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6. 2. 6. 선고 2025누7824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B(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63. 12. 1.부터 1966. 4. 1.까지 사이에 대한석탄공사C광업소에서 근무하였고, 그 근무 당시의 분진이력으로 2001. 12. 3. 자 '병형: 제1형(1/0), 합병증: 활동성폐결핵(tba)'이라는 진폐 진단(이하 '1차 진폐 진단'이라 한다) 및 판정에 따라 요양결정을 받아, 2005. 12. 1.부터 2008. 6. 11.까지와 2010. 5. 2.부터 2010. 8. 2.까지 통원치료를 받은 외에는 사망일까지 계속해서 영월의료원과 D병원 등에서 입원하여 요양하던 중, 2018. 3. 20. 사망하였다.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이다.

나.

1995. 4. 29. 노동부령 제97호로 전부 개정되어 1995. 5. 1. 시행된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제57조 [별표 제5호]는 진폐로 인한 장해등급기준을 최초로 정하면서 신체장해등급을 1급, 3급, 5급, 7급, 11급으로 구분하였다. 이 장해등급기준에 의하면 진폐병형 제1형으로 판정된 자가 별다른 심폐기능의 장해가 없을 경우에는 장해급여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진폐병형 제1형이라는 1차 진폐 진단만 받은 망인의 경우에는 장해급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였다. 그런데 위 [별표 제5호]가 2003. 7. 1. 노동부령 제193호로 개정되면서 '심폐기능 장해가 없는 자로서 진폐병형이 제1형으로 판정된 자'도 신체장해등급 제13급을 부여하도록 하였고, 이로 인해 망인의 경우에도 1차 진폐진단에 기하여 신체장해등급 제13급에 해당하게 되었다.

다.

망인은 2016. 3. 15. 피고에게 1차 진폐진단에 기하여 장해급여를 청구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16. 3. 16. '망인의 경우에는 1차 진폐 진단으로 요양이 승인된 이후 현재까지 요양 중에 있으므로 장해등급을 결정할 수 있는 상태에 있지 않아 장해급여를 지급할 수 없고, 설령 요양이 승인될 당시 장해등급을 결정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112조의 규정에 따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사유로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

라.

그런데 대법원은 2016. 11. 25. '진폐증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볼 때 진폐의 합병증에 대한 요양을 이유로 치료 및 개선 가능성 없는 진폐증에 대한 장해 인정을 거부하는 것은 잘못이므로, 요양중인 진폐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진폐 판정 당시의 진폐 병형과 심폐기능 검사 결과에 의한 산재보상법상의 장해급여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하급심 판결을 확정시켰다(대법원 2016. 11. 25. 자 2016두48485 판결). 이에 피고는 2017. 5. 8. 「요양 중 진폐 장해급여 소송 패소에 따른 업무처리기준」(갑 제6호증, 이하 '1차 업무처리기준'이라 한다)을 만들어 장해보상연금이 도입된 2010. 11. 21. 이전부터 요양중이거나 요양 중 사망한 진폐근로자에 대하여도 장해급여를 지급하되, 진폐심사회의 결정통지서 도달일 다음날 또는 통지서 발송 이후 요양 시작일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적용하도록 하였다. 이에 망인은 2018. 2. 26. 1차 진폐진단에 기하여 다시 장해급여를 청구하였다(이후 망인의 사망으로 원고가 청구인의 지위를 승계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이러한 신청에 대하여도 '진폐 장해등급 제13급은 2003. 7. 1.에 신설되었으므로 2001. 12. 3.에 1차 진폐진단을 받은 망인의 경우에는 장해급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

마.

