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 12. 8. 선고 2022누66622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 중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각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회사‘라고 한다)은 1963. 8. 20. 군산시 E에 설립된 합자회사로서, 2021년경을 기준으로 무한책임사원, 유한책임사원, 일반사원으로 포함하여 상시 약 3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택시운수업을 영위하고 있다.

나.

원고는 F생으로서, 1996. 4. 19.경 참가인 회사에 일반사원으로 입사하여 택시기사로 근무하는 근로자이다.

다.

현재 참가인 회사의 사업장에는 G노동조합 산하 H분회(이하 ‘I 분회’라고 한다), J노동조합 산하 K분회(이하 ‘L 분회’라고 한다)가 각각 조직되어 있는데, 원고는 그중 I분회의 분회장이다.

라.

참가인 회사는 2021. 5. 11. 원고에게, 단체협약 제20조 제1항, 제3항 및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을 근거로 하여 근로관계 종료를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지’라고 한다).

마.

이에 원고는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지가 부당해고 및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2021. 6. 3.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바.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8. 2.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지는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의 관련 규정에 따른 근로관계의 자동종료에 해당하여 부당해고로 볼 수 없고, 참가인 회사 측의 그에 관한 의도 등을 인정할 수 없어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모두 기각하는 초심판정을 하였다.

사.

원고는 초심판정에 전부 불복하여 2021. 8. 20.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10. 26.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호증, 을가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재심판정 중 부당해고 부분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가.

당사자 주장의 요지

1)

원고

가)

원고는 정년의 제한을 받지 않는 근로자인바, 2020년 단체협약 및 2020년 취업규칙의 정년 규정을 근거로 일방적으로 근로관계 종료를 선언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지는 무효이다.

(1)

2015. 1. 1. 이전까지 참가인 회사의 단체협약에는 정년 규정이 없었고 그 이전까지 참가인 회사가 시행하던 취업규칙(이하 ‘2015년 이전 취업규칙’이라 한다)에만 제73조에 ‘만 60세가 도달한 달의 말일’을 정년으로 정하고 있었다. 그 후 몇 차례 개정을 거친 구 취업규칙(2020. 2. 1. 개정되어 2020. 4. 1.부터 시행되기 전의 것을 말한다, 이하 ‘구 취업규칙’이라 한다)에서는 제73조에서 정년을 종전보다 1년 연장하여 만 61세인 것으로 하면서(제1항), 정년 이후에는 5년의 범위 내에서 촉탁직으로 재고용하는(제2항) 규정만을 두고 있었다.

(2)

원고는 정규직으로 채용되어 2015년 이전 취업규칙 제73조에 따라 만 60세가 도달한 달의 말일인 2011. 4. 30.에 정년에 도달하였고, 이에 참가인 회사에서 퇴사했어야 하나 그 후로도 참가인 회사의 묵인 하에 촉탁직이 아닌 종전과 동일한 근로조건 하에서 택시기사로서의 업무를 계속 수행하면서 근로관계를 유지하였다. 원고는 정년 이후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고, 이미 정년 연령을 도과한 원고에 대해서는 더 이상 2020년에 신설된 단체협약 제20조 제1항 내지 같은 시기에 개정된 취업규칙 제73조 제1항에 따른 정년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

(3)

참가인 회사는 2015. 12. 28.경에도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지와 유사한 취지로 원고에게 일방적인 근로관계 종료 통지를 하였는데, 이에 대해 원고가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와 같이 확정된 종전의 행정소송 판결을 통해 원고는 더 이상 정년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는 근로자로 인정받았다.

나)

참가인 회사가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을 근거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통지에 기하여 일방적으로 근로관계 종료를 선언한 것은 부당해고로서 무효이다.

(1)

L 분회는 원고가 분회장으로 있던 I 분회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 노동조합의 지위를 인정받았고, 2020. 4. 1. 참가인 회사와 사이에 새로 단체협약(이하 ‘2020년 단체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참가인 회사의 일방적인 요구를 받아들여 제20조를 신설하면서 정년을 ‘만 61세가 되는 달의 말일’로 정하고(제1항), 원고의 경우처럼 ‘정년을 경과하여 계속 근무 중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2021년 생일이 도래하는 월의 말일까지 적용을 유예’하는 내용의 경과규정을 두었다(제3항).

(2)

그런데 L 분회는 단체교섭 및 2020년 단체협약의 체결 과정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이하 ‘소수노동조합’이라고 한다)인 I 분회 또는 신설된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의 직접 적용대상자인 원고에게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의 신설에 관한 교섭 및 체결 사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그에 관하여 의견을 수렴하는 등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서 당연히 취했어야 할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이는 I 분회 및 그 조합원을 불합리한 사유로 차별한 경우로서 L 분회가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다. 따라서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는 원고에 대해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

(3)

특히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은 근로자 중에서 오로지 원고만을 그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다. 위 내용은 개별적 근로관계에 관한 사항으로서 해당 근로자와의 개별 합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할 문제이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관계를 일반적으로 규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협약에서 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또한 이는 I 분회의 분회장인 원고를 참가인 회사의 사업장에서 축출할 부정한 의도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또한 정년이 도과한 이후에도 기간의 정함이 없이 근로관계를 유지하던 근로자를 퇴사시키기 위해서는 업무수행능력의 부족 등 정당한 사유를 요구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을 잠탈하려는 목적으로 마련된 규정이다. 따라서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는 그 내용이 단체협약 사항으로 삼기에는 명백히 불합리하고 부당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원고에 대해 효력이 없다.

