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3. 12. 30. 설립되어 상시 약 2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운송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2018. 4. 1. 참가인에 입사하여 택시 운전원으로 근무한 근로자이다.
참가인은 2020. 9. 11. 원고에게 징계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통지하였고, 2020. 9. 15. 징계위원회(이하 ‘이 사건 징계위원회’라 한다)를 개최하여 다음과 같은 징계사유를 들어(이하 순번에서 ‘제○ 징계사유’라 하고, 통칭할 경우에는 ‘이 사건 각 징계사유’라 한다) 원고에 대한 해고를 의결하여 그 결과를 원고에게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1>
원고는 참가인을 상대로 2020. 12. 22.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구제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4. 20.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가 존재하고 징계양정이 적정하며 징계절차에 하자가 없어 이 사건 징계처분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E).
이에 원고가 불복하여 2021. 5. 18.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7. 12.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가 제1, 10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참가인은 소속 근로자가 이 사건 취업규칙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장소에 이를 게시하거나 갖추어두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취업규칙은 효력이 없다. 따라서 무효인 이 사건 취업규칙에 근거한 이 사건 해고는 위법하다.
설령 이 사건 취업규칙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해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제1 징계사유(대리운전 이중취업)의 경우, 이 사건 겸직금지규정은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없는 근로자의 사생활의 범주에 속하는 겸직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겸직을 전면적·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서 효력이 없고, 원고의 대리운전 행위로 인해 참가인에 대한 노무제공에 지장이 생긴 바도 없으므로, 위 겸직금지규정에 근거하여 원고를 징계할 수 없다.
제2 징계사유(불성실 근로제공)와 제3 징계사유(수입금 감소)의 경우, 참가인이 일방적으로 2인 1차제로 변경하고 원고의 차량을 회수하는 등 참가인의 귀책사유로 원고가 상당 기간 근로를 제공할 수 없었던 것이지 원고가 불성실하게 근로한 것이 아니다. 운송수입금 감소를 이유로 원고를 징계하는 것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이라 한다) 제21조에 반하여 위법할뿐더러, 참가인이 2인 1차제로 변경함에 따라 기존 배차시간이 절반으로 단축되어 원고의 근무시간과 수입금이 감소한 것일 뿐이므로, 이를 이유로 원고를 징계할 수 없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겸직금지규정이 자신에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생계를 위하여 부득이 대리운전 업무를 하면서도 퇴근 이후의 시간을 활용하여 참가인에 대한 노무제공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려 하였으며, 2020년 3월경 및 2020년 4월경에 원고의 월별 택시 운행시간이나 영업수입이 감소한 것은 참가인이 갑자기 2인 1차제로 근로조건을 변경하고 차량을 회수하여 원고의 근로제공에 대한 수령을 거부한 귀책이 있었기 때문이며, 원고와 같이 대리운전 업무를 한 H와 I에게는 정직 2월의 징계만 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해고는 그 징계양정이 과도하여 위법하다.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 을가 제2 내지 9, 14, 1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참가인은 2020. 2. 29.부터 원고를 포함한 7명의 근로자들(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에 대한 2인 1차제 근무 일정표를 게시판에 공지하였다. 이후 참가인은 2020. 3. 2.과 2020. 3. 5.에는 ‘매일 입금하여야 할 운송수입금을 입금하지 않고 있어 회사 경영에 막대한 악영향을 주고 있으므로 미입금 시에는 조치하겠다’는 취지를, 2020. 3. 13.에는 ‘운송수입금 성실납부, 교대근무, 부제차량 회사 입고 등과 관련하여 규정을 지키지 않은 근로자들은 차량 회수 조치를 행할 것’이라는 취지를 게시판에 공지한 후, 2020. 3. 15.부터 같은 달 16일까지 이 사건 근로자들이 참가인 외의 장소에 주차한 차량 7대 중 3대를 회수하였다.
그 후 참가인은 2020. 3. 31.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고의로 태업을 하였고 배차 조정 지시에 불응하였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을 하였고, 2020. 4. 3.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근무 후 차량입고, 부제일 차량입고, 교대근무 준수 등 근무수칙을 준수하라’는 공고를 하였다. 참가인은 2020. 4. 20. ‘사내 게시판을 통하여 경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태업이 계속되고, 근무 후 부제일 차량을 입고하지 않고, 교대근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정직 처분을 하였다가, 2020. 4. 23.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비위행위가 발견되어 위 정직 처분을 철회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다.