서울고등법원이 2018. 1. 18. '산재보험법에 따른 장해급여 청구권은 진폐증을 진단받아 이에 대한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어 치유된 때로 보게 되는 시점(진폐장해등급 제13급이 2003. 7. 1. 신설됨으로서 비로소 제13급에 해당하게 된 경우에는 2003. 7. 1.)부터 발생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하나, 피고가 진폐증의 합병증으로 요양 중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요양급여와 장해급여가 양립불가능하다는 이유 등으로 스스로 진폐증에 대한 장해등급 결정을 하지 않아 장해급여를 청구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피고가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자(서울고등법원 2017누73480 판결), 피고는 그동안 진폐로 요양 중인 근로자의 경우 장해급여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고,2018. 2. 7. 「진폐 요양 중 장해급여 소멸시효 적용 관련 업무처리기준(보험급여관리부-759호)」(갑 제7호증, 이하 '2차 업무처리지침'이라 한다)을 만들어 진폐보상연금이 도입된 2010. 11. 21. 이전에 진폐 요양 대상으로 판정되어 요양하고 있는 근로자에 대한 장해급여를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지급하지 않은 건, 진폐 요양 판정 당시 장해급여 지급 사유가 발생하였으나 아직 장해급여를 청구하지 아니한 건 등에 대하여 소멸시효를 주장하지 아니하고 장해급여를 지급하도록 함과 아울러 그렇게 장해급여를 지급하는 경우에는 구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2010. 5. 20. 법률 제10304호로 일부 개정되어 2010. 11. 21. 시행되기 전의 것, 이하 '개정 전 진폐예방법'이라 한다)이 정한 장해위로금도 지급하도록 하였다.

바.

이에 원고는 2019. 1. 30. 피고에게 또다시 1차 진폐진단에 기하여 산재보험법상의 장해급여의 지급을 청구하면서 개정 전 진폐예방법상의 장해위로금의 지급도 청구하였다. 이에 피고는 진폐보상연금 도입일인 2010. 11. 21. 이전에 진폐요양 대상으로 판정되어 요양하고 있던 망인에 대하여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지 않고 망인의 1차 진폐진단에 따른 진폐병형과 심폐기능에 해당하는 진폐 장해등급을 제13급으로 결정한 후, 2019. 3. 19. 원고에게 위 등급에 해당하는 산재보험법상의 장해급여 7,037,140원과 개정 전 진폐예방법상의 장해위로금 4,222,280원을 지급하였다.

사.

원고는 망인이 사망한 후인 2021. 11. 9.에 이르러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 전에 요양기관인 영월의료원에서 실시한 2013. 3. 29.부터 2017. 11. 8.까지의 11회에 걸친 폐기능 임의검사 진단 결과상 망인에게 고도장해(F3)가 있었음이 확인되므로 진폐 장해등급 제1급에 해당하였다'는 이유로, 그에 따른 산재보험법상의 장해급여와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2010. 5. 20. 법률 제10304호로 일부 개정된 것, 이하 '개정된 진폐예방법'이라 한다)상의 진폐재해위로금에서 기존에 수령한 제13급 상당의 장해급여와 장해위로금을 공제한 차액의 지급을 추가로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망인의 사망 전에 영월의료원에서 실시한 2010. 11. 4.부터 2017. 11. 8.까지의 27회에 걸친 폐기능 임의검사 진단 결과[심폐기능이 경도장해(F1)부터 고도장해(F3) 사이를 오르내리며 다양하게 진단되어 있다]를 모두 검토한 후, 2021. 12. 23. 원고가 제출한 위 진단이 적합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어 그 진단결과의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위 각 청구에 대하여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

아.

원고는 위 부지급 처분에 불복하여 2022. 2. 8.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2. 3. 21. 원고의 개정된 진폐예방법상의 진폐재해위로금 청구를 개정 전 진폐예방법상의 장해위로금 청구로 보고, '장해위로금은 개정 전 진폐예방법에 따라 지급되는 금원이므로,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심사청구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미지급 장해위로금 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각하 결정을 하고, 미지급 장해급여 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제출된 진단 결과는 폐기능 검사의 기류용적곡선의 적합성 및 재현성이 낮은 상태이어서 신뢰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하였다. 원고는 위 결정에 불복하여 2022. 5. 3.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2. 11. 16. 위 재심사청구도 위 심사청구에 대한 결정 이유와 같은 이유로 기각되었다.

자.

