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 8. 27. 선고 2024누50720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중앙노동위원회가 2023. 8. 14.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해고 구제 재 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 중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보조참가로 인해 생긴 부분 은 피고보조참가인이 각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근거하여 제1심 판결이유 중 '1. 재심판정의 경위' 부분을 인용한다.

2.

관계 법령 및 참가인의 내부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22. 1. 1. 만 60세가 되어 참가인의 당시 취업규칙 제85조에 따라 그달 말일인 2022. 1. 31. 정년연령(이하 '정년'이라고만 한다)이 도래하였으나, 원고는 2022. 2. 1. 이후에도 종전과 같은 내용의 노무를 계속 제공하였고 참가인도 이의를 하지 않고 묵시적으로 동의하여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는 이전 근로계약과 조건은 동일하되 기간은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참가인은 2022. 12. 30. 원고가 참가인 회사 자재(포금부시, BRONZE)를 횡령하였다고 거짓 주장을 하면서 원고에게 이 사건 퇴직원의 작성 · 제출을 강요하고, 나아가 원고의 정년이 2023. 1. 31.에야 비로소 도래한다고 기망하거나 원고의 착오를 유발하였다.

원고는 참가인의 강요, 기망 또는 참가인이 유발한 착오로 인해 이 사건 퇴직원을 작성 · 제출하였다. 이 사건 퇴직원의 작성 · 제출에 의한 원고의 퇴직 의사표시는 무효이거나, 원고가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을 통해 이를 취소하였다.

결국 참가인이 2022. 12. 30. 자발적 퇴직의사가 없는 원고로 하여금 위와 같이 이 사건 퇴직원을 작성 · 제출하게 하고 이를 수리하는 형식으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도 않은 채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것은 해고의 실체적 ·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해고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피고 및 참가인의 주장

참가인은 2021. 4.경 소속 근로자의 정년을 만 60세<각주2>에서 만 61세로 연장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유효하게 변경하였고, 원고는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라 2023. 1. 31. 정년에 도달하게 되었다. 원고는 그 직전인 2022. 12. 30. 그러한 사정을 인식한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이 사건 퇴직원을 작성 · 제출하였고, 참가인은 이를 수리하였다. 이처럼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원고의 근로계약 해지 의사표시에 의해 종료되었을 뿐, 참가인이 원고를 해고한 것은 아니다.

다.

판단

1)

이 사건 퇴직원 작성 · 제출 당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

가)

정년을 연장하는 취업규칙의 변경 여부 및 시기

(1)

다음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 없거나, 을가 제4, 6호증, 을나 제5,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 원고는 G생이다.

㈏ 2019. 12. 1. 시행된 참가인의 취업규칙(이하 '기존 취업규칙'이라 한다) 제85조는 "직원의 정년연령은 만 60세가 되는 달의 말일로 한다. 단,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는 회사에서 정하는 바에 의하여 촉탁직 근로자로 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 참가인은 2023. 10. 18.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취업규칙 변경신고를 하였는데, 변경된 취업규칙 제81조는 "직원의 정년연령은 만 61세가 되는 달의 말일로 한다. 단,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는 회사에서 정하는 바에 의하여 촉탁직 근로자로 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 한편 참가인의 사업장에는 H생 근로자 I도 근무하고 있었는데, I는 만 61세가 되는 달의 말일인 2022. 4. 30. 정년퇴임식을 하고, 그 이후에도 2022. 5. 9.부터 2023.6.경까지 촉탁직 근로자로 더 근무하였다.

(2)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자는 퇴직에 관한 사항 등에 관하여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고(제93조 제4호),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제94조 제1항 본문), 취업규칙을 신고할 때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적은 서면을 첨부하여야 한다(제94조 제2항). 또한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근로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장소에 항상 게시하거나 갖추어 두어 근로자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제14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93조 소정의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정하는 기업 내의 규범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신설 또는 변경하기 위한 조항을 정하였다고 하여도 그로 인하여 바로 효력이 생기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고 신설 또는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이 생기기 위하여는 반드시 제14조 제1항에서 정한 방법에 의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법령의 공포에 준하는 절차로서 그것이 새로운 기업 내 규범인 것을 널리 종업원 일반으로 하여금 알게 하는 절차 즉, 어떠한 방법이든지 적당한 방법에 의한 주지가 필요하다(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1다63599 판결 참조).