그 후 참가인이 2020. 9. 11. 이 사건 근로자들 중 원고를 포함한 5명의 근로자들에게 징계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통지하여 2020. 9. 15. 이 사건 징계위원회가 개최되었는데, 위 5명의 근로자들 중 H, I에 대하여는 각 정직 2개월, 원고와 J, K은 해고가 각 의결되었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징계위원회가 개최되기 전인 2020. 9. 10.경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이 사건 취업규칙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였고, 2020. 9. 22.경 참가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이 사건 취업규칙의 내용을 문의하였다.
판단
이 사건 취업규칙의 효력 유무<2>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정하는 기업 내의 규범이기 때문에 신설된 취업규칙의 효력이 생기기 위하여는 새로운 기업 내 규범인 것을 종업원 일반으로 하여금 알게 하는 절차, 즉 어떠한 방법이든지 적당한 방법에 의한 주지가 필요하다(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1다63599 판결의 취지 참조).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에 갑 제4, 5호증, 을나 제1 내지 4, 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이 사건 취업규칙은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에게 충분히 주지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참가인은 G 노동조합(이하 ‘참가인 노동조합’이라 한다)과 매년 협의를 통해 임금협약을 체결해왔는데, 2020년 및 2019년 각 임금협정서(을나 제2, 3호증)에는 이 사건 취업규칙상 성실의무의 내용을 구체화한 조항이 들어 있고(제6조), 성실 근로자와 불성실 근로자를 나누어 임금에도 차이를 두고 있다(제8조 제6호).
참가인 노동조합 소속 직원들은 ‘취업규칙 등 관련 서류들이 회사 사무실과 노동조합 사무실에 상시 비치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었고, 매년 임금협약 체결 시마다 내용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들었으며, 그 내용을 확인한 후 개별적으로 날인하였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고(을나 제7호증), 참가인 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매년 임금협약을 체결함에 따른 취업규칙 개정에 노조 위원장으로서 동의를 해왔다’는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다(을나 제4호증).
원고가 2019. 8. 1. 참가인과 사이에 작성한 근로계약서(을가 제1호증)에도 참가인의 취업규칙 등 제 규정과 본 근로계약을 성실하게 준수할 것을 서약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아래와 같이 주장하므로 차례로 본다.
먼저 원고는, 원고가 이 사건 징계위원회 개최 전후로 각 고용노동부와 참가인에게 이 사건 취업규칙을 요구한 것은 이 사건 취업규칙이 주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것과 같은 이 사건 취업규칙의 비치 및 내용 설명에 관한 참가인 노동조합 소속 직원 등의 사실확인서 내용 및 원고 자신도 2019. 8. 1. 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이미 이 사건 취업규칙의 존재 및 그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징계위원회의 개최 전후로 이 사건 취업규칙을 요구한 것은 이 사건 취업규칙의 존재 자체를 몰라서가 아니라 그 내용을 문서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음으로 원고는, ‘이 사건 취업규칙은 참가인의 사무실에 있는 알림판에는 게시된 적이 없고, 참가인 노동조합의 사무실의 경우 원고가 위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아니어서 자유로이 출입할 수 없었으므로, 이 사건 취업규칙이 여기에 비치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으며, 참가인 노동조합 사무실에 취업규칙을 비치한 것만으로 참가인이 모든 근로자에 대해 취업규칙을 주지시킬 의무가 이행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근로기준법 제14조는 사용자로 하여금 취업규칙을 근로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장소에 항상 게시하거나 갖추어 둘 것을 규정하고 있으나, 위 규정은 단속법규에 불과할 뿐 효력규정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사용자가 위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바로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무효로 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다28596 판결 등 참조). 앞서 살핀 바처럼 임금협약을 통해 공지되거나 참가인 노동조합 사무실에 게시됨으로써 이 사건 취업규칙의 내용이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이 알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이상 이 사건 취업규칙은 취업규칙으로서 효력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가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 이를 달리 판단할 수 없다.
