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임상시험 및 비임상연구 대행업, 신약개발 및 연구대행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23. 4. 10.부터 피고의 경영 기획 본부에서 전무이사(본부장)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23. 4. 10.경 피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1>)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2024. 2. 5. 원고에게 내용증명우편으로 "귀하의 임원으로 재직하는 동안귀하에게 기대하였던 역할이 거의 진행되지 못하였고, 회사의 경영사항은 더욱 악화되었으며, 이에 회사에서는 2024. 1. 22. 투자유치 실패에 대해 질책하였고, 귀하는 책임을 지겠다고 발언한 바도 있습니다. 회사는 매년 2월까지 임직원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연봉을 조정하며, 재계약 여부도 판단하여 소급적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2024. 1.25. 통보한 바와 같이 귀하와의 임원계약을 갱신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판단하여 2024.2. 29.부로 임원계약을 종료하고자 하오니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을 통지(이하 '이 사건 계약해지통지'라 한다)하였다. 또한 피고는 2024. 2. 7. "경영상황 악화 및 투자유치 실패 등 임원역할 수행 불가판단"을 이유로 보직해임 및 자택대기를 내용으로 한 대기발령조치(이하 '이 사건 대기발령조치'라 한다)를 통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4, 5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가지 번호 있는 것은 가지 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원고
주위적 청구원인
원고는 이 사건 계약종료일 30일 전인 2023. 12. 1.까지 계약 연장에 대한 의사표시 없이 2024. 1. 25.까지 업무를 계속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은 기존 근로계약과 동일하게 갱신이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이 사건 계약상 종료일이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의 해석상 원고에게는 근로계약인 이 사건 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은 기존 근로계약과 동일하게 갱신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2024. 2. 5. 이 사건 계약해지통지를 하였고, 2024.2. 7. 이 사건 대기발령조치를 하였던바, 이는 실질상 해고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것으로서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24. 2. 5.부터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 월 7,083,333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과 이 사건 계약 제5조 제6항에서 정한 인센티브 약정에 따라 지급하기로 약정한 주식 3~5%에 상응하는 금액인 성과급 6,500만 원, M&A가 성사될 경우 통상 6개월 내지 12개월치의 임금을 위로금 명목으로 수령하고 퇴사하게 되므로 적어도 4,200만 원, 미사용 연차수당 2,169,088원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만 원고는 명시적 일부청구로 2024. 2. 5.부터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 월 7,083,333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과 성과급 6,500만 원의 지급을 구한다.
예비적 청구원인
이 사건 계약에 따르면 원고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피고의 피용자라고 봄이 타당하지만, 만약 원고가 피고의 피용자가 아니라고 할 경우에도 민법상 고용관계에는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민법 제662조에서는 근로자가 계속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 기존 고용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종료시점인 2023. 12. 31. 이후에도 투자유치 및 M&A 절차에 대한 업무를 계속 수행하여 왔고 피고 역시 2024. 1. 25.까지 정상적으로 원고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는 민법 제662조 제1항<2>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계약해지통지 이전에 원고를 다시 고용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재고용 이후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진 피고의 이 사건 계약해지통지는 부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민법 제661조<3>에 따라 사회통념상 상당한 이유 없이 해지통고를 함으로써 원고가 입게 된 손해에 대해서 배상할 의무가 있고, 그 손해액은 위 1)과 같다.
피고
이 사건 계약은 이미 종료되어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할 수 없고, 원고는 이미 피고가 아닌 다른 회사로 이직하여(을 제15호증) 피고와의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이 사건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본안 전 항변).
이 사건 계약은 기간만료로 종료되었고 갱신되거나 연장된 사실이 없다.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만료로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
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히 퇴직하므로(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5374 판결 등 참조), 원고는 당연 퇴직되었다. 한편,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관한 계약갱신기대권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즉 이 사건 계약에서는 기간만료로 근로관계가 자동적으로 종료된다고만 정하고 있을 뿐 계약이 갱신된다고 정하고 있지 않다.
한편 원고는 피고의 임원이었을 뿐 근로자가 아니다. 즉, 원고는 피고의 전무이사로 입사하여 임무를 수행해 왔고, 경영기획본부 본부장<4>으로 일반 경영 및 투자유치 업무 등을 담당하며 경영기획본부의 장으로서 그 업무를 지휘 감독하면서 독자적인 결재권을 행사해 왔다.
나아가 이 사건 계약에는 정당한 계약종료 사유도 존재한다. 원고는 입사 후맡은 바 업무인 투자유치를 단 한건도 유치하지 못하여 피고는 경영난에 봉착하였고 이에 피고는 원고에게 경영실패의 책임을 물어 이 사건 계약의 해지를 통지한 것이고, 원고 스스로도 그 책임을 인정한바 있다(을 제13호증).
