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 9. 25. 선고 2018나2030366 판결

주문

1.

원고들 및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는 건설업, 철구조물 제작 시공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화성시 F 소재 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 한다)에서 상시 근로자 47명을 사용하여 철구조물 생산 및 설치 작업을 하였는데, 피고의 이사 G가 이 사건 공장의 공장장으로서 위 작업을 총괄하였다.

2)

E는 2012. 1. 16. 피고에 입사하여 이 사건 공장에서 근무하였는데, 원고 A은 E의 배우자이고, 원고 B, C은 자녀이다.

나.

이 사건 사고의 발생

E는 2016. 12. 1. 11:50경 이 사건 공장에서 NC다축드릴머신(이하 '이 사건 기계'라고 한다)을 이용하여 H빔 홀(Hole) 가공작업을 수행하던 중 작동 중인 이 사건 기계의 상부 드릴 날 부분에 작업복 상의가 말려 상체가 끼어있는 상태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하고, E는 '망인'이라 한다). 망인의 구체적 사인은 다발성 늑골골절 및 폐출혈이다.

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재해조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2016. 12. 1.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현장조사를 한 후 재해조사 의견서(갑 제12호증)를 작성하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재해발생 공정: 이 사건 기계는 수치제어(Numerical Control) 방식으로 입력된 정보에 의하여 자동으로 이송 및 가공(Drilling) 등의 작업을 행하는 기계이다. H빔이 입고되면 지게차를 이용하여 이 사건 기계의 전단 컨베이어에 적재하고 이 컨베이어에 장착된 캐리어에 의해 H빔을 이 사건 기계로 이송시켜 홀(Hole) 가공작업이 수행된다. 홀 가공작업 완료 후 후단 컨베이어를 통해 H빔을 기계톱으로 이송시켜 절단하고 용접, 검사, 도장작업을 거쳐 포장/출고를 한다. 이 사건 사고 당시 H빔의 플랜지(Flange)에 홀 가공작업을 실시하던 중 재해가 발생하였다.

2)

재해발생 과정: 망인은 사고 당일 08:00경 출근하여 현장 기계실 내에 위치한 이 사건 기계로 작업을 실시하였다. 재해발생 시까지 H빔 8개를 가공하고 9번째 H빔을 가공하던 중 재해가 발생하였다. 11:50경 베벨링 작업자 K은 망인과 점심식사를 하러가기 위해 기계실로 들어가 보니 이 사건 기계 상부 드릴 날에 망인이 끼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비상정지 버튼을 누른 후 망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말을 걸었으나 응답이 없자 인근에서 같이 작업하고 있던 기계톱 작업자 L를 불렀다. K은 11:54경 119에 신고하였으며 동시에 L는 사무실에 있는 M 부장에게 연락하였다. 12:15경 119 대원이 도착하였으나 망인의 작업복 상의가 심하게 말려들어 가면서 빼기 힘든 상태였고 119 대원은 망인을 드릴 날에서 분리하기 위해 이 사건 기계를 작동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이 사건 공장 내에는 망인을 제외하고 이 사건 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근로자가 없었다. G 이사는 이 사건 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인근 N회사 소속 작업자에게 현장으로 와 줄 것을 전화로 요청하였고 N회사 소속 작업자가 현장에 도착해 이 사건 기계를 작동시키면서 13:15경 망인을 드릴 날에서 분리하였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3)

현장상황: 이 사건 기계는 수직 2축, 좌우 각 2축씩 총 6축의 드릴로 이루어져 있고, 측면 또는 수직 부분만 가공작업이 진행되더라도 전체 6개의 축이 같이 회전하는 형식이다. 당시 H빔의 한쪽 플랜지의 홀 총 8개 중 7번째의 홀을 가공 중이었고, 처음 4개 홀 가공 후 드릴 척(Chuck)을 교체한 후 나머지 홀을 가공하였다. 발견 당시 이 사건 기계는 운전 중이었고, 드릴 날은 망인의 옷과 상체가 끼어 회전이 정지한 상태였다. 피고가 이 사건 기계를 인수할 때(2015년 6월경)부터 좌우 측면 커버(덮개)는 제거된 상태로 계속 사용 중이었다.

