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에게 근무 년차에 따라 일정액이 증가한 전속계약금을 지급하였다. 이는 원고가 지급받은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추단하는 근거가 된다.

4)

휴가 등 원고의 근로조건에 대한 피고의 지휘‧감독

원고를 비롯한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은 피고로부터 여름 휴가로 1주간의 유급 휴가 또는 2주간의 무급 휴가를 받아 왔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원고 등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이 휴가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아나운서들로 하여금 대근할 아나운서를 결정하여 보고하도록 하거나, 피고가 스스로 대근 아나운서를 지정하여 업무배정을 해 왔고, 아나운서들은 피고 소속 다른 아나운서가 아닌 다른 제3자에게 업무를 대행하도록 할 수 없었다. 이와 같은 피고의 업무처리는 아나운서들의 여름휴가 뿐만 아니라 경ㆍ조사로 인한 휴가나 병가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피고는 원고의 휴가 등 근로조건에 있어서도 우월한 지위에서 지휘ㆍ감독 권한을 행사하였다고 판단된다.

5)

기타 사정

원고를 비롯한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은 피고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들과는 달리 피고의 보수규정, 인사규정,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사무실에 마련된 책상 및 컴퓨터를 공동으로 사용하였고, 피고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채용된 직원들과 달리 회사 내 내선 전화번호나 피고 내부의 개별 메신저 아이디를 부여받지 못하였다. 또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으며, 원고는 피고를 사업자로 한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사용자인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하였을 가능성이 큰 것들이다.

4.

원고의 퇴직금,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가.

퇴직금 청구 부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1항, 제9조에 따라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로서 근무한 기간 동안 발생한 퇴직금 액수가 20,731,633원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으로 위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임금 청구 부분

1)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취업규칙에 최저기준으로서의 강행적ㆍ보충적 효력을 부여하여 근로계약 중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부분을 무효로 하고, 이 부분을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게 함으로써, 개별적 노사 간의 합의라는 형식을 빌려 근로자로 하여금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을 막아 종속적 지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2)

피고 취업규칙 및 보수규정(을 제2, 4호증)은 아래와 같이 규정되어 있다.

3)

피고는 원고와 같은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에게 피고의 취업규칙 등을 적용하지 않았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고, 원고가 피고의 보수규정, 인사규정,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던 것은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출연계약서에는 휴가에 대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원고의 휴가에 관하여는 피고 취업규칙, 보수규정이 보충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4)

원고가 구하는 외조모상으로 인한 경조사휴가 기간 동안의 임금 및 병가 기간 동안의 임금 부분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경조사휴가, 병가에 관하여는 피고의 취업규칙, 보수규정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갑 제20, 2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2017. 10. 24. 및 같은 달 25일 외조모상을 당하여 피고 소속 H 부장에게 이를 보고하였고, 2018. 1. 21. 및 같은 달 22일 감기, 후두염 등으로 인하여 출근을 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위 H 부장에게 이를 보고한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가 위 기간 동안의 임금을 원고에게 지급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위 인정 사실 및 앞서 본 피고의 취업규칙 등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2017. 10.경 외조모 사망으로 인한 3일 이내의 경조사휴가를 부여하였어야 하고, 그 기간 동안의 보수를 지급하여야 하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2017. 10.경 발생한 2일간의 경조사휴가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한편 원고는 2018. 1.경 발생한 2일간의 병가 기간 동안의 임금 지급을 구하고 있다. 앞서 본 피고 취업규칙 제26조 제1항은 업무상 상병인 경우 또는 업무외 상병으로 인하여 자신의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한 후에도 출근이 불가능한 경우에 근로자에게 병가를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2018. 1.경 원고에게 발생한 감기, 후두염 등이 업무상 상병에 해당한다거나, 업무외 상병으로서 원고의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한 후에도 출근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원고의 아무런 주장ㆍ증명이 없다. 따라서 2018. 1.경 원고가 2일간의 병가를 부여받았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5)

