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5. 4. 25. 선고 2024노2955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이 사건 근로자 D은 피고인이 사업주인 슈퍼마켓 'C'(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2022. 3. 1.부터 근무하였으므로, 퇴직한 날인 2023. 2. 27.을 기준으로 계속 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바, 피고인이 D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D이 2022. 2. 28.부터 근무하였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1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주장과 동일한 취지에서 "2022. 2. 28.은 D이 면접만 보고 근무를 하지 않아 퇴직금 계산 일수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 의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D이 2022. 2. 28. 낮에 이 사건 사업장의 거래처를 방문하고, 20:13경까지 이 사건 사업장에 머무른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에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D은 2022. 2. 28.부터 이 사건 사업장에서의 근로를 개시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퇴직한 날인 2023. 2. 27.을 기준으로 1년간 계속 근로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인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D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는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등의 잘못은 인정되지 않는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고인은 피고인이 제출한 D과 사이에서 작성된 2022. 3.자 '근로자 표준근로계약서'에 근로개시일이 "2022년 3월 ○일부터"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이 사건 사업장의 건강보험 가입자 명부에 D의 피보험자격 취득일이 '2022. 3. 1.'로 기재되어 있는 점 등을 이 부분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에서 퇴직금 지급 기준으로 정한 '계속근로기간 1년'은 근로자가 계속하여 근로를 제공한 기간을 연(年)으로 환산한 것이므로, 근로자에게 출근 의무가 발생한 날 내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여 근로관계의 실질이 형성된 날을 그 기산일로 함이 타당하다. 근로계약서나 건강보험 사업장 가입자 명부 등에 기재된 계약체결일 내지 피보험자격 취득일 등은 통상 사용자가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 또는 임의로 기재하거나 신고할 여지가 커서 실제 근로 제공 관계를 그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출근 개시일 내지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기 시작한 날과 일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형식적으로 기재된 계약체결일 내지 피보험자격 취득일만을 기준으로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하는 것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입법취지 및 목적에 반하여 부당하다.

(2)

D은 경찰 조사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2022. 2.경 먼저 피고인과 면접을 보았고, 2022. 2. 28.에는 이 사건 사업장으로 출근하여 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시장에 나가 거래처에 인사를 한 후 돌아와 이 사건 사업장의 농산물 진열대를 정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등으로 실제 근무를 하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또한 당시 이 사건 사업장의 점장이었던 E과 관리자이던 F은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2022. 2. 28. D에게 '농산물센터에 가서 시장 상인들을 만나보라', '야채·과일 코너 쇼케이스를 정리하라'는 등의 업무 지시를 하였다(E)", "D이 2022. 2. 28.부터 근무한 것이 사실이다. 당일 D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다(F)"는 취지로 D의 위 진술과 일치하는 내용을 각 진술하였다.

(3)

D의 차량 H 사용내역 및 구글 타임라인 기록 등에 의하면, D이 2022. 2. 28.10:07경 주거지에서 출발하여 10:33경 이 사건 사업장에 도착하였고, 14:00경 농산물도매시장 등 거래처를 방문하였다가 14:55경 다시 이 사건 사업장으로 돌아와 20:13경까지 머무른 사실이 확인된다. 이에 따르면 D이 2022. 2. 28. 이 사건 사업장 및 그 거래처에서 보낸 시간은 2022. 3. 이후의 근로시간(06:30 또는 07:00부터 17:30 또는 18:00까지)과 별반 다르지 않다.

(4)

E은 원심 법정에서 "2022. 2. 28. D을 시장에 보내는 것, D이 일을 오늘 시작해도 되는지 등을 피고인에게 보고하였고, 그 날 저녁 6~7시쯤 D을 퇴근시키기 전에도 보고를 했다", "당시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보고하였고, 피고인이 '앞에 팀장(D의 전임자)을 빨리 보내고, (D이) 새로 업무를 시작해야 되니까 그렇게 해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제가 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되었고, 매장 관리를 하기도 바빴던 상황이라 (피고인에게) 보고를 안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보고를 드렸다는 게 정확하다"는 내용으로 진술하였다. 위와 같이 E은 2022. 2. 28. D에게 업무 지시를 하여 근무를 하도록 하면서 그와 같은 상황을 피고인에게 보고하여 허락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E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는다고 보기 어려운 점,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서까지 피고인을 모함하기 위해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이에 비추어 피고인은 D이 2022. 2. 28.부터 이 사건 사업장에서 실질적인 근로를 제공한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고 인정되고, 달리 피고인이 D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를 다툴 만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인 점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양형에 관한 사정들은 이미 원심의 변론 과정에 현출되었거나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할 때 충분히 고려한 사정들로 보이고, 당심에 이르러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양형조건의 변화가 발생한 바도 없다.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피고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사정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과 환경,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종수(재판장) 신은진 황창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