(3)

참가인은, 2021. 4.경 현장기술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I가 만 60세가 되어 기존 취업규칙에 따른 정년에 도달하자 정년을 만 61세로 연장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원고를 포함한 근로자들에게 그 사실을 공지하여 정년 연장에 관한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이 발생하였는데, 다만 변경된 취업규칙의 명문화와 고용노동부장관에 대한 변경신고만을 그 이후인 2023. 10. 18. 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앞서 든 증거에 을나 제4호증의 기재를 더하여 보아도 참가인의 취업규칙이 2021. 4.경 정년을 만 61세로 연장하는 내용으로 유효하게 변경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기존 취업규칙 제133조는 "이 규칙을 개폐할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은 후 행하며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참가인이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 정년을 연장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를 전혀 찾을 수 없다. 정년 연장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근로조건의 변경에 해당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용자가 근로자들의 의견을 듣거나 공론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년을 연장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 한편 참가인은 2021. 4.경 현장담당자 F을 통해 근로자들에게 정년 연장 사실을 공지하였다고 주장하고, 근로자들 중 J과 K이 작성한 각 사실확인서(을나 제4호증)에 '본인은 2021. 4.경에 정년이 만 61세로 연장되었다는 사실을 참가인으로부터 전달받아 정년이 만 61세임을 알고 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위 기재 내용만으로는 참가인이 정년을 연장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한 경위나 그러한 사실을 근로자들에게 알린 절차 및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 오히려 참가인 사업장에서 2022. 5. 31.까지 근무한 L은 '근무하는 동안 참가인및 관리자로부터 정년 변경에 대해 공고, 구두통보, 메시지, 전화 등 어떠한 수단으로 든 전달받거나 고지 및 안내 받은 사실이 없다. 퇴사하는 날까지 정년을 만 60세로 알고 있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제1심 법원에 제출하였고(갑 제6호증), 참가인이 정년을 연장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I 또한 '정년을 만 61세로 연장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한다는 내용을 들은 적이 없고, 정년 관련 취업규칙 변경사항을 다른 동료 근로자에게 공식적으로 안내하거나 고지한 사실을 보거나 들은 적이 없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이 법원에 제출하였다(갑 제9호증).

㈑ 다만 앞서 인정한 것처럼 I는 만 61세가 된 2022. 4. 30. 정년퇴임식을 하였다. 그런데 사용자가 개별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경영상 필요에 따라 정년을 도과한 특정근로자와 근로관계를 연장하는 경우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으므로, I가 기존 취업규칙에 따른 정년을 1년 도과한 시점에 정년퇴임식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설령 원고가 그 행사에 참석하였다손 치더라도, 참가인 사업장 근로자들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정년이 2021. 4.경 취업규칙에 의해 만 61세로 변경되었고, I가 그와 같이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라 2022. 4. 30. 정년퇴임을 한 것이라고 바로 인정하기 어렵다.

참가인 주장에 의하더라도 참가인 회사에서 정년까지 근무한 근로자는 원고, I를 포함한 3명에 불과하므로, I의 사례만을 들어 2021. 4.경 정년을 연장하는 취업규칙 변경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나아가 위와 같은 과정에서 원고를 포함한 근로자들일반으로 하여금 취업규칙 변경에 의해 만 61세 정년이 새로운 기업 내 규범이 되었다는 것을 널리 알게 하는 절차가 진행되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 참가인이 2023. 10. 18. 변경신고를 한 취업규칙은 정년에 관한 규정 외에도, 연차 유급휴가, 경조휴가, 휴일근로수당, 해고사유, 임산부의 보호,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등에 관한 다수의 규정에서 수정 · 추가 · 삭제가 이루어졌고, 부칙 제1조에 그 시행일은 "2023년 월 일"로 기재되어 있는데, 그중 유독 정년에 관한 규정만이 2021. 4.경 먼저 유효하게 개정되었음에도, 2023. 10. 18.에 이르러서야 그 내용을 포함한 변경 취업규칙의 명문화와 고용노동부장관에 대한 신고가 이루어졌다는 설명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 참가인의 인사부장 E도 2023. 5. 2. 열린 부산지방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현재까지 정년을 만 61세로 연장하는 취업규칙의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갑 제5호증).

(4)

뿐만 아니라 기존 취업규칙에 따른 원고의 정년일인 2022. 1. 31.이나 원고가 이 사건 퇴직원을 작성 · 제출한 2022. 12. 30. 이전에 정년을 만 61세로 연장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이 유효하게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 또한 찾을 수 없다.

(5 결국 적어도 2022. 12. 30. 이전에는 정년을 만 61세로 연장하는 취업규칙의 변경이 유효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인다.