제1 징계사유(대리운전 이중취업)의 존부
이 사건 겸직금지규정은 ‘종업원이 회사의 승인 없이 타직종에 종사하면서 영업행위를 했을 때’를 해고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바, 원고는 위 겸직금지조항이 모든 겸직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어서 무효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근로자가 다른 사업을 겸직하는 것은 근로자 개인능력에 따른 사생활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고,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직까지 전면적,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겸직금지조항은 그 문언상 참가인의 승인이 있는 경우에는 겸직이 가능할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는 점, 근로계약서(을가 제1호증)에도 소정근로시간 외의 운행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로이 운행할 수 있고 그 수입금은 개인수입으로 취득한 것으로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 점(제7, 8조), 2020년 임금협정서(을나 제2호증)에서 소정근로시간을 제외한 휴게시간은 운수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점(제4조)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겸직금지조항에서 금지하는 겸직의 의미는 모든 종류의 겸직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을 초래하는 다른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에 한하여 금지하는 것이라고 해석되므로, 원고 주장처럼 이 사건 겸직금지조항 자체가 무효라고 볼 것은 아니다.
한편 원고는 2020년 3월경부터 참가인의 승인 없이 대리운전을 해온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바, 이를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에 을가 제13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대리운전은 ‘참가인의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을 초래하는 다른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는 참가인의 허가 없이 개인사업을 영위함으로써 겸직금지의무를 위반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원고의 월별 택시 운행시간은 원고가 대리운전을 하였던 2020년 3월의 경우는 14시간 31분, 2020년 4월의 경우는 1시간 56분에 불과하여 그 이전인 2020년 2월의 운행시간인 57시간에 비해 현저히 적고, 원고의 영업수입 역시 2020년 3월의 경우 545,310원, 2020년 4월의 경우 67,800원으로 현저히 낮다.
대리운전은 원고가 참가인 소속 근로자로서 담당하는 업무와 동일하게 차량을 운전하는 업무이고, 이러한 업무의 형태, 시간, 체력에 미치는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참가인에 대한 노무제공에 상당한 영향을 줄 만한 성질의 것이라 할 것이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대리운전 업무를 한 기간 동안 월별 택시운행시간과 영업수입이 현저하게 감소하여 참가인에 대한 노무제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음이 수치상으로 확인된다.
원고는 참가인 소속 다른 근로자들 6명과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통하여 대리운전 업무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였는데(을가 제15호증), 이를 원고 주장처럼 원고가 위 근로자들과 모의하여 조직적으로 대리운전 업무를 한 것으로까지 볼 수는 없더라도, 참가인 소속 전체 근로자들(20명) 중에서 위와 같이 대리운전 업무 정보를 공유한 근로자들 수를 비교해 볼 때, 원고의 대리운전 업무는 참가인의 기업질서 또는 참가인에 대한 노무제공에 영향을 줄 정도였다고 판단된다.
제2, 3징계사유(불성실 근로 제공, 수입금 감소)의 존부
관련 법리
2019. 8. 27. 법률 제16563호로 여객자동차법이 개정되어, ‘운송사업자는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납하지 말고 운수종사자는 이를 납부하지 말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제21조 제1항 제2호 및 제26조 제2항 제2호(이하 ‘이 사건 신설조항’이라 한다)가 신설되어 2020. 1. 1.부터 시행되었다. 이 사건 신설조항의 신설이유는 ‘사납금 제도는 장시간 택시노동을 조장하는 등 택시 운수종사자들의 처우를 어렵게 하는 병폐로 오랜 기간 지적되어 온바,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에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에 관한 구체적 근거를 명시함으로써 택시업계의 고질적 관행인 사납금 제도를 근절하고 일반택시 운수종사자들의 처우 개선과 국민에 대한 양질의 택시서비스 제공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사건 신설조항의 도입 전부터도 여객자동차법은 이른바 전액관리제를 규정하였으나 현실에서 이를 우회하여 사실상 사납금제를 여전히 실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신설조항은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수하는 행위가 금지됨을 명확히 규정하였다. 이는 사납금제의 오랜 병폐를 시정하겠다는 입법자의 분명한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신설조항은 운송사업자가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운수종사자로부터 이를 수납하는 것을 금지할 뿐 아니라(제21조 제1항 제2호) 운수종사자가 자발적으로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운송사업자에게 이를 납부하는 행위 역시 금지하고 있는바(제26조 제2항 제2호), 이는 노사 간의 의사 합치가 있는 경우에도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수하는 행위는 예외 없이 금지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 사건 신설조항은 강행법규로 봄이 타당하고,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운수종사자의 운송수입금 기준액 미납을 징계사유의 하나로 정하고 있더라도, 그러한 조항은 강행법규인 이 사건 신설조항에 반하는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3도2318 판결 참조).