4)

재해발생 원인 추정: 이 사건 기계의 드릴 날은 작업장 바닥에서 약 1.6m의 높이에 있고, 컨베이어 등과의 간섭으로 일부러 손을 뻗기 전에는 망인이 드릴 날에 직접 접촉할 수 없는 위치에 있어, 망인은 작업장 바닥에 있었던 것이 아니고 가공했던 H빔 위로 올라간 상태에서 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료 작업자 K이 재해 당시 비상정지 장치를 누를 때 판넬을 확인한 바와 같이 이 사건 기계는 운전 중이었으며 운전 중에 H빔 위로 올라간 상태에서 드릴 날에 말린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드릴 척을 교체할 경우가 아니면 H빔 위로 올라갈 경우가 없고 드릴 척도 당시 가공 중이었던 홀과 그 전의 홀이 같은 크기인바, 드릴 척은 이미 교체된 상태였기 때문에 재해 발생 당시 드릴 척을 교체하기 위하여 올라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사고가 발생했던 당시의 사진 상의 망인 모습으로 보아 뚫고 있었던 플랜지 홀을 확인하거나 컨베이어의 롤 위에서 불안정한 상태에서 넘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5)

조사자 의견: 재해발생 원인은, 이 사건 기계를 사용하면서 정비·검사·조정 작업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하면서 해당 기계의 운전을 정지하지 않고 작업을 한 점(운전 중 정비 등의 작업 수행) 및 이 사건 기계의 드릴 날이 회전하면서 근로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부위에 덮개가 설치되지 않은 점(회전부 덮개 미설치)이다. 재해예방 대책은 정비 등의 작업 수행 시 운전 정지 및 회전부 덮개 설치이다.

라.

이 사건 사고 전후의 사정

1)

피고는 이 사건 공장에 적용되는 2016년도 안전계획서(갑 제14호증)를 작성하였는데, 그 내용 중 이 사건과 관련된 '홀가공 작업공정 안전작업' 부분은 다음과 같다.

-

주요 위험 요인: 가동 중인 드릴 날에 신체가 접촉하여 말림. 타 작업자에 의한 기계작동을 금지시킬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고 기계의 구동구간에 들어가 청소작업 실시 중 절단. 절삭유 등의 비산으로 인해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짐. 쇳가루를 걸레로 제거 중 손가락을 베임.

-

안전 작업 방법: 고정가드나 연동된 유저가드로 공작영역 전체를 방호. 다축드릴 부위에 투명판 등의 재질로 가드 설치. 동력전달 부위 고정방호덮개를 설치하고 방호덮개를 개방시 주전원이 차단되도록 연동장치 설치. 방호덮개 앞부분을 잘 보이도록 투명판 설치. 작업자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호울을 설치. 주작업자 외에 보조작업자 위치에도 동력차단 장치를 설치하여 인력으로 송재하는 위험한 작업에서의 위험상황 발생 시 즉시 동력차단이 가능하도록 조치.

2)

2013년경 망인이 이 사건 기계의 롤러와 H빔 사이에 손가락이 끼어 다친 사고가 있었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6일 전인 2016. 11. 25. 다른 근로자 H이 이 사건 기계의 드릴 부분에 장갑이 말리면서 우측 손가락 4개의 근위지관절 요측부 인대가 파열되는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고들이 있은 후에도 피고는 이 사건 기계의 안전시설을 보강하거나 안전교육 및 감독을 강화한 바 없었다(정식 산재처리를 한 바도 없다). 또한 이 사건 기계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는 주작업자인 망인과 보조작업자인 H 2명이 있었으나,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H이 위 사고로 인하여 근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피고는 추가 인력 배치 혹은 결원을 대체할 만한 인원을 투입하거나 이 사건 기계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없다.

3)

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후 이 사건 기계의 상단 부분에 투명 아크릴판 덮개를 설치하였다(을 제1호증의 각 사진 참조). 하지만 이 사건 기계는 위험성이 너무 높아 이 사건 사고 후 실제로 작업에 사용되지는 않았고, 피고는 이 사건 기계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계를 설치하여 사용하고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내지 6, 10 내지 23, 25 내지 28, 30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달리 가지번호를 특정하지 않는 이상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1, 3, 10, 11, 13 내지 16, 21 내지 24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당심 증인 G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규정 및 법리

가.