다)

참가인 회사가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을 근거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통지에 기하여 일방적으로 근로관계 종료를 선언한 것은 부당해고로서 무효이다.

(1)

참가인 회사는 2020. 2. 1.경 구 취업규칙을 개정하면서,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1항 내지 제3항의 내용을 개정되는 취업규칙의 제73조에 그대로 포함시켰다(이와 같이 개정된 취업규칙을 ‘2020년 취업규칙’이라 한다).

(2)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과 같다)은 정년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고 기간의 정함이 없이 계속 근무하던 원고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시행 후에 참가인 회사의 사업장 내에서는 오직 원고에 대해서만 적용이 예정되어 있는 규정이다. 따라서 참가인 회사로서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위와 같이 취업규칙을 개정.변경하기 전에 불이익을 받은 근로자인 원고의 동의를 받았어야 함에도,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은 원고에 대해 효력이 없고 원고에 대해서는 구 취업규칙이 적용된다.

(3)

원고는 2020년 취업규칙 개정 당시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택시기사로서 업무적합성을 평가하는 검사에서 근무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정을 받았고, 교통사고를 내거나 달리 근무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할 만한 사정이 없었다. 그럼에도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은 참가인 회사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들 중 오로지 원고만을 적용대상으로 삼고 있고, 원고를 축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련된 것이며, 원고의 경우처럼 정년 이후에 기간의 정함이 없이 근로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와의 근로관계 종료를 위해서는 업무수행능력부족 등의 정당한 사유를 요구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을 잠탈하려는 목적으로 마련된 규정이다. 이로 인하여 원고의 계속 근로에 대한 기득권이 침해되고 강제로 퇴사를 당하는 결과가 되었는바, 원고가 입는 불이익도 크다는 점에서 취업규칙 변경의 유효요건으로서 이른바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할 수 없다.

라)

예비적으로, 설령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이 원고에 대해서도 유효하다고 보더라도,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참가인 회사가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지에 기하여 일방적으로 근로관계 종료를 선언한 것은 부당해고로서 무효이다.

(1)

원고와 참가인 회사 사이의 종전 근로계약에서는 정년(근로기간의 종기)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 따라서 원고는 개별 근로계약상 근로기간에 관한 근로조건에 있어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의 해당 규정보다 유리한 내용의 적용을 받고 있었다. 따라서 근로계약과의 관계에서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에 따라 원고에 대해 개별 근로계약보다 불리하게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2020년 단체협약 및 2020년 취업규칙의 근로기간 종기의 제한에 관한 규정들은 원고에게 적용될 수 없다.

(2)

2020년 취업규칙 제11조 제3항에서는 ‘회사와 종업원 간의 근로계약은 1년을 원칙으로 하되 계속 근로할 시 기존 체결된 근로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는 기존에 체결된 근로계약의 적용을 받아야 하므로, 일방적으로 근로관계 종료를 선언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지는 해고에 해당하는데, 사전에 서면에 의한 통지 등 근로기준법상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무효이다.

(3)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2항 및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2항에는 정년이 도래한 경우에도 참가인 회사가 정년 퇴직자를 1년 단위의 촉탁직(계약직)으로 재고용하도록 정하고 있었고, 실제로 정년을 맞이한 근로자들 중 계속 근무를 원한 정년 퇴직자의 대부분은 촉탁직으로 재고용되었다.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에 의할 때, 원고에 대해 근로관계가 종료한 것으로 보게 되는 2021. 4. 30. 이후로도 원고는 2021. 5. 11.까지 참가인 회사의 묵인 하에 종전과 같은 근로조건 하에 계속 근무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2021. 4. 30. 이후로 참가인 회사에 촉탁직 근로자로서 재고용될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지위가 인정되므로, 이러한 기대권을 침해하면서 일방적으로 근로관계 종료를 선언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지는 해고에 해당하는데, 사전에 서면에 의한 통지 등 근로기준법상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무효이다.

2)

피고 및 참가인 회사(이하 통틀어 ‘피고 측’이라 한다)

가)

비록 원고가 정년 도래 후에도 참가인 회사의 묵인 하에 계속 근무하였으나, 이는 택시기사 인력의 부족 등 택시운수회사의 운영과 관련된 고질적 문제점에 기인한 부득이한 것이었다. 원고가 참가인 회사를 상대로 한 종전 행정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이는 근로관계 종료 통지의 근거가 된 이전 단체협약의 체결 절차상의 하자에 따른 것인바, 그 하자를 치유하기 위해 2020년 단체협약이 새로 체결된 것이다. 원고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신설되거나 변경되는 정년 제도의 제한을 전혀 받지 않는다거나 참가인 회사의 택시기사로서 기간의 제한 없이 원할 때까지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사용자가 교섭대표 노동조합와 사이에서 교섭을 거쳐 단체협약에 새로이 정년에 관한 규정을 도입하는 것은 가능하며, 이러한 정년에 관한 규정은 아직 정년이 도래하지 아니한 근로자는 물론, 이미 정년을 도과한 근로자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정년에 관하여 규정한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는 참가인 회사의 사업장 내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 노동조합인 L 분회와 참가인 회사 사이의 정상적인 교섭을 통해 유효하게 마련된 것이며, 그 과정에서 L 분회가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서 I 분회나 원고에 대해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적이 없다. 원고는 노동위원회 구제절차에서도 그와 같은 점을 인정한 바 있었음에도, 소송에 이르러 이를 주장함은 부당하다.

