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 5. 28. 선고 2024누48338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2. 관계 법령 및 원고의 내부 규정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의 각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별지와 약어를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원고의 근로자 중 일부가 취업규칙의 정년 규정을 초과하여 근무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와 해당 근로자 사이에 체결된 개별적 근로계약의 내용에 따른 것이지, 이를 근거로 취업규칙의 효력이 부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제정 취업규칙 및 2022년 취업규칙의 정년 규정은 유효하다. 2023년 취업규칙은 제51조에서 종전과 동일한 정년 연령을 정하는 한편, 부칙 제2조를 통하여 이미 정년이 도과한 근로자의 근로관계 종료시점을 2023. 2. 28.까지 유예하였으므로, 2023년 취업규칙 개정으로 근로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이와 달리 2023년 취업규칙의 개정이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라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더라도, 2023년 취업규칙 제51조와 부칙 제2조는 그 전체가 ‘정년 도달 후 촉탁사원 재고용’이라는 하나의 근로조건을 정한 것이므로 동의주체는 원고 소속 근로자 전부라고 보아야 한다. 원고의 근로자 8명 중 참가인을 제외한 7명이 취업규칙 개정에 동의하여 취업규칙 변경의 절차적 요건이 충족되었으므로, 2023년 취업규칙은 적법하게 개정되었다.

원고는 2022. 5. 31. 정년 도과를 이유로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종료하였고, 2023. 1. 30.경 재차 참가인에게 정년퇴직을 통보하는 등 참가인의 정년 도래 사실을 인식한 뒤 여러 차례 근로관계 종료 의사를 밝혔다. 따라서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에 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체결되었다거나 2023년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개별 근로계약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참가인에 대하여도 정년 도달일에 관한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가 적용된다.

따라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에 따라 2023. 2. 28. 종료되었다.

2)

참가인의 주장

참가인은 2023년 취업규칙을 통하여 정년 규정이 실질적으로 창설됨으로써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다. 2023년 취업규칙 제51조는 ‘2023. 1. 1. 기준 만 60세 미만’ 근로자에게만, 부칙 제2조는 ‘2023. 1. 1. 기준 만 60세 이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므로, 2023년 취업규칙은 근로조건이 이원화되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 원고는 위 부칙 제2조의 유일한 적용대상인 참가인의 동의를 얻지 못하였으므로,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는 효력이 없다.

나아가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이 우선하여 적용된다. 2023년 취업규칙 개정 당시 참가인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서 2023년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향유하고 있었으므로,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는 참가인에게 적용될 수 없다.

설령 참가인에게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가 적용된다고 보더라도,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의 내용과 참가인의 계속적인 노무 제공 사실 등을 고려하면, 참가인에게는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 그럼에도 원고가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을 거부하고 참가인과의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한 것은 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정년퇴직 처리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원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참가인에게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도 않았으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참가인에 대한 해고는 효력이 없다.

나.

인정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아래와 같이 수정하는 것 외에는 제1심 판결의 이유 중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제1심판결 7면 표 아래 1행의 “참가인 및 F에게”를 “참가인에게”로 고치고, 7면 2행의 “거절하였고,”부터 4행의 “체결하였다.”까지를 “거절하였다.”로 고친다.

다.

판단

1)

제정 취업규칙 및 2022년 취업규칙 중 정년 규정의 효력 및 참가인의 근로계약상 지위

가)

앞서 본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와 을가 제12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원고는 2023년 취업규칙 개정 이전까지 연령이 만 60세를 도과한 근로자들에 대하여도 곧바로 정년퇴직 처리를 하지 않은 채 근로관계를 유지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가 제12호증), ② 원고는 2022. 12. 16. 2023년 취업규칙 개정 설명회 종료 직후 참가인을 포함한 직원들에게 ‘금일 14시 30분이었던 취업규칙 변경 설명은 업무일정으로 8시 45분으로 변경하여 설명 및 개정동의서 진행하였으며, 기존에 정년 규정이 사문화되었지만 이제 제대로 적용함으로 정년 기도과자는 2023년 2월 28일에 정년 도달한다는 내용을 다시 한번 전달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던 점, ③ 원고는 2023. 7. 12. 부산지방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2022년 8월경 부당해고구제신청과 임금체불사건으로 취업규칙에 정년 규정은 있지만, 정년 규정을 관리하고 있지 않아 사문화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정년 규정 실질화를 하기 위해 취업규칙을 변경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 ④ 원고는 2023. 10. 17.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기존 취업규칙의 정년 규정이 사문화되어 정년이 없었다. 기존 취업규칙으로 모든 직원들한테 정년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정년을 도과해서 근무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제정 취업규칙 제43조의 정년 규정 및 2022년 취업규칙 제51조의 정년 규정은 실질적으로 근로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제정 취업규칙의 정년 규정이 사실상 실효된 상태였던 이상, 2021. 4. 30.경 제정취업규칙에 따른 참가인의 정년일이 도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정이 근로계약의 내용에 어떠한 변동을 초래하였다고 볼 수 없고,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는 종전과 같은 근로관계가 유지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2020. 4. 29.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서 작성된 근로계약서에 “근로계약기간: 2020. 5. 1.부터 퇴사시까지”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정년이나 근로기간 종기에 관한 내용은 명시되어 있지 않은바, 2023년 취업규칙 개정 전까지 참가인은 원고와 사이에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다)