나)

원고의 정년 도달 여부 및 시기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기존 취업규칙에 따라 만 60세가 된 달의 마지막 날인 2022. 1. 31. 정년에 도달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다)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

(1)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참가인의 기존 취업규칙 제13조 제1항 본문이 "근로자의 근로계약기간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과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1년 이내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3조 제2항이 "근로계약이 만료된 자로서 쌍방이 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지 않는 경우 묵시적으로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민법 제662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고용기간이 만료한 후 노무자가 계속하여 그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에 사용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전 고용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고용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근로자가 정년이 도과한뒤에도 계속하여 동일한 내용의 노무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근로조건 중 근로계약의 종기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동일한 내용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그런데 원고와 참가인은 2022. 1. 31. 원고가 정년에 도달한 뒤에도 서로 근로관계를 종료한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원고는 2022. 2. 1. 이후에도 종전과 동일한 노무를 제공해 왔으며, 참가인도 이 사건 퇴직원 작성 · 제출일인 2022. 12. 30.까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앞서 살펴본 것처럼 적어도 2022. 12. 30.까지는 기존 취업규칙이 효력을 발생하고 있었고, 원고나 참가인 모두 원고가 기존 취업규칙상 정년(만 60세)이 이미 도래하였다는 사실은 인식한 상태에서 종전과 같은 근로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2022. 2. 1. 이후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서는 묵시적으로 종전과 동일한 내용이되 기간은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와 달리 기존 취업규칙이 제85조 단서에 '정년 이후에는 촉탁직 근로자로 채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이나, 참가인의 사업장에 정년 후 묵시적 근로관계를 형성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 등의 사정을 들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위와 같은 근로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 그리고 원고와 참가인의 그러한 근로관계는 2022. 12. 30. 당시에도 변경 없이 유지되었다.

2)

참가인의 부당해고 인정 여부

가)

관련 법리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 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95974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강요에 의한 이 사건 퇴직원 작성 · 제출 여부

원고는, 참가인의 대표이사가 원고의 자재 횡령 사실을 추궁하면서 이 사건 퇴직원 작성 · 제출을 강요하기에 어쩔 수 없이 참가인이 제시하는 이 사건 퇴직원에 서명을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 · 추론할 수 있는 다음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위와 같은 강요에 의해 이 사건 퇴직원을 작성 · 제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 지 않는다.

㈎ 참가인은 피고의 심문회의에서 '2022. 12. 초순경 원고, 참가인의 대표이사, 인사담당 E 부장이 있는 가운데 원고에게 정년 일자를 알려 주면서, 2022. 12. 30.경 정년퇴임식을 하기로 했다. 원고는 2023. 1. 말에 정년에 도달하지만, 이 경우 해가 바뀌기 때문에 편의상 2022. 12. 30.로 조정하였다', '원고와의 촉탁 근로계약 체결 여부를 고민하다가 원고가 참가인 회사의 자재를 횡령하였다는 제보를 받고, 2022. 12. 30. 원고에게 이를 추궁한 뒤 촉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하였다. 같은 날 오후에 E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퇴직원에 서명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 원고는 피고의 심문회의에서 '참가인이 2022. 12. 30. 갑작스럽게 근로관계를 종료한다고 통보하였고, 참가인의 대표이사가 강압적으로 자재 횡령 건을 언급하면서 정년이 도래하였다고 말하여 이 사건 퇴직원을 쓰게 되었다', '60세가 넘어서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면 그만두는 줄 알고 이 사건 퇴직원에 서명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 원고와 참가인의 위 각 진술 중 정년퇴직이 최초로 논의된 시점이나 이 사건 퇴직원 작성 당시의 상황 관련 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고, 원고는 2022. 12. 30. 참가인의 대표이사로부터 자재 횡령 건에 관해 추궁을 받은 직후 이 사건 퇴직원을 작성 · 제출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참가인의 대표이사 등이 원고에게 '이 사건 퇴직원을 작성 · 제출하지 않으면 자재 횡령 건으로 민 · 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등으로 해악을 고지하며 이 사건 퇴직원의 작성 · 제출을 요구하였다는 사실에 관하여는 원고의 주장외에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찾을 수 없는 이 사건에서, 이 사건 퇴직원의 작성 · 제출 무렵 참가인 측이 원고에게 자재 횡령 건을 언급하였다는 사정만 가지고 원고가 참가인의 강요에 의해 이 사건 퇴직원을 작성 · 제출하였다고 바로 인정하는 것은 무리이다.