다)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은 사용자의 고유한 권한이다. 사업장 내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 취업규칙에 근로기간의 종기를 제한하는 정년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것은 가능하며, 이는 이미 정년을 도과한 근로자를 포함하여 사업장 내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설령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에 관하여 원고로부터 동의를 받지 못하였더라도, 정년에 관한 위 제73조 규정은 사업장 내 전체 근로자를 적용대상으로 한 것이지 원고만을 적용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2020년 단체협약에 적법하게 포함된 내용을 취업규칙에 그대로 반영한 것이며, 이를 위해 과반수 노동조합 내지 근로자 대다수의 동의를 얻었다. 또한 원고의 경우처럼 위 취업규칙이 적용됨으로써 기존의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근로자의 경우 참가인 회사에 사실상 전과 동일한 근로조건 하에 촉탁직으로 재고용될 기회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제반 사정을 감안하면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은 지나치게 불이익한 내용도 아닌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므로 원고에 대해 유효하다.

라)

예비적 주장과 관련하여, 1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은 개별 근로계약에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데, 원고와 참가인 회사 사이에 체결된 개별 근로계약은 당연히 2015년 이전 취업규칙에서 규정한 정년까지의 근무를 전제로 하였던 것이고, 이는 정년 이후에 계속된 근로관계에도 그대로 타당하므로, 원고에 대해 정년에 관한 2020년 단체협약 및 2020년 취업규칙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고, 2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 및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은 정년이 도과한 근로자에 대해 근로기간의 종기를 새로 정함으로써 근로관계의 자동종료사유를 마련한 것일 뿐이므로 사용자의 재량에 따라 이루어지는 통상의 해고와는 무관한 것이고, 3 참가인 회사는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 및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에 따라 원고와의 기존 근로관계가 자동 종료되는 2021. 4. 30. 이전부터 수차례 원고에게 근로관계의 종료 예고와 함께 촉탁직으로의 재고용 의사를 타진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무시하거나 거부하였는바,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지에 기하여 원고와의 근로관계는 확정적으로 종료하였으며, 4 원고는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지가 있은 후 참가인 회사에 스스로 퇴직금의 지급을 청구하여 이를 지급받기도 하였는바,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지의 정당성을 사후에 추인한 것이다.

나.

인정 사실

1)

2015년경 단체협약 체결 등 경위

가)

2014년경을 기준으로 참가인 회사의 상시 근로자 수는 약 60명이고, 그 사업장에는 아래와 같이 총 3개의 노동조합이 있었다.

나)

참가인 회사는 2013. 12. 2. J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자 같은 날부터 같은 달 9일까지 L 분회의 교섭요구 사실에 대하여 공고하였고, 이에 M노동조합(이하 ‘K 노조’라고 한다)이 위 공고기간 중 교섭을 요구하였고, 참가인 회사는 2013. 12. 10. L 분회와 K 노조를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하는 공고를 하였다.

다)

위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 이후 K 노조와 L 분회는 공동으로 교섭대표단을 구성하기 위한 자율적인 협의를 진행하여 교섭대표 노동조합(이하 ‘공동교섭대표단’이라 한다)으로 확정되었다. 한편 I 분회는 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아니하였다.

라)

참가인 회사는 2014. 12. 23. 공동교섭대표단과 정년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는 단체협약(이하 ‘2015년 단체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위 공동교섭대표단의 동의를 얻어 취업규칙(이하 ‘2015년 취업규칙’이라 한다)을 개정하여 각 2015. 1. 1.부터 시행하였다. 2015. 1. 1. 기준으로 변경 전후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중 정년과 관련된 내용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마)

참가인 회사는 2015. 11. 26. 원고를 포함한 근로자 19명에게 위와 같이 개정된 2015년 취업규칙 제71조 및 2015년 단체협약 제20조 제2항에 근거해 2015. 12. 31.자로 정년퇴직 사실을 통보하였다.

바)

원고는 참가인 회사가 보낸 정년퇴직 통보서 수령을 거부하였고, 참가인 회사는 2015. 12. 31. 원고를 포함한 해당 근로자 19명을 정년퇴직자로 처리하였다. 한편 참가인 회사는 촉탁직 제도를 도입하여 위 정년 퇴직자 중 2명(원고 포함)을 제외한 나머지 17명과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촉탁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2)

2015년 단체협약 및 2015년 취업규칙상의 정년 규정과 관련된 소송의 경과 가) 원고는 2016. 2. 12.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참가인 회사의 위 정년퇴직 처리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다투었으나, 각 노동위원회에서는 초심판정 및 재심판정을 통해 원고의 구제신청 및 재심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다.

