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사안의 경과 및 심판범위
제1심법원의 판단
제1심법원은 원고들과 J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피고 및 M'에서의 전체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환송전 항소심법원의 판단
원고들과 J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① '피고 및 M'에서의 전체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예비적으로 '피고'에서의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 지급 청구) 또는 ② 피고의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선택적으로 구하였다(M에 대해서는 항소하지 않아 원고들의 M에 대한 퇴직금 지급 청구 부분은 분리 · 확정되었다). 환송 전 항소심법원은 J의 청구는 전부 기각하고, 원고들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피고'에서의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 청구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하여 피고가 불복하여 J를 제외한 원고들을 상대로 상고를 제기하였고, 원고들은 부대상고를 제기하였다가 취하하였는데(이로써 J의 피고에 대한 청구 부분은 분리 · 확정되었다), 대법원은 환송 전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이 법원으로
환송하였다.
당심의 심판범위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 중 원고들의 'M'에서의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 지급 청구 부분,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환송판결에 의하여 이미 확정되어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되었고, 원고들의 '피고'에서의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 지급 청구 부분만이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 부분만 판단하기로 한다.
기초사실
피고는 장례업, 장례비품 도 · 소매 및 대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장례지도사들이다.
원고들은 [별지 1] 표 원고별 '근무기간'란 기재 각 초일에 피고와 의전대행 위탁계약을 각 체결하고, 2015. 11. 20.경까지 피고의 지역본부에서 '의전팀장'으로 불리면서 장례의전대행 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가 장례의전업무를 M에 위탁하기로 함에 따라 피고와 원고들은 2015. 11. 21. 의전대행 위탁계약을 해지하기로 합의하였고(이하 '이 사건 해지 합의'라 한다), 원고들은 그와 같은 내용이 기재된 해지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해지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원고들은 2015. 11. 21.경 M과 의전대행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위 각 계약체결일부터 [별지 1] 표 원고별 '근무기간'란 기재 각 말일까지 장례의전대행 업무를 수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원고들 주장의 요지
원고들은 피고와 의전대행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해지 합의 전까지 장례의전대행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근로기준법상 피고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피고와 의전대행 위탁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이 사건 해지 합의가 이루어진 2015. 11. 21.경까지의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 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 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고들이 [별지 1] 표 원고별 '근무기간' 란 기재 각 초일에 피고와 사이에 의전대행 위탁계약을 각 체결하고, 이 사건 해지 합의가 이루어진 2015. 11. 21.경까지 의 기간 동안 피고의 지역본부에서 '의전팀장'으로 불리면서 장례의전대행 업무를 수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N 등 22명(이하 '관련사건 원고들'이라 한다)이 2016. 7. 21. 서울남부지방법원 2016가합2384호로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임을 전제로 퇴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17. 4. 14. 전부 승소의 판결을 선고받았고, 이에 대하여 피고가 항소(서울고등법원 2017나2022443) 및 상고(대법원 2018다278023)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어 그 판결 이 확정된 사실(이하 '관련 민사사건'이라 한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위 인정사실에다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민사재판에 있어서 다른 민사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는 점(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7다36445 판결 등 참조), ② 확정된 관련사건 원고들 역시 이 사건의 원고들과 마찬가지로 피고와 의전대행위탁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산하의 지역본부에서 '의전팀장'이라고 불리면서 장례의전대행 업무를 수행하다가 퇴직한 점, ③ 당시 관련사건 원고들과 이 사건 원고들의 의전대행 위탁계약은 동일한 형식으로 체결된 것으로 보이고, 관련사건 원고들이 장례의전대행 업무를 수행한 기간과 이 사건 원고들이 장례의전대행 업무를 수행한 기간이 상당 부분 일치하며, 그 업무의 내용이나 피고의 의전팀장에 대한 업무 배분 방식, 관리감독의 내용 등도 동일,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앞선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은 피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날([별지 1] 표 원고별 '근무기간'란 기재 각 초일 기재와 같다)부터 이 사건 해지 합의가 이루어진 2015. 11. 21.경까지의 기간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퇴직금 지급의무의 발생과 범위
원고들이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별지 1] 표 원고별 '근무기간'란 기재 각 초일부터 이 사건 해지 합의를 한 2015. 11. 21.경까지 각 1년 이상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다가 퇴사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며,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원고별 '근무기간', '재직일수', '1일 평균임금' 및 이에 따라 계산한'법정 퇴직금'이 [별지 2] 표 원고별 해당 란 각 기재와 같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에게 퇴직금으로 [별지 2] 표 '법정 퇴직금' 란 기재 각 돈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근로자의 퇴직금 채권은 임금채권으로 그 소멸시효 기간이 3년인데(근로기준법 제49조), 원고들이 이 사건 해지 합의로 피고에 대한 퇴직금 청구권이 발생한 2015.11. 21.로부터 3년이 지난 2021. 6. 25.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권은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 피고의 이 부분 항변은 이유 있다.
원고들의 소멸시효 남용 재항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등 참조).
다만 실정법에 정하여진 개별 법제도의 구체적 내용에 좇아 판단되는 바를 신의칙과 같은 일반조항에 의한 법원칙을 들어 배제 또는 제한하는 것은 중요한 법가치의 하나인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소멸시효 제도는 법률관계 주장에 일정한 시간적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그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다툼을 종식시키려는 것 으로서, 누구에게나 무차별적 · 객관적으로 적용되는 시간의 경과가 1차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설계되었음을 고려하면, 법적 안정성 요구는 더욱 선명하게 제기된다. 따라서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6다218713, 21872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원고들의 이 부분 재항변은 이유 없다.
원고들이 M으로 소속이 변경된 이후에도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계속하여 종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거나, 피고가 이 사건 해지 합의 당시 원고들에게 퇴직금 지급에 관한 고지나 안내를 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피고가 시효완성 전에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권 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원고들로 하여금 그러한 권리행사나 시효중단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해지 합의 당시 피고는 원고들뿐만 아니라 같은 지위의 다른 장례지도사들에게도퇴직금 지급에 관한 고지나 안내, 퇴직금 정산 조치 등을 실시하지 않았다.
원고들과 같이 장례지도사로 근무했던 관련사건 원고들이 이 사건 해지 합의일로부터 8개월 후인 2016. 7. 21.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퇴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관련 민사사건 제1심에서 전부 승소 판결이 선고되었고, 피고의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원고들로서는 관련사건 원고들이 관련 민사사건 제1심 승소 판결을 선고받은 2017. 4. 14. 무렵에는 피고에 대한 퇴직금 청구권이 발생하였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이 사건 해지 합의 후 3년 이내에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었다 할 것이므로, 객관적으로 원고들의 퇴직금청구권 행사에 어떠한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가 시효완성 후에 원고들에게 시효 이익을 포기하거나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볼 만한 정황은 찾을 수 없다. 다른 채권자들과 달리 원고들에게 특별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거나 같은 처지의 다른 장례지도사들이 시효완성 후에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았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퇴직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용호(재판장) 이병희 김상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