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항소를 각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2. 당사자들의 주장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제8쪽 14번째 줄부터 17번째 줄까지를 삭제하는 외에는 제1심판결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피고 회사의 종전 취업규칙에서는 근로자의 출근시간을 '작업 시작 30분 전'으로 규정하였으나, 적어도 2013. 7. 1.부터 시행된 취업규칙에서는 근로자의 출근시간을 '작업 시작 10분 전'으로 규정하였다).
판단
이 사건 근로시간 간주약정의 효력
피고 회사와 피고 회사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이하 '단체협약'이라 한다)과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은 피고 회사 소속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실제와 달리 18시간으로 간주하면서, 휴게·대기·식사시간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한다(이하 '이 사건 근로시간 간주약정'이라 한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근로시간 간주약정에 따라 원고들에게 지급된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이하 '법정수당'이라 한다)이 근로기준법에 따른 법정수당에 미치지 못한다면, 미달된 부분에 관한 이 사건 근로시간 간주약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약정으로 무효로 보아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은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다만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그 업무에 관하여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그 합의에서 정하는 시간을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으로 본다."라고 규정한다. 이와 같이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근로시간 간주약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시간을 엄격히 규정하면서 사용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고(근로기준법 제50조 이하) 이를 위반한 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한 점(근로기준법 제110조), 근로시간이 근로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이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쉽게 근로시간을 산정할 수 있는데도 단순히 계산 편의를 위하여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간주약정을 체결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또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의 근로 형태와 업무의 성질, 근로자의 사업장 밖 근로에 대한 사용자의 지배·감독 가능성을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7, 8호증, 갑 제15 내지 21호증, 갑 제25 내지 34호증, 갑 제36, 37, 82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법원의 경기도교통정보센터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시내버스 운전기사인 원고들의 버스운행경로, 운행 시작·종료 시점과 버스운행시간, 운행횟수, 운행 간 간격 등은 피고 회사의 운행일보, 배차지시서를 통해 특정할 수 있는 사실, ② 원고들의 운행 내용과 경로 등도 차량운행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사실, ③ 운행 간 대기시간에 원고들이 주로 피고 회사의 지배·감독이 미치는 차고지 등에 머무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여기에 버스 승객이 실시간으로 버스 위치를 알 수 있는 서비스가 널리 제공되고 있고, 피고 회사 역시 원고들 운행의 버스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 제출 증거만으로는 '근로기준법 제58조에 따라 원고들의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렵다'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한다. 근로자가 작업시간에 현실적으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 등이 있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있는 시간이라면 이는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참조).
특히 이 사건 근로시간 간주약정은 모든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이는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에 반할 여지가 있다.
미지급 법정수당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
원고들은 이 사건 근로시간 간주약정이 무효인 것을 전제로 실제 근로시간을 기초로 미지급 법정수당을 청구한다. 원고들은 '근무일마다 근로시간 간주시간(18시간)을 2시간[= (최초 버스출발시각부터 최종 버스도착시각까지 20시간 - 운행 간 휴게시간 1시간 + 운행 전 또는 운행 후 준비·정리시간 1시간) -근로시간 간주시간 18시간]씩 초과하여 20시간 이상씩 근로하였다'며 원고별로 일률적으로 근무일마다 2시간분에 해당하는 법정수당을 청구한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실제 근로시간이나 미지급 법정수당 등을 알 수 없는 점
실제 근로시간 등의 확정 필요성
원고들에게 미지급된 법정수당이 있는지 또는 이 사건 근로시간 간주약정 중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부분이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을 확정해야 한다. 특히 이 사건은 위와 같은 근로시간을 기초로 일정한 계산식에 따른 구체적인 금액 산정을 전제로 한다.
시내버스 운전기사인 원고들은 근무일마다 같은 버스노선의 운행과 대기 또는 휴식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형태로 근로를 제공한다. 원고들 운행의 버스노선, 운행횟수, 운전 시작·종료 시점이나 지점, 운행시간, 버스운행시간 등은 원고별·날짜별로 모두 다르다. 원고들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 A의 경우 2013. 5. 2. 버스운행시간(근무일 중 실제로 버스운행만을 한 시간을 말한다. 최초 버스출발시각부터 최종 버스도착시간까지 시간에서 운행 간 대기시간을 뺀 시간이다)은 14시 29분이었던 반면, 같은 달 30일 버스운행시간은 18시 36분에 이르는 등 원고별·날짜별로 버스운행시간에 상당한 편차가 있다.
따라서 원고들에게 미지급 법정수당이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원고별로 날짜별 또는 월별 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특정한 다음 이를 기초로 일정한 산식에 따라 구체적인 미지급 법정수당 액수를 확정할 필요가 있다.
원고들 주장에 따를 경우, AQ번 버스를 운행한 원고들의 평균 버스운행시간은 16시간에 미치지 못한다(차고지에서 출발지 또는 종점까지 이동시간을 고려하더라도 17시간에 미치지 못한다). 이와 같이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근로시간 간주시간(18시간)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원고들이 18시간 동안 근로한 것을 전제로 법정수당을 받은 경우도 있다. 따라서 원고들에게 미지급된 법정수당이 있는지 판단할 때는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을 기초로 계산한 임금에서 실제 받은 임금의 차액을 계산하는 방법으로 미지급 법정수당을 산정할 필요도 있다.
