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원심판결 범죄사실과 같이 근로자 4명을 고용한 적이 없고, 다른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H에게 고용되어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에 불과하므로 위 근로자 4명에게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피고인을 위 근로자 4명의 사용자라고 보아 근로기준법위반죄를 적용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인바, 근로기준법 제2조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도15915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반대로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63519 판결 참조).
인정사실
원심과 당심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은 H가 주식회사 J로부터 '중국 K-DEGASSING M/C 전장 배선작업'을 도급받아 2차 전지 장비 조립작업을 진행하고자 청주시 E에 있는 F 사업장(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 한다)에서 일할 근로자를 모집한다는 것을 듣고 G에게 이 사건 현장 일을 제안하였다. 그 후 H가 인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자, 피고인은 N, O에게, G은 M에게 각각 근로를 제안하여 이 사건 현장에서 G, N, O, M(이하 'G 등'이라 한다)이 일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현장 노무 단가와 각 근로자의 경력, 숙련도 등을 고려하여 G의 일당을150,000원, N, O의 일당을 120,000원, M의 일당을 140,000원으로 정하여 각 근로자에게 알려 주었다(M의 일당은 G을 통해 전달하였다). H는 피고인과 S가 G 등의 일당을 위와 같이 정했으므로 그 금액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고, 자신은 G 등을 상대로 면접을 보거나 근로조건을 협의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H가 정한 근로조건을 G 등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진술하기도 하였으나(증거기록 2권 15쪽), 한편으로는 'N의 경력을 알기 때문에 일당을 120,000원으로 이야기했다'거나 'O는 2차전지 일이 처음이라 120,000원으로 이야기했다'라고도 진술한 점(증거기록 2권 41쪽)에 비추어 볼 때, 근로조건을 H가 정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피고인이 주도적 · 구체적으로 판단하여 G 등의 임금을 정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G 등은 위와 같은 일당 외에 이 사건 현장 소재지, 작업 내용, 근로시간(08:30부터 17:30까지) 등의 근로조건도 피고인으로부터 들었다(당심 증인 G의 진술). G은 H를 소개받거나, H와 일당을 협의하거나 구체적인 업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이 사건 현장에서 H는 전체 조회 때 당일 할 작업이나 전체 공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근로자들에게 별도로 업무지시를 하지 않았고, G 등은 피고인과 함께 일했다(증거기록 1권 10쪽, 2권 17, 41, 42쪽). G은 당심 법정에서 이 사건 현장에서 작업 지시를 H가 다 했고, 피고인은 함께 일하는 사이였을 뿐 G 등에게 작업 지시나 감독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함으로써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일부 번복하였으나, 당심 법정에서의 이 부분 진술은 이 사건이 있은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의 것이고, 피고인과의 관계로 인하여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진술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 그대로 믿기 어렵고, 수사기관에서 G이 한 진술의 신빙성이 더 높다고 판단된다.
H는 2021. 7. 15. 피고인, G, L의 6월분 임금 8,580,000원을 피고인에게 지급하였고, 피고인이 그중 G의 몫을 G에게 송금하였다. 또 H는 G의 독촉을 받고 2021. 8. 30. 피고인에게 G의 7월분 임금 중 1,000,000원을 송금하였고, 피고인이 위 돈을 G에게 지급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H는 G 등에 대한 임금을 모두 피고인에게 지급하였다.
피고인은 피고인과 G 등의 7, 8월분 임금에 관하여 자신이 운영하는 D를 공급자로, H가 운영하는 T을 공급받는 자로 하여 2021. 7. 31. 19,849,500원(공급가액18,045,000원 및 세액 1,804,500원), 2021. 8. 31. 4,867,500원(공급가액 4,425,000원 및 세액 442,500원)인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다. 피고인은 사업자등록이 있다는 이유로 H의 부탁을 받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을 뿐 G 등의 사용자임을 인정하는 취지에서 G등의 임금에 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위와 같이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은 그의 내심의 동기나 인식과 무관하게 이 사건 현장에서 사업자로서 거래한다는 의사가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행위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피고인이 이후 위 각 세금계산서 발행을 취소하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피고인은 이 사건 현장에 관하여 G 등의 출근 상황을 확인 · 관리할 수 있는 7, 8월분 공수표도 작성하였다.
G 등은 이 사건 현장의 임금이 체불되자 피고인에게 임금 지급을 요구하였고, 피고인을 상대로 노동청에 진정하였다. G 등의 요구에 대하여 피고인은 'H로부터 돈을 받아야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증거기록 2권 44쪽).
나아가 피고인은 H가 7, 8월분 임금을 지급하지 않자 H에게 피고인과 G 등의 임금 지급을 독촉하였고, G 등의 인건비 단가와 공수를 협상하는 등 H로부터 G 등의 임금 전부를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였다(증거기록 1권 21쪽 이하 참조). H는 피고인에게 근로자들의 노임 단가를 인하해 달라고 연락하기도 하였는데, G 등에게는 그러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현장에서 H의 요청에 따라 근로자의 모집, 모집한 근로자에 대한 지휘와 임금 집행 등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사업주로부터 부여받고 근로자 G 등을 모집하여 업무상 지시를 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비록 피고인도 이 사건 현장에서 노무를 제공하고 H로부터 일당을 받는 지위에 있었다 하더라도, G 등에 대한 관계에서는 피고인이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로서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에 관한 직권 판단
항소법원은 항소이유에 포함된 사유에 관하여 심판하여야 하고, 다만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에 관하여는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64조 제1항, 제2항). 한편, 항소이유에는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때'가 포함되고(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5호), 위와 같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사유는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아니한 것이라도 항소심의 심판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검사만이 항소한 경우 항소심이 제1심의 양형보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형량을 정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항소법원은 제1심의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는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제1심판결에 양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심판할 수 있고, 그러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제1심의 양형보다 가벼운 형을 정하여 선고할 수 있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8도1092 판결 참조). 이에 직권으로 원심의 양형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도 이 사건 현장에서 노무를 제공한 점, H로부터 일당 및 임금 외에 이윤을 별도로 취득하지 않은 점, H로부터 금전을 받지 못해 근로자들에게 연쇄적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경위,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 원심에서 든 유리한 양형사유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항소심에서 G, N, O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한 새로운 사정도 인정된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요소를 참작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결론
따라서 원심판결에 위와 같이 양형에 관한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