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환송 전 제2심에서 교환적으로 변경된 원고의 청구(대법원의 파기환송 부분)를 기각한다.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등에 대하여
환송 전 제2심은 교환적으로 변경된 원고의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의무 확인청구를 인용하고, 원고의 위자료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에 대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만이 패소부분에 불복하여 상고하였는데, 환송 판결에서 환송 전 제2심 판결 중 피고들 패소부분만을 파기함으로써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위 파기환송된 부분, 즉 원고의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의무 확인청구에 한정되고, 환송 전 제2심 판결에서 피고들이 승소한 원고의 위자료 청구부분은 분리 확정되었다.
그리고 환송판결은 필수적 공동소송인 이 사건에 있어서 공동소송인 전원을 공동피고로 하여 본안에 관하여 심리 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환송 전 제2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는데, 환송 후 당심에서 쌍방이 일부 변동된 공동소송인 전원을 정리하여 공동피고를 확정함으로써 이 문제가 해소되었으므로, 아래에서는 위 심판범위의 본안에 관하여 판단한다.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전국의 공공서비스 부문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여 2006. 12. 7. 설립된 전국 단위의 노동조합이고, 피고들은 제주시 O에서 상시 근로자 300여 명을 고용하여 P병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다.<1>
단체협약의 체결
원고는 2006. 12. 22. 피고들과 사이에, 원고의 의료연대 제주지역지부 P병원분회(이하 '이 사건 분회'라 한다) 소속 조합원들에게 적용될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조(적용범위)
이 협약은 병원 및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의료연대 제주지역지부 P병원분회 조합원에게 적용한다.
제14조(병원시설의 이용 및 시설편의 제공)
병원은 2007. 1. 1.까지 조합사무실을 제공하며 그 외 조합운영에 필요한 인터넷 및 전화를 설치 제공한다.
병원은 조합의 각종 회의·교육·행사에 필요한 장소와 시설을 협의하여 제공하며, 조합과 관련된 상급단체나 다른 노조 등 외부인의 자유로운 조합사무실 출입을 보장한다.
제16조(노조 재정 자립)
병원은 조합이 조합 사무실에 자판기(커피·음료 등)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것을 허용한다.
제95조(유효기간)
본 협약의 유효기간은 체결일로부터 1년으로 한다.
임금협약은 별도로 정하되, 그 유효기간은 1년으로 한다.
본 협약이 유효기간이 만료되더라도 갱신 체결 시까지 본 협약의 효력은 지속된다. 단교섭기간이 6월을 경과하여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맺어지지 않을 경우 기존 단체협약을 새로이 체결된 단체협약으로 한다.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음을 이유로 어느 일방이 기존의 단체협약의 해지를 요구하여서는 안 된다.
제96조(협약갱신)
노사 쌍방 중 어느 일방이 본 협약을 갱신코자 할 때에는 유효기간 만료 30일 전에 갱신요구안을 제출하여야 한다. 요구가 없는 때 본 협약은 자동갱신된 것으로 간주한다.
조합사무실 제공을 둘러싼 당사자 사이의 분쟁
원고가 2007. 1.경부터 피고들에게 P병원 내에 조합사무실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하자, 피고들은 원고에 대하여 'P병원 내에서는 공간이 부족하여 조합사무실을 제공할 수 없으므로, 그 대신 P병원 밖의 건물인 제주시 Q 1층(이하 '이 사건 원외사무실'이라 한다)을 임차하여 이를 조합사무실로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하면서 위 요구를 거부하여 왔다. 한편, P병원과 이 사건 원외사무실 사이의 거리는 직선으로 약 671m이고, 도보로는 왕복 20여 분이 걸린다.