설령 이와 달리 제정 취업규칙과 2022년 취업규칙의 각 정년 규정이 실효되지 않았고, 2021. 4. 30.경 정년 도달로 인한 근로관계 종료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보더라도 앞서 본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2023년 취업규칙 개정 이전까지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가 유지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①

고용기간이 만료한 후 노무자가 계속하여 그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에 사용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전고용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고용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662조 제1항 본문). 따라서 정년 등으로 종기가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정년 연령이 도과한 뒤에도 동일한 내용의 노무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하지 않은 경우라면, 이는 근로조건 중 근로계약의 종기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 동일한 내용으로 하는 근로관계, 즉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②

참가인은 2021. 4. 30. 제정 취업규칙 제43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정년(만 60세가 되는 달의 말일)에 도달하였다. 그럼에도 원고는 2022. 4. 13.경 이전까지 참가인에게 정년 도달을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제정 취업규칙 제43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정년 연장의 약정을 체결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참가인으로서는 만 60세에 도달한 뒤에도 종전과 같은 근로계약이 유지된다고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③

참가인은 1988. 5. 21.경부터 원고 회사에서 선원 관리, 수산물 판매, 어획량 관리, 작업장 관리업무 등 업무를 수행하여 왔고, 정년이 도과된 뒤에도 동일한 노무를 제공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④

원고는 2022. 5. 31. 정년 도달을 이유로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종료하였고, 이에 대하여 참가인이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자 근로관계 종료를 취소하고 2022. 8. 25.경 참가인을 복직시켰다. 참가인이 복직한 이후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서 정년 또는 근로계약의 종기에 관하여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사정은 나타나지 않는다.

2)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의 효력

가)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 신설의 절차적 요건 충족 여부

⑴ 관련 법리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의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으나,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이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내용일 때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 즉 당해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요한다(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다2507 판결,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49377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 일부를 이루는 규정의 변경이 일부의 근로자에게는 유리하고 일부의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경우 그러한 변경에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요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근로자 전체에 대하여 획일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고, 또 이러한 경우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전체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우며, 같은 개정에 의하여 근로자 상호 간의 이, 불리에 따른 이익이 충돌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다1893 판결 등 참조).

여러 근로자집단이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어 비록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시점에는 어느 근로자집단만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도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일부 근로자집단은 물론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집단을 포함한 근로자집단이 동의 주체가 되고, 그렇지 않고 근로조건이 이원화되어 있어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근로자집단 이외에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집단이 없는 경우에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집단만이 동의 주체가 된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두2238 판결 참조).

⑵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사실,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을 위 법리를 토대로 살펴보면, 2023. 1. 1.을 기준으로 이미 만 60세를 도과한 참가인과 F은 원고의 나머지 근로자들과 비교해 볼 때 근로관계의 종료 시점에 관하여 근로조건이 이원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의 신설에 관하여는 참가인과 F만이 동의 주체가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이 위 규정의 신설에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라는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다.

①

제정 취업규칙이나 2022년 취업규칙에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와 같은 내용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는 이미 정년이 도과한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2023. 2. 28.을 기준으로 근로관계의 단절을 초래하는 내용으로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②

2023년 취업규칙 제51조는 정년이 도래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관계의 종기를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장래에 향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취지의 규정이므로, 2023. 1. 1. 기준 이미 만 60세를 도과한 참가인과 F에게 위 규정이 적용될 수는 없고,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만이 적용된다. 반면, 참가인과 F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은 2023. 1. 1.경에는 물론 장래에도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의 적용을 받을 여지가 없고, 다만 향후 정년이 도래하면 2023년 취업규칙 제51조 본문에 따라 근로관계가 종료되거나 제51조 단서에 따라 촉탁 사원으로 재고용될 수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이 2023년 취업규칙 제51조와 부칙 제2조는 그 적용대상과 효과가 분명하게 구분된다.

③

근로관계의 종기에 관한 규정은 근로조건의 핵심적인 부분에 해당하고, 근로조건이 이원화되어 있는지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이 원고 주장과 같이 급여, 인사, 노무관리 등 요소로 한정된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더욱이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는 위 취업규칙이 개정된 2022. 12. 16.경부터 불과 3개월가량 뒤인 2023. 2. 28.경 근로관계를 최종적으로 종료하는 규정이고, 이로 인하여 근로자에게 초래되는 불이익의 정도가 작지 않으므로, 절차적 타당성이 더욱 강하게 요구된다.