산업안전보건법 등

1)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1항 제1호 및 제4항에 의하면,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위 규정에 따른 안전상의 조치 사항은 노동부령으로 정한다.

2)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4항의 위임규정에 따른 고용노동부령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7조 제1항에 의하면, 사업주는 기계의 원동기·회전축·기어·풀리·플라이휠·벨트 및 체인 등 근로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부위에 덮개·울·슬리브 및 건널다리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

3)

또한 위 규칙 제92조 제1항에 의하면, 사업주는 공작기계·수송기계·건설기계 등의 정비·청소·급유·검사·수리·교체 또는 조정 작업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해당 기계의 운전을 정지해야 한다. 다만, 덮개가 설치되어 있는 등 기계의 구조상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나.

안전배려의무의 법리

1)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들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다4712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보호의무를 보통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라고 한다.

2)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는 위와 같이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 의무이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가 적용되지 않는 사용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참조).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에 관한 판단

가.

불법행위 책임의 성립

1)

위 인정사실 및 법리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사용자인 피고로서는 피용자인 망인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과 신체를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 환경과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함으로써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되므로, 민법 제750조에 따라 이러한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망인과 그 유족인 원고들이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가)

이 사건 기계는 근로자의 생명이나 신체를 해칠 위험성이 높은 설비이므로, 사용자인 피고로서는 피용자가 이 사건 기계와 관련된 작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안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나)

이와 관련하여 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2016년도에 적용되는 안전계획서(갑 제14호증)를 스스로 작성해 놓았으나, 거기에 기재되어 있는 '홀가공 작업공정'의 '안전 작업 방법'에 부합하는 조치, 즉 이 사건 기계에 가드·방호덮개·연동장치·방호울 등의 설치 조치를 취한 바가 없다. 특히 피고는 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불과 6일 전에 망인의 보조작업자인 H이 이 사건 기계의 드릴에 장갑이 말리면서 손가락 4개의 인대가 파열되는 사고를 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식 산재처리를 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기계의 안전시설을 보강하거나 안전교육을 강화한 바 없으며, 이 사건 사고 이후에야 비로소 이 사건 기계의 상단 부분에 투명 아크릴판 덮개를 설치하였을 뿐이다. 이것은 피고가 물적 환경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다)

망인은 H이 다친 사고로 말미암아 이 사건 사고 당시 혼자서 이 사건 기계의 전단 컨베이어에 적재된 H빔에 대하여 이 사건 기계로 홀 가공을 하는 작업을 9개째 실시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사고 후 위 작업과 전혀 무관한 다른 작업자(K)가 망인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가기 위해 기계실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사고 직후의 상황을 목격하게 되었던 점, 다시 말해서 망인의 상체 부분이 이 사건 기계의 드릴 날에 말려들어가는 시점에는 아무도 망인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이 사건 기계를 정지시켜 주지도 않은 점, 나아가 119 대원이 출동하여 이 사건 기계에서 망인의 사체를 빼내려고 했음에도 이 사건 공장에는 이 사건 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서 다른 업체의 직원이 와서 이 사건 기계를 작동시켜 망인의 사체를 빼낼 수 있게 된 점, 특히 이 사건 사고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생하였는지 사용자인 피고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용자인 피고가 위와 같이 위험한 작업을 망인 혼자서 하도록 방치한 것은 잘못이다. 피고로서는 마땅히 이 사건 기계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대체인력 투입 등의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한 바 없다. 이는 피고가 인적 환경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라)

피고는 망인이 이 사건 기계의 정비, 검사, 조정 작업 등을 하면서 전원을 차단하거나 운전을 정지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기계 위로 올라가 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의 잘못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7조 제1항에 의하면, 이 사건 기계의 정비, 검사, 조정 작업 등을 할 때에 그 운전을 정지해야 하는 법적 의무는 어디까지나 사업주인 피고에게 있는 것이지 피용자인 망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일 것이 못된다. 오히려 피고가 지적하는 사정은 피고가 망인에 대하여 안전배려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근거가 될 뿐이다(다만 피고가 내세우는 위와 같은 사정은 과실상계의 사유가 될 수는 있다).

