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등
피고는 2022. 2. 14. 설립인가를 받은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이고, 원고는 피고의 조합원이다.
원고는 2022. 3. 15. 피고와 사이에 피고의 사업장에서 사무장으로 근무하기로 하고 계약기간 2022. 3. 15.부터 2023. 3. 15.까지, 월급 2,300,000원, 상여금 연 200%, 식대 160,000원으로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22. 5. 16. 피고와 사이에 계약기간을 2023. 5. 16.까지로, 월급을 2,530,000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고용계약의 해지 경과
피고의 사무실에는 조합장인 C, 사무장인 원고, 여직원 1명이 근무하였는데, C은 사무실에 상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피고의 사무실에서 근무하였던 여직원 D는 2022. 3. 11.부터 2022. 7. 29.까지 근무하였고, 여직원 E는 2022. 8. 1.부터 2022. 8. 30.까지 근무하였다.
E는 2022. 8. 30. 18:00경 C에게 “보시고 들으셨다시피 함께 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본인 기분에 따라 업무 관련 말도 그때와 지금의 말이 다르고, 사무실에서 선을 넘는 폭언을 서슴지않는 분과는 저는 같이 일하기가 힘듭니다. 그런 일을 겪고 저는 너무 충격을 받았고 트라우마로 사무장님이 말씀하시면 가슴이 뛰고 손이 덜덜 떨립니다.”, “그런 사무장님을 저는 앞으로 감당이 안될 것 같아 퇴사할 뜻을 말씀드렸었고 이후 사무장께 인사를 안한 것으로 제가 비난받을 일이라면 받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 후 F이 2022. 9. 13.부터 피고의 사무실에서 여직원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원고(1971년생 남)는 2022. 9. 26. 23:59경 F에게 “괜찮으믄 저녁 함 머그까? 맛난거 사주께 ㅋ”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F은 다음 날인 2022. 9. 27. 오전에 C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F의 사직 사실을 알게 된 원고는 2022. 9. 27. 09:03경 F에게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하였다.
F은 원고에게 10:16경 “걱정해주신건 감사하지만 그래도 집까지 전화하시고 찾아 오실려고 하신거는 아닌거 같습니다. 앞으로 카톡이나 전화 절대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원고는 F에게 10:40경 “내가 앞으로 많이 조심하께”, 10:48경 “내가 의도치않게 어떤 접촉이 있었다면 사과할게. 정말 그런 의도는 정말 아니었고. 밤에 톡한건 내의도와 무관하게 네가 신경쓰였다면 그것도 내 잘못이겠지. 아무튼 마음좀 풀고 만나서 얘기좀 했으면 한다. 연락주라 기다릴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F은 원고에게 10:51경 “앞으로 만날일 절대 없었음합니다. 오해가 있다면 저도 풀테니까 제발 연락 그만주세요.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F은 2022. 9. 27. C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10:24경 “조합장님 사무장님한테 그만뒀다고 말씀드렸는데 계속 연락오셔서 무섭습니다. 말좀 잘 부탁드릴게요.”
10:50경 “계속 연락오셔서 저한테 만나자고 하시는데 제발 부탁 좀 드릴게요. 무서워서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16:25경 “조합장님 캐비넷 옆에 작은 서랍 제일 아래 제 등본이랑 이력서 지급 바로 파쇄 부탁드립니다. 그 주소보고 전화하셨을 거에요. 바로 부탁드립니다.”
C은 2022. 9. 28. 17:25경 F과 통화를 하였는데, 당시 F은 C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제가 어제도 말씀드렸다시피 서류를 전달할 때 끝부분을 잡으면 되는데 굳이 제손을 잡아서 가져가신다든지”
“(마우스를 잡을 때) 그냥 제 손등 위에 바로 손을 올리신다든가”, “그래서 제가 손을 바로 빼고 이런 상황이 여러 번 있었거든요 계속.”
“남 손을 만지고 어깨를 만지고 이런다는게 솔직히 이성한테 그러는 게 편한 일은 아니잖아요.”
“(제 팔) 옆에 손을 이렇게 얹어가지고 그렇게 하시거나.”, “제 팔을 잡아가지고 안으로 넣으시려고, 차길 안으로 계속 넣으시려고 하신 것 같은데.”, “팔꿈치 위쪽에 그쪽을 이렇게 자기 손으로 이렇게 잡으시면서 그렇게 하셨거든요.”, “자기 입장에서는 분명히 차길이니까 위험해서 넣어주려고 했다고 하신 것 같은데 제가 봤을 때는 진짜 불필요한 행동이거든요. 그리고 그게 한 번도 아니고 그날 두 번인가 그렇게 하셨어요.”
“출근 첫날인데 그게. 그리고 상황이 저도 여러 번 하시면 말하려고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손터치가 계속 있으셨으니까. 말하려고 했는데 그 상황이 막상 닥치면 제가 몸이 굳고 막 심장이 빨리 뛰고 이래서 말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제가 놀래가지고. 그리고 상황이 순식간에 일어나니까 어떻게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리고 사무장님이 성격이 욱하신다는 걸 아니까 제가 그 상황에서 말을 못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F은 2022. 9. 28. 18:00경 C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사직서 조합장님 책상 위에 있는거 보셨는데도 걱정된다는 핑계로 제가 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전화하고 직접 찾아오실려고 하셨던데 이건 범죄입니다.”