나)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16. 9. 7. 서울행정법원에 재심판정의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2017. 9. 15. 서울행정법원은 ‘공동교섭대표단 중 K 노조는 사원으로 되어 있던 “N”과 “O”을 조합원으로 참가시켰는데, 이들은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K 노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조 제4호 단서 (가)목에 따라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 2015년 단체협약은 K 노조가 공동교섭대표단으로 참여하여 체결한 것으로 무효이므로, 퇴직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원고 승소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가 항소하였으나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됨으로써 위 제1심 판결이 2018. 6. 15.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종전 판결’이라 한다). 이에 따라 원고는 참가인 회사에 복직하여 근무하였다.

3)

2020년 단체협약 체결 및 2020년 취업규칙 개정의 경위

가)

L 분회는 2020. 2. 18. 참가인 회사에 교섭을 요구하였고, 참가인 회사는 2010. 2. 19. 공고기간의 말일을 2020. 2. 26.로 정하여 L 분회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였다. 이에 I 분회도 2020. 2. 26. 참가인 회사에 교섭을 요구하였고, 참가인 회사는 2020. 2. 27. L 분회를 과반수 노동조합으로서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확정하는 통보를 L 분회에 함과 동시에 그 사실을 공고하였다. 그 당시 조합원 수는 I 분회 6명, L 분회 15명이었고, K 노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였다.

나)

L 분회는 교섭을 통해 2020. 4. 1. 참가인 회사와 2020년 단체협약(유효기간 2020. 4. 1.부터 2022. 3. 31.까지)을 체결하였다. 한편 참가인 회사는 종전 판결을 통하여 정년에 관한 규정을 포함한 2015년 단체협약이 무효로 판단되었던 점을 감안하여 아래와 같은 조항을 L 분회에 제안하여 해당 내용이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에 신설되었다.

다)

L 분회는 2020년 단체협약에 관한 교섭 및 체결 과정에서 원고가 분회장으로 있던 I 분회 측에 그 내용을 알리거나 이에 관하여 I 분회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시도를 한 적이 없고, 2020년 단체협약이 체결된 직후에도 I 분회 측에 단체협약의 체결사실을 따로 알리거나 그 내용을 공유한 바 없다.

라)

참가인 회사는 무한책임사원이나 촉탁직 근로자를 포함한 전체 근로자 과반수(42명 중 38명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의 동의를 받아 아래와 같이 2020년 취업규칙의 정년 규정을 변경(시행일 2020. 4. 1.)하고, 개정된 2020년 취업규칙을 2020. 3. 30.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군산지청에 신고하였는데, 원고나 I 분회 조합원들은 2020년 취업규칙 개정.변경에 동의한 바 없다.

마)

2020년 취업규칙을 통해 변경되기 전후로 참가인 회사의 취업규칙 중 정년에 관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4)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지의 경위

가)

참가인 회사는 2021. 3. 31., 2021. 4. 20. 각각 I 분회에 ‘위 분회 조합원 원고는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 및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에 따라 2021. 4. 30.까지 사무실에서 촉탁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2021. 4. 27.에도 원고의 성명과 위 각 근거 규정을 기재한 공문을 I 분회에 보냈다.

나)

참가인 회사는 2021. 4. 30. 내용증명을 통하여 원고에게 ’2021. 5. 4. 내에 촉탁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근로계약이 만료된다‘는 취지의 최고장을 발송하였다. 참가인 회사는 2021. 5. 7.에도 원고에게 같은 취지로 2021. 5. 10.까지 촉탁근로계약을 체결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다)

참가인 회사는 2021. 5. 11. 원고에게, ’여러 차례 촉탁근로계약 체결을 독려하였으나 원고가 계약 체결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바, 원고가 촉탁근로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원고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됨을 알린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함으로써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지를 하였다.

5)

참가인 회사 정년퇴직 현황 초심판정이 있을 무렵을 기준으로 참가인 회사에 재직 중인 근로자로서 2015. 1. 1. 이후 정년퇴직을 하고 촉탁직으로 재고용된 근로자 현황은 아래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위 각 증거, 갑 제3, 5 내지 9, 12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경우에는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가 제1 내지 5호증,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원고의 근로계약상 지위와 통상적인 정년 규정의 적용 여부에 관하여 가) 관련 법리 (1) 정년 등에 기하여 종기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정년이 만료된 후에도 전과 동일한 내용으로 사용자에게 노무를 계속 제공하고 사용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그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함이 없는 경우라면, 이는 종전 근로조건 중 해당 근로자에게는 더 이상 적용될 여지가 없는 정년에 관한 부분, 즉 근로계약의 종기를 제외한 나머지 근로조건을 종전과 동일하게 하여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해석되므로(민법 제662조 제1항),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가 된다.

(2)

이처럼 근로자가 정년이 지난 후에도 사용자의 동의 아래 기간의 정함이 없이 사용자와의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여 왔다면,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당해 근로자가 이미 정년이 지났다거나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관계를 해지할 수는 없고, 당해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2두12809 판결 등 참조).