2)

나아가 피고는, 관련 형사사건에서 일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유죄판결이 선고된 사실이 있으나, 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면서, G(이 사건 공장의 공장장) 및 피고에 대한 무죄 판결(을 제23, 24호증)을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위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G는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으로 기소되고, 피고는 G의 사용자로서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으로 수원지방법원에 기소되었는데, 그 공소사실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G는 2016. 12. 1. 11:50경 이 사건 공장 기계실에서 피해자인 망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기계를 이용하여 H빔 홀 가공작업을 하도록 함에 있어 근로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위 기계의 드릴기에 덮개 등을 설치하지 아니하고, 기계의 정비·검사·조정 작업 또는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하면서 기계의 운전을 정지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작업하도록 함으로써 위 기계를 이용하여 H빔 홀 가공작업 중이던 망인으로 하여금 위 기계의 조정 작업 등을 하면서 작동 중인 위 기계의 상부 드릴기에 작업복 상의가 말려들어가 기계 사이에 상체가 협착되게 하여 같은 날 12:10경 그 자리에서 다발성 늑골골절 및 폐출혈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나)

위 형사사건의 제1심(수원지방법원 2017고단4429호)은 2018. 2. 9.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와 G에 대하여 각 벌금 500만 원에 처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검사와 피고, G는 모두 위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는데, 항소심(수원지방법원 2018노1494호)은 2018. 10. 15.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19. 6. 13. 검사의 상고가 기각됨으로써 확정되었다.

다)

위 무죄 판결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위 항소심은, 망인이 이 사건 기계에 근접하게 된 구체적 경로나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점, 이 사건 사고의 구체적인 발생 경위나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점, 이 사건 기계의 상단부 일부에 아크릴 재질의 덮개를 설치하는 것은 대형 H빔을 가공하는 경우에는 적절한 안전상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나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상단부 덮개 설치 미이행과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또한 검사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이루어진 작업이 기계의 정비·검사·조정 작업 또는 이와 유사한 작업이라고만 할 뿐 구체적인 특정을 한 바 없고, 그것이 달리 증명된 바도 없는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1항 위반죄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안전조치 외에 다른 가능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법리인 점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G에게 안전상 조치의무가 있다거나 그 미이행 내지 위반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검사가 달리 안전상 조치 의무나 업무상과실의 내용을 특정한 바도 없으므로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라)

그러나 불법행위에 따른 형사책임은 사회의 법질서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행위자에 대한 공적인 제재(형벌)를 그 내용으로 함에 비하여, 민사책임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한 데 대하여 행위자의 개인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피해자에게 발생된 손해의 전보를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고 따라서 손해배상제도는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것이므로,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침해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형사책임과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2. 1. 선고 2006다671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다가, ① 위 항소심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는 검사의 공소사실이 방어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특정될 필요가 있다는 형사법의 원리 및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입증에 근거해야 한다는 법리를 따른 것인 데에 반하여, 이 사건과 같은 민사사건에서는 위와 같은 형사법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 점, ② 위 형사사건은 그 피고인이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1항 위반죄를 저질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임에 반하여, 이 사건은 피고가 피용자인 망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서 사안에 대한 접근 시각이 서로 다른 점, ③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는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 의무일 뿐이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도 안전배려의무가 마찬가지로 인정되는 점, ④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아니하고, 그로 인하여 발생한 결과도 중대한 점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이라는 귀책사유 및 위법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충분히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1)

위 인정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2, 23, 2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작업자인 망인으로서도 위험한 이 사건 기계를 사용하여 작업을 함에 있어서 이 사건 기계를 안전한 방식으로 운전해야 하고, 기계가 가동 중인 경우 드릴 부위에 접근하지 않는 등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하는 데에 만전을 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작동 중인 이 사건 기계에 근접하는 바람에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망인은 이 사건 공장에서 이 사건 기계를 운용하는 담당자로서 이 사건 기계를 혼자 가동하여 작업하게 되었음에도 사업주나 현장책임자 등에게 어떠한 안전조치를 취하여 줄 것을 요청하거나 대체인력 투입을 요청하였다는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점, ③ 이 사건 공장에는 기계정비·보수 작업시 전원을 차단하고 기계 운전을 정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안전수칙 포스터 등이 게시되어 있는 점, ④ 피고는 전문안전관리회사에 위탁하여 정기적으로 근로자들에게 일반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산업안전점검보고서를 작성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에 있어 위와 같은 망인의 잘못도 이 사건 사고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를 참작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전체의 60%로 제한한다.