“퇴근 후에 사적으로 연락하는 것도, 밤 12시에 단둘이 밥먹자는 카톡 보내는 것도 잘못된 행동인지 모르시는거 같습니다. 저한테 하지 말아야 할 스킨십을 하신 거는 본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일 말고도 충분히 많은 일이 있는데 왜 인정을 못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피고는 2022. 9. 28. 18:32경 이사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인하여 조합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계속 업무를 수행할 경우 추가적인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원고를 2022. 9. 28.자로 징계해고하기로 의결한 후, 원고에게 해고를 통지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내지 4, 6, 7,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적용 법령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의 사업장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해당하는데, 근로기준법 제11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별표 1]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중 해고에 정당한 이유를 요구하는 제23조 제1항,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규정한 제27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따라서 원·피고 사이의 이 사건 고용계약의 해지에 관하여는 민법의 고용 조항이 적용되는데, 민법 제661조는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있는 때에는 각 당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유가 당사자 일방의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주장 및 판단
당사자의 주장
원고의 주장
원고는 D에게 폭언을 한 사실이 없다. 원고는 E에게 선을 넘는 폭언을 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E가 선을 넘어 원고에게 대들었다.
원고는 서류를 전달할 때 의도치 않게 원고의 손등이 F의 손에 닿은 적이 한 번 있었을 뿐이다. 원고가 F의 어깨를 만진 경위는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서 다른 사람과 부딪힐 것 같아서 F의 어깨 아래 부분을 살짝 밀었던 것과 과속으로 주행하는 승용차를 발견하고 F을 보호하기 위하여 F의 왼쪽 어깨를 인도 쪽으로 밀었던 것일 뿐이다. 원고가 F에게 심야에 사적인 연락을 한 것은 1회에 불과하다.
원고는 F의 갑작스러운 사직서 제출에 놀라서 걱정이 되어 연락을 하고 F의 집에 찾아가보려고 하였던 것일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고용계약의 해지는 부득이한 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무효이고, 피고는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2022. 10. 1.부터 2023. 5. 15.까지의 월급, 상여금, 퇴직금 합계 28,318,910원의 지급을 구한다.
피고의 주장
원고는 여직원 D와 언쟁과 불화를 반복하여 이로 인하여 D가 사직하였고, 여직원 E에게 폭언을 하여 이로 인하여 E가 사직하였다.
원고는 여직원 F의 어깨와 손을 만지는 방법으로 반복적으로 F을 추행하였고, 심야시간에 F에게 저녁을 먹자는 메시지를 발송하였다. 원고로부터 추행을 당하던 F은 원고의 메시지에 상당한 공포심을 느꼈고 결국 퇴사를 결심하였다.
이후에도 원고는 F이 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전화하고 F의 집에 찾아가려고 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였다.
원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 여직원에게는 폭언을 하고 마음에 드는 여직원에게는 추행을 반복하였다. 피고는 사업장내 폭언, 성추행을 방지할 의무가 있고, 피고가 원고와의 고용계약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 신입 여직원도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었다.
원고는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기에 개선의 여지도 없다.
따라서 피고로 하여금 원고와의 고용계약을 계속하여 존속시켜 그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고용계약의 해지는 민법 제661조 소정의 부득이한 사유가 존재한다.
설령 이 사건 고용계약의 해지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원고는 2022. 10. 4. 피고의 조합장에게 근로계약 해지를 승낙하였으므로, 이 사건 고용계약은 2022. 9. 30. 종료되었다.
판단
관련 법리
민법 제661조 소정의 '부득이한 사유'라 함은 고용계약을 계속하여 존속시켜 그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경우를 말하고, 고용은 계속적 계약으로 당사자 사이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전제로 하므로 고용관계를 계속하여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신뢰관계를 파괴하거나 해치는 사실도 부득이한 사유에 포함된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51675 판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1다98006 판결 등 참조).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그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므로, 징계사유인 성희롱 관련 형사재판에서 성희롱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참조).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위 대법원 2017두74702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위 인정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① F이 C에게 이야기한 피해내용이 매우 구체적인 점, ② 원고 스스로도 F에게 ‘앞으로 많이 조심하겠다’, ‘내가 의도치 않게 어떤 접촉이 있었다면 사과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점, ③ F의 팔을 만진 경위에 관한 원고의 주장 내용이 상식적이지 않은 점, ④ 원고가 여성인 F의 신체를 접촉한 행위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점, ⑤ 원고가 심야시간인 23:59경에 F에게 ‘괜찮으면 저녁 먹을까? 맛있는거 사줄게’라는 메시지를 보낸 점, ⑥ F이 원고와 근무한지 불과 14일만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조합장인 C에게 극도의 공포심을 호소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추행에 관한 F의 주장 내용이 사실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는 여성인 F에 대하여 업무를 알려준다는 등의 빌미로 F의 팔과 손을 반복적으로 고의로 만졌다고 인정된다.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고용관계에서 직장의 상급자인 원고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근로자인 F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준 ‘직장 내 괴롭힘’이자 그 지위를 이용하여 여성인 F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범죄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사유는 피고가 원고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하여 유지하는데 필요한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사실로서 민법 제661조 소정의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고용계약은 피고의 해지 통보에 따라 2022. 9. 28. 유효하게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위 사유는 피고의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원고의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것이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성율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