원고는 2023. 1. 30. 서울행정법원 2023구단52164호로 피고를 상대로 장해급여및 장해위로금 추가액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는 위 소송 계속 중장해위로금 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제소기간 도과를 이유로 취하하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위 소송 중 2023. 7. 10. 장해급여 청구 부분에 대하여 '피고가 2021. 12. 23. 원고에 대하여 한 미지급보험급여처분을 취소한다'는 취지의 조정권고를 하였다.

차.

피고는 2023. 8. 16. 위 조정권고안을 수용하여 원고의 장해급여 신청을 다시 심사하고 원고가 제출한 임의검사 진단 결과들 중에서 2017. 2. 8. 자 진단(이하 '2차 진단'이라 한다) 결과를 받아들여 2021. 12. 23. 자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고, 망인의 장해등급을 제1급으로 상향하고 장해급여 차액 149,515,580원을 지급하였다.

카.

이에 원고는 2023. 8. 17. 피고에게 망인의 장해등급 상향 및 장해급여 차액지급의 근거가 된 2017. 2. 8. 자 진단 결과에 따라 미지급 장해위로금(이하 '이 사건 장해위로금'이라 한다)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이에 피고는 2023. 9. 22. 위 청구에 대하여 '1 개정된 진폐예방법 제24조에 따라 망인의 2017. 2. 8. 자 폐기능 검사 결과와 관련된 장해위로금의 소멸시효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20. 2. 7.에 완성되었고, 2 2021. 11. 9. 접수되었던 동일 내용의 신청서(제1차)에 대해서도 제소기간 도과로 원처분(부지급)이 확정되었기에 부득이 재차 부지급을 결정하게 되었다'라는 이유로 부지급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 을 제1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산재보험법이 정한 진폐로 인한 장해급여의 경우에는 그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일이 치료가 종결된 시점인 진폐 진단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개정 전 진폐예방법이 정한 장해위로금의 경우에는 그 청구권이 산재보험법상의 장해급여를 지급받은 무렵에서야 발생하므로 소멸시효 기산일도 그 때가 되어야 한다. 개정된 진폐예방법도 같은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개정 전 진폐예방법이 정한 장해위로금에 해당하는 이 사건 장해위로금의 청구권도 장해보상금을 지급받은 2023. 8. 14.경에서야 비로소 발생하므로 원고의 장해위로금 청구 당시에는 아직 그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

나.

설령 이 사건 장해위로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일이 2023. 8. 14.이라고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원고의 2021. 11. 9. 자 장해위로금 청구에 의하여 그 소멸시효는 중단되었다.

다.

피고가 요양 중이거나 요양 중 사망한 진폐 근로자에 대하여 판정 당시의 진폐병형과 심폐기능 검사 결과에 의한 산재보상법상의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하다가 2016년경 대법원이 진폐증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동안에도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자 1차 업무처리기준을 만들어 장해급여를 지급하면서도 소멸시효 기산일은 진폐심사회의 결정통지서 도달일을 기준으로 함으로써 그 지급을 제한한 바 있었고, 이후 서울고등법원이 진폐로 인한 요양 중인 근로자에 대하여 소멸시효 완성항변을 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하자 2차 업무처리지침을 만들어 2010. 11. 21. 이전부터 진폐로 요양 중인 근로자에 대하여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장해급여를 미지급한 건에 대하여는 장애급여를 지급하도록 함과 아울러 그에 상응한 개정 전 진폐예방법에 따른 장해위로금도 지급하도록 지침을 마련한 바 있으며,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3385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망인이 임의로 검사한 자료만으로는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으므로,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장해위로금 청구에 대하여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라.

따라서 이 사건 장해위로금 청구권이 시효소멸하였음을 이유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관게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4.

이 삭건 처분의 위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소멸시효의 완성 여부

1)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의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두13012 판결 참조).