2)

그런데 원고들의 소송대리인은 위 ②사유와 관련하여 피용자인 망인에게 사업주에 대한 안전관리촉구 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불법행위에 있어서 가해자의 과실은 의무위반이란 강력한 과실인 데에 반하여 피해자의 과실을 따지는 과실상계에 있어서 과실이란 전자의 것과는 달리 사회통념상, 신의성실의 원칙상, 공동생활상 요구되는 약한 의미의 부주의를 가리키는 것에 불과하므로(대법원 1983. 12. 27. 선고 83다카64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사정을 과실상계 사유로 삼는 것이 피용자인 망인에게 사업주에 대한 안전관리촉구 의무를 인정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한 판단

가.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피고의 항소이유 주장에 대하여 아래의 판단을 추가하는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 중 해당 부분과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인용한다.

나.

추가 판단

1)

피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의 소득은 월 평균 3,495,774원이었으므로, 망인의 일실수입 산정 시 위 금액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손해배상청구사건에 있어서 피해자의 일실수입 산정은 불확정한 미래사실의 예측이므로 당해 사건에 현출된 구체적 사정을 기초로 하여 합리적이고 객관성 있는 기대수입을 산정할 수 있으면 족한 것인바(대법원 1994. 9. 27. 선고 94다26134 판결 등 참조), 제1심이 근로계약을 기초로 2016년 1월부터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시까지 망인이 수령한 고정급여 3,000,000원에다가 해당 기간 동안의 평균 연장근로수당인 860,363원을 더하여 망인의 소득을 월 3,860,363원으로 산정한 것은 위 법리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객관성 있는 조치라고 판단된다. 오히려 피고가 주장하는 일실소득액은 망인이 2013. 2. 1.부터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의 월평균 급여액인바,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이 사건 기계를 작동하던 망인의 경우에는 연차를 거듭할수록 그 임금이 상승했을 것으로 추단되므로, 그러한 경력이 쌓이기 전의 임금액까지 포함하여 장래의 기대수입을 산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는, 망인의 일실퇴직금은 1일 130,167원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갑 제3, 2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망인과 피고는 2015. 12. 31.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내용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였고, 근로기준법 제34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2조 제3항에 의하면, 퇴직금은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의 평균임금으로 계산한 금액으로 하며,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6호에 의하면, 평균임금이란 이를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이다. 이에 따라 망인의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일실퇴직금을 아래와 같이 산정하면 1일 134,144원의 평균임금이 산출된다. 이 부분 피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

퇴직일: 2016. 12. 1.

○

이 사건 사고 당시 평균임금: 일 134,144원

{= (91일간 임금수령액 11,845,267원 + 산정상여금 361,908원) / 91일}

3)

피고는, 원고 A이 지급받게 된 유족보상일시금 169,613,600원은 망인의 재산상 손해에서 전액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유족급여는 당해 수급권자가 상속한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을 한도로 하여 그 손해배상채권에서만 공제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이와 달리 망인의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에서 유족급여를 먼저 공제한 후 그 나머지 손해배상채권을 공동상속인들이 각자의 상속분 비율에 따라 공동상속하는 것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8다1310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갑 제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해 망인이 사망함에 따라 수령하게 되는 유족급여의 수급자는 원고 A이다. 따라서 원고 A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을 유족보상일시금 169,613,600원은 원고 A의 손해배상채권에서만 공제될 것이지, 상속 이전의 망인의 손해배상채권에서 미리 공제할 것이 아니다. 이 부분 피고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5.

피고의 변제 항변에 관한 판단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의 이유 중 해당 부분과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인용한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 및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병하(재판장) 정총령 민달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