특히 운송수입금 기준액 미납을 이유로 승무정지나 해고 등의 징계를 하는 것은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설정하고 이에 미달하는 운수종사자는 근로에서 배제하거나 직장에서 축출하겠다는 것이어서, 이러한 방법으로 사실상 운송수입금 기준액 납부를 강제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이 사건 신설조항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정당한 이유(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참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운송사업자가 운송수입금 기준액 미납을 이유로 운수종사자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현행법이 방지하고자 하는 ‘운송수입금 감소에 따른 위험의 전가’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이 사건 신설조항이 사납금제를 금지한다고 하여 고의적인 근무 태만 등 불성실한 근로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므로(이 사건 신설조항은 오히려 운수종사자의 건전한 근로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다), 현행 여객자동차법에 의하더라도 ‘일정한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고 이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운수종사자에게 징계처분 등 제재를 가하는 것’이 금지될 뿐, 운수종사자의 근무시간 부족 등 불성실한 근로를 이유로 징계를 하거나 그 밖에 운송수입금 기준액 미납의 직·간접적 원인이 되는 비위행위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운송수입금 감소를 이유로 한 징계(제3 징계사유)의 가부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취업규칙은 제16조 제1항에서 ‘임금협정에 명시된 1일 주행거리 및 운송수입금 기준을 성실히 책임 수행하여야 한다. 또한 기준 미달이 상습일 때에는 본 규칙에 의해 징계한다’고 규정하고, 제40조에서는 위 제16조 제1항의 성실 결여자를 해고사유로 정하면서 제48조에서는 제40조에 해당된 자를 징계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바, 위 제16조 제1항의 ‘운송수입금’ 부분은 운송수입금 기준액 이상의 운송수입금의 수납과 납부를 금지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신설조항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처럼 무효인 위 제16조 제1항의 ‘운송수입금’ 관련 조항에 근거한 제3 징계사유(수입금 감소)는 인정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불성실 근로 제공을 이유로 한 제2 징계사유의 존부
앞서 살핀 것처럼, 운수종사자의 불성실한 근로를 이유로 징계를 하거나 그 밖에 운송수입금 기준액 미납의 직·간접적 원인이 되는 비위행위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은 가능한바, 앞서 인정한 사실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정들, 즉 ① 원고는 2020년 3월경부터 참가인의 승인 없이 대리운전을 해온 점, ② 참가인이 2020. 3. 2.부터 2020. 4. 3.까지 계속하여 근무수칙 준수를 지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은 점, ③ 원고의 2020년 3월과 2020년 4월의 경우 월별 택시 운행시간이 2020년 2월에 비해 현저히 적고, 그 영업수입도 종전과 비교하여 턱없이 줄어든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참가인의 승인 없이 대리운전을 하여 겸직금지의무를 위반함과 동시에 참가인의 정당한 운행지시에 계속 불응하면서 불성실하게 근로를 제공하였고 이것이 운송수입금 기준액 미납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원고에게는 제2 징계사유가 인정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아래와 같이 주장하므로 차례로 본다.