2)

개정 전 진폐예방법 제24조 제3항은 '진폐위로금 중 장해위로금(같은 법제24조 제1항 제2호에 규정되어 있다)은 진폐로 산재보험법에 따른 장해급여의 대상이 된 근로자가 퇴직하거나 퇴직한 근로자가 진폐로 산재보험법에 따른 장해급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장해위로금 청구권은 해당 근로자가 '진폐로 산재보험법에 따른 장해급여의 대상이 되는 경우', 즉 그 때에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산재보험법은 제57조 제1항에서 '장해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 치유된 후 신체 등에 장해가 있는 경우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2010. 5. 20. 산재보험법이 법률 10305호로 개정되면서 '진폐에 따른 보험급여의 특례'로 종전 장해급여를 폐지하는 대신 지급하게 된 진폐보상연금(제91조의3, 제91조의8)의 경우에도 진폐근로자의 진폐병형, 심폐기능의 정도 등 진폐 장해상태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이하 '산재보험법 시행령'이라 한다)이 정한 진폐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에 진폐장해등급에 따른 진폐보상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진폐로 산재보험법에 따른 장해급여의 대상이 되는 때'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폐 근로자의 진폐 장해상태가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진폐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도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폐근로자의 진폐 장해상태가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진폐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에 발생하여 그 때부터 진행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8두42634 판결 참조). 위와 같은 진폐로 산재보험법에 따른 장해급여의 대상이 되는 시기와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발생시기에 비추어 보면, 개정 전 진폐예방법이 정한 장해위로금 청구권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폐 근로자의 진폐 장해상태가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진폐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 즉 '진폐로 장해진단을 받은 때'에 발생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청구권의 소멸시효도 그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두13012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그 장해위로금 청구권이 최초의 장해진단으로 발생한 것인 경우만이 아니라 최초의 장해로 장해위로금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이후에 심해진 장해로 인하여 추가적으로 발생한 것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장해위로금 청구권은 피고가 산재보험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장해등급 등을 판정하여 진폐 근로자가 장해급여 지급대상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발생하지 않는다거나 적어도 그 때까지는 그 청구권의 행사에 법률상 장애사유가 있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이에 대하여 원고는,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두13012 판결이 '심해진 장해에 대한 장해위로금 청구권의 경우에는 당해 장해등급이 결정됨으로써 비로소 발생한다'고 판시한 바 있고, 개정된 진폐예방법 제24조 제3항도 이 사건 장해위로금과 성격이 유사한 진폐재해위로금에 대하여 산재보험법 제91조의8의 진폐판정에 따른 진폐장해등급이 결정된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대법원은 '위 진폐재해위로금 청구권의 경우에는 진폐장해등급이 결정되어야 발생한다'고 판시한 바 있는 점(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두51429 판결 참조)에 비추어, 적어도 개정 전 진폐예방법상의 장해위로금 중 이 사건 장해위로금 