특정 근무일에 일부 원고들의 버스운행시간이 18시간을 초과하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 등에서는 원고 A의 예에서 알 수 있는 유동적인 버스운행시간과 이에 따른 임금 편차의 발생을 막기 위하여 실제 근로시간을 월간·3개월간· 연간 상계하여 계산하도록 규정한다. 피고 회사는 위와 같은 상계약정을 기초로 버스운행시간 또는 실제 근로시간이 18시간에 미치지 못한 경우에도 법정수당을 지급하였다. 따라서 실제 근로시간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상계약정의 내용과 취지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
당심법원의 석명요구 내용
당심법원은 제1회 변론기일부터 제4회 변론기일까지 원고들 소송대리인에게 ① 근무일마다 근로시간이 20시간에 미치지 못하거나 원고별로 근로시간이 모두 달리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 대비하여 원고별로 날짜별 또는 월별 실제 근로시간을 명확히 특정할 것, ② 이를 기초로 지급받을 임금 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한 다음 기지급 임금 총액과의 차액 등을 계산할 것, ③ 상계약정에 따를 경우 실제 근로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밝힐 것'을 요구하였다. 또한, 당심법원은 제3회 변론기일에서 원고들 소송대리인이 들고 있는 서울북부지방법원 2012. 2. 1. 선고 2011가단1399 판결 등 하급심 판결례를 기초로 구체적인 계산 방법이나 필요한 주장 내용 등을 설명하였다.
그러나 원고들은 이에 응하지 않은 채 '근무일마다 20시간 이상 근로하는 등 근로시간 간주시간(18시간)을 2시간씩 초과하여 근로하였다'는 주장만을 줄곧 고수하면서 근무일마다 2시간분에 해당하는 법정수당의 지급만을 구할 뿐, 위 주장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주장 또는 계산식을 정리하지 않았다.
결국, 원고들 주장이나 제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이 근무일마다 근로시간 간주시간(18시간)을 2시간씩 초과하여 근로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울뿐더러 원고들의 구체적인 근로시간도 확정하기 어렵다(일부 기간 또는 일부 원고들의 경우, 버스운행시간이나 대기시간도 알 수 없다). 미지급 법정수당이 있더라도 그 액수를 알 수도 없다.
일률적으로 근무일마다 20시간 이상씩 근로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원고들 주장은 기본적으로 '근무일마다 최초 버스출발시각부터 최종 버스도착시각까지 시간이 20시간인 것'을 전제로 한다. 앞서 본 것처럼 원고들 주장에 따르더라도 원고마다 날짜별 또는 월별로 위 시간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위와 같이 단정할 수 없다(원고 A의 경우 2014년 1월, 4월 평균 최초 버스출발시각부터 최종 버스도착시각까지 시간이 18시 34분 30초에 불과했다).
원고들이 근로시간 간주시간(18시간)보다 2시간 초과하여 근로하였다고 주장하는 시간은 주로 '출근 후 운행준비시간, 운행 종료 후 청소 등 정리시간, 운행 간 대기시간'이다.
원고들 주장에 의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을 차지하는 운행 간 대기시간의 경우, 원고별로 그 정도에 상당한 편차가 있다(원고 A 대기시간의 경우 2014. 12. 3. 1시간 11분이었지만, 2015. 2. 1. 3시간 22분이었다). 또한, 일부 원고들이 운행 간 대기시간에 가스충전이나 청소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원고들이 일률적으로 일정 시간 위와 같은 근로를 제공하였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특히 ① 원고들이 운행 간 대기시간에 아침·점심·저녁 식사를 모두 해결하였던 점, ② 단체협약에서는 '피고 회사는 근로자에게 충분한 휴식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점, 근로자는 휴게시간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 피고 회사는 근로자에게 매식 20분 이상씩 충분한 식사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점'이 명시되었기 때문에(제31조), 원고들이 운행 간 대기시간에 자유로이 휴식을 취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본 것처럼 피고 회사는 적어도 2013년부터 출근시간을 운행 전 10분 전으로 정하였기 때문에, 원고들 주장처럼 일률적으로 원고들이 근무일마다 버스운행 30분 전에 출근하였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출근한 때부터 곧바로 근무에 필요한 업무를 시작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피고 회사는 차량 정비사, 세차직원, 청소직원을 별도로 두고 있다. 피고 회사는 지체없이 가스충전을 할 수 있는 시설이나 세차시설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들 주장과 같이, 원고들이 운행 간 대기시간이나 운행 후 정리시간에 차량정비나 세차, 가스충전 등을 위하여 상당한 시간을 사용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소결론
원고들 제출 증거만으로는, 서로 다른 근로조건 또는 근무환경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던 원고들이 일률적으로 근무일마다 근로시간 간주시간보다 2시간씩 더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해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환(재판장) 조찬영 황승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