④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는 참가인과 F 2인에 불과하여 전체 근로자 수(8명)와 비교하면 현저히 적다. 그런데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의 따라 위 규정 신설의 효력을 결정하게 하는 경우, 아직 정년이 도래하지 않은 근로자 5명만 찬성하면 참가인과 F이 모두 반대하더라도 위 규정은 유효하게 된다. 근로관계의 종기에 관한 규정을 그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장차 적용될 가능성도 없는 근로자들로 하여금 결정하게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94조의 입법목적, 즉 사용자의 일방적 취업규칙의 변경 권한에 한계를 설정하고 근로조건의 노사대등원칙을 실현하고자 하는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나)

동의 주체가 되는 참가인의 동의권 남용 여부

⑴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과정에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행사할 때도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란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나아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와 절차적 권리로서 동의권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신의성실 또는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적용은 강행규정에 관한 것으로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그 위반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다42129 판결,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3559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⑵ 구체적 판단

참가인이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의 신설과 관련하여 그 적용대상이 되는 근로자로서 동의권을 남용한 것인지에 관하여 직권으로 살펴보더라도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참가인이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①

원고는 2022년경 참가인에 대하여 정년퇴직 처리를 하였다가 참가인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자 참가인을 복직시킨 바 있으므로, 참가인이 정년 도과를 이유로 한 근로관계의 종료를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원고가 2023년 취업규칙 개정에 앞서 참가인의 동의를 얻기 위하여 협의를 요청하거나 참가인을 진지하게 설득하였다는 사정은 나타나지 않는다.

②

원고는 2023년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동의 절차를 진행하기 불과 나흘 전인 2022. 12. 12.경 선원을 제외한 임직원들에게 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통지하였고, 2022. 12. 16. 09:15경 참가인을 포함한 직원들에게 ‘금일 08:45경 2023년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설명 및 개정 동의 절차를 진행하였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따르면 원고는 30분 만에 취업규칙 개정에 관한 설명회를 진행하고 동의 절차까지 마친 것인데, 이와 같이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참가인을 포함한 원고 소속 근로자들이 취업규칙의 개정이 자신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충분히 숙고하고 토론 등을 통하여 의사를 형성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원고가 사전에 취업규칙의 개정 내용 및 개정에 따른 효과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였다거나 원고 소속 근로자들이 원고의 영향력이 배제된 상태에서 상호 의견 교환이나 토론 등 집단적인 논의를 거쳤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제출되어 있지 않다.

③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관계의 종기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사용자나 근로자에게 종신 근로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었다고 추단할 수 없고, 원고로서는 취업규칙 개정 당시 이미 정년이 도과한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관계의 종기를 정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원고가 영위하는 사업의 성격, 참가인이 담당한 업무의 특성 및 참가인의 근속연수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조속히 정리하는 것이 불가피하였다고 보이지는 않고,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를 신설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였다는 사정도 나타나지 않는다.

④

원고는 2023년 취업규칙 개정이 이루어진 뒤인 2023. 1. 30.경 및 2023. 2. 20.경 참가인에게 촉탁직 근로계약의 체결을 요구하였으나, 참가인은 이를 모두 거절하였다. 그러나 이는 이미 참가인에 대하여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을 초래하는 취업규칙의 개정이 완료된 뒤의 사정에 불과하여, 이를 근거로 2023년 취업규칙 개정 당시 참가인의 태도를 추단하기도 어렵다.

⑤

달리 참가인이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의 신설과 관련하여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하는 등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나타나지 않는다.

다)

소결

그렇다면 2023년 취업규칙 부칙 제2조는 그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효력이 없고, 참가인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정년퇴직 처리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인 참가인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의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서 해고에 해당한다.

3)

참가인에 대한 해고의 효력에 관한 판단

가)

참가인에 대한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지 여부

근로자가 정년이 지난 후에도 사용자의 동의 아래 기간의 정함이 없이 사용자와의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여 왔다면,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당해 근로자가 정년이 지났다거나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관계를 해지할 수는 없고, 당해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2두12809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고는 이미 정년이 도과하여 원고와 사이에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를 형성한 참가인을 상대로 정년이 지났다거나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관계를 해지할 수는 없다. 원고가 정년 도과를 이유로 참가인과의 근로계약을 종료한 것은 해고의 정당한 이유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참가인에 대한 해고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추단할 만한 사정 또한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진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나)

원고가 참가인에 대하여 서면통지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

해고 절차의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 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고가 2023. 2. 27. 참가인에게 ‘취업규칙 내 정년 규정을 실시함에 따라 기존에 이미 만 60세를 도과한 직원은 2023. 2. 28.부로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달리 원고가 참가인에게 서면으로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통지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서 정한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

다)

소결

따라서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같은 취지의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참가인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항석(재판장) 백승엽 황의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