청구권처럼 기존 장해가 심해져 추가로 발생하는 장해위로금 청구권의 경우에는 산재보험법에 따라 심해진 장해등급이 결정된 때에 비로소 발생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은 진폐로 인하여 이미 장해가 있던 사람이 같은 부위에 장해의 정도가 심해진 경우에 그 사람의 심해진 장해에 대한 장해위로금을 계산하는 방법에 관한 것으로서, '심해진 장해에 따른 장해위로금 지급일수'에서 공제해야 하는 '기존의 장해위로금 지급일수'에 '실제로 지급받지 못한 기존의 장해에 따른 장해위로금 지급일수'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는 논거를 제시하면서 그 논거 중 하나로 심해진 장해에 따른 장해위로금이 기존의 장해에 따른 장해위로금과 별개로 발생하는 청구권임을 강조한 취지로 보일 뿐, 진폐로 인하여 이미 장해가 있던 사람의 장해가 심해짐으로 인하여 추가로 발생하는 장해위로금 청구권의 발생시기는 최초의 장해위로금 청구권의 발생시기와 달리 심해진 장해에 따른 진폐장해등급이 결정된 이후라는 취지의 판결로 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개정된 진폐예방법 제24조 제3항이 원고의 주장과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어, 위 법에 의하여 도입된 진폐재해위로금의 경우에는 원고의 주장처럼 그 청구권의 발생시기 및 소멸시효의 기산일을 달리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개정된 진폐예방법은 부칙(제10304호, 2010. 5. 20.) 제4조에서 '개정된 진폐예방법 시행 전에 종전의 규정에 따라 장해위로금을 받거나 지급사유가 발생한 근로자가 개정된 진폐예방법 시행 후에 진폐장해등급이 변경된 경우(종전의 장해등급과 비교하여 등급의 급수가 다른 경우를 말한다)에도 종전의 규정에 따라 장해위로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개정된 진폐예방법 시행 전인 2001. 12. 3.에 이미 진폐장해등급 제13급으로 진단받아 장해위로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하였다가 개정된 진폐예방법 시행 후에 진폐장해등급이 변경되게 된 망인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는다(개정된 진폐예방법 제24조 제3항이 진폐재해위로금을 산재보험법 제91조의8의 진폐판정에 따른 진폐장해등급이 결정된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규정을 개정한 이유는, 개정된 산재보험법이 종전과 달리 제91조의2 내지 제91조의11로 '진폐에 따른 보험급여의 특례'를 규정하면서 제91조의5 내지 91조의8에 진폐에 따른 요양급여 등의 청구, 진폐 진단, 진폐에 대한 심사, 진폐 판정 및 보험급여의 결정 등에 관하여 상세한 규정을 신설하였는바, 이러한 진폐판정과 관련된 상세한 신설 규정들이 개정된 진폐예방법이 정한 진폐재해위로금의 결정 과정에서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4)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보면, 망인의 경우 2001. 12. 3. 자 진폐 진단에서 확인된 진폐병형이 제1형이라는 결과에 기초하여 2019. 3. 19. 진폐장해등급 제13급<1>에 따른 산재보험법상의 장해급여와 개정 전 진폐예방법상의 장해위로금을 지급받았고, 망인의 사망 전 요양기관인 영월의료원에서 실시한 2010. 11. 4.부터 2017.11. 8.까지의 27회에 걸친 폐기능 임의검사 진단 결과 심폐기능이 경도장해(F1)부터 고도장해(F3) 사이를 오르내리며 다양하게 진단되어 있는데 그 중 2017. 2. 8. 자 진폐임의검사의 진단결과도 고도장해(F3)였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거나 앞서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으며,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83조의2 제1항 [별표 11의2]에 의하면 '진폐의 병형이 제1형 이상이면서 동시에 심폐기능에 고도장해가 남은 사람'의 경우에는 진폐 장해등급 제1급에 해당하므로, 망인의 경우 늦어도<2> 요양기관인 영월의료원에서 받은 27회의 임의검사 진단 결과 중 피고가 그 진단결과를 받아들인 2017.2. 8. 자 진폐 임의검사 진단 시에는 망인의 진폐 장해상태가 심해져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진폐장해등급 제1급에 해당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망인의 심해 진 진폐장해로 인한 장해위로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늦어도 그 때부터는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5)