단체협약의 해지 통고
이 사건 단체협약은 체결 이후 매년 갱신되어 왔는데, 피고들은 갱신된 단체협약의 기간이 2010. 12. 21.자로 만료되고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자, 2011. 1. 10. 원고에게 이 사건 단체협약을 2011. 7. 10.자로 해지한다고 통고하였고, 위 통고서는 그 무렵 원고에게 송달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10, 11, 13 내지 20, 43, 44호증, 갑제58호증의 1, 2, 갑 제59호증의 1 내지 3, 을 제1, 24호증, 을 제25호증의 1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조합사무실 제공의무에 관하여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피고들이 이 사건 단체협약 제14조 제1항에 따라 원고에게 2007. 1. 1.까지 P병원 내에 조합사무실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다투고 있으므로, 피고들이 각자 원고에게 P병원 건물 내에 조합사무실을 제공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하여 줄 것을 구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이 사건 단체협약 당시 원고와 사이에 P병원 내에 조합사무실을 제공하기로 합의한 바가 없으므로, 이 사건 원외사무실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 제14조 제1항에 따른 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판단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법원은 그 기재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 그러한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그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0065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비록 이 사건 단체협약 제14조 제1항에는 피고들이 이 사건 분회에게 제공하여야 할 조합사무실의 위치가 명시적으로 특정되어 있지는 아니하나, 위 인정사실에다가 갑 제3, 4, 6 내지 8, 10, 11, 5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단체협약 제14조는 그 제목에 '병원시설의 이용'이라는 문구를 포함하고 있고, 위 단체협약 제14조 제2항은 '병원은 조합과 관련된 상급단체나 다른 노조 등 외부인의 자유로운 조합사무실 출입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그 문언에 비추어 위 제14조는 사용자인 피고들에게 P병원의 시설관리권이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분회 관련 외부인의 조합사무실 출입을 보장할 의무를 규정한 것이므로, 조합사무실을 P병원 건물 내부에 제공할 것을 전제로 마련된 규정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단체협약 제16조는 '노조 재정 자립'이라는 제목 아래 '병원은 조합이 조합 사무실에 자판기(커피·음료 등)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P병원 건물 외부에 조합사무실을 제공하여 그 조합사무실을 이용하는 조합원들만이 자판기를 이용하도록 허용한다는 취지라면 그에 대하여 '노조 재정 자립'이라는 제목을 붙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병원이 자판기 설치를 허용한다는 규정 자체가 필요 없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위 단체협약 제16조는 병원 건물 내부의 조합사무실에 자판기를 설치하도록 허용하여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나 보호자 등이 자판기를 이용하게 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노조 재정 자립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둔 규정으로 보이는 점 등과 갑 제6 내지 8, 5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이 사건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한 협상의 구체적 경위까지 종합하여 보면, 위 단체협약 제14조 제1항에 규정된 '조합사무실'은 'P병원 내의 조합사무실'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라 각자 원고에게 P병원 내에 조합사무실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단체협약의 해지 여부에 관하여
단체협약의 해지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이 사건 단체협약이 해지되었다고 항변하므로 이 점에 대하여 판단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 제3항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때를 전후하여 당사자 쌍방이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단체교섭을 계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전의 단체협약은 그 효력만료일부터 3월까지 계속 효력을 갖는다. 다만,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존속시킨다는 취지의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되, 당사자 일방은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함으로써 종전의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위 제3항 본문은 자동연장협정이 없는 경우에 대비하여 두어진 규정으로서 종전의 단체협약에 자동연장협정의 규정이 있다면 적용되지 않고, 위 제3항 단서에 의한 해지권은 종전의 단체협약에 자동연장협정이 있어 그에 따라 효력이 존속되는 종전의 단체협약을 6월의 기간을 두고 해지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위 제3항 본문의 '당사자 쌍방이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단체교섭을 계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여야만 위 제3항 단서에 의한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0다3347 판결 참조).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단체협약이 2010. 12. 21. 갱신된 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자, 피고들이 2011. 1. 10.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 제3항 단서에 따라 단체협약의 해지를 통보하였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은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시점인 2011. 7. 10.자로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단체협약이 당심 변론종결 당시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의무는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의 항변은 이유 있다.
원고의 주장에 관하여
먼저 원고는, 피고들의 단체협약 해지 통보는 ① 단체협약 해지를 요구하지 않도록 규정한 이 사건 단체협약 제95조 제4항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고, ② 이 사건 단체협약 제95조 제3항은 '본 협약이 유효기간이 만료되더라도 갱신 체결시까지 본 협약의 효력은 지속된다. 단 교섭기간이 6월을 경과하여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맺어지지 않을 경우 기존 단체협약을 새로이 체결된 단체협약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유효기간 만료 후 6월이 경과하도록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았으므로 위 단서 규정에 따라 기존의 단체협약이 새로운 단체협약으로 간주되어 기간 만료 후 6월이 경과한 2011. 6. 22.부터 2012. 6. 21.까지를 유효기간으로 한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된 것이고, 피고들이 단체협약의 해지 시점으로 주장하는 2011. 7. 10.은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된 이후이므로, 유효기간 만료를 이유로 한 단체협약의 해지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주장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구 노동조합법(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폐지) 제35조 제3항은 '단체협약 유효기간 만료시를 전후하여 쌍방이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단체교섭을 계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종전의 단체협약은 그 만료일로부터 3월까지 계속 효력을 갖는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었으나, 노동조합법이 폐지되고 새로이 제정되어 시행 중인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 제3항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때를 전후하여 당사자 쌍방이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단체교섭을 계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전의 단체협약은 그 효력만료일부터 3월까지 계속 효력을 갖는다. 다만,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존속시킨다는 취지의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되, 당사자 일방은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월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함으로써 종전의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해지권을 규정한 단서를 새롭게 두었다.