(2)

기망 또는 유발된 착오에 의한 이 사건 퇴직원 작성 · 제출 여부

㈎ E가 퇴직사유가 '정년'이라고 이미 표시된 이 사건 퇴직원 양식을 제시하며 원고에게 서명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다. 당시까지 유효한 취업규칙 변경에 따라 정년이 만61세로 연장된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원고의 정년은 기존 취업규칙에 따라 그 이전인 2022. 1. 31. 이미 도과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만, 다른 한편 이 사건 퇴직원 작성 · 제출 당시 참가인은, 2022. 4. 30. 정년퇴임식을 하고, 2022. 5. 9. 촉탁직 근로자로 전환된 I의 사례 등을 경험한 터였기에, 원고의 경우에도 그 예에 따라 만 61세가 되는 2023. 1. 31. 정년에 도달하는 것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진 상태에서 원고와 정년퇴임식 절차나 촉탁직 근로자 채용 등에 관해 논의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만으로 참가인이 원고의 정년 도과 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가 형성된 사실을 확정적으로 인식한 상태에서 그러한 사실을 숨긴 채 원고가 2023. 1. 31.에야 비로소 정년에 도달한다고 적극적으로 기망하여 원고로 하여금이 사건 퇴직원을 작성 · 제출하게 하였다고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

㈏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 ·추론할 수 있는 다음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원고는 참가인이 유발한 착오로 인해자신의 정년이 2023. 1. 31. 도래한다고 잘못 인식한 상태에서 이 사건 퇴직원을 작성 ·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①

앞서 살펴본 것처럼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는 정년이 지난 2022. 2. 1. 이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가 형성되었다. 근로자가 정년이 지난 후에도 사용자의 동의 아래 기간의 정함이 없이 사용자와의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여 왔다면,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당해 근로자가 정년이 지났다거나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관계를 해지할 수 없고, 당해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정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2두12809 판결 참조). 한편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제2항은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②

그런데 참가인은 2022. 12. 초경 원고에게 '2023. 1. 31.에 정년이 도래한다'고 말하고, 2022. 12. 30. 원고의 입사일자, 퇴직일자, 근속기간과 함께 퇴직사유가 '정년'으로 기재되어 있는 이 사건 퇴직원 양식을 교부하기에, 원고는 그 서면에 자필로 서명을 한 후 참가인에게 제출하였다.

③

참가인이 제시한 퇴직사유는 '정년'이었고, 달리 원고에게 근로관계를 종료해야 할 개인적인 사유가 있었다는 사정은 찾을 수 없으므로(원고와 참가인은 그 무렵 퇴직 이후 촉탁직 근로자 채용 문제를 논의하기도 하였다), 원고는 참가인으로부터 들은 대로 자신의 정년이 2023. 1. 31.에 도래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이 사건 퇴직원을 작성 ·제출하였다고 보인다.

④

그런데 원고는 만약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2022. 2. 1. 이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가 형성되어 2022. 12 30.까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객관적 사실을 알았더라면, 퇴직사유를 '정년'으로 하는 이 사건 퇴직원을 작성 · 제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⑤

결국 원고는 참가인이 정년에 관하여 제공한 그릇된 정보 때문에 정년이 곧 도래한다고 오해하여 이 사건 퇴직원을 작성 · 제출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 원고는 이 사건 2025. 7. 21.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퇴직원 작성 · 제출에 의한 퇴직의 의사표시를 취소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그 준비서면이같은 날 참가인에게 도달하였다.

(3)

참가인의 부당해고

㈎ 참가인은 2022. 12. 30. 원고로 하여금 착오에 의해 이 사건 퇴직원을 작성 · 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형식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켰으며, 나아가 원고의 이 사건 퇴직원 작성 · 제출에 의한 퇴직의 의사표시가 위와 같이 취소되기도 하였으므로, 참가인의 위와 같은 근로관계 종료는 실질적으로 참가인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한 해고에 해당한다.

㈏ 그런데 참가인의 위와 같은 근로관계 종료는 근로기준법, 기존 취업규칙이 정한 해고의 실체적(정당한 이유), 절차적 요건(해고사유와 해고시기 서면통지)을 갖추지 못하였음이 분명하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3)

소결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가 원고의 해지 의사표시에 의해 적법하게 종료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해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정당하지 않다.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판사 백승엽(재판장) 황의동 최항석

[별지]

각주1) 항소장의 항소취지 제2항 기재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일 "2023. 9. 12."은 "2023. 8. 14."의 오기로 본다. 원고는 이미 제 1심에서 2023. 10. 10.자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통해 청구취지 중 이 부분을 "2023. 8. 14."로 정정한 바 있다.

각주2) 엄밀히는 '만 60세가 되는 달의 말일'이나 편의상 '만 60세'로만 표시한다. '만 61세가 되는 달의 말일' 역시 '만 61세'로만 표 시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