(3)

한편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하는 고용차별을 금지하고 고령자가 그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촉진함으로써 고령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이를 위해 원칙적으로 사업주로 하여금 채용, 퇴직 등에 있어 연령을 이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자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제4조의4), 사업주로 하여금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 하면서(제19조),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해당 사업장에 다시 취업하기를 희망할 때에는 그 직무수행 능력에 맞는 직종에 재고용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과함(제21조)과 동시에, 사업주가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을 설정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연령을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행위로 보지 않도록 하고 정하고 있다(제4조의 5). 이러한 고령자고용법의 관련 내용을 종합하면, 사업주로서는 적법한 절차적.실체적 요건을 갖춘 단체협약의 체결, 취업규칙의 개정 절차를 거쳐 근로자에 대해 60세 이상이 되도록 정년 규정을 연장하거나 정년 이후의 근로가능 연한을 설정하고, 이를 근거로 연장된 정년이나 근로가능 연한에 도달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정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나)

구체적인 판단

(1)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2015년 이전 취업규칙 제73조에 따라 2011. 4. 30.에 정년이 도래한 것인데, 참가인 회사와 사이에서 단절 없이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통지를 받을 때까지 거의 10년 간 종전과 동일한 근로조건 하에서 택시기사로 근로를 제공하였고, 2015년 이전 취업규칙에 ’회사와 종업원 간의 근로계약은 1년을 원칙으로 하되 계속 근로할 시 기존 체결된 근로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본다‘라는 규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는 2011. 4. 30. 이후로 참가인 회사와 사이에 정년에 관한 내용을 제외하고 기존에 체결된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를 맺고 있었음이 인정된다(다만 참가인 회사는 원고가 채용될 당시 원고와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바,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구체적인 근로조건, 특히 근로기간의 종기 등에 관한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다).

(2)

근로관계 종료를 위한 정당한 사유로서 정년 규정의 적용 가부 등

(가)

살피건대, 설령 참가인 회사가 그 후 2015년 취업규칙 제71조로의 개정 등을 거쳐 2019년까지 적용되던 구 취업규칙 제73조 제1항에서는 물론, 2020. 2.경 개정된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1항과 2019년 말경에 단체교섭을 거쳐 추가된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1항 등에서 정년의 연령을 종전보다 1년 연장하여 만 61세로 변경하거나 새로 설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위 정년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연령을 한참 도과한 원고에 대해 계속 중인 근로관계의 장래를 향한 자동종료사유로서 이와 같은 정년 규정이 소급하여 적용될 수는 없으므로, 참가인 회사로서는 정년에 해당하는 연령을 이미 도과하였다는 사유만으로 사후에 개정되거나 신설된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1항 및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1항의 각 정년 규정을 법적 근거로 삼아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시킬 수는 없다.

(나)

다만 참가인 회사로서는, 적법한 절차와 요건을 갖추어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취업규칙의 개정 절차를 거침으로써 정년을 도과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원고와 같은 근로자에 대하여, 정년 규정과 별도로, 정년 이후의 근로가능 연한을 새로 설정하거나 근로관계 종료사유를 정함으로써, 이를 근거로 근로가능 연한에 도달하거나 근로관계 종료사유가 발생하였음을 근거로 하여 근로관계의 종료를 주장할 수는 있을 것이다.

(3)

근로기간 종기의 제한 가능성에 관한 종전 판결의 취지

(가)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확정된 종전 판결에 따라 참가인 회사와 사이에 정년 이후로 기한의 정함이 없이 근로관계를 맺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참가인 회사는 더 이상 원고에 대해 정년과 관련된 사유를 들어 근로관계 종료를 주장할 수는 없게 되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나)

살피건대, 앞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확정된 종전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1 정년에 관한 규정을 신설한 2015년 단체협약이 그 성립 과정에 있어 노동조합 아닌 자가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여하는 등의 사유로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점, 2 원고는 이미 정년이 도과한 자로서 참가인 회사와 사이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관계에 있으므로 원고에 대해 통상의 정년 규정은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점 등에 불과하고, 여기에서 나아가 원고 스스로 근로관계의 계속을 포기하거나 이를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될 때까지 원고의 근로계약기간이 무제한 보장된다는 점까지 인정되었던 것은 아니다. 따라서 참가인 회사로서는 원고에 대해 종전 판결의 취지에 따라 노동조합이나 적용대상인 근로자의 동의를 받는 등 절차적 요건과 함께 내용상 근로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지 아니하고 합리성이 인정되는 등 실체적 요건을 갖추어, 새로이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취업규칙을 개정하는 방법으로, 통상의 정년 규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년 이후에 계속하여 근로관계를 맺고 있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근로가능 연한을 새로 정하거나 근로관계 종료사유를 정함으로써 근로계약기간의 종기를 설정하는 것은 허용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소결 원고는 취업규칙상 정년이 도래한 후에도 참가인 회사의 동의하에 계속 근무함으로써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원고의 연령이 이미 근로기간의 종기로서 정년을 도과한 이상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1항,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1항 등과 같은 통상의 정년 규정이 원고에 대한 근로관계 종료 사유로 적용될 여지는 없다.

2)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의 적용에 관하여

가)

관련 법리

(1)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으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합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때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 여부는 단체협약의 내용과 그 체결경위, 협약체결 당시의 사용자 측의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7790 판결 등 참조).