또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3월전까지' 통고하도록 규정하였으나, 단체협약 해지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1998. 2. 20 법률 제5511호로 개정되면서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월전까지' 통고하도록 기간을 연장시켰다.
원래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협약당사자의 자치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라 하겠으나, 위와 같이 법률이 그 유효기간을 제한하는 규정을 둔 것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너무 길게 하면 변동하는 산업사회의 사회적, 경제적 여건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당사자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결과가 되고 그렇게 되면 단체협약에 의하여 적절한 근로조건을 유지하고 노사관계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목적에도 어긋나게 되므로 그 유효기간을 일정한 범위로 제한하여 단체협약의 내용을 시의에 맞고 구체적 타당성 있게 조정해 나가도록 하자는 데 그 뜻이 있는 것이고(대법원 1993. 2. 9. 선고 92다27102 판결 참조), 이러한 입법취지는 위 제3항의 본문은 물론이고 단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단체협약의 해지권을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 제3항 단서는 강행규정에 해당하고, 단체협약으로 위 해지권을 제한하는 것은 강행규정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음을 이유로 어느 일방이 기존의 단체협약의 해지를 요구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이 사건 단체협약 제95조 제4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 제3항 단서에 반하여 그 효력이 없고, '단 교섭기간이 6월을 경과하여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맺어지지 않을 경우 기존 단체협약을 새로이 체결된 단체협약으로 한다.'는 이 사건 단체협약 제95조 제3항 단서의 규정을 가지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 제3항 단서에서 규정한 해지권을 제한할 수도 없다. 이를 허용하게 되면 당사자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어서 원고는, 설령 피고들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단체협약이 해지되었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들은 여전히 단체협약에서 정한 사무실 제공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한다. 즉, ① 이 사건에는 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0다3347 판결의 법리에 따른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② 피고들에게 단체협약에서 정한 사무실 제공의무를 부담시키지 않는다면, 단체협약상 노조사무실 제공의무를 이행한 사용자보다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용자를 더 보호하는 것이 되어 신의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먼저 ①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대법원 판례가 '사용자가 노동조합에게 단체협약에 따라 무상 제공하여 온 노동조합의 사무실은 민법상 사용대차의 법리에 따라 반환시기에 관한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단체협약 전체가 해지되었다는 사유만으로 명도를 구할 수 없고, 반환을 허용할 특별한 사정(예컨대 기존 사무실의 면적이 과대하여 다른 공간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든지 사용자가 이를 다를 용도로 사용할 합리적인 사유가 생겼다는 등)이 있어야만 그 사무실의 명도를 구할 수 있다.'라고 판시한 것은 원고의 주장과 같으나, 위 대법원 판례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에게 이미 사무실을 제공하여 노동조합이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는 사안에서 민법 제613조를 적용한 것인데, 위 규정은 사용대차에 있어서 "차용물의 반환시기"에 관한 것일 뿐이므로, 노동조합이 사용자가 제공한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 이 사건과는 그 사안을 달리하여 원용하기에 적절치 않다. 나아가 위 판례에서 인용한 민법상 사용대차의 법리에 따른다 하더라도, 민법 제611조, 제601조는 '사용대차에 있어서 당사자는 목적물의 인도전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가 이 사건 소송 도중에 위와 같이 이 사건 단체협약을 해지한다는 통고를 한 것은 바로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의무를 면하기 위한 것으로서 거기에는 위와 같은 사용대차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도 포함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들의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의무는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고, 사무실 제공의 근거가 되는 단체협약 역시 효력이 상실된 이상 위와 같이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주장하는 단체협약의 성질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이어서 ②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이 원고에게 단체협약에서 정한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P병원 내의 공간 부족으로 인하여 원외사무실을 제공하려고 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거부하였고, 이후 사무실의 위치 문제에 관하여 원고와 단체협약의 해석상 다툼이 있어 이 사건 단체협약이 실효될 때까지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므로, 이를 두고 단체협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용자를 더 보호하게 되어 신의칙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쌍방은 충분하고도 성실한 협의를 거쳐 단체협약을 다시 체결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단체협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 환송 전 제2심에서 교환적으로 변경된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의무의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병하(재판장) 허명욱 박진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