그런데 원고가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하여 구하는 2017. 2. 8. 자 임의검사 진단결과에 기초한 이 사건 장해위로금 청구는 개정 전후 진폐예방법 제28조가 정한 소멸시효 기간인 3년이 훨씬 경과한 2023. 8. 17.에서야 이루어졌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장해위로금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비록 원고가 2021. 11. 9. 피고에게 산재보험법상의 장해급여를 청구하면서 이 사건 장해위로금의 지급도 청구한 바 있고, 2021. 12. 23. 피고로부터 부지급 처분을 받자 2022. 2. 8. 산재보험법에 정해진 심사청구를 하였으며, 이후에 심사청구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사건 장해위로금 부분도 함께 소송대상으로 삼은 바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청구 등은 모두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 이루어진 것이다. 나아가 위 장해위로금 청구를 민법상의 최고라고 보더라도 최고는 6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등을 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고(민법 제174조), 재판상의 청구는 소를 취하한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는데(민법 제170조 제1항), 원고는 2021. 11. 9.자 청구 이후 진행된 위 행정소송 중 장해위로금 관련 부분을 취하한 바도 있으므로, 위 청구나 행정소송 제기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

6)

원고는 산재보험법 제113조에 규정된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장해위로금 지급 청구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재보험법은 제112조에서 보험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를 규정하면서 제113조에서 '제112조에 따른 소멸시효는 제36조 제2항에 따른 청구로 중단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구 진폐예방법은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별도 규정이나 산재보험법상 제113조를 준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구 진폐예방법 제26조가 '위로금은 근로자 또는 그 유족이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갈음하여 위로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만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는 점, 입법자에게는 소멸시효의 중단 문제를 정함에 있어 상당한 정도의 입법재량이 허용되는 점(헌법재판소 2004. 3. 25. 선고 2003헌바22 결정 참조) 등을 고려하면, 구 진폐예방법에 따른 장해위로금 청구권은 민법상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갈음한 권리로서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청구권과는 그 성질을 달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를 규정한 산재보험법 제113조가 원고의 장해위로금청구권에까지 직접 또는 유추 적용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장해위로금 지급청구만으로 산재보험법 제113조와 같은 시효 중단의 효과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권리남용 항변에 대하여

1)

관련 법리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관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채권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고, 채권자가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때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이러한 경우에도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위와 같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달성, 입증곤란의 구제,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를 그 이념으로 삼고 있는 소멸시효 제도에 대한 대단히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할 것이므로, 위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다90194,90200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가)

장해위로금 청구권은 개정 전 진폐예방법 제24조 제1, 3항에 의하여 발생하는 권리로서, 산재보험법에 의하여 발생하는 진폐로 인한 장해급여 청구권과 별개의 권리이다. 하지만 장해위로금 청구권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개정 전 진폐예방법 제24조 제3항이 정한 바에 따라 진폐로 산재보험법에 따른 장해급여의 대상이 되는 때에 발생하기에, 진폐근로자가 산재보험법에 따른 장해급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한 피고의 판단이 장해위로금 청구에 사실상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할 것인데, 피고는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두48485 판결에 따라 2017. 5. 8. 자로 1차 업무처리기준을 마련하기 전까지 2010. 11. 21. 이전부터 요양 중이거나 요양 중 사망한 진폐근로자에 대하여는 장해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않아왔고, 위와 같은 진폐근로자의 장해급여 청구에 대하여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는 취지의 서울고등법원 2018. 1. 18. 선고 2017누73480호 판결에 따라 2018. 2. 7. 2차 업무처리지침을 만들기 전까지는 위와 같은 진폐근로자에 대하여 소멸시효 항변을 하며 장해급여와 장해위로금을 지급해오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위 기준이나 지침이 마련되기 전까지 해오던 업무처리방식은 1차 업무처리기준이나 2차 업무처리지침이 적용되는 진폐 근로자가 장해위로금 청구를 하는 것을 상당히 어렵게 만들었으리라고 여겨진다.

나)

그러나 원고의 이 사건 장해위로금의 경우에는 2010. 11. 21. 이전부터 요양해오던 망인이 2017. 2. 8. 자 2차 진단으로 진폐장해등급 1급에 해당하게 되었음을 원인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망인이나 원고의 경우 2017. 2. 8.부터 피고에게 이 사건 장해위로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고, 1차 업무처리기준이나 2차 업무처리지침 시행 시까지 그 청구권이 그대로 존속하고 있었으며, 아직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상태였다. 비록 당시에는 1차 업무처리기준이 만들어지기 전이어서 요양 중인 진폐 근로자에 대하여는 산재보험법상의 장해급여가 지급되지 않던 시기였기에 원고의 권리행사에 사실상 장애가 있었으리라고 예상되기는 한다. 그러나 2017. 5. 8. 자로 1차 업무처리기준이 시행되면서 망인은 산재보험법상의 장해급여를 청구할 수 있게 되었고, 2018.2. 7. 2차 업무처리지침도 시행되면서 피고가 더 이상 산재보험법상의 장해급여 청구권 및 개정 전 진폐예방법상의 장해위로금에 대한 소멸시효 항변도 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변경하는 등 원고의 장해급여 청구나 장해위로금 청구에 대한 피고 측의 부정적 태도가 사라지게 되었다. 이러한 피고의 지침 변경에 맞추어 원고도 2019. 1. 30. 피고에게 1차 진단에 따른 장해급여와 장해위로금의 지급을 청구하여 2019. 3. 19. 해당 금액을 지급받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당시 2차 진단에 기한 장해급여와 이 사건 장해위로금 청구는 하지 않았다.