(2)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하에서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법은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용자와 교섭대표 노동조합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29조의4 제1항).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소수노동조합에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 등에 비추어 보면,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교섭의 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하고(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등 참조),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서는 단체협약 체결에 이르기까지의 단체교섭 과정에서도 소수노동조합을 절차 면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아야 할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 이에 따라 교섭

하도록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29조의4 제1항).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소수노동조합에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 등에 비추어 보면,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교섭의 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하고(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등 참조),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서는 단체협약 체결에 이르기까지의 단체교섭 과정에서도 소수노동조합을 절차 면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아야 할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 이에 따라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단체교섭 과정에서 소수노동조합을 동등하게 취급하고 공정대표의무를 절차적으로 적정하게 이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정보를 소수노동조합에 적절히 제공하고 그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 다만 단체교섭 과정의 동적인 성격 및 실제 현실 속에서 구현되는 모습, 노동조합법에 따라 인정되는 대표권에 기초하여 교섭대표 노동조합 대표자가 단체교섭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재량권 등을 가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교섭대표 노동조합의 소수노동조합에 대한 이러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의무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단체교섭 과정의 모든 단계에 있어서 소수노동조합에 일체의 정보를 제공하거나 그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완벽하게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고, 이때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단체교섭의 전 과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찰하여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관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절차를 누락하거나 충분히 거치지 아니한 경우 등과 같이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가지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함으로써 소수노동조합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7다263192 판결 등 참조). 또한 교섭대표 노동조합이나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차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와 같은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은 교섭대표 노동조합이나 사용자에게 그 주장.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1)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의 내용적 합리성

(가)

살피건대,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은 아직 정년이 도래하지 아니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통상의 정년 규정인 같은 조 제1항과는 달리, 이미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로서 참가인 회사와 관계에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를 맺고 있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여 이들과의 사이에서 근로가능연한을 새로 정함으로써 근로기간의 종기를 재설정하는 규정으로 볼 수 있다.

(나)

그런데 앞서 인정된 사실관계 및 변론 전체의 취지로부터 추단되는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의 신설 경위, 그 문언의 형식 및 내용, 적용대상 및 그에 대한 사업장 내 근로자들의 태도, 적용에 수반되는 불이익을 보상하기 위한 수단의 존부 등에 대한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이 애당초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없는 사항이라거나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원고는 채용 당시부터 무기계약직 내지 사실상 정규직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2014년 취업규칙 제73조에 의해 정년이 도래하여 퇴직을 하게 된 2011년경에는 참가인 회사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정년퇴직자의 재고용을 위한 절차나 방법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이 없었던 까닭에, 정년 후에도 종전과 동일한 근로조건 하에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서 근로를 제공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참가인 회사는 2015년경부터 향후 정년으로 퇴직하는 근로자를 재고용할 경우 1년 단위의 촉탁직(계약직)을 원칙으로 하여 별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로 방침을 정하였고, 이에 수반하여 이미 정년이 도과한 근로자로서 재고용되었으나 촉탁직이 아니라 원고와 마찬가지로 기간의 정함이 없이 종전과 동일한 근로조건으로 근로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고령인 일부 근로자들의 근로관계도 이에 맞추어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2 이러한 목적 하에 참가인 회사는 과반수 노동조합인 공동교섭대표단의 동의를 얻어 2015년 단체협약 제20조 제1항으로 정년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면서, 같은 조 제2항에다가 원고와 동일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촉탁직으로 재고용할 것을 전제로 단체협약이 효력을 발생하는 때인 2015. 1. 1.부터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근로관계를 일괄적으로 종료시키는 내용을 추가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사용자인 참가인 회사의 입장에서 볼 때 합리성 및 필요성이 인정된다. 3 한편 이러한 2015년 단체협약 제20조 규정은 종전 판결을 통해 사후적으로 무효로 선언되었으나, 원고와 동일한 지위 또는 이해관계에 있던 다른 근로자들 대부분은 2015년 단체협약 제20조 제2항에서 정한 바에 따라 2015. 12. 31. 기존의 기간의 정함이 없이 계속되던 근로관계 종료의 효력을 수용한 채, 참가인 회사와 사이에 촉탁직으로 근로계약을 다시 체결하여 근로관계를 유지하였는바, 이는 사용자의 사업장 내 적용 대상자인 근로자들의 협조 하에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4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는, 종전 판결에 의해 2015년 단체협약이 무효임이 확정된 후 종전 판결의 취지에 맞게 단체협약의 유효한 체결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갖추는 한편, 내용상으로 정년을 도과한 후 기간의 정함이 없이 근로관계를 맺고 있던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관계 종료 시점만 변경되었을 뿐 2015년 단체협약 제20조 제1항, 제2항의 취지를 그대로 반영함과 동시에 기존에 정년퇴직자의 재고용을 위해 1년 단위의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내용을 명시적으로 포함시킨 것으로서, 이미 2015년부터 있었던 정년 및 정년을 도과한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관계 조정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성립한 것이다. 참가인 회사는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이 시행된 후 위 규정에 따른 원고와의 근로관계 종료를 앞두고 수차례 원고에 대해 촉탁직 근로계약의 체결에 응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함으로써 다른 적용대상인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근로관계 종료 이후로도 촉탁직 근로자로서 재고용될 기회를 부여하였다. 5 비록 참가인 회사의 사업장 내에서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의 시행일인 2021. 4. 1. 기준으로 위 규정의 적용대상자가 원고뿐이었다고 하더라도, 위 규정의 문언 자체가 그 적용대상자를 특정한 근로자나 근로자 집단으로 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은 규정의 신설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기간의 정함이 없이 계속하여 근로관계를 맺고 있던 원고를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입법취지에 반하여 참가인 회사의 사업장에서 강제로 축출하기 위한 악의적인 의도에 따라 도입된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그 적용대상자가 원고로 한정된 것은 2020년 단체협약이 체결되어 적용될 시점에 있어 참가인 회사 사업장 내 근로자의 취업 현황이나 연령 분포가 종전과 달라진 데에 따른 우연한 결과로 봄이 타당하다. 6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지를 받을 당시 원고는 만 70세의 고령인 근로자였다. 한편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이 원고와 같이 정년이 도과한 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근로관계를 유지하던 근로자에 대해 종전보다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내용임은 인정된다. 그러나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단서 제4호는 고령자고용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하고 있는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로 정하고 있는데, 이는 정년을 이미 도과한 고령자에 대하여도 일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할 경우, 고령자에 대한 채용 자체가 기피되어 고령자에 대한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고령자고용법 제21조는 사업주에게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그 직무수행 능력에 맞는 직종에 재고용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고령자인 정년 퇴직자를 재고용할 때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퇴직금 등 계산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할 때 종전의 근로기간을 제외할 수 있고 임금의 결정을 종전과 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정년 퇴직자인 근로자를 그렇지 아니한 근로자와 비교하여 달리 취급할 수 있도록 규정한 기간제법 및 고령자고용법의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해당 근로자의 고용 기회를 완전히 박탈하는 등 과도하게 불이익한 결과가 되지 않는 한 개별 근로계약을 통해서는 물론, 사업장 내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하에 이루어지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통해 정년이 도과한 후 기간의 정함이 없이 계속하여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도 사업의 특성이나 사업장 내 근로자들의 연령 분포 등을 감안하여, 촉탁직으로의 전환을 통해 정년 이후의 근로가능기간을 제한하는 등 기존의 근로조건을 다소 불리하게 변경하더라도, 이는 합리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2)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의 신설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