설령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주장하는 성과급 등
은 이를 인정할 근거가 없으므로 부당하다.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확인의 소는 원칙적으로 분쟁 당사자 사이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 · 위험이 있고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유효 · 적절한 수단일 때에 허용되므로(대법원 1995. 5. 26. 선고 94다59257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25078 판결 등 참조), 과거의 법률관계는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확정할 이익이 없어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이 원칙이다(대법원1996. 5. 10. 선고 94다35565, 35572 판결,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다207967 판결 등 참조). 해고무효확인의 소는 그것이 근로계약을 근거로 한 원래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하여 또는 해고로 인하여 그 외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과거의 법률행위인 해고에 대하여 무효확인 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 · 적절한 수단이 되는 경우에 한하여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대법원 1993.1. 15. 선고 92다2014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앞서 본 사정 등을 살펴보면, 원고는 피고의 이 사건 계약해지통지로 인한 법적 불이익 등을 제거하기 위해 이 사건 해지통지를 자신에 대한 해고로 보아 그 무효 확인을 구하고 있으므로, 이는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피고는 원고가 다른 회사에 입사하여 피고와의 근로관계를 회복할 실익이 없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다른 회사에 입사하여(을 제15호증) 피고와의 근로관계를 회복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이 사건 해지통지가 무효라는 확인 판결을 받음으로써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한 임금 지급이나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는 등의 실익이 있다. 나아가 피고는 원고와의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원고에게 임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다투고 있기도 하므로, 원고로서는 이 사건 계약해지통지에 대한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본안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계약의 성격 및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등 참조).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구체적 판단
갑 제8 내지 14 호증, 을 제1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업무수행과정에서 피고의 대표이사와 텔레그램 메시지를 수시로 주고받았고 주간업무나 출장 등에 관하여 업무보고를 한 사실, 원고의 출퇴근 내역이 표시된 일부 전산자료가 있는 사실이 확인되므로 일응 피고가 원고를 지휘·감독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및 을 제2, 5 내지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계약이 근로계약으로서 원고를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 선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피고는 임상시험 및 비임상연구 대행업, 신약개발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대표이사가 의료인으로 경영과 조직운영 측면에서의 한계를 보완을 위해 전문적인 경영인으로서의 경험과 투자유치 역량을 갖춘 임원을 영입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제출한 이력서에도 "투자유치완료(100% 기준 1,200억 → 51% 지분 양도및 투자유치 종료), 재무회계 인사 사업기획까지 준비된 통합적 관리자"라는 취지의 기재가 있다(을 제2호증).
이 사건 계약서 표제는 "임원위촉계약서"이고, 그 목적(제1조)은 "사업주의 경영관리, 영업마케팅, 재무관리 및 기타 사업주의 기업운영 및 활동 등에 대한 업무를 임원에게 일임, 총괄 수행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업무범위(제2조)도 "경영관리실무 및 총괄 업무"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원고는 경영기획본부 본부장으로서 피고의 경영 전반에 관한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직책과 직급도 피고에 2명밖에 없는 본부장이자 대표이사 바로 아래직급인 전무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개인법인카드, 법인차량을 제공하였는데, 이러한 조치는 피고가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부여하였던 혜택이 아니고 오로지 임원인 피고에게만 제공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경영기획본부 산하 판매전략부와 경영관리부의 업무관련 지출, 계약등에 관한 최종 결재권자였는바(을 제5 내지 8호증) 피고의 자금 지출이나 계약체결에 있어 상당한 권한을 보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피고의 대표이사와 텔레그램 메신저로 나눈 대화를 보더라도(갑 제8,10호증) 원고에게 한 지시의 구체성 및 그 내용상 피고가 원고에게 근로자에 준하는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 스스로도 2025. 3. 11. 자 준비서면에서 "원고는 피고 대표이사와 최초로 을 제1호증에 따른 계약서를 작성하였으나, 이후 향후 실업급여 수급 등의 문제로 피고 대표이사의 지시에 따라 다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라고 밝힌바 있다.
이 사건 계약의 종료 여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약의 계약기간은 2023. 4. 10.부터 2023. 12. 31.까지이고,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근로관계는 자동 종료되는 것으로 정하였고(이 사건 계약 제9조 제1항),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계약종료일 30일 전인 2023. 12. 1.까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계약 연장에 관한 의사표시가 이루어진 바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이 사건 계약 제9조 제2항).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은 2023. 12. 31. 종료되었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에게 근로관계존속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갱신기대권에 따라 이 사건 계약이 갱신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은 기간 만료로 종료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계약해지통지 및 이 사건 대기발령조치가 해고에 해당한다는 전제에 선 원고의 나머지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것 없이 이유 없다.
예비적 청구원인
한편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이 고용계약에 해당하고, 민법 제662조 제1항에 따라 갱신되었다고 주장하나, 앞서 보았듯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민법상 고용계약에 해당할 여지도 없고, 나아가 이 사건 계약은 계약 제9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종료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며, 원고가 2024. 1. 초경(갑 제3호증) 2024년도 사업계획을 발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 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원고의 노무를 제공받은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2024.1. 말경부터 원고와 피고는 원고의 투자유치 실패를 이유로 한 원고의 퇴사에 대해 논의를 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이다(을 제4호증).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동희(재판장) 강보라 이희수
각주1) 원고는 위 계약의 성질을 근로계약이라고 주장하고 피고는 이를 임원 위촉 계약이라고 주장하므로, '이 사 건 계약'이라고만 한다. 계약의 성질에 관하여는 아래 3. 가.항에서 본다.
각주2) 제662조(묵시의 갱신) ①고용기간이 만료한 후 노무자가 계속하여 그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에 사용자가 상 당한 기간내에 이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전고용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고용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당 사자는 제660조의 규정에 의하여 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각주3) 제661조(부득이한 사유와 해지권)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있는 때에는 각 당사자 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유가 당사자 일방의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각주4) 피고의 조직도는 아래와 같다.
각주5)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