다음으로 2017.경 사용한 유급휴가 기간 동안의 임금 부분에 관하여 본다. 갑 제2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2017. 3. 21. 원고를 비롯한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에게 2017년도의 휴가와 관련하여 ‘무급 2주 휴가’와 ‘유급 1주 휴가’를 선택하여 투표할 것을 통보하였는데, 투표 결과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은 ‘유급 1주 휴가’를 선택한 사실이 인정되고, 원고가 2017. 8. 21.부터 25.까지 휴가를 사용하였음에도 피고가 그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은 피고가 이를 명백히 다투지 않고 있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사용한 위 5일간의 휴가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6)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2017. 10.경 발생한 2일간의 경조사휴가 기간 동안의 임금 및 2017. 8.경 발생한 5일간의 유급휴가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위 기간 동안의 1일당 임금이 12만 원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으로 84만 원(= 12만 원 × 7일)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소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으로 20,731,633원, 미지급 임금으로 84만 원 합계 21,571,633원(= 20,731,633원 + 84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사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18. 2. 1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0. 6. 18.까지는 상법에서 정한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차호성

각주1) 원고가 수행한 업무의 내용 가) 이 사건 출연계약서는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작성되었다. 제1조(목적) ‘을’은 자유직 종사자로서 ‘갑’과 전속계약을 체결하여 ‘갑’이 지정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갑’은 소정의 계약금과 출연료 등을 지급할 목적으로 본 계약을 체결한다. 제2조(계약기간) 계약기간은 2014. 2. 1.부터 2016. 1. 31.까지로 한다. 제3조(계약에 따른 의무) ① ‘을’은 ‘갑’의 업무수행자로서 품위를 지켜야 하며, 본 계약에 의해 부과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② ‘을’은 계약기간 중 ‘갑’의 동의 없이 당사 방송권역 내에서 동종업무의 종사 및 유사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다. ③ ‘을’은 본 계약에 의한 업무수행 중 지득한 ‘갑’의 업무상 기밀을 타인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 제4조(수행업무) ① 본 계약에 의해 ‘을’이 수행하는 업무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TV 프로그램 출연 및 진행 2.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 및 진행 ② ‘을’은 계약기간 중 최소 1개 이상의 프로그램에 출연 및 진행을 하여야 한다. 제5조(업무시간) 업무시간은 특정하지 않는다. 제6조(계약금 및 출연료 지급 등) ① ‘갑’은 ‘을’에게 전속계약금으로 일금 26,520,000원을 지급하되, 계약기간 내 매주 균등 분할하여 지급한다(단, 2014. 6. 30.부터 적용한다). ② '갑‘은 ’갑‘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을‘이 출연한 경우 전항의 전속계약금 외에 ’갑‘의 제작비 지급규정(전속 아나운서)에 따라 출연료를 지급한다. 단, 업무편의상 월 단위로 산정하여 지급할 수 있다. ③ 전속계약금 등 지급에 따른 제세공과는 ‘을’이 부담한다. ④ ‘갑’은 '을‘이 전조의 업무수행을 위해 출장할 시에는 ’갑‘의 직원 여비지급 규정에 준하여 지급한다.

각주2) 피고는 원고와 같은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에게 피고의 취업규칙 등을 적용하지 않았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고, 원고가 피고의 보수규정, 인사규정,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던 것은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출연계약서에는 휴가에 대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원고의 휴가에 관하여는 피고 취업규칙, 보수규정이 보충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4) 원고가 구하는 외조모상으로 인한 경조사휴가 기간 동안의 임금 및 병가 기간 동안의 임금 부분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경조사휴가, 병가에 관하여는 피고의 취업규칙, 보수규정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갑 제20, 2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2017. 10. 24. 및 같은 달 25일 외조모상을 당하여 피고 소속 H 부장에게 이를 보고하였고, 2018. 1. 21. 및 같은 달 22일 감기, 후두염 등으로 인하여 출근을 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위 H 부장에게 이를 보고한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가 위 기간 동안의 임금을 원고에게 지급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위 인정 사실 및 앞서 본 피고의 취업규칙 등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2017. 10.경 외조모 사망으로 인한 3일 이내의 경조사휴가를 부여하였어야 하고, 그 기간 동안의 보수를 지급하여야 하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2017. 10.경 발생한 2일간의 경조사휴가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한편 원고는 2018. 1.경 발생한 2일간의 병가 기간 동안의 임금 지급을 구하고 있다. 앞서 본 피고 취업규칙 제26조 제1항은 업무상 상병인 경우 또는 업무외 상병으로 인하여 자신의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한 후에도 출근이 불가능한 경우에 근로자에게 병가를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2018. 1.경 원고에게 발생한 감기, 후두염 등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