(가)

살피건대,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은 I 분회와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확정된 L 분회가 참가인 회사와의 교섭을 거쳐 신설된 규정이다. I 분회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이상 향후 참가인 지회와 L 분회 사이에 2020년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한 교섭이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신설된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의 경우 이미 5년 전에 있었던 2015년 단체협약의 체결 당시 이와 목적이나 내용에서 대동소이한 규정이 신설된 적이 있었으며, 단체협약의 체결 후에는 그 효력에 관하여 원고와 참가인 회사, 공동교섭대표단 사이에 법적 분쟁이 있기도 하였는바, 2020년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한 교섭 사실이나 2020년 단체협약에 신설된 제20조의 내용에 관하여 I 분회 측에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나)

그러나 L 분회는 2020년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한 교섭 과정에서는 물론, 그 체결 단계 및 체결 이후에도 2020년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한 교섭의 진행 사실 및 그 대략적인 교섭 내용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I 분회에게 제공하지 아니하였다. 특히 신설된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은 참가인 회사가 L 분회에 적극적으로 요청하여 포함된 규정으로서, 이는 정년이 도과한 상태에서 기간의 정함이 없이 근로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고령의 근로자들에 대해 정년 이후의 근로가능기한을 새로이 설정하는 규정인바,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고, 그 내용대로 2020년 단체협약이 시행될 경우 적용대상자는 I 분회에 소속된 원고가 유일하였다. 이처럼 참가인 지회의 사업장 내 조합원 내지 근로자 중에서 직접적이고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갖는 근로자가 소속된 노동조합에 대해 기본적인 내용조차 미리 통지하지 아니하고, 그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아니한 L 분회의 부작위는, 2020년 단체협약의 체결을 목적으로 한 교섭의 전 과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볼 때, 소수노동조합인 I 분회를 차별적으로 취급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다)

나아가 L 분회가 I 분회를 위와 같이 차별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피고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어려운바, 결국 L 분회는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가지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함으로써 소수노동조합인 I 분회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함으로써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에 따른 공정대표의무 규정은 강행법규라고 할 것이므로, 이를 위반하여 체결된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은 소수노동조합인 I 분회 및 그 소속 조합원인 원고에 대해 효력이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소결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은 정년이 지난 근로자에 대해 근로가능기한을 새로 설정하는 내용으로 원고 등 해당 근로자에 대해 불리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내용상 합리성은 인정된다. 다만 교섭대표 노동조합인 L 분회는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소수노동조합인 I 분회에 대해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는바, 2020년 단체교섭 제20조 제3항은 I 분회의 조합원인 원고에 대해 효력이 없다. 따라서 2020년 단체교섭 제20조 제3항은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지의 적법.유효한 근거가 될 수 없다.

3)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의 적용에 관하여

가)

관련 법리

(1)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란 사용자가 종전 취업규칙 규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여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고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이나 강화된 복무규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권리나 이익이란 종전 취업규칙의 보호영역에 따라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가리킨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18다301527 판결 등 참조).