다)

원고는 2차 진단에 기한 장해급여와 이 사건 장해위로금 청구가 지연된 이유에 대하여, 피고가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3385 판결의 취지에 따라 「진폐 진단을 거치지 않은 사망자의 임의검사 결과에 대한 진폐증 장해상태 판정 업무처리기준」(이하 '4차 업무처리지침'이라 한다)을 만들어 시행한 2023. 1. 26.경까지 진폐 근로자측에서 임의검사 결과를 제출하더라도 장해급여나 장해위로금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원고의 주장처럼, 피고는 개정된 산재보험법상의 진폐보상연금 등의 수급권자가 사망한 후 그 유족이 이미 결정된 진폐장해등급과 다른 진폐장해등급에 해당된다며 이에 따른 진폐유족연금 등을 청구하면서 그 증거로 임의검사 결과를 제출할 경우에 망인이 사망하기 전에 산재보험법이 정한 진폐판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개정된 산재보험법에 따른 진폐유족연금 등에 대한 지급 결정을 거부하여 온 바 있는데, 대법원은 2022. 5. 26. '망인이 사망하기 전에 진폐판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진폐유족연금 등의 청구를 거부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2022두33385호)을 선고하였고, 이에 피고는 2023. 1. 26.경 '사망한 진폐근로자의 경우에 임의검사 결과라고 하더라도 이를 진폐심사의 대상으로 삼아 보험급여 지급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4차 업무처리지침을 마련하여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피고의 종전 업무처리 관행은 원고와 같은 진폐 근로자나 그 유족들의 권리행사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사실적, 법률적 판단을 잘못하여 장해등급을 부여하지 않아 온 것이지 그들의 권리행사 자체를 방해한 것은 아니다. 실제 원고는 피고의 종전 업무처리 관행과는 무관하게 4차 업무처리지침이 시행되기 이전인 2021. 11. 9.에 이미 산재보험법상의 장해급여와 개정 전 진폐예방법 상의 장해위로금 청구를 하였다. 그 과정에서 원고가 피고로부터 어떤 방해를 받았다는 자료가 없다. 게다가 피고는 위 청구에 대하여 망인이 사망하기 전에 진폐판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정 전 산재보험법상의 장해급여와 이 사건 장해위로금의 지급청구를 기각한 것이 아니라, 원