먼저 원고는, ‘참가인이 1인 1차제에서 2인 1차제로 변경한 것은 일방적인 근로조건의 변경으로서 무효이므로 원고가 참가인의 차량회수 조치 통보 등에 불응하였다고 하여 이를 불성실한 근로제공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의 근로계약서 제4조에는 ‘갑(참가인)은 업무상 필요에 따라 정해진 근무지, 근무부서 및 담당업무를 변경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2019년 임금협정에서도 급여산정의 원칙을 ‘2인 1차제’로 한다고 되어 있으며, 2020년 임금협정서에 ‘근무형태를 1일 2교대를 원칙으로 하되, 사업장의 사정에 따라 근로자와 회사의 합의에 의해 1인 1차제 형태의 근무도 할 수 있다’(제4조)는 취지가 규정되어 있다. 위와 같은 규정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 사업장에서의 근무형태는 원칙상 2인 1차제라 할 것이고, 참가인으로서는 배차제도를 변경할 재량이 있으며, 소속 근로자들로서는 1인 1차제의 근로조건 하에서 근무하고 있는 중에도 언제든지 다시 2인 1차제로 변경될 여지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참가인이 2인 1차제로 근로조건을 변경한 것은 유효하므로, 원고가 참가인의 ‘교대근무, 부제차량 회사입고 지시’ 등 업무지시에 대해 불응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원고는, ‘참가인이 2020년 3월경부터 2020년 4월말경까지 차량을 회수함으로써 원고의 근로 수령을 거부하였으므로 참가인의 귀책으로 원고의 월별 운행시간 및 영업수입이 감소한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 사업장의 근무형태의 원칙은 2인 1차제였으므로 참가인이 위와 같이 근무형태를 변경하고 이에 맞추어 근무하도록 하였다고 하여 원고의 근로 제공 수령을 거부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참가인의 차량 회수를 감안하더라도 위 기간 동안 원고와 유사한 처지에 있었던 다른 근로자들(H, I)의 운행시간과 영업수입(을가 제13호증의 3, 4)과 비교해서도 현저히 낮은 점에 비추어 원고의 월별 운행시간 및 영업수입의 감소가 참가인의 위와 같은 근무형태 변경 등 조치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이 사건 해고의 징계양정에 관하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그중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등).
한편 수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징계사유만으로도 당해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않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두6620 판결 등 참조).
징계처분이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징계자의 평소의 소행, 근무성적, 징계처분 전력 이외에도 당해 징계처분사유 전후에 저지른 징계사유로 되지 않은 비위사실도 징계양정에 있어서의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2다51555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다41420 판결 등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해고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이 사건 취업규칙 제40조는 제1, 2 징계사유를 각각 해고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제3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나머지 징계사유인 제1, 2 징계사유만으로도 원고에게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만큼의 귀책사유가 인정된다면 이 사건 해고는 적법하다. 설령 위 나머지 징계사유가 각자 개별적으로는 해고사유가 되기에 부족하더라도, 그 전체의 비위 정도를 합하여 보았을 때 해고의 기준을 충족한다면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하다.
택시 운송업은 그 근로제공행위의 특성상 택시 운행이 회사의 사업장 밖에서 이루어지므로 사용자가 근로자를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런데 원고가 근무 후 부제일 차량을 입고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참가인의 승인 없이 개인사업으로 택시영업과 유사한 여객영업사업인 대리운전을 한 행위는 경쟁관계의 영업행위에 종사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노사 간 신뢰관계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대리운전으로 인한 피로 누적은 승객을 안전하게 운송하여야 하는 택시 운전원의 직무수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제1, 2 징계사유만을 놓고 보더라도 원고의 비위행위는 그 정도가 상당히 중하다고 평가된다.
원고의 월별 택시 운행시간과 영업수입이 감소한 추이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비위행위는 상당한 기간 이루어졌으며, 근로관계에서 근로자의 기본적인 의무는 근로제공임에도 그 의무를 지속적으로 현저히 위반하였다. 나아가 원고의 대리운전은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면서 이루어지기도 한 점에 비추어, 위 근로자들의 대리운전과 그에 따른 불성실한 근로 제공으로 인하여 참가인의 사업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참가인 내 다른 직원들의 사기가 저해되고 참가인의 기업질서가 크게 훼손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2020. 3.경부터 2020. 5.경까지 원고와 마찬가지로 대리운전을 하면서 택시 운행 업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였다는 이유로 정직 2월의 징계를 받은 참가인 소속 다른 근로자들(H, I)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원고의 영업거리, 영업시간이 더욱 현저하게 감소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해고가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거나 형평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결
원고에 대해서는 제3 징계사유를 제외한 나머지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제3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비위의 내용과 정도에 비추어 볼 때 해고의 징계양정은 적정하므로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재심판정에는 위법이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하태한(재판장) 오현규 김유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