(2)

한편 취업규칙의 변경으로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 즉 ’회의 방식‘에 따른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대법원 1977. 7. 26. 선고 77다355 판결, 대법원 1990. 4. 27. 선고 89다카7754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여러 근로자집단이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어 비록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시점에는 어느 특정 근로자 집단만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장차 다른 근로자 집단에도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그 특정 근로자 집단은 물론 장차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을 포함한 근로자 집단이 동의주체가 되고, 그렇지 않고 근로조건이 이원화되어 있어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근로자 집단 외에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이 없는 경우에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 집단만이 동의 주체가 된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두2238 판결,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다35309 판결 등 참조). 그리하여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경우에 그 변경으로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종전 취업규칙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지만,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른 근로조건을 수용하고 근로관계를 갖게 된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당연히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된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4516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취업규칙의 개정이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것인지 여부는 취업규칙의 개정이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2다245518 판결 등 참조).

(3)

또한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3559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여기에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란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나아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와 절차적 권리로서 동의권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한편 신의성실 또는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적용은 강행규정에 관한 것으로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그 위반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1989. 9. 29. 선고 88다카17181 판결,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다42129 판결 등 참조),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위 대법원 2017다35588, 3559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

구체적인 판단

(1)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 및 관련된 근로자 동의의 부존재

(가)

살피건대, 참가인 회사가 2021. 2. 1.경 취업규칙 제73조에 제3항을 추가하는 등 취업규칙의 내용 일부를 변경하기 전까지 구 취업규칙에는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과 같은 내용의 규정은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점,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은 위와 같은 취업규칙 개정 당시에 구 취업규칙이나 개정된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1항에서 정한 정년 연령을 도과하여서도 종전과 동일한 근로조건으로 계속 근무함으로써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를 맺고 있던 고령인 근로자에 대해 전에는 없던 근로관계 종료 사유를 새로 설정함으로써 근로기간을 제한하는 취지이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점, 참가인 회사가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을 개정 또는 시행할 당시를 기준으로 참가인 회사의 사업장 내에서 장래 위 규정의 적용대상이 될 근로자는 원고가 유일하였던 점(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의 개정 또는 시행 시점을 기준으로 참가인 회사의 사업장에 원고를 제외한 모든 근로자는 정년이 도과한 후 촉탁직으로 재고용된 상태이고, 만약 참가인 회사가 향후 정년 연령이 지난 근로자를 신규로 채용하더라도,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2항에 따라 다른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촉탁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참가인 회사는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의 개정 및 시행에 앞서 원고에 대한 협의와 설득을 거치는 방법으로 원고의 동의를 얻지 못한 점은 앞서 인정된 바와 같고, 그 후로 원고가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을 수용하는 태도를 취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다.

(나)

이러한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근로기간의 제한 내지 근로기간의 종료 사유 등 근로조건에 있어 불이익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못한 이상, 피고 측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변경된 취업규칙의 내용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은 원고에 대해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원고에 대해서는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과 같은 근로기간의 제한 내지 근로기간 종료 사유가 없는 종전의 구 취업규칙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2)

동의주체가 되는 근로자의 동의권 남용 여부 직권으로 원고가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의 개정과 관련하여 그 적용대상이 되는 근로자로서 동의권을 남용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더라도, 기록상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오히려 1 참가인 회사가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의 개정 및 시행과 관련하여 애당초 원고로부터 필요한 동의를 얻기 위해 협의를 요청하거나 설득을 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2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서 위와 같은 내용으로 2020년 취업규칙을 개정하는 데에 동의한 L 분회조차도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과 동일한 내용인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I 분회의 분회장인 원고에게 그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의견을 수렴하려는 시도를 한 적은 없었는바, 원고는 동의권의 합리적인 행사를 위한 전제가 되는 최소한의 관련 정보의 제공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3 참가인 회사는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이 시행될 무렵인 2021. 3. 31.경부터 원고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위 규정에 따른 기존 근로관계의 종료와 그에 따른 후속 조치로서 촉탁직으로의 근로계약 체결을 요구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원고에 대해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을 초래하는 위 취업규칙의 개정.변경이 완료된 후 그 내용을 집행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사정을, 그에 앞서 취업규칙의 개정.변경 단계에서 이루어졌어야 할 동의권 행사와 관련하여 그 남용 여부의 판단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다)

소결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 제3항은 정년이 지난 근로자에 대해 근로가능기한을 새로 설정하는 내용으로 그 적용대상자인 원고에 대해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임에도, 참가인 회사는 위와 같은 변경에 앞서 원고로부터 그에 관한 동의를 얻지 못하였고, 달리 원고가 그에 관한 동의권을 행사함에 있어 그 권리를 남용한 사정도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2020년 취업규칙 제20조 제3항은 원고에 대해 효력이 없다. 따라서 2020년 취업규칙 제20조 제3항도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지의 적법.유효한 근거가 될 수 없다.

라.

소결론 참가인 회사의 2020년 단체협약 제20조, 2020년 취업규칙 제73조는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지의 적법.유효한 근거가 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예비적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지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을 위반하여 원고를 부당하게 해고한 것이라 할 것인바,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재심판정 중 부당해고 부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부당해고 부분) 내에서 이유 있어 일부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어야 하는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수제(재판장) 양진수 하태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