바 있다. 그러나 피고의 종전 업무처리 관행은 원고와 같은 진폐 근로자나 그 유족들의 권리행사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사실적, 법률적 판단을 잘못하여 장해등급을 부여하지 않아 온 것이지 그들의 권리행사 자체를 방해한 것은 아니다. 실제 원고는 피고의 종전 업무처리 관행과는 무관하게 4차 업무처리지침이 시행되기 이전인 2021. 11. 9.에 이미 산재보험법상의 장해급여와 개정 전 진폐예방법 상의 장해위로금 청구를 하였다. 그 과정에서 원고가 피고로부터 어떤 방해를 받았다는 자료가 없다. 게다가 피고는 위 청구에 대하여 망인이 사망하기 전에 진폐판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정 전 산재보험법상의 장해급여와 이 사건 장해위로금의 지급청구를 기각한 것이 아니라, 원고가 제출한 진단 결과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위 각 청구를 기각한 바 있고, 이후 심사 및 재심사 절차에서도 산재보험법상의 장해급여 청구에 대하여는 같은 사유로 심사청구 및 재심사청구를 기각하였으며, 이 사건 장해위로금 청구에 대하여는 법률상 심사청구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임의검사 자료에 기초한 진폐근로자 유족의 진폐유족연금 등의 지급 청구를 거부하던 피고의 종전 업무처리 관행이 이 사건 장해위로 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만든 객관적인 장애사유에 해당했다거나, 그 관행으로 인해 원고가 이 사건 장해위로금 청구를 하지 못하였다거나, 피고가 위 관행을 통해 원고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장해위로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2차 진단일인 2017. 2. 8.부터 기산하므로 위 장해위로금 청구권은 원칙적으로 그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한 2020. 2. 8.에 시효로 소멸한다. 하지만 피고는 2018. 2. 7. 2차 업무처리지침을 만들어 내부적으로 원고와 같은 경우에 피고가 그동안 장해급여를 지급해오지 않았던 사정을 고려하여 장해급여만이 아니라 장해위로금 청구에 대하여도 소멸시효 항변을 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진폐 근로자와 유족의 청구권 행사를 최대한 보장하려 노력하였고, 2021. 5.경에는 「진폐 요양 중 장해 인정 관련 세부 업무처리요령 지침」(을 제7호증, 이하 '3차 업무처리지침'이라 한다)을 마련하여 요양 중에도 장해급여를 지급하도록 한 1차 업무처리기준 시행일인 2017. 5. 8.부터 산재보험법상의 장해보상연금 등의 소멸시효 기간인 5년이 경과한 2022. 5. 8.까지 접수된 신청에 대하여는 산재보험법상의 장해급여는 물론 소멸시효기간이 3년에 불과한 개정 전 진폐예방법상의 장해위로금에 대하여까지 소멸시효 항변을 하지 않고 2022. 5. 9. 이후에 접수된 신청에 대하여만 소멸시효 항변을 하기로 함으로써, 진폐근로자 유족 등을 배려하기로 하였으며, 그 사실을 피고의 홈페이지에 게시함과 아울러 유관단체 등에 널리 안내하였다. 원고도 위와 같은 업무처리지침들이 마련되어 시행된 이후인 2021. 11. 9. 위 지침들에 따라 이 사건 장해위로금 청구를 하였다. 비록 그 이후 원고의 이 사건 장해위로금 청구가 기각되었으나, 이는 이 사건 장해위로금 청구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그 청구의 근거가 된 2차 진폐 진단의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2021. 12. 23. 피고로부터 장해위로금 청구가 기각되었다는 결정을 받은 시점에 2차 진폐 진단이 신뢰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피고의 결정이 정당한 것인지 다툴 수 있었다. 그럼에도 원고는 피고가 내부적으로 소멸시효 항변을 하지 않기로 정한 기한인 2022. 5. 8.까지도 그러한 절차에 나아가지 아니한 채, 산재보험법상의 장해급여 청구에 대한 불복절차인 산재보상법상의 심사 및 재심사 청구와 그에 따른 절차만을 진행하면서 그 절차에서 구할 수 없는 이 사건 장해위로금 청구에 대한 판단도 함께 구하였다. 이로 인하여 원고는 피고가 소멸시효 항변을 하지 않기로 정한 기간을 도과하게 되었는바, 이는 원고의 불복절차에 관한 법률적 판단 착오에서 기인한 것이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만한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마)

한편, 원고는 2023. 1. 30.에 이르러 피고를 상대로 장해급여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서 이 사건 장해위로금의 지급도 구하였으나, 원고는 소송계속 중 장해위로금 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제소기간 도과를 이유로 스스로 소를 취하하기도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가 원고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바)

나아가 피고가 위와 같은 2차, 3차 업무처리지침을 마련하여 시행한 이후부터 2022. 5. 8.경까지 원고와 같은 진폐근로자의 장해위로금 청구에 대하여 소멸시효 완성항변을 하지 않고 미지급 보험급여를 지급하여 온 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로 하여금 2022. 5. 8.까지 장해위로금 청구권에 대한 시효중단을 위한 조치조차 할 필요가 없다고 믿게 하였다거나, 2022. 5. 8.로부터 1년 이상 경과한 2023. 8. 17.에 이루어진 원고의 이 사건 장해위로금 청구에 대하여도 소멸시효이익을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

사)

그밖에 피고가 원고의 권리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피고가 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원고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다는 등 피고의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증거도 없다.

3)

소결론 따라서 원고의 권리남용 항변은 이유 없다.

5.

결론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되어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차문호(재판장) 박형준 윤승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